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美에는 유화, EU에는 맹공" 中의 선별적 무역 전략, 맹점은 '이해득실'
"아프리카·美에는 유화, EU에는 맹공" 中의 선별적 무역 전략, 맹점은 '이해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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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 수입품 전반에 무관세 적용 통상 갈등 빚던 美와도 관세 일부분 완화하며 제한적 타협 對중국 규제안 쏟아내는 EU, 中 "美와 같은 실수 반복할 텐가"

중국이 아프리카 53개국 수입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전면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미·중 관계에서 두드러졌던 중국의 유화적 통상 정책 기조가 재차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행보에 시장 개방 의지보다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다고 본다. 실제로 중국은 전략 산업과 관련해 강력한 대(對)중국 견제 조치를 쏟아내는 유럽연합(EU)과는 현재까지도 통상 갈등을 이어가는 중이다.
中의 파격적 통상 전략
27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일부터 아프리카 53개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국가는 국제연합(UN) 기준 총 54개인데, 이 중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에스와티니 한 곳만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9,000여 개에 달하는 아프리카의 주요 수출 품목들이 관세 없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조치가 2024년 12월 시행한 아프리카 최빈국 33개국 무관세 정책을 확장한 결과이며, 아프리카 국가들과 전면 무관세 무역을 실시하는 것은 중국이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중국이 상당한 경제·전략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 구조는 아프리카가 코발트·구리·망간·희토류·원유 등 원자재를, 중국이 공산품을 수출하는 형태다. 무관세 환경이 조성되면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방산 등 핵심 산업에 필요한 전략 광물 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는 셈이다. 남아프리카산 와인, 케냐산 커피·아보카도, 가나·코트디부아르산 코코아 등 농산물 확보가 용이해지면 중국의 물가가 일부분 안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프리카 시장에 전자제품·태양광 설비 등을 더욱 공격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서방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박과 자국 내 과잉 생산 문제를 타파할 '활로'가 생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 조정이 남반구 신흥국·개발도상국(글로벌 사우스)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이 무관세 조치를 발판 삼아 외교 무대에서 아프리카 53개국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진단이다.
美-中 관세 전쟁도 숨고르기
중국은 장기간 지속되던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도 힘을 빼는 추세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미국은 대중국 무역 적자,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문제 등을 이유로 3,600억 달러(약 541조5,000억원) 규모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 역시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맞대응했다. 이후 분쟁은 단순 관세 전쟁을 넘어 전략 산업 전반으로 확산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및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하면서 공급망 충돌이 심화한 것이다.
양국 관계에 유의미한 진전이 생긴 것은 최근이다. 앞서 지난 16일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지난 13일 한국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과 14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으로 경제·무역 분야에서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과) 일부 관세 조치에 관해 긍정적 결론을 도출했다”며 “양국은 무역위원회를 통해 관세 인하 등의 문제를 토론할 것이고, 동등한 규모로 각자 중시하는 제품의 관세를 인하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후 2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어떤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감면할지 관보 공고를 통해 국내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관련 상황을 언급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은 우선 300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비전략적 상품을 대상으로 관세 인하 및 철폐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군사용 기술·핵심 광물 등 안보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기존 수출 통제 조치와 고율 관세를 상당 부분 유지하되, 생활 소비재·일반 공산품 등 전략성이 낮은 품목을 중심으로 일부 관세를 완화하는 제한적 타협이다. 장기화하는 통상 갈등으로 양국 기업 및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자, 실질적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 나란히 '양보'를 택한 셈이다.

中-EU 갈등은 '현재진행형'
다만 중국이 모든 국가를 상대로 유화적 통상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산업 보호 필요성에 따라 적극적으로 무역 정책 기조를 조정 중이기 때문이다. EU와 중국의 무역 갈등 상황을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EU는 중국 산업계가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저가 물량을 쏟아내며 유럽 전략 산업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보고 규제 수위를 꾸준히 높여 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 공개된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IAA)’ 초안이다.
IAA 초안의 핵심은 전략 산업의 공공 조달·국가 보조금 지급 기준 및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중 외국인 투자 규제는 전략 산업에서 단일 역외 국가가 글로벌 생산 능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해당 국가 기업의 1억 유로(약 1,750억원) 이상 투자를 사전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기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심사 대상이 된 투자 기업은 전체 노동자의 최소 50%를 EU 시민으로 채워야 하며, △유럽 공급망 편입 △기술 이전 △현지 연구개발(R&D) 기여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더해 지난 19일 유럽의회는 수입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리고, 무관세 수입 할당량을 연 3,500만 톤(t)에서 1,830만t으로 줄이는 내용의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강화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으로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향후 규제가 한층 심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폴리티코 유럽판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리투아니아 등 5개국은 최근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에 “일부 국가가 구조적 산업 과잉 생산을 유발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비공식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무역 행태에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5개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고 무역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확대 △조사 인력 확충 △무역 구제 판단 기준 강화 등 방안의 추진 필요성도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 기업이 EU 차원의 조사를 우회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손질하고, 개별 외국 기업에 직접 반(反)보조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집행위원회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은 이러한 EU의 행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6일 사설에서 “EU의 대중 무역적자를 근거로 한 ‘중국 충격론’은 과장됐다”며 “전기차·태양광·배터리 등 중국 신산업 수출은 유럽의 구조적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 산업 경쟁력 약화는 에너지 위기와 과도한 규제, 연구개발 투자 부족 등 유럽 스스로 초래한 문제”라며 “무역 장벽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설은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도 결국 미국 기업과 소비자, 글로벌 공급망에 부담을 줬다”며 “EU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