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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몰랐다” 트럼프의 ‘대이란 공습’ 결정 뒤집은 사우디, 중동 새 조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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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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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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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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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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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이스라엘에 사전 통보 없이 이란 대공습 취소
걸프 3국, 호르무즈 봉쇄·산유시설 피격 우려로 확전 자제 요구
빈 살만 왕세자, 14개국 해상 방위연합 주도하며 중동 조정자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이란 대공습을 취소하면서 중동의 전략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의 확전 자제 요구를 수용했는데, 그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산유시설 피격이 초래할 에너지·물류 충격에 대한 우려가 자리한다. 특히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데 이어 미군과의 공동 공습과 14개국 해상 방위연합 창설을 주도하며 외교·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의 대리세력 공세가 역내 불안을 증폭시키자, 걸프 국가들의 공통 이해를 군사·외교 협력으로 결집하며 중동의 핵심 조정자로 입지를 넓히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미국이 공습 취소 안 알려 극심한 혼란"

2일(이하 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보고서야 이란 공습 취소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버려졌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이 회동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란에 대한 공격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공습’을 공개 예고했고, 특히 지난달 말부터 중동 지역 미 대사관들에 철수 권고가 떨어지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란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 계획을 준비했으며, 이 작전에 이스라엘도 포함될 예정이었다는 게 미 당국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개시를 24시간 앞두고 이를 전격 철회했으며, 이스라엘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몇 시간 동안 우리는 실질적인 불확실 상태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안갯속에 방치했고, 고위 장성들은 트럼프의 SNS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취소 발표를 보고 처음에는 이란을 안심시키려는 일종의 기만전술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당국자들이 미국 파트너들과 연락이 닿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군사 압박을 낮출 경우 억지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은 다르다. 이란 공격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미군기지 보복, 걸프 산유시설 피격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경제와 국제유가가 받을 충격이 막대하다.

이란 "호르무즈 타협안 합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공습을 취소한 건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을 위한 타협안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채널 12 방송은 "미국과 카타르가 조율한 이번 타협안은 선박들이 이란이 통제하는 구역을 통해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고, 반대쪽 통항은 오만 측 해역을 통해 빠져나가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오만이 이번 합의안에 동의했으나 이란 강경파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이를 준수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을 요구 중이며, 현재 카타르 측이 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이란 측에서는 이를 전면 부인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이븐 알레자 이란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심리전과 치밀하게 계산된 갈등 조장의 일환"이라며 "이란은 이를 실질적이고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코 허를 찔리거나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며, 그가 걸프 지역 지도자들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걸프 3국의 공동 압박

실제 이번 공습 취소 과정에 걸프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움직인 정황이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보류 직후인 2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카타르·UAE 등 중동 3국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직접 움직인 인물로 가장 먼저 거론된 이는 빈 살만 왕세자였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공격이 시작되면 난민 유입 등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공격보다는 합의를 훨씬 선호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만류에는 사우디의 경제적 계산도 깔려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는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세계 석유류 소비량의 약 20%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사우디산 원유·콘덴세이트는 하루 550만 배럴로 전체 통항 물량의 28%를 차지했다. 사우디는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 연안 얀부항을 잇는 동서 송유관을 가동하고 있지만, 기존 수출 물량을 모두 우회시키기에는 수송 여력이 부족하다. 얀부항에서 출항한 유조선도 후티 반군(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의 활동권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 한다.

다른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물량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내보내며, UAE는 아부다비 유전과 오만만의 푸자이라항을 연결하는 하루 180만 배럴 규모의 송유관을 보유했으나 추가 우회 여력은 제한적이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사우디의 원유, 카타르의 LNG, UAE의 에너지·물류 사업이 동시에 흔들린다는 의미다.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구축한 금융·관광·물류 산업과 도하의 국제선 환승 사업도 역내 안보를 전제로 작동한다. 이처럼 GCC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잇달아 공습 자제를 요청한 배경에는 공통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확전 경계하는 사우디, ‘비전 2030’ 방어 총력

이 같은 경제적 이해는 사우디가 GCC의 공동 대응을 이끄는 토대가 되고 있다. 그간 사우디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뒤 시작된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피해 왔다. 오랫동안 이란과 적대관계였던 사우디로서는 이란의 국력이 약해지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면 사우디 역시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전쟁을 경계해 왔던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바꾸고 사우디를 관광·사업 중심지로 키우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관광과 해외투자 유치에 차질이 생겼다. 정부 재정의 핵심인 원유 수출로도 제한돼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었다. 특히 중동 안보 문제와 이란을 다루는 방식을 놓고 양국의 의견 차이가 커졌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간 이란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관계 개선을 추진해 왔다. 군사적 충돌보다는 외교로 이란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벌어지면서 사우디의 외교적 노력은 무산됐다. 게다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친이란 무장세력이 홍해 수송로까지 위협하면서 중동의 해상안보 공백이 선명해졌다.

빈 살만의 중동 안보 구상

이에 사우디는 원유 수출로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걸프 국가들의 군사·외교 역량을 결집하고, 이를 역내 주도권 확대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변화는 군사행동에서 먼저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달 29일 미군과 함께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습했다. 사우디가 다른 아랍 국가 영토에서 미국과 공동 공습을 벌였다고 공개한 것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처음이다. 사우디 정부는 자국 석유시설을 공격한 세력에 대한 제한적 자위 조치라고 규정하고 확전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사우디를 공격하면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경고도 분명히 했다.

사우디는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튀르키예·이집트·파키스탄 등 13개국과 ‘다국적 해상 방위 연합’ 창설 계획을 발표했다. 창설 회의에는 43개국과 유럽연합(EU) 대표단이 참석했으며, 연합 본부는 사우디에 설치된다. 참여국들은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홍해, 아덴만에서 정보 교환과 작전계획 수립, 합동훈련, 공동 해상작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우디가 회원국을 모으고 지휘체계까지 자국에 두면서 역내 해상안보의 중심축을 맡는 형태다.

연합 창설의 직접적인 이유는 후티 반군의 해상 봉쇄다. 후티는 지난달 20일 사우디 선박의 홍해 통항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한 뒤 사우디 유조선 2척과 지잔·얀부의 에너지 시설을 잇달아 공격했다. 이에 사우디는 후티가 장악한 예멘 호데이다항을 공습하고 다국적 연합 출범을 서둘렀다. 개별 보복에 머물렀던 후티 대응을 집단 해상안보 체제로 전환해 홍해 일대에서 친이란 세력의 활동 반경을 축소하려는 구상이다.

그동안 이란은 후티와 이라크 민병대 등을 활용해 중동 각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들 세력의 공격은 걸프 국가들을 사우디 중심의 공동 대응으로 결집시키는 역효과도 낳고 있다. 실제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는 중재자로, 예멘과 홍해에서는 안보 체제의 설계자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결정을 되돌리고 14개국 해상연합을 출범시킨 일련의 행보는 사우디가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활용해 중동의 핵심 조정자로 부상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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