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 기대, 부실 위험 경계로” 월가 손실 방어 거래 급증, 관련주 급락·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에 거품 경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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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붕괴 우려에 풋옵션·신용 위험 헤지 수요 확대 빅테크·반도체 기업 주가 동반 하락, 사모신용 부실 가능성도 美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강화에 투자 회수 불확실성 가중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이른바 ‘손실 보험’을 찾는 투자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주요 AI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까지 현실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신용 위험 관리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사모신용·보험·구조화 금융 상품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개별 기업의 손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AI 투자 '리스크'로 변질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월가에서는 AI 관련 투자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AI 클라우드 전문 기업 코어위브를 둘러싼 시장 움직임이 대표적인 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글로벌마켓츠에 따르면, 코어위브 관련 풋옵션(특정 주식을 미래의 정해진 시점에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권리) 거래량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까지 급증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코어위브 주가는 지난주 기준 55달러(약 7만3,900원) 안팎이었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2028년 만기와 행사 가격 35달러(약 4만7,000원)를 조건으로 하는 풋옵션이었다.
이러한 위험 회피 수요는 기업 채권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채권정보업체 솔브 자료를 살펴보면, 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라클 등 미국 빅테크 5곳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한 달간 일제히 상승해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등의 신용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보상받는 파생 상품으로,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평가하는 신용 위험도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솔브 공동창업자인 유진 그린버그는 WSJ에 "예외 없이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다는 것은 특정 기업의 개별적인 신용 문제보다,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부문 겨냥한 금융 상품 등장
AI 인프라 사업의 수익성을 직접 보호하는 금융 상품도 등장했다. 미국 퀀트 트레이딩 업체 점프트레이딩은 최근 AI 연산 능력 거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료 하락에 따른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의 손실을 줄여 주는 파생 상품 거래에 나섰다. 현재 GPU 임대료는 AI 연산 수요 증가에 힘입어 높은 선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신규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공급이 확대되거나 수요가 둔화할 경우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점프트레이딩이 추진하는 상품은 이 같은 가격 변동 리스크를 사전에 분산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GPU 임대업체가 시간당 임대료 4달러(약 5,400원)를 기준으로 하락 위험을 방어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실제 시장가격이 3달러(약 4,000원)로 떨어지더라도 점프트레이딩으로부터 차액인 1달러(약 1,300원)를 보전받을 수 있다.
GPU의 중고 매각 가격 하락에 대비한 보험 상품도 출시됐다. 미국 AI 인프라 금융업체 아메리칸컴퓨트는 지난달 17일 GPU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거나 장비를 임대하는 금융 회사를 위한 '잔존가치 보험'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계약에서 정한 시점에 GPU의 실제 매각 가격이 사전에 약정한 최저 가격을 밑돌 시 보험사가 차액을 지급하는 구조를 띤다. 반도체 제조사가 직접 금융기관의 손실 위험을 분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브로드컴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앤트로픽과의 630억 달러(약 84조6,090억원) 규모 AI 반도체 금융거래에서 선순위 대출에 대한 잔존가치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수목적법인(SPV)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해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한 뒤 앤트로픽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선순위 대출 규모는 435억 달러(약 58조4,200억원)로, 브로드컴은 향후 장비 처분 시 잔존가치가 계약상 보장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차액을 일정 조건에 따라 부담한다.
표1. AI 투자 손실 방어 거래 형태
| 위험 분야 | 방어 수단 | 주요 사례 | 구조·특징 |
|---|---|---|---|
| 주가 하락 | 풋옵션 | 코어위브 |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권리 확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방어 |
| 기업 부도 | 신용부도스와프(CDS) | 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라클 | 기업의 채무불이행 등 신용 사건 발생 시 채권 손실 보상 |
| GPU 임대료 하락 | 가격 파생상품 | 점프트레이딩 | 실제 GPU 임대료가 약정 가격을 밑돌면 차액 보전 |
| GPU 중고가격 하락 | 잔존가치 보험 | 아메리칸컴퓨트 | GPU 매각 가격이 약정한 최저 가격보다 낮을 경우 차액 지급 |
| AI 장비 가치 하락 | 잔존가치 보증 | 브로드컴·앤트로픽 금융거래 | 장비 처분가치가 보장 수준에 미달할 시 제조사가 금융기관 손실 일부 부담 |
시장의 AI 거품 경고
이처럼 AI 시장이 자산 가치 하락 위험에 주목하는 것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부채 확대에 따른 거품 붕괴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실제 주인공으로 이름을 알린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자신의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연결된 사모신용 시장의 위험을 경고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보험사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임대 계약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구조화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AI 산업의 부채 위험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버리는 특히 사모펀드·사모신용·보험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금융 구조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 공급이 위축되고, 미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인 AI 인프라 투자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계심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 종합금융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지난달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의 막대한 AI 설비투자를 향후 시스템적 신용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가장 큰 요소로 지목했다. AI 거품을 금융시장 최대의 '꼬리 위험(Tail Risk, 발생 확률은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자산 가치나 경제 전반에 파괴적인 손실을 주는 극단적인 사건의 위험)'으로 꼽은 비중은 23%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45%는 2027년에도 AI 시장이 거품 상태에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AI 관련 기업 주가 '곤두박질'
최근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한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달 30일 종가를 9월 30일과 비교했을 때,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344.08달러(약 46만2,100원)에서 279.84달러(약 37만5,800원)로 18.67% 급락했다. 같은 기간 메타는 725.18달러(약 97만3,900원)에서 614.99달러(약 82만5,900원)로 15.19%, 엔비디아는 228.38달러(약 30만6,700원)에서 204.64달러(약 27만4,800원)로 10.39% 하락했다. 대규모 AI 설비 투자를 추진해 온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인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낙폭은 더욱 컸다. 해당 기간 인텔 주가는 120.23달러(약 16만1,500원)에서 65.76달러(약 8만8,300원)로 45.30% 빠졌으며, AMD 역시 611.76달러(약 82만1,600원)에서 504.80달러(약 67만7,900원)로 17.48% 떨어졌다. 코어위브도 같은 기간 87.12달러(약 11만7,000원)에서 54.87달러(약 7만3,700원)로 37.02% 급락했다. 이 밖에 AI 서버 제조업체 델의 주가는 21.13%,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16.93% 내렸다. 이러한 흐름 속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달 15.36% 미끄러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5.30% 밀려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규제發 잡음 확대
문제는 향후 이러한 흐름이 한층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의 핵심 거점인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속속 지연되며 투자 비용 회수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글로벌 투자사 인터커넥티드 캐피탈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금지·유예 조치를 도입한 지역은 415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3곳은 영구 금지를, 372곳은 신규 건설·인허가 등에 대한 일시 유예를 시행했다. 전력·용수 수요 급증,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 가동에 따른 잡음이 누적되며 규제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인허가 지연은 부지 확보·전력망 연결 비용을 높이고 시설 가동 시점을 늦추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을 짓누를 수 있다.
AI 인프라 투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공급 업체들의 생산·판매 전략에도 변화의 조짐이 관찰된다. 특히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수익성이 높은 전문가용·AI 인프라용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지난달 10일 업계 정보 제공자들을 인용, 엔비디아가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RTX 5090에 탑재되는 GB202 반도체의 공급을 중단하고 데이터센터 및 전문가용 제품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같은 달 중순에는 RTX 5090과 RTX 5080의 생산이 2027년 1월 중단되고, 기존 16GB 메모리를 탑재한 RTX 5080이 24GB 모델로 대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엔비디아는 관련 단종설을 부인했지만, 지난달 26일 일부 그래픽카드 제조업체가 RTX 5090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메모리의 신규 주문조차 접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련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