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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영식부터 참가자 87명이 폭염에 쓰러지는 등 안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던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가 조직위원회의 운영 난맥까지 겹치며 파행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와 전라북도청은 대회 끝까지 총력을 기울여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조기 퇴영을 결정한 국가들이 많아 부실 운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찌는듯한 폭염에도, 그늘막 없는 새만금에 청소년 줄이어 탈진
지난 1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총 12일간 전라북도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에서 열리는 잼버리는 전 세계 158개국 4만3,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제 청소년 대회다. 하지만 대회 첫날부터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연이은 폭염으로 인해 온열 환자가 폭증했지만 의료품 재고가 부족해 제때 처치하지 못한 점, 야영장 근처 편의점이 주변 시세보다 1~1.5배 높게 폭리를 취한 점, 나무 한 그루 없는 탓에 그늘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 썩은 달걀을 보급하고 전기까지 수시로 끊기는 등 2,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7일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3개 국가 대원 6,000명은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이에 참가자들의 부모를 포함해 국내 시민단체들은 새만금 지역의 잼버리 개최가 확정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약 6년간의 긴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부실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상황에 대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 한 부모는 “아들을 잼버리에 참가시키기 위해 6,500달러(약 850만원)을 지불했다”며 “아들의 경험을 위해 기꺼이 희생했지만, 돌아온 건 피부발진과 일사병이었다”고 토로했다. 가톨릭기후행동과 전북녹색연합 등 13개 시민단체도 “폭염은 정신력으로만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는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당장 새만금 잼버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1천억 넘게 투입된 세금, 어디에 쓰였나?
작금의 새만금 잼버리 사태가 사전에 예견된 인재였단 비난도 나왔다. 새만금은 잼버리가 열리는 기간에 큰 호우가 예보되진 않았지만 개최 시기가 우기인 만큼 최대 1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부지가 침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에 지난 5월 김윤덕 새만금 잼버리 공동 준비위원장도 대회 안전 확보를 위해 부지 배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제대로 된 정비 계획은 시행되지 않았다. 심지어 480억원을 들인 잼버리 메인센터 건물은 인허가 지연으로 인해 잼버리가 폐막한 후인 2024년이 돼서야 준공된단 소식에 누리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울러 공사 관련 입찰 대다수에 전북지역 제한 경쟁입찰 방식이 적용된 탓에 '2022년 시공 능력 평가 순위' 전국 800위 중반에 불과한 지역업체가 수백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가중시켰다. 나라장터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 의하면 새만금 잼버리와 관련된 입찰은 2014년부터 개최 직전까지 350여 개 게재됐다. 이 중 추정 금액 약 138억원 규모인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는 전북 행안우체국에 주소를 둔 '리드'가 맡았다. 리드는 '2022년 시공 능력 평가액' 약 274억원으로, 총 7군으로 분류되는 조달청 등급별 유자격자명부 등록 및 운용기준 상 6군에 속하는 전국 최하위 건설사다.
또 추정 금액 약 6억4,000만원 규모인 잼버리 기반시설 전기공사는 전북에 본사를 둔 도성전력공사가 수주했지만 실상은 사원 수 3명인 소규모 기업으로, 입찰에 참여한 타 업체에 비해 관련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22억원 규모의 영지 시설 설치공사 역시 전북에 위치한 우일이엔씨가 수주했지만 사원 수 11명에 연매출 56억원에 불과한 중소 건설사로 드러났다.
한편 새만금 잼버리 성공 개최를 위한 잦은 해외 출장도 각종 의혹을 받고 있다.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지난 2018년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6박 8일 동안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출장을 갔다. 해당 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출장 목적은 세계 잼버리 개최 성공 사례조사였지만, 정작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개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2019년 10월에는 전북 부안군 공무원 4명이 영국과 프랑스로 ‘영국의 잼버리대회 개최지 연구 및 파리의 우수축제 연구’를 명목으로 10일간 출장을 떠났다. 하지만 일정에는 영국 버킹엄 궁전 및 웨스트민스터 사원 방문, 프랑스 몽마르뜨 축제 관람, 몽셀미셸 수도원 투어 등 일반적인 관광 코스가 포함돼 논란을 낳았다.
이에 새만금 잼버리 주최 측이 약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허투루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6일 잼버리 예산의 사용처가 의심된다며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제출한 예산 사용내역에 따르면 총사업비 약 1,171억원 중 조직위 운영비에 740억원이 투입됐다. 기반시설(235억원), 화장실·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비(129억원), 직소천 활동장(36억원), 대집회장(30억원) 등 현장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설비를 합한 금액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전북청 "책임 공방은 행사 뒤에 하자"는 말에 누리꾼 비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자 결국 지난 6일 잼버리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지사가 처음으로 공개 사과를 했다. 김 지사는 "위생 문제, 의료 문제 등을 빠른 속도로 개선하고 있으며, 전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잼버리 성공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또 잼버리 파행과 관련된 정치권의 책임 공방에 대해서 “행사를 마친 뒤에 잘잘못을 따지자”며 “지금은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행사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누리꾼 A씨는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시설, 인프라 다 있는 무주 태권도원을 놔두고, 10번 넘게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떨어진 새만금을 무리하게 개발하려다 이 지경에 이른 것 아니냐”며 “피 같은 세금이 1,000억 넘게 투입됐으니 전북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역시 성공적인 마무리가 최우선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준비 과정을 낱낱이 들여다보겠다고 전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6년간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금이 투입됐는데 이렇게 행사가 미흡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부분에 대한 원인 규명과 철저한 파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