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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선 긴축 반대·시장선 국채 투매” 프랑스 재정 ‘이중 압박’, 구제금융 경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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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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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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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반대 시위 확산에 佛 재정 개선 우려 고조
국채금리 5% 육박하며 정부 이자 부담도 가중
재정난 장기화 땐 국제기구 구제금융 가능성도

프랑스의 재정난이 국채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긴축안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채금리는 5% 선에 육박했고, 독일과의 금리 격차도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수준으로 벌어졌다. 정부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연금과 의료비 지출 억제에 나섰지만, 거센 반발과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재정 건전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프랑스 내부에서는 재정난을 수습하지 못하면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하고 외부 감독 아래 개혁을 추진해야 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프랑스 국채금리, 2002년 이후 최고치 위협

2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9877%까지 올라 5%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달 초 기록한 2002년 7월 이후 최고치인 4.9937%를 다시 위협한 것이다. 전날 약 한 달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오름세가 이어졌다. 독일 10년물과의 금리 격차는 약 150bp(1bp=0.01%포인트)로, 프랑스가 같은 만기로 자금을 빌릴 때 부담하는 금리는 독일보다 1.5%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프랑스 국채시장의 약세는 지난 3분기부터 누적돼 왔다. 올해 3분기 프랑스 국채는 1987년 이후 가장 부진한 분기 성적을 기록했으며, 이달 1일에도 10년물 금리가 장중 10bp 올라 4.96%에 도달했다. 분기가 바뀐 뒤에도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국채금리가 잇따라 고점을 높인 셈이다. 독일과의 금리 격차 역시 이달 초 158.67bp까지 확대돼 2011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 16일에는 격차가 약 137bp로 좁혀졌으나, 20일 다시 150bp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며칠 사이 축소분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국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프랑스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5일 약 52bp로, 6개월 전의 두 배에 달했다. 직전 석 달 동안에만 25bp 상승했으며, 이달 초에는 2013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CDS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보전받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오르면 국채 투자자가 위험을 방어하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진다. 지난달 25일 기준 프랑스 국채 100만 달러(약 13억2,700만원)어치를 보장받는 데 필요한 연간 비용은 5,200달러(약 690만원)로, 반년 사이 두 배로 불었다.

프랑스 재정 건전화 가로막는 지출 삭감 갈등

프랑스 국채시장의 불안을 키운 것은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정부의 긴축안과 이에 대한 거센 반발이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이달 1일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에는 지출 억제와 세제 조정을 통해 총 540억 유로(약 80조3,660억원)의 재정을 개선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가운데 새로 추진하는 조치는 430억 유로(약 63조9,950억원) 규모로, 공공부문 임금과 저액 수급자를 제외한 연금 동결, 지방정부 예산과 의료비 지출 억제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지방정부 예산과 의료비 지출까지 억제하기로 하자, 소득 감소와 공공서비스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노후한 학교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까지 이어지면서 지출 축소를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긴축을 추진하는 데는 해마다 쌓이는 적자와 빠르게 불어나는 부채 부담이 깔려 있다. 프랑스는 1974년을 마지막으로 재정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올해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예산안의 목표는 이를 5%로 낮추는 것으로, 대규모 재정 개선 조치를 반영하고도 상당한 적자가 남는 구조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공공부채는 3조5,955억 유로(약 5,350조원)로, 석 달 사이 596억 유로(약 88조7,0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117.5%에서 119%로 높아져 정부가 추가 지출을 감당할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세다.

표1. 프랑스 재정적자·공공부채 현황

구분주요 지표내용
재정적자마지막 재정흑자1974년
올해 적자 전망GDP 대비 5.4%
내년 예산안 목표GDP 대비 5%
공공부채올해 6월 말 잔액3조5,955억 유로
석 달간 증가액596억 유로
GDP 대비 비율올해 3월 말 117.5% → 6월 말 119%
자료: 프랑스 통계청(INSEE·공공부채 수치)

프랑스 내년 이자 지출만 729억 유로

재정 부담을 덜려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금과 의료비를 줄여야 하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돼 삭감이 쉽지 않다. 프랑스 사회·보건 분야 통계청(DREES)에 따르면 2024년 사회보장급여 지출은 9,325억 유로(약 1,387조8,200억원)로, GDP의 31.9%를 차지했다. 노령·유족급여와 보건 관련 급여가 전체의 80%에 달해 고령화에 따른 연금 수급과 의료 수요 증가가 지출을 밀어 올리고 있다. 사회보장급여 지출 증가율도 2022년 1.5%, 2023년 4.1%, 2024년 4.8%로 확대됐다. 전년도 물가를 반영해 급여를 올리는 제도까지 맞물리면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뒤에도 지출 증가가 이어졌다.

기존 빚을 갚기 위한 차입과 이자 지출도 예산을 압박하고 있다. 프랑스 국채관리청(AFT)은 내년 중장기 국채 발행 계획을 조기상환분 차감 기준 3,400억 유로(약 506조118억원)로 잡았다. 올해 계획인 3,100억 유로(약 461조3,640억원)에서 300억 유로(약 44조6,480억원) 늘어난 규모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상환 부담이 반영됐다. 코로나19와 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행한 채권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내년 중장기 국채 상환액만 올해보다 194억 유로(약 28조8,720억원) 증가할 예정이다. 기존 채무 상환에 필요한 자금이 늘면서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울 돈에 더해 만기 도래분까지 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빚을 내는 데 드는 비용도 커졌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발행한 중장기 국채의 가중평균 금리는 3.55%로, 지난해 3.14%보다 0.41%포인트 높았다. 늘어난 부채에 높아진 금리까지 반영되면서 중앙정부의 연간 이자 지출은 올해 626억 유로(약 93조1,660억원)에서 내년 729억 유로(약 108조4,95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1년 사이 이자로 나가는 돈만 103억 유로(약 15조3,290억원), 약 16.5% 늘어나는 규모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내년 재정적자의 절반 이상이 이자 지출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재정 건전화 성과

다만 금융시장에서는 프랑스의 재정난이 유로존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주간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들의 건전성이 강화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안정 수단도 확충돼 금융 불안에 대응할 여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전체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약 89%로, 2011년 수준까지 내려온 점도 위기 확산을 억제할 요인으로 꼽았다. 프랑스발 불안이 유로화와 주변국 국채 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유로존 전반의 재정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이달 초 프랑스 국채 투매 여파로 가격이 떨어진 이탈리아 국채와 유로존 회사채를 저가에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 GDP의 8%였던 재정적자를 지난해 3.1%까지 줄이며 채권 투자자와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재정 운용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다. 주택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슈퍼보너스’ 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납세 관리를 강화한 것이 재정 개선에 힘을 보탰다. 고용 호조에 따른 세수 증가까지 더해져 지난해에는 이자 지출을 제외한 기초재정수지가 GDP 대비 0.8%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의 지속적인 재정 건전화 노력이 투자심리를 개선하고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재정위기를 겪었던 스페인과 그리스도 재정적자를 줄이고 부채 부담을 낮추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페인은 코로나19 당시 도입한 지원책을 점진적으로 거둬들이는 가운데 경기 회복과 세수 증가가 맞물리면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낮춰왔다. 올해 2분기 부채 비율은 101.4%로, 2021년 1분기 정점보다 22.8%포인트 하락했다. 그리스에서는 지출 관리와 탈세 방지 노력이 세입·세출 개선으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그리스의 재정 실적 개선 요인으로 경상지출 억제와 납세 성실도 향상에 따른 부가가치세 수입 증가를 꼽았다. 그리스 국채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이자를 지급하고도 GDP의 1.7%에 해당하는 재정흑자가 남았으며,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23년 164.3%에서 지난해 146.1%로 내려왔다.

프랑스 재정난에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거론

프랑스 역시 재정적자를 줄여 채권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 내부에서는 재정 악화가 이어질 경우 자체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야 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에리크 롬바르 당시 재무장관은 지난해 8월 재정 상황 악화에 따른 IMF의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반드시 피해야 할 위험이라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후 당장 국제기구의 개입 위협에 놓인 상태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재정난을 방치할 경우 외부 지원에 의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다.

유럽안정화기구(ESM)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몰리면 프랑스는 오랜 경쟁국인 독일의 동의를 구하고 외부의 재정 감독도 받아들여야 한다. ESM은 대출 승인 등 주요 결정을 원칙적으로 만장일치로 처리하며, 독일의 자본 분담 비율은 약 26.7%에 달한다. 독일과 함께 유럽 통합을 이끌어온 프랑스로서는 지원 승인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자금 지원에 따르는 개혁 조건도 엄격하다. 지원 대상국은 지출 감축과 세제 개편 등에 합의하고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받아야 하며, 약속한 조치에서 크게 벗어나면 후속 자금 지급도 보류된다. 국내 반발로 미뤄온 개혁을 채권 기관의 감독 아래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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