AI 업그레이드 내세운 中 5세대 전투기, 숫자와 개념 커졌지만 평가는 ‘분분’
AI 업그레이드 내세운 中 5세대 전투기, 숫자와 개념 커졌지만 평가는 ‘분분’
입력
수정
‘차세대 스텔스’ 수식어-실전 성능 간극
운용·신뢰성 문제에도 물량 전략 강화
민간 항공 모빌리티 육성 정책 병행 흐름

중국이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을 전면에 내세워 자국 공군 전력의 질적 도약을 강조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업그레이드와 드론 협동 운용 등 개념이 결합된 J-20 계열은 태평양 안보 환경에서 새로운 변수로 소개됐다. 다만 이러한 중국 측의 서술이 실제 전력 수준을 얼마나 가감 없이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실정이다. 기술 신뢰도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도 중국은 전투기 생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며 수적 우위를 구축했고, 동시에 비행 자동차를 포함한 민간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항공 전략의 이중 축을 제시했다.
기술적 열세 평가 반복 제기
26일(이하 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공군은 주력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J)-20에 AI 기반 업그레이드를 적용하며 항공 전자 장비 전반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중국 공군은 J-20을 미국 F-22 랩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핵심 전력이라고 밝히며 스텔스 성능과 초음속 순항, 고기동성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복좌형(2인승) 모델인 J-20S는 항공모함 전단을 비롯한 해상 전력을 견제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란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J-20의 성능을 둘러싼 평가는 중국 내부에서도 개선 필요성으로 모아진다. 군사평론가 장쉐펑은 “AI 통합 이후 J-20은 보조 조종사가 한 명 더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선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추적 체계 등 항공 전자 시스템 전반에서 추가적인 성능 향상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전제돼야만 중장거리 교전과 가시거리 밖 공중전에서 전술적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체 개발 이력만 놓고 보면 J-20은 빠른 양적 확장을 이뤄냈다. 청두항공공사(CAC)가 제작한 J-20은 2011년 1월 첫 시험비행 이후 2017년 3월 실전 배치에 들어갔다. 초기에는 러시아제 AL-31 엔진을 사용했으나, 2021년 들어서는 중국이 자체 설계·제작한 WS-10C 엔진으로 교체됐다. 이후 WS-15 엔진이 적용되면서 초음속 순항 능력과 기동성을 끌어올렸다. 무기 구성에서는 내부 무장창에 사거리 200㎞ 이상의 PL-15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4발과 PL-10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기적인 업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부의 군사 분석에서는 J-20의 질적 완성도에 대해 신중한 시선이 주를 이룬다. 그중 J-20S의 후방석 추가와 관련해선 후방석 추가로 개념적 진전을 보였다는 평과 기술적 한계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캐노피 확대로 인한 스텔스 형상 훼손 가능성, 기체 중량 증가에 따른 추력 요구 증대가 대표적이다. WS-15 엔진 역시 양산 신뢰성과 장기 운용 안정성 측면에서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결과적으로 J-20에 대한 중국 밖의 평가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외형을 갖췄지만, 실제 전력 수준에서는 F-22와 같은 서방 최상위 기체와의 격차가 큰 실정”으로 좁혀진다.
중국은 J-20을 J-16D 전자전기, GJ-11 스텔스 드론과 연계하는 합동 운용으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J-16D로 적 전자 체계를 교란하고, GJ-11로 타격하는 네트워크 중심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J-20S의 후방석 승무원이 드론 편대를 지휘하는 구상 역시 이러한 작전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유인·무인 협동 전투의 핵심이 AI의 자율 판단 능력과 데이터 링크 통합에 있는 만큼 인간 개입 비중이 큰 지금의 구조는 반응 속도와 전술적 유연성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주된 시각이다.
질적 완성도보다 수적 팽창 우선
이처럼 자국 전투기의 성능을 둘러싼 논쟁에도 중국은 생산 규모와 공급 속도를 앞세운 전력 확장 기조를 한층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 기준 중국 공군이 보유한 J-20은 단일 기종만으로 400여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100대 이상이 생산 및 추가 배치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J-20은 양적 측면에서 미 공군의 F-2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와 함께 해·공군용으로 병행 개발 중인 J-35 전투기 역시 지난해 7월 말 실전 배치에 들어가면서 오는 2030년 이전 500대 이상의 전투기가 중국 군에 배치될 전망이다.
물량 중심 전략은 수출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 개발한 경형 전투기 JF-17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 중이다. 해당 전투기의 대당 가격은 3,000만 달러(약 433억원) 수준으로, 프랑스 라팔이나 스웨덴 그리펜과 유사한 작전 범주에 속하면서도 가격은 현저히 낮다. 파키스탄 공군은 이미 JF-17을 150대 운용 중이며, 미얀마와 나이지리아, 아제르바이잔 등이 연이어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엔 인도네시아가 40대 구매 의사를 밝혔고, 이라크와 리비아 역시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구매국에서 제기되는 운용 경험이 다소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실전 운용 과정에서 정비 효율성과 전자장비 신뢰성, 무장 통합 문제가 반복되면서다. 그럼에도 재구매나 추가 계약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대안 부재라는 현실적 요인이 자리한다. 서방제 전투기 도입이 정치·외교적 제약에 막히거나 비용 부담이 과도한 국가로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인 중국제 전투기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은 막대한 공급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러한 틈새를 정확히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매체들도 자국 전투기의 양자 레이더, 스텔스 탐지 기술, 차세대 정찰 능력 등 ‘미래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보도를 연일 쏟아내며 홍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다만 이들 기사에 언급된 기술 대부분은 실전 배치 여부와 운용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단계의 개념 제시 성격에 가까운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중국 전투기 전력의 핵심은 개별 플랫폼의 질적 완성도보다는 대량 생산을 통한 지속적인 전력 증강과 가격을 무기로 한 확산 전략으로 정리된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 숫자의 위력을 만들어내지만, 장기적으로 기술 성숙도와 운용 신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eVTOL 분야와 동반 육성 청사진
중국은 이처럼 전투기 분야에서 양적 확장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비행 자동차(eVTOL) 시장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며 항공 전략의 이중 구조를 세웠다. SCMP와 업계 분석가들에 의하면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eVTOL 개념 시연 단계를 마쳤다. 이제 실제 유료 승객을 태우는 상업 단계가 머지않았다는 진단이다. 전투기와 같은 고난도 군용 항공기 개발과는 별도의 궤적에서 민간 항공 모빌리티를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선택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싸이디(CCID) 컨설팅은 올해 말까지 최소 7개 eVTOL 제조사가 인도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동차 대기업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샤오펑의 비행차 계열사 아리지(Aridge)는 광저우에 12만㎡ 규모의 전용 공장을 가동하며 ‘육상 항모’로 불리는 모듈형 비행차를 200만 위안(약 4억1,000만원) 이하 가격으로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또 광저우자동차의 비행차 브랜드 고비(GOVY)는 2,000건 이상의 주문을 확보하며 연내 항공 당국 인증을 마친 뒤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책 환경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선전·충칭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1,000m 이하 저고도 공역 규제를 완화하며 이른바 ‘저고도 경제’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초기 투입 분야는 기업 전용 이동, 관광, 긴급 물류, 재난 구조 등으로 제한되지만, 이후 일상적 여객 운송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로드맵이 제시됐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자회사 오토플라이트가 수상 이착륙이 가능한 ‘수상 버티포트’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행차 전용 인프라 구축까지 병행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자동차 산업식 생태계 확장을 항공 영역에 이식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eVTOL 산업에서 드러나는 기술 성격은 군용 전투기 개발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eVTOL은 전기모터, 배터리팩, 복합소재, 자동화 조립 공정 등에서 전기차 산업과 높은 기술적 연속성을 지닌다. BYD와 CATL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축적한 전동화·대량생산 역량이 비행 자동차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성은 배터리 에너지 밀도, 체공 시간, 악천후 대응, 항공 교통 관리 등 항공 공학 핵심 난제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군용 항공 기술로의 전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VTOL 분야는 안전성과 비용 효율을 중시하는 민간 운송 수단인 반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초음속 비행, 고기동, 극한 전자전 환경에서의 생존성을 전제로 한다. 나아가 전투기 개발의 병목으로 지적되는 고성능 항공 엔진, 센서 융합, 저피탐 형상 설계, 실전 데이터 축적은 비행 자동차 산업의 발전만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샤오펑 에어로 HT의 ‘육지항모’는 2024년 주하이 항공전시회 공개 이후 형식 인증과 생산 허가 절차에 돌입했지만, 시험 비행 과정에서 공중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등 기술 미비 단면이 노출되면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