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현대 외환보유의 핵심은 달러 확보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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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경쟁력은 금 보유 아닌 달러 조달 능력 스와프라인 등 공식 달러 지원체계 확대 필요 스테이블코인 확산 맞춰 외환보유 정책도 재설계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세계 외환스와프와 선도환, 통화스와프 시장 규모는 약 111조 달러(약 16경2,540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90%가 달러 차입과 연계돼 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이어지고 탈달러화 논의도 확산하고 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조달과 결제는 여전히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금과 달러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금은 장기적인 가치 저장과 위험 분산에는 효과적이지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필요한 달러 유동성을 즉시 공급하지는 못한다. 반면 달러 스와프라인은 중앙은행에 긴급 달러를 공급해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자금 경색을 막는다. 결국 현대 외환보유의 핵심은 위기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다.
위기 때 빛나는 달러 유동성
금본위제 개념은 여전히 외환보유 논의에 영향을 미치지만 오늘날 국제통화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금은 여러 외환보유 자산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글로벌 무역 결제와 은행 간 거래는 여전히 달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달러는 전 세계 공식 외환보유액의 58%를 차지했고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서도 세계 외환거래의 88% 이상이 달러를 포함했다. 정책적으로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 자산의 통화 구성이 대외부채 구조와 부합하는지다. 은행과 기업, 정부가 달러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외환보유 자산도 위기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금은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할 수 있지만 현금화 과정에서 시간과 가격 변동, 법적 위험이 뒤따른다. 반면 달러 예금이나 사전에 확보한 공식 달러 유동성 지원은 필요할 때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실제 금융시장에서도 확인된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108건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가 10bp 오르면 해외 통화는 평균 20분 안에 약 0.4% 절하됐다. 달러 외환보유액이 많은 국가는 환율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금 보유도 일부 완충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환율 안정 효과는 달러 유동성보다 제한적이었다. 공식 달러 유동성 지원 여부는 더욱 큰 차이를 만들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또는 환매조건부채권(Repo) 지원 협정을 맺은 국가는 외환보유 규모와 관계없이 단기 환율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이러한 지원체계가 없는 국가는 달러와 금 보유 규모가 환율 방어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금값 상승에도 유동성 한계는 여전
금 가격 상승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평가액을 늘리는 요인이다. 금 가격은 2024년 25.5%, 2025년에는 약 67% 오르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 평가액도 크게 불어났다. 그러나 이는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일 뿐 실제 위기 대응 능력이 강화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금 가격은 올해 초 온스당 5,500달러(약 800만원)를 웃돌다가 6월 말에는 4,000달러(약 580만원) 수준까지 내려 고점 대비 약 27% 하락했다.
이와 같이 자산 평가액은 크게 늘어날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필요한 순간 원하는 가격에 신속히 현금화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금은 이자를 창출하지 않고 보관과 운송에도 비용이 든다. 담보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절차와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즉각적인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제재 위험에 대비하거나 장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뱅크런과 같은 금융위기에서는 달러 현금을 대신하기 어렵다.
선진국에 집중된 달러 지원체계
위기 상황에서는 달러를 얼마나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는지가 시장 안정을 좌우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장치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달러 스와프라인이다. 연준은 외국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국 통화를 담보로 받고 달러를 공급한 뒤 만기에 같은 환율로 상환받는다. 외국 중앙은행은 확보한 달러를 자국 금융기관에 공급함으로써 달러 자금 경색과 신용 불안을 덜어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의 스와프 잔액은 최대 5,850억 달러(약 856조원)까지 늘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4,500억 달러(약 659조원)에 이르렀다. 두 차례 위기에서 달러 스와프라인은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고 자산의 투매를 막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상설 스와프라인은 캐나다와 영국, 일본,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에만 제공된다.
반면 대부분의 신흥국과 중소득국은 이 같은 상설 지원체계에서 제외돼 있다. 미국은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외국통화당국(FIMA) Repo 제도도 운영한다. 그러나 일정 규모 이상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국가만 이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며 시장 안정 효과도 상설 스와프라인에는 미치지 못한다.

예외적 지원의 한계
지난해 아르헨티나 사례는 신뢰할 수 있는 달러 지원이 금융시장 안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당시 페소화 가치 하락과 외환보유액 감소가 심화되자 미국 재무부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페소화를 직접 매입에 나섰다. 이후 시장 불안은 빠르게 진정됐고 아르헨티나는 인출한 25억 달러(약 3조원)를 올해 1월까지 모두 상환했다.
그러나 이번 지원은 연준의 상설 스와프라인이 아니라 미 재무부 환율안정기금(ESF)을 활용한 일회성 조치였다.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 불안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는 거뒀지만, 구조적인 재정·경상수지 적자와 고평가된 환율 체제까지 해소하지는 못했다. 이 사례는 예외적인 지원만으로는 지속적인 금융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특정 국가에만 지원이 이뤄지면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기 대응은 정치적 재량보다 사전에 마련한 기준과 절차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설 스와프라인 밖에 있는 국가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달러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 달러 유동성 전략
최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민간 부문의 달러화를 빠르게 앞당기는 추세다. IMF에 따르면 2024년 국제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2조 달러(약 2,930조원)에 달했다.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저축과 무역 결제 수단으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민간 디지털 달러가 빠르게 확산하는 만큼 앞으로 달러 유동성 지원체계도 이에 맞춰 개편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달러 유동성 지원체계도 국가별 위험 수준에 맞춰 재설계할 시점이다. 주요 기축통화국에는 현재의 상설 스와프라인을 유지하되, 달러 부채 비중이 높고 금융감독 체계가 우수한 신흥국에는 사전 자격심사를 거친 갱신형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소규모 국가는 담보부 Repo 지원과 지역 공동기금을 활용해 달러 조달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외환보유 정보의 투명성과 은행 유동성 규제, 대외부채 구조 등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해야 한다.
앞으로 외환보유 정책의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위기 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핵심이다. 국가의 외환 경쟁력 역시 필요한 달러를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디지털 금융 확산에 맞춰 외환보유 체계를 재정비하고 국제적인 달러 유동성 지원체계를 확대할 때 외환보유의 위기 대응 역할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old Cannot Stop a Dollar Run: Why Dollar Swap Lines Are the Real Reserve Standard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