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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면 수익 26% 세금” 감세로 부자 유치하던 유럽, 자산가 해외 이동에 ‘출국세’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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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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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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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감세 실익 논란·주거비 부담에 이탈리아 세제 조정
신규 이주자 정액세 인상 이어 출국세 도입 추진
노르웨이·프랑스도 출국세 납부·면제 요건 강화

감세 혜택으로 해외 부유층을 유치해 온 이탈리아가 자산가의 해외 이주에 세금을 물리는 ‘출국세(Exit Tax)’ 도입에 나섰다. 부유층 유입으로 밀라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감세에 따른 투자 유치 성과에도 의문이 제기되자, 신규 이주자의 정액세를 잇달아 올린 정부가 해외로 떠나는 자산가의 미실현 평가이익까지 과세 대상에 넣은 것이다. 노르웨이가 출국세 납부 유예를 제한한 데 이어 프랑스 하원도 면제 요건을 강화하는 수정안을 채택하는 등, 해외로 떠나는 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움직임은 유럽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외 이주자 평가이익 26% 과세

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80만 유로(약 12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해외로 이주할 때 미실현 평가이익에 26%의 세금을 매기는 출국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관련 조항을 내년도 예산 법안에 담아 의회에 제출했다. 적용 대상은 이주 전 10개 과세연도 가운데 최소 6개 연도에 이탈리아 세법상 거주자였던 사람으로, 주식·채권 등 과세 대상 금융자산의 합산 가치가 기준액을 충족해야 한다. 이주로 이탈리아가 해당 자산의 이익에 대한 과세권을 잃게 되면, 자산을 팔지 않았더라도 마지막 거주연도 말의 시가에서 세법상 취득원가를 뺀 평가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법안은 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며, 정부가 제시한 적용 시점은 2027년 1월 1일이다.

납부 기한과 이주 국가에 따른 유예 조건도 법안에 포함됐다. 원칙적으로 이탈리아 세법상 거주자 지위를 상실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세금을 내도록 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나 이탈리아와 조세정보 교환·세금 징수 협력 협정을 맺은 국가로 옮기는 경우에는 세액의 50%를 먼저 내고 적절한 담보를 제공하면 나머지 납부를 미루는 방안이 마련됐다. 유예 기간은 EU 회원국 이주 시 5개 과세연도, 그 밖의 적격 국가로 이주할 때는 10개 과세연도로 정해졌다. 해당 기간이 끝날 때까지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납세 의무가 소멸하며, 유예 기간 중 자산을 보유한 채 이탈리아 세법상 거주자로 복귀하거나 상속이 이뤄진 경우에도 면제 규정이 적용된다. 선납액 가운데 최종 납세액을 초과한 금액은 환급하도록 규정했다.

부유층 유치 10년 만에 감세 혜택 축소

이탈리아는 지난 10년간 해외 부유층과 고소득 전문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세금 감면 정책을 펼쳐왔다. 대표적인 제도가 2017년 도입한 신규 거주자 대상 정액세다. 이주 전 10년 가운데 최소 9년을 해외에서 거주한 사람이 이탈리아로 세법상 거주지를 옮기면, 해외 소득에 대해 최대 15년간 매년 정해진 금액만 납부하도록 설계됐다. 도입 당시 연간 납부액은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많을수록 감세 혜택도 커지는 구조였다. 이탈리아 회계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 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약 1,500명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는 해외에서 돌아오는 이탈리아인과 외국인 전문인력을 위한 소득세 감면 제도도 운영해 왔다. 2024년부터 적용된 제도는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이주자가 이탈리아에서 얻는 근로·전문직 소득 가운데 연간 60만 유로(약 9억원) 한도에서 절반만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혜택은 세법상 거주지를 옮긴 해부터 5년간 이어지며, 이주 전 해외 거주 이력과 전문성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와 함께 이주하거나 혜택을 받는 동안 자녀를 출산·입양해 이탈리아에서 양육하면 소득의 60%까지 면세하는 규정도 뒀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밀라노 등 주요 도시는 세계 부유층이 선호하는 이주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밀라노로 부유층이 몰려드는 현상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의 세금 정책도 달라지고 있다. 멜로니 정부는 신규 이주자에게 적용하는 정액세를 2024년 연간 20만 유로(약 3억원)로 두 배 올린 데 이어 올해부터 30만 유로(약 4억5,000만원)로 다시 인상했다. 두 차례 인상으로 신규 이주자의 연간 납부액은 제도 도입 당시의 세 배가 됐다. 가족을 정액세 적용 대상에 포함할 때 내는 추가 세금도 올해부터 1인당 연간 2만5,000유로(약 3,750만원)에서 5만 유로(약 7,500만원)로 높아졌다. 인상분은 새로 이주하는 사람에게 적용하며, 기존 수혜자는 이주 시점에 따른 종전 납부액을 유지하도록 했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 법안에 해외로 거주지를 옮길 때 보유 금융자산의 평가이익을 과세하는 출국세까지 담았다. 기존 정액세 수혜자의 납부액은 유지하되, 신규 유입자에게는 인상된 세금을 적용하고 장기 거주자의 해외 이주에는 별도의 과세 요건을 두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표1. 영국 과세 특례 폐지 및 부유층의 해외 이동

구분주요 항목내용
세제 개편비영구거주자 특례 폐지2025년 4월 폐지
해외 소득·투자이익의 영국 미반입 시 과세 회피 혜택 종료
신규 이주자 면세 제한직전 10년간 영국 비거주자 대상
이주 후 최초 4년간 해외 소득·투자이익 면세
상속세 과세 범위 확대최근 20년 중 10년 이상 영국 거주자의 해외 자산 포함
해외 이동기업 이사 이주 신고2024년 10월 예산안 발표 이후~2025년 7월 3,790명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
월간 이주 신고 최다2025년 4월 691명
해당 분석 기간 중 최대
금융인 이주 사례2025년 4월 리처드 노드 골드만삭스 부회장의 밀라노 이주 계획 보도
이동 자산가 재산 규모2024년 이후 영국 이탈·현지 관계 축소 자산가 재산 총 1,600억 달러(약 214조4,000억원)
2026년 10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기반 집계
자료: 파이낸셜타임스(FT), 영국 기업등록소,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英 부유층 과세 강화 속 해외 이주 증가

해외 이주에 따른 과세를 강화하는 이탈리아의 움직임은 영국발 부유층 이동으로 유럽의 자산가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나왔다. 영국은 지난해 4월 세법상 본거지를 해외에 둔 거주자에게 적용하던 ‘비영구거주자(non-dom)’ 과세 특례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해외 소득과 투자이익을 영국으로 들여오지 않으면 과세를 피하도록 허용했던 혜택도 사라졌다. 새 제도의 면세 혜택은 직전 10년간 영국에 거주하지 않은 신규 이주자의 최초 4년간 해외 소득·투자이익으로 제한됐다. 게다가 상속세도 거주 이력을 기준으로 개편되면서 최근 20년 중 10년 이상 영국에 거주한 사람의 해외 자산이 과세 범위에 포함됐다. 세제 개편이 본격화하자 금융인들의 해외 이주가 이어졌다. 지난해 4월에는 리처드 노드 골드만삭스 부회장의 밀라노 이주 계획도 알려졌다.

영국을 떠나는 움직임은 기업 경영진의 거주지 이전 신고에서도 확인된다. FT가 영국 기업등록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0월 예산안 발표 이후 지난해 7월까지 해외 이주를 신고한 기업 이사는 3,79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40% 늘었다. 특히 과세 특례가 폐지된 지난해 4월에는 691명이 거주지를 옮겨 해당 기간 중 가장 많았다. 초고액 자산가들의 이동도 잇따랐다. 지난달 블룸버그가 억만장자지수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를 보면, 2024년 이후 영국을 떠나거나 현지와의 관계를 축소한 자산가들의 재산은 총 1,600억 달러(약 214조4,000억원)에 달했다.

두바이·그리스로 향하는 해외 자산가들

이들의 행선지는 모나코와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분산됐는데, 이 중에서도 영국 기업 이사들의 이주 신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국가는 UAE였다. UAE는 개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데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투자자와 전문인력에게 5년 또는 10년짜리 갱신형 골든비자를 제공한다. 세금 부담을 낮추고 장기 체류를 보장해 자산가들의 정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실제 두바이 투자당국이 인용한 헨리앤드파트너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두바이에 거주하는 백만장자는 8만1,200명으로, 2014년보다 102%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자산관리업체와 헤지펀드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입주 자산·재산관리업체는 500곳을 넘어 전년보다 22% 늘었고, 헤지펀드도 102곳에 이른다.

유럽에서는 그리스가 정액세와 투자 유치 제도를 앞세워 영국을 떠나는 부유층의 새 거점으로 부상했다. 그리스는 일정 요건을 갖춘 신규 거주자가 해외 소득에 대해 연간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를 납부하면 최대 15년간 혜택을 주는 제도를 2019년부터 운영 중이다. 현지 부동산·기업·증권 등에 최소 50만 유로(약 7억5,000만원)를 투자하고, 이주 전 8년 가운데 최소 7년간 그리스의 세법상 비거주자였어야 한다. 올해 9월에는 헤지펀드 로코스캐피털매니지먼트 창업자 크리스 로코스가 거주지를 영국에서 그리스로 옮기고 아테네 사무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 전해졌다. 영국 금융업계의 거물급 인사가 그리스를 선택하면서 현지 자산가 유치 정책도 주목받았다.

자산가 해외 이동 따른 과세 공백 차단

부유층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는 감세 혜택에 대한 국내 반발이 정부의 부담으로 떠올랐다. 밀라노에 유입된 자산가들의 주택 수요가 집값과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부유층에게 제공하는 세제 특혜를 둘러싼 불만이 커졌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쳐 지난달 이탈리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에 달했고, 로마와 밀라노 등 주요 도시에서는 생활비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생활비 급등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면서 선거를 앞둔 멜로니 정부로서도 부유층 세제 특혜를 유지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커진 셈이다.

부유층 감세가 당초 내세운 생산적 투자 유치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회계감사원은 올해 국가결산 심사에서 정액세 제도가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보다 취업이나 개인 사정으로 이주하는 해외 소득 보유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2024년 수혜자 가운데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한 비율은 48.4%였으며, 이들이 신고한 국내 소득의 73%는 근로소득이었다. 회계감사원은 이주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준 것이 신규 생산적 투자로 연결됐는지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납세자 간 심각한 과세 불균형을 초래할 소지가 있는 만큼, 경제적 편익이 세제 특혜를 정당화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 상원에서도 지난 5월 정액세 혜택과 국내 생산적 투자 사이에 실질적인 연계 요건이 없다는 점을 들어 정책 성과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당시 요구에는 연도별 수혜자 수와 해외 소득 규모, 일반 과세 시 예상 세액, 실제 투자 유발 효과를 확인할 자료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부유층의 해외 이동에 대응해 출국세를 도입하거나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흐름이 유럽 각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유세를 운영하는 노르웨이는 2024년 출국세 규정을 강화해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무기한 미루던 길을 막고, 원칙적으로 이주 후 12년 안에 납부하도록 했다. 특히 납부 유예 중 배당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배당액의 70%를 미납 출국세 상환에 쓰도록 규정했다. 프랑스 하원도 지난달 30일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출국세 면제를 위한 주식 보유 기간을 현행 2~5년에서 15년으로 늘리는 수정안을 채택했다. 해외 이주 후 일정 기간 자산을 보유했다가 매각해 세금을 피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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