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딥폴리시
  • [딥폴리시] 공직 보호제도, 경제 안정의 숨은 버팀목

[딥폴리시] 공직 보호제도, 경제 안정의 숨은 버팀목

Picture

Member for

1 year 9 month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공직 독립성은 포퓰리즘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 
정치적 인사는 행정 효율과 공공 신뢰를 훼손 
능력주의 기반 공직체계가 정책 안정성 뒷받침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거철이면 관료조직은 정치권의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다. 선출되지 않은 공무원들이 정책 추진을 가로막는 '딥스테이트(비밀 권력집단)'라는 주장도 반복된다. 이러한 메시지는 유권자의 공감을 얻으며 정치적 지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간 축적된 연구는 이러한 인식과 배치되는 결과를 제시했다. 정치적 영향에서 독립된 공직사회는 정권 교체에도 행정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정책의 급격한 변동을 줄이며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충격을 막은 공직 독립성

최근 미국 주정부를 장기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공직 보호제도가 없는 주에서는 포퓰리스트 성향의 주지사가 집권한 뒤 주 소득이 평균 3.8% 감소했다. 반면 공직 보호제도가 마련된 주에서는 같은 조건에서도 소득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가 단위 분석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포퓰리스트가 약 15년간 집권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인당 소득이 약 10%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연구 결과는 경제적 성과를 좌우한 요인이 공직사회의 독립성에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난 공직사회가 유지된 곳에서는 정권 교체에 따른 행정 혼란이 제한됐고 경제적 충격도 크지 않았다. 반면 공직사회가 정치적 충성 중심으로 재편될수록 행정의 안정성은 약해지고 경제적 피해도 커졌다.

이 같은 차이는 행정 성과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연방정부 프로그램을 분석한 연구는 정부의 표준 평가체계를 활용해 정치적 임명직 관리자와 직업 공무원 출신 관리자의 성과를 비교했다. 예산 규모와 사업 유형을 반영한 뒤에도 정치권이 임명한 관리자가 운영한 프로그램은 100점 만점 기준 평균 5~6점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내부 승진을 통해 전문성을 축적한 관리자가 맡은 프로그램은 평균 4~5점 높은 평가를 받았고, 임기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관리자가 운영한 프로그램은 11~12점 높은 성과를 보였다. 행정 성과를 좌우한 것은 학력이나 민간 경력보다 축적된 행정 경험과 조직에 대한 이해였다. 이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공직체계가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주: 공직 보호제도는 포퓰리즘에 따른 소득 감소를 완화했다.

공직 독립성이 필요한 이유

공직사회의 독립성이 무너질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인사 원칙이다. 브라질 지방정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세력의 지지자는 패배한 정치세력의 지지자보다 공공부문에 채용될 가능성이 10.5%포인트 높았다. 이러한 정치적 채용은 고위직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학교와 보건소, 허가 관청 등 시민과 직접 접하는 일선 행정직과 감독직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채용 방식이 바뀌면서 공직사회의 전문성도 함께 흔들렸다. 정치적 연줄을 통해 임용된 공무원은 공개 채용으로 선발된 공무원보다 전반적인 자격 수준이 낮았다. 전문성보다 정치적 충성이 인사의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역량은 채용 과정에서 뒷순위로 밀렸고, 그 결과 공공서비스의 질도 떨어졌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관찰됐다. 200여 개 지역에서 체결된 100만 건 이상의 공공계약을 분석한 결과, 능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공직 인사를 운영하는 지역일수록 부패 위험이 낮았다. 계약 담당 공무원의 인사와 승진이 정치권에 좌우될수록 청탁과 부패에 취약해지는 반면,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조직에서는 정치적 압력과 거리를 두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공직 인사의 독립성이 부패를 억제하고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이다.

주: 조세회피처 공급업체일수록 공공조달 부패 위험이 높았다.

공직 독립성이 남긴 정책적 과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규모 인사가 반복되고 정치적 충성을 앞세운 인사가 확대되면, 정책의 연속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능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인사를 운영할 경우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행정 성과도 높아진다. 공직 보호제도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직사회의 독립성은 선출된 권력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정책이 법적·기술적 검토를 거쳐 일관된 기준에 따라 집행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에 가깝다.

이는 경제 주체의 예측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기업과 투자자, 가계는 정책의 내용만큼 정책이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되는지도 중요하게 평가한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이 크게 흔들릴수록 경제활동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가 행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미국과 브라질, 유럽의 연구는 같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충성이 인사 기준이 될수록 행정 성과는 낮아지고 부패 위험은 커졌다. 반면 전문성과 경험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직체계는 정책의 연속성과 행정의 신뢰를 높였다. 따라서 공직 개혁의 초점은 능력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에 맞춰야 한다. 정치적 충성보다 전문성과 역량이 인사와 승진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때 행정의 효율성과 경제의 안정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ivil Service Independence: The Overlooked Shield Against Populist Economic Damag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9 month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