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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RRF 5년, EU 공동 재정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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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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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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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공동 차입으로 경기 회복·구조개혁 뒷받침 
회원국 집행 격차와 행정 부담은 과제로 부상 
RRF 경험 바탕으로 공동 재정체계 재설계 요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해 5월 기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복·복원력기금(RRF)을 통해 약 4,000억 유로(약 665조원)를 지급했다. 전체 5,770억 유로(약 960조원) 가운데 1,770억 유로(약 294조원)는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 회원국은 오는 8월 31일까지 모든 사업의 개혁 이행 단계와 성과 목표를 완료해야 한다. 집행 시한이 임박했지만, 대규모 재원이 남아 있는 만큼 RRF의 성과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시점이다.

성과 중심 지급방식의 명암

RRF는 EU 집행위원회가 공동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재원으로 회원국에 보조금 3,600억 유로(약 599조원)와 대출 2,170억 유로(약 361조원)를 지원하는 제도다. 회원국은 투자사업과 구조개혁을 담은 국가별 회복·복원력계획(RRP)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했다. 기존 EU 기금이 사업비를 먼저 지출한 뒤 정산하는 방식이었다면 RRF는 사전에 합의한 개혁 이행 단계와 성과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만 자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이 방식은 자금 지원과 구조개혁을 연계하고 사업비 영수증을 일일이 확인하는 행정 절차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지급액이 실제 사업비나 정책 성과와 직접 연동되지 않아 자금 지급만으로 사업의 진행 상황과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지급 실적과 실제 사업 지출에서도 확인된다. 유럽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EU는 전체 보조금의 66%를 회원국에 집행했다. 그러나 회원국이 실제 사업에 사용한 금액은 보조금 총액의 63%인 2,280억 유로(약 379조원)에 머물렀다. 대출 부문의 격차는 더 컸다. 약정된 대출의 72%가 지급됐지만 실제 사업에 투입된 비율은 38%에 그쳤다.

주: RRF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경제성장 효과도 크게 나타났다.

경기 회복 성과와 집행의 온도차

지급과 실제 지출 사이에 차이가 있었지만 RRF는 경기 회복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경기 둔화와 에너지 가격 급등, 고금리 충격으로 각국의 재정 여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보조금은 공공투자를 유지하는 기반이 됐다. 장기 만기 대출은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EU 집행위원회는 넥스트제너레이션EU(NextGenerationEU)가 없었다면 올해 EU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4% 낮았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 제도가 EU의 GDP를 0.4~0.9%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 효과가 회원국 전반의 원활한 사업 집행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말 기준 8개 회원국은 배정된 보조금의 75% 이상을 실제 사업에 투입한 반면 7개 회원국은 집행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백 개 사업의 입찰과 인허가, 설계를 동시에 추진해야 했다. 조달 지연과 물가 상승, 공급망 차질까지 겹치면서 사업 일정도 잇따라 늦춰졌다. 건설경기 호황으로 입찰 가격이 급등하거나 사업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여기에 REPowerEU(에너지 자립 및 전환 계획)가 추가되면서 국가별 계획을 수정하는 행정 작업까지 늘었다. 에너지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계획 변경이 불가피했지만, 복잡한 절차와 제한된 행정 인력이 맞물리면서 상당수 사업이 마감 시한 직전까지 밀렸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경제 효과가 큰 대형 인프라 사업보다 규모가 작고 단기간에 성과를 입증하기 쉬운 사업이 먼저 추진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사업 지연은 성과 관리체계의 한계와도 맞물렸다. 일부 회원국은 500개가 넘는 개혁 이행 단계와 성과 목표를 설정해 행정력이 실제 사업 추진보다 증빙자료 작성과 절차 확인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EU 감사기관 역시 상당수 지표가 법률 제정과 시설 설치, 장비 납품 등 산출물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주: 국가별 계획이 복잡할수록 보조금 집행은 대체로 더뎠다.

공동 재정의 가능성과 안전자산 기반 마련

이 같은 집행상의 제약에도 RRF는 EU 공동 재정의 위기 대응 역량을 확인시켰다. 기금은 인구와 소득 수준, 과거 실업률, 경제적 피해 규모 등을 반영해 배분됐다. 상대적으로 충격이 컸던 국가에 지원을 집중하면서 북유럽과 남유럽 간 경기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완화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의 경기 침체를 억제한 것은 해당 국가만의 성과에 그치지 않았다. 역내 소비와 투자를 떠받치면서 단일시장 전체의 수요를 유지하고 금융 불안의 회원국 간 확산을 차단하는 데에도 힘을 보탰다.

RRF는 공동 차입을 활용한 한시적 재정역량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7개 회원국 모두가 REPowerEU를 국가별 계획에 반영하면서 RRF의 역할은 경기 회복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산업정책 분야로 넓어졌다. 위기의 성격이 달라지자 기존 재정 수단을 새로운 공동 과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공동 차입 확대는 EU 채권시장의 위상도 끌어올렸다. EU 발행 채권은 독일 국채에 이어 역내 두 번째 규모의 AAA 등급 채권시장으로 성장했고 정기적인 발행 체계와 폭넓은 투자자 기반도 구축했다. 그러나 회원국의 공동 과세권이 아니라 EU 예산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여서 완전한 공동 안전자산으로 정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 공동 차입과 자금 운용 경험을 축적했다는 점은 향후 공동 재정 확대를 위한 중요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RRF가 남긴 공동 재정의 과제

RRF의 성패는 공동 차입으로 마련한 재정역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실질적인 정책 성과로 연결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공동 재정은 지원 대상과 성과 기준, 집행 구조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공동 차입의 활용 범위는 전력망과 국방, 기후 대응, 핵심 기술처럼 국경을 넘어 편익이 발생하는 유럽 공공재와 대규모 공동 충격 대응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재정지출까지 공동 재정이 상시 지원하면 회원국의 자체적인 재정 책임과 규율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공동 재원은 회원국 단위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뒷받침하는 장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

성과 관리 방식도 실제 정책 효과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도하게 세분화된 지표를 줄이고 핵심 제도 개혁과 사업 진행 상황을 중심으로 개혁 이행 단계와 성과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법률 제정이나 장비 납품 여부만 확인하기보다 실제 이용률과 서비스 수준, 추가 공급 능력, 생산성 개선 등 사업이 만들어낸 변화를 평가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 회원국의 행정 역량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EU 집행위원회는 사업 승인 이전에 각국의 행정 수행 능력과 인력, 조달 여건을 점검하고 인허가와 입찰 과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RRF의 가장 큰 의미는 단일시장을 위협하는 공동의 위기에 공동 차입과 구조개혁을 결합한 재정 모델이 실효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공동 재정은 RRF를 단순히 답습하는 수준을 넘어 EU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자금 집행 이후에도 성과가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Fiscal Turn] Reviewing the RRF - Recovery Performan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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