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자원 개발의 역설, 중재 실패가 부른 장기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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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부보다 제도 부재가 분쟁 촉발 보상 지연·환경 복원 지연이 주민 갈등 증폭 개발 초기 중재 체계 구축은 갈등 예방의 핵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니제르델타에서는 석유 오염의 영향으로 매년 신생아 약 1만6,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은 70여 년 동안 석유를 생산해 왔지만 주민의 기대수명은 약 41세로 전국 평균보다 20년가량 짧다. 이는 국가가 오랜 기간 자원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하고 지역사회의 갈등을 조정할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결과다. 갈등을 조기에 중재하고 지역사회에 투자하며 개발 이익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제도가 갖춰질 경우 자원은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장치가 미흡하면 자원 부는 불안정과 폭력의 원인으로 바뀐다.
중재 실패가 키운 자원 갈등
자원 호황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분쟁으로 확산할지는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갈등을 조정하고 자원 수익을 투명하게 배분하며 지역사회와 개발 성과를 공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토지권 보호가 미흡하고 수익 배분이 불투명한 데다 지방 행정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자원 개발은 지역사회의 반발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강경한 치안 대응이 더해질 경우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석유와 천연가스, 광업 등 자원의 종류와 정치 체제는 서로 다르지만 갈등이 전개되는 과정은 비슷하다. 자원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지역 주민은 개발 이익에서 소외되고 환경 부담은 가중된다. 주민들의 문제 제기는 수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채 누적되고 치안 부대는 주민보다 생산시설과 기반시설 보호에 집중한다. 그 결과, 불만은 장기 분쟁으로 이어지고 뒤늦은 보상만으로는 갈등을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다.

나이지리아 니제르델타: 반복된 보상 지연과 환경 오염
나이지리아 니제르델타는 자원 개발이 장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 규제당국에 따르면 2024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는 732건으로 전년보다 28% 늘었다. 대부분은 송유관 파손과 원유 절도 과정에서 발생했다. 위성 기반 추적 시스템에서도 같은 해 유출 사고 589건과 원유 누출량 약 1만9,000배럴이 확인됐다. 레이더 영상을 활용한 독립 연구에서는 2016년 이후 니제르델타의 맹그로브 숲이 매년 5,600헥타르 이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피해가 누적되는 동안 정부의 대응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부는 2012년 오고니랜드 오염 복원을 위해 전담 기구를 설립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정화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고 보상 문제도 장기간 해결되지 않았다. 가스 플레어링 역시 계속되면서 지역사회의 불만이 커졌다.
갈등은 다시 환경 피해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민들의 불만은 송유관 파손과 불법 정제, 무장세력 활동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원유 유출과 환경 오염이 반복됐다. 오염이 갈등을 키우고 갈등이 다시 오염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니제르델타 주정부가 의뢰한 2023년 연구는 이러한 누적 피해를 공중보건 차원의 환경 재난으로 평가했다. 40년 넘게 반복된 갈등의 배경에는 자원 개발보다 환경 복원과 보상, 갈등 조정을 제때 추진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모잠비크 카보델가두: 자원 개발과 방치된 지역사회
모잠비크 북부 카보델가두주는 2010년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지가 발견된 이후 대륙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가 추진된 지역이다. 그러나 2017년 반군 활동이 시작된 뒤 독립 분쟁 추적 기관 집계 기준 6,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최근 연간 집계에서도 364명이 목숨을 잃었다. 분쟁으로 한때 1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삶의 터전을 떠났으며 최근에도 단일 사건으로 수만 명이 다시 피란길에 올랐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은 구호 자금이 필요한 규모의 20%에도 미치지 못해 많은 이재민이 주거와 식수, 의료 지원조차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자원 개발이 추진됐지만 지역사회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는 외국군을 투입하고 중단됐던 가스 개발 사업을 재개했지만 반군 세력 확산의 배경으로 지목된 토지 수용과 보상 지연, 자원 개발에 따른 부의 집중과 지역 빈곤 문제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24년에는 약속된 보상이 1년 넘게 지급되지 않자 주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후 가스 시설을 경비하던 치안 부대의 민간인 인권 침해 의혹이 제기되면서 모잠비크에서는 형사 수사가, 해외에서는 공식 진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기반시설 보호를 우선하고 주민들의 불만을 뒤로 미루는 대응이 갈등을 더욱 확산시킨 셈이다.
페루 광업 회랑: 반복되는 지역 갈등
페루 남부 광업 회랑인 쿠스코·아푸리막·푸노는 대규모 무장 충돌은 없지만 지역 갈등이 장기간 반복되는 사례다. 페루 인권옴부즈만에 따르면 광업 관련 분쟁은 전국 사회·환경 갈등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광업은 페루의 핵심 수출 산업이자 주요 세수 기반이지만 사회 갈등의 절반 이상은 3년 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갈등이 반복되는 원인도 앞선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 환경 훼손으로 지역사회의 불신이 누적됐고 이전 개발 단계에서 약속한 보상과 지원은 약속에 그쳤다. 정부는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중재자를 파견하고 대화 절차를 마련했지만 후속 조치와 지역사회 이익 공유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갈등은 해소되지 못했다. 실제로 전체 분쟁 건수도 수년째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재 절차만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고 합의 이행과 지역사회 이익 공유가 함께 뒷받침돼야 함을 시사한다.

제도가 갈등의 향방을 결정
세 사례는 자원의 종류나 지역이 달라도 갈등을 키운 원인은 비슷했음을 보여준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환경 오염 자료가, 모잠비크에서는 토지 분쟁이, 페루에서는 사회 갈등 지표가 모두 위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어느 정부도 이를 주민 불만을 조정하는 실질적인 제도로 정착시키지 않았다. 환경 복원과 보상, 지역 개발보다 치안 대응을 앞세운 결과 국가는 주민보다 자원 개발과 기반시설 보호를 우선한다는 인식만 확산했다.
자원 개발이 갈등으로 이어질지는 이를 관리하는 제도에 달려 있다. 보상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환경 복원이 제때 추진되며 지역사회가 상시적으로 의견을 제기하고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경우 자원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된다. 반면 이러한 장치가 미흡하면 자원 자원 호황은 갈등과 불안을 심화시킨다. 따라서 새로운 자원 개발을 추진하는 국가라면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대응에 나설 것이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중재 체계와 지역사회 이익 공유 제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갈등이 확산된 뒤 투입되는 치안과 보상보다 초기의 제도적 중재가 훨씬 낮은 비용으로 지속 가능한 자원 개발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Oil to Conflict] When Governments Fail to Mediate Resource Wealth: Three Warnings from the Front Lin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