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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본드 투매에 프랑스 재정난까지” 유럽 채권시장 불안 심화, 유로존 부채 위기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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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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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크본드 시장 매도세 확산, 저신용 기업 중심으로 채권 가격 급락
고금리 장기화·기업 자산 이전에 신용위험 확대, 헤지펀드 손실 '눈덩이'
프랑스 재정난이 시장 불안 불붙여, 유로존 전반 리스크 전이 가능성

유럽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및 경기 둔화 흐름 속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세진 가운데, 부실채권에 투자해 온 헤지펀드의 손실과 포지션 청산까지 겹치며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프랑스의 재정 적자와 긴축 정책에 대한 사회적 반발 역시 국채시장 불안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프랑스발(發) 재정 충격이 이탈리아 등 여타 고부채 유로존 국가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중된 결과다.

유럽 정크본드 매도세 거세져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정크본드 시장에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채권 매도세가 확산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에 매도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 리서치 업체 아란카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유로화 표시 투기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국채 등 기준금리 대비 추가로 요구되는 금리)는 CCC등급에서 2.32%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B등급과 BB등급의 신용스프레드 상승 폭은 각각 0.58%포인트, 0.14%포인트에 그쳤다.

이러한 시장 불안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기업 소유주들의 공격적인 자산 이전 거래가 주요 위험으로 지목된다.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보유 기업의 핵심 자산을 기존 채권자의 담보권, 권리 행사 범위 밖에 있는 계열사 등으로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발생 시 회수 가능한 자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스턴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의 스테판 초네프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모펀드 소유주들이 기존 투자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은 데다, 채권 계약의 보호 장치까지 허술해 채권자들이 예상보다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어나는 헤지펀드 손실

이 같은 상황은 부실기업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헤지펀드에도 직격탄이 됐다. 유럽의 신용 투자 전문 헤지펀드 아리니캐피털매니지먼트의 대표 펀드는 올해 들어 26%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리니가 대규모로 보유한 영국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 애스턴마틴과 통신기업 알티스인터내셔널의 채권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다. 두 기업은 채권자의 자산 회수 가능성을 약화하는 거래를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밖에 대형 멀티전략 헤지펀드에서도 신용 투자를 담당하는 운용팀 여러 곳이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운용사명과 폐쇄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누적된 운용사들이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보유 채권을 대거 처분하면서, 가격 낙폭이 한층 커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자산운용사 뉴버거버먼의 사이먼 매슈스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FT에 "부실기업 채권의 매도 속도와 강도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유명 특수상황 투자 펀드 여러 곳이 보유 포지션을 급하게 청산해야 했다"며 "이것이 추가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 확산

금리 상황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시장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을 당시만 해도, 정크본드에 대한 투자심리는 오히려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금리 인상 주기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추가적인 차입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것이다. 2023년 11월 유럽 저신용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를 반영하는 마킷 아이트랙스 크로스오버 지수는 374.86bp(1bp=0.01%포인트)로 하락하며 2022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사한 흐름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유럽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와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맞물리며 정크본드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가운데, 기업들의 차입 비용 부담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면서다. 여기에 경기 둔화와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한 시장 전문가는 "시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단기간 내 금융 여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졌고, 고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차환에 실패하거나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계도 커졌다"며 "금리의 절대적인 수준보다 향후 통화정책 경로와 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전망이 정크본드 투자심리를 좌우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표1. 유럽 채권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

원인세부 배경시장 영향
기업 자산 이전사모펀드가 피투자기업의 핵심 자산을 기존 채권자 권리 범위 밖으로 이전채무불이행 시 채권자의 자금 회수 가능성 저하
고금리·기업 신용위험통화긴축 장기화 우려 확대, 경기 둔화·사업구조 변화 흐름 가시화차입 비용 상승·차환 실패 가능성 부각, 저신용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
프랑스 재정·정치 불안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긴축 정책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사회적 갈등 촉발유럽 채권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프랑스 정부

프랑스 재정 불안 부각

프랑스 전역에서 확산한 대규모 시위도 유럽 채권시장의 불안을 증폭했다. 시위는 지난 9월 중순 교직원과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로 시작됐으며, 이후 공공서비스 축소와 생활비 상승에 대한 불만이 결합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 17일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 추산 약 55만 명, 주최 측 추산 최대 80만 명이 거리로 나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폭력 및 약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주요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경찰력을 대규모로 투입했지만, 집회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시위에도 당국 추산 41만 명이 참여했고, 31일에는 약 32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

시위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프랑스 정부의 심각한 재정난 및 이에 따른 긴축 재정 추진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 적자 비율을 내년 5%로 낮추기 위해 2027년도 예산안에서 540억 유로(약 81조3,350억원) 규모의 재정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 부문 임금 동결과 공공 서비스 지출 삭감 방침에 공무원·교직원·노동조합 등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정부와 시민사회 간 갈등 역시 격화됐다. 재정 적자를 축소하지 못하면 국가 채무와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고, 긴축 정책을 강행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심화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유로존 전반에 충격 퍼질까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프랑스발 재정 불안이 2010년대 초 유럽을 뒤흔든 유로존 부채 위기와 유사한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부채 위기는 2009년 그리스가 발표한 재정 적자 수치가 실제 재정 상황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본격화했다. 그리스의 국가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금리가 치솟자, 이러한 충격이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스페인 등 재정 취약국으로 확산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부채가 많은 회원국의 국채를 대거 매도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했고, 일부 국가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의존해야 했다.

현재의 프랑스 역시 당시의 그리스와 비슷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 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자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유로존 금융시장의 분절화가 심화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프랑스·독일 10년물 국채 간 금리 격차는 2011년 기록한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 과정에서 국채 매도세가 이탈리아를 비롯한 다른 회원국으로 확산하고,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독일 국채로 자금을 옮기면서 유럽 은행주와 유로화 가치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MSCI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유럽 주식시장이 15% 위축되고, 주식·채권·대체투자 자산으로 구성된 가상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달러 기준 5%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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