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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트 피알라 체코 총리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공급 업체와 협상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해 이의 제기 이어가는 美 웨스팅포인트
잡음 속 韓에 특사 파견하는 체코 정부, 최종 계약 원활할까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수주전에서 패배한 업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불구, 한수원 및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유지하는 양상이다.
체코 정부, 한수원에 대한 신뢰 표명
1일(현지시간) 체코 정부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총리는 지난달 26일 재외 공관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체코전력공사가 두코바니 원전 완공을 위해 선정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공급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알라 총리가 언급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공급 업체'는 한수원을 가리킨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17일 24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한 바 있다.
당시 체코 정부는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며 우선협상자 선정 배경을 밝혔다. 한수원은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수주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과 공사 기한 준수를 강점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피알라 총리는 “기존 두코바니 원전에 2기를 짓기로 결정했으며 테멜린 원전에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한수원과 논의할 것”이라며 “1기당 가격은 2,000억 코루나(약 11조9,000억원)이며, 체코 기업들이 건설 사업의 60%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코는 2022년 기준 전력 생산의 48%를 차지하는 석탄 발전을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체코 정부는 이번 수주를 통해 신설하는 원전을 2036년부터 차례로 가동해 37% 수준(2022년 기준)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앞으로 원전 비중이 약 5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팅포인트·EDF의 항의
변수는 수주전에서 탈락한 일부 업체들이 한수원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문제가 있다며 항의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미국의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밝혔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형 신형 원자로인 APR1000과 APR1400의 설계가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원천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수원이 해당 원자로를 활용한 원전을 체코에 건설할 경우 불법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입찰 참가자는 CEZ와 현지 공급 업체에 제공하는 원전 기술을 체코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며 “그러나 한수원은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웨스팅하우스 허락 없이 이를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란히 수주 경쟁을 벌인 프랑스 전력공사도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체코전력공사는 "규정에 따라 (입찰에서 탈락한 참가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과 프랑스의 불만을 일축한 상태다.
특사 파견으로 양국 관계 '청신호'
주목할 만한 부분은 체코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연이은 항의에도 불구,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우호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의 특사는 이달 3∼6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체코 측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찾아 양국 간 산학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KIAT는 산업기술 전문 인력 양성, 연구 기반 조성,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 등을 맡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특히 체코 측은 이번 방한 기간 한국이 원전 수주 과정에서 제안한 ‘포괄적 산업 협력’에 관한 논의를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이었던 7월 23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체코에 급파해 ‘원전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 산업 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담은 친서를 피알로 총리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에 곳곳에서는 체코 정부 측의 특사 파견을 통해 원전 수주 최종 계약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