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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AI 수요에 7,500억 달러 베팅한 앤트로픽, 실패 땐 금융시장도 충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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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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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성장 기대에 대규모 연산 자원 선점
사용량 줄어도 대금 내는 장기 계약 확대
성장 둔화 땐 구매 부담 가중·투자금 회수 차질

앤트로픽이 막대한 연산 자원을 미리 확보하며 인공지능(AI) 시장의 장기 성장에 거액을 걸었다. 매출 급증을 발판으로 장기 구매 약정을 쌓았지만, 상당수 계약은 사용량이 줄어도 대금을 지급해야 해 성장세가 꺾일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공급업체가 고객사에 구매 자금까지 빌려주면서 투자 실패의 충격이 거래 기업과 채권자에게 번질 위험도 얽혀 있다. 장비 노후화로 투자금 회수에 쓸 시간이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 딥시크의 저비용 공세까지 거세져, 막대한 지출을 떠받칠 수익 확보에도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매출 15배 뛰어도 버거운 장기 구매 부담

2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향후 수년간 최대 7,500억 달러(약 1,005조5,250억원) 규모의 AI 연산 자원을 확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WSJ가 확인한 앤트로픽의 비공개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 초안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과 반도체 임차 등을 통해 대규모 연산 역량을 확보하는 계획이 담겼다. 이미 체결한 계약에 따른 인프라 조달 의무만 6,000억 달러(약 804조4,200억원)를 웃돈다. 현재 협의 중인 거래까지 성사되면 여기에 1,500억 달러(약 201조1,050억원)가 추가될 수 있다. 앞으로 수년간 고객들이 사용할 연산 자원을 미리 확보하면서 막대한 지급 의무까지 떠안는 구상이다. 투자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미래 수요를 내다본 판단에 회사의 재무 여력이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 수요에 건 투자 규모는 최근 급증한 매출을 감안해도 상당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3억 달러(약 21조8,5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 달러(약 1조4,750억원)의 15배에 달했다.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공개한 3분기 매출도 168억 달러(약 22조5,240억원)로, 전 분기보다 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매출 46억 달러(약 6조1,670억원)의 약 3.7배를 석 달 만에 거둔 셈이다. 이처럼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앤트로픽은 앞으로 7~10년에 걸쳐 이행해야 할 대규모 구매 약정을 체결했다. 현재의 성장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미래 지출을 먼저 확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약정은 수요가 예상에 못 미쳐도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앤트로픽의 증권신고서 초안에는 6개 협력사와 향후 10년간 최소 5,180억 달러(약 694조4,830억원)를 지출하는 계획이 담겼으며, 약 80%는 취소할 수 없거나 사용량과 관계없이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계약이었다. 주요 업체별 최소 지출액은 구글 1,111억 달러(약 148조9,520억원), 아마존 1,100억 달러(약 147조4,770억원), 마이크로소프트 314억 달러(약 42조980억원)에 이른다. 이 중 구글·아마존과는 실제 이용액이 약정액에 못 미치면 차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브로드컴 관련 장비 임차 의무도 1,612억 달러(약 216조1,210억원)에 달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계약상 예외 사유가 없으면 취소할 수 없도록 정했다. 확보한 설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약속한 대금 상당 부분을 내야 하는 구조여서, 수요 예측이 빗나갈 경우 그 부담은 앤트로픽에 남게 된다.

표1. 앤트로픽 AI 연산 자원 확보 계획 및 구매 약정

구분주요 항목규모·내용
연산 자원 확보전체 추진 규모향후 수년간 최대 7,500억 달러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반도체 임차 등
기체결 계약인프라 조달 의무 6,000억 달러 초과
협의 중 거래성사 시 최대 1,500억 달러 추가
매출지난해 연간46억 달러
올해 상반기163억 달러
전년 동기 11억 달러 대비 약 15배
올해 3분기168억 달러, 전 분기 대비 45% 증가
지난해 연간 매출 대비 약 3.7배
구매 약정6개 협력사 최소 지출향후 10년간 최소 5,180억 달러
지급 의무 조건약 80%, 취소 불가 또는 사용량 무관 대금 지급
주요 업체별 약정구글최소 지출 1,111억 달러
실제 이용액 미달 시 차액 지급
아마존최소 지출 1,100억 달러
실제 이용액 미달 시 차액 지급
마이크로소프트최소 지출 314억 달러
브로드컴 관련 장비임차 의무 1,612억 달러
채무불이행 등 계약상 예외 사유 외 취소 불가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앤트로픽 비공개 IPO 증권신고서 초안 등

연산 자원 확보 비용으로 상반기 매출 절반 지출

장기 지급 의무가 쌓이는 동안 당장 집행하는 인프라 비용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산·인프라 지출은 90억 달러(약 12조66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네 배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지출액 73억 달러(약 9조7,870억원)를 반년 만에 웃돈 데다, 같은 기간 매출 163억 달러(약 21조8,530억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 달러(약 108조1,940억원)로 집계됐지만, 이 가운데 720억 달러(약 96조5,300억원)는 전환사채 등 금융상품의 가치 변동을 반영한 비현금성 회계 비용이었다.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 비용이 장부상 손실을 크게 키운 것이다. 현금 유출이 없는 평가 비용과 별개로,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실제 지출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프라 지출이 급증하자 앤트로픽은 연산 자원 공급업체로부터 거액을 빌리는 약정도 맺었다. 이달 초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의 인프라 지출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420억 달러(약 56조3,090억원)를 대출하기로 합의했다. 브로드컴이 별도 금융 파트너를 지정할 수 있으며, 자금 조달에 활용되는 채무증권은 향후 앤트로픽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약정 한도를 모두 활용하면 5년간 텐서처리장치(TPU) 연산 용량 임차에 약속한 1,252억 달러(약 167조8,560억원)의 3분의 1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 반도체 공급과 장비 임차, 자금 조달이 브로드컴과의 거래 안에 함께 묶여 있는 셈이다. 증권신고서에는 특정 대금 지급이나 계약 이행 의무를 어길 경우 임차료 상당액을 즉시 지급해야 하고, 해당 대출 약정으로 이를 충당하는 데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연쇄 손실 경고에도 美 재무는 낙관론

앤트로픽의 자금난이 공급업체와 채권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거래 구조는 AI 투자 전반의 위험을 둘러싼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분석한 2023년 이후 AI 관련 주요 거래 14건에는 지분 투자 3,000억 달러(약 402조2,100억원)와 부채 6,500억 달러(약 871조4,550억원)가 얽혀 있었다. 자금을 받은 기업들이 약속한 향후 서비스·반도체 구매액은 1조4,000억 달러(약 1,876조9,800억원)에 달했다. 투자자가 자금을 공급한 기업을 고객으로도 두고 있어, 고객사의 경영이 악화하면 투자금 회수와 매출 확보에 동시에 차질이 생기는 구조다. IMF는 핵심 투자 대상 기업이 흔들릴 경우 보유 지분과 대출채권의 가치가 떨어지는 동시에 해당 기업에서 거둘 예정이던 매출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트로픽이 약속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연산 자원을 공급한 기업과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함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AI 투자 부실의 연쇄 파장을 경고한 IMF에 이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입을 열었지만, 금융시스템의 위험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베선트 장관은 21일 뉴욕에서 열린 비공개 투자자 행사에서 AI 투자 열풍과 관련해 “시스템적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2000년 3월 닷컴 거품 정점 직전 상장한 펫츠닷컴을 언급하며 "이것은 펫츠닷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I 붐은 실체 없는 기업에 돈이 몰렸던 닷컴 버블과 다르다는 취지다. 판단의 근거로는 대형 기술기업을 이끄는 경영진의 투자 역량과 사업 실적을 들었다. 세계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일군 경영자들이 재산 대부분을 자사에 투자한 채 AI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장비 수명 반토막 나면 연 매출 6조 달러 필요

그러나 베선트 장관이 강조한 기술기업의 성공 경험이 AI 투자에서도 재현되려면, 이미 확정한 설비 지출을 감당할 만큼 수익이 늘어야 한다. 지난달 브루킹스연구소 학술회의에 제출된 컬럼비아대 연구는 2025~2032년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액을 10조3,000억 달러(약 1경3,810조원)로 추산했다. 영업현금흐름이 매출의 50%에 달한다는 가정 아래 차입 효과를 제외한 투자수익률 1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2032년 연 매출이 3조7,000억 달러(약 4,960조원)에 도달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는 증설한 설비를 채울 수요와 이용료 수입이 함께 늘어야 가능한 규모다. 연구는 투자액이 기업들의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웃돌면서 수익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차입 부담까지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 장비가 경쟁력을 잃을 위험도 있다. 같은 연구에서 정보기술 장비의 경제적 수명을 6년에서 3년으로 줄이자, 동일한 수익률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연 매출은 6조 달러(약 8,040조원)로 불어났다. 여기에 신형 반도체와 냉각 기술의 등장으로 기존 설비를 교체하거나 개조해야 하면 추가 비용까지 들어간다. 장비 교체 주기가 짧아질수록 투자금을 회수할 시간도 줄어드는 것이다. 연구는 설비에 투입된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고정돼 있어 수요 둔화나 가동 지연, 담보 가치 하락이 겹칠 경우 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되고 채권 회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AI발 가격 경쟁도 복병

중국 AI 기업들의 저비용 공세도 주요 변수다. 딥시크는 20일 자사 모델의 답변 생성에 쓰이는 추론 엔진 ‘딥인퍼(DeepInfer)’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불필요한 연산과 반도체의 대기 시간을 줄이도록 설계했으며, 엔비디아와 화웨이의 최신 AI 반도체를 모두 지원한다. 같은 장비로 더 많은 요청을 처리해 답변 생성에 드는 비용을 낮추는 데 주력한 것이다. 상업적 활용을 허용하는 아파치 2.0 라이선스도 적용해 외부 기업들이 코드를 수정하고 자체 서비스에 도입할 길을 열었다. 운영비 절감 기술이 확산해 서비스 가격 인하로 이어지면, 막대한 설비 투자를 이용료 수입으로 회수하려는 미국 AI 기업들의 수익 확보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딥시크의 저비용 공세를 뒷받침할 자금력도 커지고 있다. 최근 딥시크는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텐센트와 배터리 업체 CATL 등을 주요 투자자로 확보해 150억 달러(약 20조1,1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퇀과 지리자동차 등 15곳 이상이 참여하면서 조달 규모는 당초 목표의 두 배로 불어났다. 확보한 자금을 투입할 연산 기반 확충도 진행 중이다. 딥시크는 중국 내 컴퓨팅 인프라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화웨이와 협력해 중국산 반도체로 처리하는 모델 학습 작업을 확대하고 있다. 추론 비용을 낮추는 기술 공개에 대규모 자금 조달과 학습 인프라 확충까지 병행하며 미국 AI 기업들을 추격하는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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