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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분쟁은 국가가 아니라 자원 매장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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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 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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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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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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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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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 유전 주변 분쟁 위험 확대 
자원 통제 경쟁·수익 배분 갈등 동시 심화 
지역별 분쟁 감시로 정책 대응 전환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배럴당 68달러(약 9만8,212원)였던 국제유가는 4월 104달러(약 15만209원)까지 치솟으며 8주 만에 5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뿐 아니라 자원 매장지를 둘러싼 분쟁 위험도 함께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부터 2021년까지 131개 저·중소득국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유가가 55% 상승하면 유전이 있는 지역의 월간 분쟁 발생 확률은 약 7.7% 높아진다.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분쟁 위험은 최대 46%까지 확대된다. 반면 국가 단위 분쟁 통계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유가 충격이 국가 전체보다 자원 매장지를 중심으로 권력 구도와 분쟁 양상을 바꾼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유가 급등이 바꾸는 지역 권력 구도

그동안 유가 충격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변수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유가 상승이 특정 지역의 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유가가 오르면 국가 전체의 소득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원 매장지를 둘러싼 권력의 가치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자원을 통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정치적 보상이 커진다. 이에 따라 지역 군벌과 민병대, 국가 안보기관,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주체가 자원 매장지를 둘러싸고 경쟁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총생산(GDP)이나 경제성장률 같은 거시지표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유전과 송유관, 정유시설 등 자원이 집중된 지역에서 권력 경쟁과 무력 충돌로 나타난다.

유가 상승이 갈등을 키우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자원 매장지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해당 지역을 장악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무력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반면 지역 주민들이 늘어난 석유 수익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인식하면, 송유관과 정유시설 등 핵심 인프라가 시위와 사보타주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전자는 자원 통제권을 둘러싼 경쟁이고 후자는 수익 배분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이 두 현상을 모두 '석유와 분쟁'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 자원 매장지는 분쟁을 장기화하며, 탄화수소는 지속기간을 약 두 배, 보석 자원은 네 배 이상 늘린다.

국가 평균이 놓친 분쟁의 이동

같은 국가 안에서도 자원 매장 여부에 따라 분쟁 양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상 국가를 약 55㎞×55㎞ 단위로 구분한 뒤 월별 분쟁 자료와 유전, 채굴시설, 정유시설, 송유관 위치 정보를 결합해 비교했다. 동일 국가의 같은 시점을 분석해 국내 정치 상황이나 세계 경기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최대한 줄였다. 그 결과 유가가 최저 수준이던 시기와 최고 수준이던 시기를 비교하면 유전이 있는 지역의 분쟁 발생 확률은 약 46% 높아졌다. 반면 인접한 비산유 지역에서는 분쟁 위험이 오히려 낮아졌다.

이 같은 결과는 국가 단위 연구들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이유도 설명한다. 자원 매장지에서는 분쟁이 늘어난 반면, 주변 지역에서는 감소하면서 국가 전체 평균에서는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품 가격과 분쟁의 관계를 다룬 350여 편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국가 단위에서는 일관된 평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석유만의 특징이 아니었다. 2000년대 아프리카 광물 가격 급등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분쟁은 광산 주변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광물 가격이 한 차례 크게 오르면 지역 분쟁 위험은 약 20% 높아지며, 2000년대 광물 호황기 아프리카 분쟁의 최대 25%를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원의 특성이 갈등의 강도를 좌우

모든 자원이 같은 수준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고 이동이 어려우며 약탈이나 과세가 쉬운 자원일수록 이를 둘러싼 권력 경쟁도 격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자원 매장지가 정치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위치할 경우 갈등 위험은 한층 커진다. 다이아몬드와 목재, 코발트, 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농산물은 다른 양상을 띤다. 커피와 코코아 등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일반 농민의 소득도 함께 증가해 무장세력에 가담할 유인이 줄어든다. 실제 관련 연구에서도 농산물 가격 상승은 분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석유와 광물, 목재 가격 상승이 갈등을 키우는 양상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영향은 국경 밖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 국경 인근에 고부가가치 자원이 매장돼 있고 자원 보유국의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면 인접국과의 분쟁 가능성도 높아진다. 수도의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미치기 어려운 국경 지역은 국내 갈등과 국가 간 긴장이 맞물리는 공간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주목해야 할 위험 신호

유가 충격이 권력 구조를 흔드는 요인이라면 정부의 위험 감시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유전과 정유시설, 송유관, 미개발 유전 등 자원 관련 시설을 구분해 점검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국제유가의 움직임은 자원 매장지의 위치 정보와 함께 분석해야 지역별 위험을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소외된 자원 개발 지역과 지역사회의 동향은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대상이다.

자원의 소유 구조 역시 중요한 변수다. 국영기업이 자원을 개발하는 경우에는 민간기업이나 외국 기업이 운영할 때보다 자원 수익을 둘러싼 국내 권력 경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갈등의 유형을 구분해 대응하는 일도 중요하다. 무장 충돌과 시위, 사보타주, 민간인 대상 폭력은 발생 원인과 대응 방식이 서로 다르다. 인프라 보호를 위해 보안 병력을 증강하는 조치도 지역 주민들에게 외부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비칠 경우 새로운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유가의 급등락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의 위험 감시체계가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느냐다. 국가 단위 위험지수만으로는 유가 급등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유전 주변에서 재편되는 권력 구도와 무장세력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어렵다. 다음 유가 급등에 대비하려면 자원 매장지와 인프라 유형, 소유 구조, 지역사회의 정치·사회적 여건을 함께 살피는 지역 단위 감시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유가가 다시 급등할 때 지역 권력 구도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읽어내는 것이 앞으로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Oil to Conflict] Oil Price Shocks Are Power Shocks: Why Governments Must Redraw Their Conflict Map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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