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투명성 강화 비용, 누가 감당할 것인가
[AI MEMO] AI 투명성 강화 비용, 누가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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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넘어 자본 경쟁으로 전환 투명성 추가 비용 발생과 경쟁 격차 확대 비용 분담 없는 공개 의무, 시장 왜곡·기업 이탈 우려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경쟁은 이미 자본력 싸움으로 넘어갔다. 2025년 말 석 달 동안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AI 투자를 위해 회사채로 약 1,090억 달러(약 156조9,491억원)를 조달했다. AI 개발이 소규모 연구비 중심의 단계를 지나,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에 대한 지속 투자를 전제로 하는 산업 구조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AI 투명성 논의와 직결된다. 개방형 AI 시스템은 전력 사용, 전문 인력 운용, 책임 관리 등 상시 비용을 수반한다. 투명성을 법적·윤리적 요구로만 설정할 경우, 그 비용은 전적으로 기업에 귀속된다. 캘리포니아주 의회의 ‘프런티어 인공지능 투명성법’(TFAIA)처럼 공개 의무가 강화되는 환경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비용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AI 안전성과 검증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면서 경쟁 조건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성에 따른 비용을 제도적으로 분담하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AI 비용의 구조적 부담
AI 관련 규제는 기업의 비용 구조를 한층 무겁게 만들고 있다. 대형 AI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차입을 감수하고 있으며, 최상위 모델의 학습과 운영에는 반도체, 전력, 냉각 설비, 고속 네트워크에 대한 상시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은 투자 유치나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되지만, 장기 수익을 전제로 한 구조일 뿐 수익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투명성 요구가 더해지면서 비용 부담은 확대된다. 모델 공개와 학습 데이터 설명, 외부 검증, 민감 정보 정제, 문서화, 규제 대응에는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별도의 매출로 연결되기 어렵다. 비용은 증가하지만 수익 구조는 그대로인 상황이 반복된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광고, 기업용 구독, 서비스 결합, 디바이스 생태계를 통해 수익 기반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에 비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자본 부담은 누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거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높은 기업가치는 장기간의 고마진을 전제로 하지만, 경쟁 환경은 그 전제를 약화시키고 있다.

국가 지원 경쟁이 만든 비용 격차
국가 지원 여부에 따른 차이는 경쟁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지원을 받는 기업은 장기간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를 지속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비용 증가가 즉각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경쟁의 초점은 기술 성능에서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의 다수 AI 프로젝트는 보조금, 세제 혜택, 공동 연산 인프라,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성장 비용을 낮추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의 지방정부는 연산 능력 바우처를 제공해 AI 스타트업의 컴퓨팅 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기업들은 이와 유사한 직접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투명성 규칙을 적용할 경우 경쟁 조건은 왜곡된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은 규제 비용을 흡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비용 증가가 곧바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투명성이 보편적 의무라면, 그에 따른 비용 역시 기업 간 여건을 반영해 분담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투명성 재원 설계의 기준
AI 투명성 정책이 작동하려면 공개 범위와 기준이 먼저 구체화돼야 한다. 공개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기업은 최소 요건만 충족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모델 카드, 학습 데이터의 범주, 연산 규모, 감사 기록 등 공개 대상과 재현 방식이 사전에 정리될 필요가 있다. 공개 기준이 설정되면 이에 상응하는 재원 구조가 뒤따라야 한다. 투명성 요구가 강화될수록 검증과 문서화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사용자 수수료, 산업 기여금, 정부 재원을 결합해 공공 AI 감사 기능을 운영하지 않으면, 해당 비용은 개별 기업에 집중된다. 이 경우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델의 규모와 영향 범위에 따른 차등 적용도 중요하다. 범용 대형 모델에는 더 높은 공개 수준과 비용 분담이 요구되는 반면, 특정 목적에 한정된 소형 모델에는 과도한 부담을 피해야 한다. 투명성 기준은 위험과 활용 범위를 기준으로 설정돼야 한다. 재원 지원 역시 성과와 연계될 필요가 있다. 보조금, 세액공제, 공공 조달 참여는 독립 검증을 통해 공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제공되는 구조가 적합하다.
현장에서의 선택
AI 투명성 재원은 교육과 행정 현장에서 운영 문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는 공개 문서화와 검증을 전제로 한 정부·산업 재원을 통해 연구 인력과 데이터 관리 비용을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 교육기관의 AI 조달에서도 공개 수준과 비용 분담을 수용하는 공급자가 점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행정 조직 역시 데이터 관리와 모델 점검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AI 시스템 도입 이후의 관리 체계가 정책 효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은 개별 부서를 넘어 공공 서비스 전반의 운영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책 차원에서 핵심은 비용의 귀속이다. 공개 의무만 부과될 경우 검증과 문서화 비용은 특정 기업이나 기관에 집중된다. 반면 기본 공개 요건에 공동 재원과 제한적 보상을 결합하면 제도는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작동한다. 보고와 인증 절차가 표준화되지 않을 경우 정책 운영 비용은 빠르게 증가하며, 독립된 공공 감사 기능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책 신뢰 역시 유지되기 어렵다.
AI 투명성은 추가 비용을 전제로 작동한다. 공개와 감사에 필요한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무만 확대할 경우, 제도는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공공 감사 기능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기업 규모와 영향 범위에 따라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가 마련될 때 공개와 검증은 시장 신뢰를 높이는 요소로 작동한다. 반대로 비용 구조 없이 공개만 요구될 경우, 기업의 대응 여지는 줄어들고 일부는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ay for the Light: Why AI transparency funding must be the price of opennes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