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수출 경쟁력 꺾는다" 위안화 환율 정조준하는 유럽, 中은 수출·내수 이중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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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위안화 저평가·中 과잉생산에 대응해 환율 절상 압박 키워 車 무역 협상에선 절충, 환율 카드로 中 가격 경쟁력 약화 노린다 수출 경쟁력 훼손·내수 침체 우려 커진 中, 환율 안정 조치 강화

유럽이 대중국 환율·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위안화 저평가 상황과 중국 기업들의 과잉생산 기조가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유럽 제조업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중국은 현행 환율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서방의 이러한 요구를 경계하고 있다. 급격한 위안화 강세가 자국 수출 기업의 수익성과 고용·내수 시장을 동시에 짓누를 위험이 큰 만큼, 수출 성장 동력을 지키면서 환율 절상 속도를 통제하려는 모습이다.
EU 수뇌부, 中 압박 위해 '총출동'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3일을 전후해 중국 베이징에서 현지 당국과 거시경제 대화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마르턴 페르베이 EU 집행위원회 경제·재정총국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중국의 환율 정책과 대규모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내년 초 사이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경제·생산성 담당 집행위원, 키리아코스 피에라카키스 유로그룹 의장 등이 베이징을 방문해 판궁성 중국인민은행(PBOC) 총재 및 란포안 재정부장과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EU 수뇌부가 잇달아 중국과 대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EU 역내 제조업계의 위기가 있다. EU 측은 저평가된 위안화와 '밀어내기 수출' 관행이 중국산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자동차·기계 등 유럽 주력 산업의 유럽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미국 재무부 고위 관료 출신인 브래드 세처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지난 9월 CFR 홈페이지에 발표한 분석을 살펴보면, 최근 위안화 가치는 적정 수준보다 30~35%가량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세처 연구원은 중국의 공식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4%로 집계되지만, 급증한 금 수입과 해외투자 수익 통계의 불일치 등을 조정하면 실제 흑자는 GDP의 5.5~6%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수치를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외균형 평가 방식에 적용하면 위안화 저평가율이 30%를 웃돈다는 설명이다.
獨·佛도 견제 수위 높여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이전부터 위안화 절상을 공개적으로 압박해 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6월 EU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위안화 가치가 약 30%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하며, 1985년 미국·일본·서독·프랑스·영국이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체결한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국제 공조 필요성을 거론했다. 지난달 21일 베를린 글로벌 다이얼로그 행사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생산능력 과잉 △자동차 산업 등에 대한 높은 국가 보조금 △인위적으로 저평가된 통화가 결합하면서 유럽 기업들이 불공정한 가격 경쟁에 직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메르츠 총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EU의 적자가 연간 3,000억 유로(약 450조9,360억원)를 훌쩍 넘어선 만큼, 유럽 산업을 보호할 새로운 통상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중국의 환율 정책 전환을 요구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브륄에서 메르츠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위안화와 유로화의 환율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실제 교역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럽 차원의 전략적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지난달 5일에는 메르츠 총리와 함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불공정 무역 관행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통상 방어 체계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함께 제출된 정책 문건을 통해서는 △환율 조작·저평가 △산업 보조금 △구조적 과잉생산 등을 시장 왜곡 요인으로 지목하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일삼는 제3국의 EU 단일 시장 접근을 제한할 수 있도록 집행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U의 통상 전략 '큰 그림'은
시장에서는 EU가 단순 수입 규제를 넘어 대중국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응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브리드차 수입 쿼터제다. 지난달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중국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과 이틀간 협상을 진행한 끝에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대EU 수출 물량을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은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연간 수입 물량을 35만 대로 제한하고 이후 매년 허용 규모를 6%씩 확대하는 것이었다. 올해 약 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유럽 유입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이는 셈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번 합의가 지난해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자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수출 증가를 보장하며, 조건 역시 여타 교역 상대국보다 불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향후 위안화 가치가 유로화 대비 상승할 경우, 일부 중국산 물량이 유럽에 흘러 들어온다고 해도 역내 시장을 잠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 기준 판매 가격을 유지할 시 유로화 환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 소비자들의 유로화 구매력은 높아지게 된다. 유럽산 자동차·명품 등 고가 소비재에 대한 구매 부담이 줄어들고,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역내 주요 관광국을 찾는 중국인 방문객의 소비 여력도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표1. 위안화 절상이 EU·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 지역 | 영향 분야 | 주요 효과 |
|---|---|---|
| EU | 역내 시장 | 중국산 제품의 유로화 환산 가격 상승, 유럽 기업 시장 방어에 유리 |
| 수출·관광 | 중국 소비자 구매력 상승, 유럽산 자동차·명품 수요 및 관광 소비 증가 가능성 | |
| 중국 | 수출 산업 | 해외 판매가격 인상 시 가격 경쟁력 약화, 가격 유지 시 기업 수익성 하락 |
| 내수·고용 | 수출 부진이 임금 인상·신규 채용 제한, 소비심리 위축 및 내수 회복 지연 위험 |
中은 수출·내수 나란히 타격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이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주요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수출 산업의 열기가 꺾일 확률이 높다. 현재 중국은 자동차·철강·전자제품·기계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내수 수요를 웃도는 생산 능력을 갖춘 상태로, 해외 시장에 재고를 밀어내며 생산 시설 가동률을 유지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중국 수출 기업들은 해외 판매 가격을 인상해 경쟁력 약화를 감수하거나, 기존 가격 수준을 고수하는 대신 수익성 하락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수 경제에서도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우려된다. 중국은 이미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 청년층 고용 불안,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다. 실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9월 중국 소매판매 누적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 증가율이 5.5%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제조업 수출 부진까지 겹치면 기업들의 임금 인상 여력이 줄어들고, 신규 채용이 감소하면서 내수 회복이 한층 지연될 수 있다.
PBOC 대응 본격화
중국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환율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 정책에 관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환율 절하를 통해 무역 경쟁우위를 확보할 필요도, 그럴 의도도 없으며 경쟁적 통화 절하를 추진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2005년 환율제도 개혁 이후 위안화는 달러 대비 누적 23% 절상됐으며,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명목실효환율과 실질실효환율도 각각 50% 이상, 35% 상승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 불균형의 원인으로는 국제 분업 구조의 변화, 국제통화체제의 결함, 일부 국가의 높은 재정적자와 소비 수준 등이 지목됐다.
이에 더해 중국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기존 4%에서 6%로 2%포인트(P)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중국이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2023년 9월 이후 약 3년 2개월 만이다.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이 높아지면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외화가 늘어나 시중 달러 유동성이 감소하고, 위안화의 추가 절상 압력이 상쇄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조치로 240억 달러(약 32조2,380억원) 규모의 외화 유동성이 금융시장에서 흡수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