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2.0은 혁신 기회” 1만 자 입장문 낸 중국, 美·EU 통상 공세 정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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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과잉생산’ 공세에 中 시장경제 논리로 응수 자동화·공급망 집적 앞세운 실질 제조 경쟁력 확인 원가 우위 확대에 맞선 미·EU 통상 규제 강화 기조

중국 정부가 서방이 제기한 중국의 생산능력 과잉 논란에 공식 입장문을 내며 정면 반박했다. 생산능력 문제는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며 일부 국가가 지정학적 목적에서 이를 정치화해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중국의 저가 경쟁력에는 보조금뿐 아니라 자동화, 공급망 집적, 대규모 내수시장, 빠른 양산 전환 능력이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실질적 제조 역량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가격 우위의 원인을 가리기보다 자국 전략산업의 생산기반과 고용을 지키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어 관세·공급망 규제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中 상무부 “과잉생산 개념 국제적 합의 없어”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28일 웹사이트에 '소위 과잉생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장문의 문건을 발표하고 중국발 과잉생산 논란을 일축했다. 문건은 △글로벌 생산능력과 이른바 '과잉'에 대한 인식 △생산능력 과잉과 산업보조금·무역흑자·경제 불균형·시장경쟁의 관계 △중국 산업정책 △글로벌 공급망 협력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상무부는 일부 국가들이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고 중국의 생산능력이 세계시장에 충격을 준다며 이를 구실로 대중국 제한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생산능력 문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으로 봐야 하며 개방과 협력을 통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경제·무역 질서를 교란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해치고 세계 경제 성장에 장기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생산능력 과잉 자체에 대해선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동적인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시장경제에서는 공급과 수요가 '균형-불균형-재균형' 과정을 반복하는 만큼 지속적인 균형 상태는 존재하지 않으며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도 생산능력 과잉에 대한 공식 정의를 내린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상무부는 일부 경제권이 지정학과 보호무역을 목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생산능력 과잉을 기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발전 법칙과 각국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표1. 중국의 과잉생산 논란 반박
| 쟁점 | 중국 상무부 반박 | 핵심 근거 |
|---|---|---|
| 과잉생산 정의 | 시장경쟁의 일시적·동적 현상일 뿐 | WTO 등 국제기구에 통일된 공식 정의 없음 |
| 산업보조금 | 보조금이 과잉생산을 자동으로 낳지는 않음 | 중국은 R&D·기술 상용화 중심 지원, 미국 IRA·EU도 자국 산업 보조금 확대 |
| 무역흑자 | 수출·흑자 확대는 과잉생산의 증거가 아님 | 미국 반도체·보잉, EU 자동차·의약품도 대규모 수출흑자 |
| 내수 부족 | 중국은 내수 기반이 약한 나라가 아님 | 2013~2024년 내수 성장기여율 평균 93%, 2025년 소비판매 50조1,000억 위안 |
| 중국 경쟁력 | 저가 공세보다 혁신·공급망 경쟁력이 핵심 | 배터리 기술 개선, 대규모 제조·부품 공급망 집적 |
| 차이나 쇼크 2.0 | 세계 경제 위협 아닌 ‘차이나 기회 2.0’ | 오픈소스 AI, 저가 친환경 제품, 개도국 산업화 지원 |
| 최종 메시지 | 대중국 규제보다 개방·협력 필요 | 보호무역이 공급망 안정과 세계 성장에 장기 위협 초래 |
보조금은 시장 실패 보완, 무역 흑자는 전 세계 분업 결과
상무부는 중국 산업보조금이 과잉생산을 초래했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상무부는 산업보조금과 생산능력 과잉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보조금은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기술혁신과 환경보호,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정책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산업지원 정책이 자국 생산을 조건으로 하는 차별적 보조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보조금은 각종 시장주체에 동등하게 적용되며 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기술 산업화, 소비 촉진 등에 투입된다고 강조했다.
무역흑자가 생산능력 과잉의 증거란 주장에도 반박을 내놨다. 상무부는 무역흑자가 크다고 해서 생산능력 과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영국과 미국, 독일, 일본도 장기간 무역흑자를 유지한 시기가 있고 미국 반도체와 보잉 항공기, EU 자동차와 의약품·화장품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무역흑자가 크면 곧 생산능력 과잉이라는 논리라면 이들 국가 산업도 생산능력 과잉으로 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상무부는 최근 서방에서 제기하는 '중국 내수 부족이 과잉생산을 낳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상무부는 2013~2024년 내수가 중국 경제성장의 평균 93% 정도에 기여했고 2025년 사회소비재 소매판매 총액은 50조1,000억 위안(약 1경633조원)으로 중국은 구매력 기준 미국의 1.7배에 달하는 사실상 세계 최대 상품 소비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특히 서방의 '차이나 쇼크 2.0'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중국 현대 산업의 발전은 세계에 차이나 쇼크 2.0이 아니라 '차이나 차이나 오퍼튜니티(기회) 2.0'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한 혁신 확산과 신에너지 제품의 녹색전환 기여, 고품질·고가성비 제품을 통한 세계 물가 안정, 개발도상국 산업화 지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산업 집적이 만든 실질 경쟁력
중국의 이번 입장문 발표는 미국과 EU가 중국의 과잉생산과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으며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중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구조적 과잉생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과 EU 역시 무역 불균형 해소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양측은 오는 10월을 해법 마련을 위한 주요 시한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특히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와 태양광 등 자국의 경쟁력 있는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문건을 통해 '중국의 과잉생산'이라는 미국과 EU의 비판 논리에 적극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반박에서 설득력이 가장 강한 대목은 제조 현장의 생산성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자동차 산업 보고서'에서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의 직접 제조비가 선진국 생산비보다 30% 이상 낮다고 분석했다. 특히 배터리 셀 원가 격차의 절반은 생산 효율과 자동화에서 발생했으며, 저렴한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조달이 약 30%를 차지했다. 이 비용 기반을 토대로 중국산 배터리 셀 가격은 유럽산보다 30% 이상, 미국산보다 20% 이상 낮게 형성됐다.
이 같은 생산성 우위의 기반에는 고밀도로 집적된 완결형 공급망이 자리한다. 중국 장강삼각주와 선전 일대에는 배터리와 전력반도체, 모터, 전장부품, 금형, 소프트웨어 기업이 촘촘하게 밀집해 있다. 부품 설계 변경과 시제품 제작, 인증, 양산 전환이 동일 산업권 안에서 연속적으로 이뤄지면서 개발 기간과 재고 부담이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여기에 거대한 내수시장과 치열한 기업 간 경쟁이 더해지며 신제품 검증 주기가 단축됐고, 검증된 공정을 대규모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공급망의 집적도는 생산 단계와 공장 건설 과정 전반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발휘한다. IEA의 청정기술 제조업 분석에 따르면 정책 지원을 반영하기 전 생산비 기준에서도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수전해 설비, 히트펌프 전 부문에서 최저 비용 생산국으로 평가됐다. 미국과 유럽의 태양광·풍력·배터리 공장 건설비는 생산능력 단위당 중국보다 최대 2.3배 높았다. 중국은 소재·부품 조달망과 숙련 인력, 신속한 인허가, 설비 국산화를 결합해 공장 건설부터 가동에 이르는 전 과정의 비용을 낮췄다.
공정과 공급망에서 확보한 비용 우위는 장기간의 기술 축적을 거치며 제품 경쟁력으로 확장됐다. 특히 중국 전기차 기업의 경쟁 영역은 배터리 가격과 열관리, 전력전자, 차량용 소프트웨어, 지능형 주행보조 기능으로 넓어졌다. IEA는 중국 완성차 기업이 원가와 기술을 아우르는 우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최근 중국의 수출 확대에 생산성 향상과 첨단 제조업 전환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서방 제조업이 받는 압박에는 보조금에서 비롯된 가격 왜곡과 실제 제조 역량의 격차가 중첩돼 있는 셈이다.
저가 물량에 대한 서방 경계 고조
다만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실력으로 입증됐다고 해서 서방의 통상 공세가 누그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방이 문제 삼는 대상은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그 자체다. 중국이 보조금으로 만든 가격 왜곡인지, 생산성 혁신이 빚어낸 비용 우위인지 따지는 논쟁은 이미 통상정책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당국은 중국산 저가 물량이 자국 공장의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며, 전략산업의 기반을 잠식한다고 본다. 중국의 제조 경쟁력이 강해질수록 통상 압박도 함께 거세지는 구도다.
유럽은 이미 통상 방어막을 높이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로 7.8~35.3%의 상계관세를 부과했고, 철강 수입 급증과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해 세이프가드 체계도 강화했다. 올해 3월에는 중국산 물량 유입이 급증한 방향성 전기강판을 대상으로 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발 저가 공세에 노출된 유럽 화학 업계에서도 공장 폐쇄와 투자 축소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에서 시작된 통상 전선이 철강과 석유화학, 배터리, 태양광으로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대응은 유럽보다 한층 전방위적이다. 미국은 과잉생산 문제를 대중국 관세와 공급망 재편을 확대할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과 저가 수출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추진해 온 제조업 재건을 저해하고, 제3국을 거친 우회 물량까지 미국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관세 인상과 원산지 규정 강화, 정부조달 배제, 투자 심사, 공급망 추적, 수출통제가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산 없이는 물가 관리 어려워, 유럽 ‘딜레마’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흐름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연상시킨다. 당시 미국은 달러 강세와 일본 제조업의 급부상으로 무역적자가 불어나자 일본·서독·프랑스·영국과 함께 달러 가치를 낮추는 공동 환율 개입에 나섰다. 그 결과 달러당 240엔 안팎이던 엔화 환율은 1986년 150엔대로 떨어졌고, 1987년 말에는 120엔 안팎까지 하락했다. 급격한 엔고는 일본 수출기업의 채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물론 중국을 상대로 같은 방식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자본거래를 관리하고, 국유 금융체계와 외환보유액, 정책금융을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제조업의 원가 우위는 위안화 환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은 촘촘한 부품 공급망과 대규모 내수시장, 지방정부의 산업 육성, 빠른 설비 증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산업 지원은 내부적으로도 경쟁력을 축적한다. 정부 보조금과 정책금융이 증설 위험을 흡수하는 동안 기업들은 낮은 이익률을 감수한 가격 경쟁을 지속할 수 있다. 그 비용은 지방정부 재정, 금융권, 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분산되고, 해외 소비자와 기업은 저가 제품의 편익을 누린다. 중국의 자본과 재정 여력이 서방의 물가 안정과 친환경 전환 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역설적 구도가 형성된 배경이다.
유럽은 이 구도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지와 마주하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태양광·전기차는 가계의 구매 부담을 낮추고 탈탄소 전환 비용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제품으로 인한 물가 안정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수입 확대가 현지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을 잠식하면, 유럽은 전략산업의 생산기반과 기술 주도권을 함께 잃을 수 있다. 중국의 과잉생산이 세계 경제를 교란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산이 없으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유럽의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