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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지원에도 출발선 못 벗어난 온라인 도매시장, 업자 '진입 장벽'부터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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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취급 금액 2,000억원, 총 거래액의 1% 미만
활성화 방안으로 '수입산' 취급 꺼내든 정부, 시장선 "서민 백안시한 행보"
정책자금 '일시 상환' 등 요건에 가로막힌 업체들, "플랫폼 진입부터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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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온라인에서 농수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의 품질을 명확히 보증받을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지원 강화, B2B 플랫폼 통합하기도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온라인 도매시장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특정 구역 내에서 소수의 유통 주체 간 거래만 가능했던 기존 도매시장의 구조적 경쟁 한계와 물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30일 농식품부가 출범한 전국 단위의 온라인 도매시장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이래 정부는 다양한 정책사업 연계를 통해 이를 지원해 왔다. 우선 구매자들이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전국 농산물을 비교할 수 있도록 중소형 마트나 외식·가공업체의 상품 등록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독려했고, 비축농산물 거래시스템(aTBid)을 온라인 도매시장 플랫폼과 통합해 거래 효율성을 높인 바도 있다. 최근엔 농협 온라인거래소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이버거래소 등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 통합을 타진하기도 했다. 파편화한 농산물 B2B 거래 플랫폼을 한데 모아 접근성을 제고하겠단 취지다.

여전히 저조한 이용률, 왜?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도매시장의 이용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단 점이다. aT에 따르면 온라인 도매시장의 올해 취급 금액은 지난달 20일 기준 2,000억원 정도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온라인 쇼핑몰의 농수축산물 거래액이 총 10조8,000억원에 달한단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소매상들의 온라인 도매시장 이용률은 총거래액의 1%에도 못 미친단 계산이 나온다.

업계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상품 신뢰도'를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인 만큼 상품을 직접 볼 수 없는 탓에 기존에 안면을 튼 판매자와 소비자 간 거래만 활성화되고 있단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신뢰성 있는 출하자의 발굴과 육성은 물론, 품질의 균질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도 도입해야 한다"며 "출하 규격 및 품질 등급을 온라인에 적합하게 세분화함으로써 품질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온라인 도매시장 자체의 신뢰도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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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취급 논의 시작한 정부, 업계는 "진입 문턱 낮추는 게 우선"

이에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방책으로 ‘수입산’ 취급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 공영 도매시장 거래 품목 중 수입산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취급되는 수입산 물품은 청과부류가 물량 기준 7.4%, 수산부류는 물량 기준 46.7%에 달한다. 결국 온라인 도매시장에도 수입산 물품의 수요를 끌어들여 이용률을 높이겠단 게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농업 상황과 농민 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수입 농산물을 지속 확산·도입하려는 건 서민을 백안시한 행보란 것이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시공간을 초월한 온라인 도매시장 내에서의 자유로운 거래로 출하자 가격 선택권을 확대하고 농업소득 증진을 기대한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수입산 취급 논의는 온라인 도매시장을 수입 농산물 확대 정책의 발판으로 만들겠단 것"이라고 일갈했다.

일각에선 수입산 취급 논의보다 국내 농수산물업자들의 온라인 도매시장 진입을 보조하는 정책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도·소매 업체들이 새 플랫폼에서 거래를 하려면 기존에 이용 중인 정책자금을 일시 상환하고 서울보증보험(SGI)으로부터 신용등급 평가를 받은 뒤 새로운 보증보험 증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기존 농수산물업자가 온라인 도매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란 의미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도매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업체 수는 여전히 많지 않다. 실제 기존 민간 온라인 시장에 입점한 90여 곳의 구매업체 중 정부가 출범한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넘어오지 않은 업체는 60여 곳에 달한다. 보증 심사 요건 완화 등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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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다 죽는다" 가라앉는 내수 경기, 한은 기준금리 인하 언제쯤

"자영업자 다 죽는다" 가라앉는 내수 경기, 한은 기준금리 인하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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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악화 못 버텨"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12개월 연속 감소
경기 침체에 美 통화 정책 전환까지, 가중되는 금리 인하 압박
부동산 과열·가계부채 급증에 피벗 망설이는 한은, 관건은 '금융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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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원 없는 ‘나 홀로 사장님’ 수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 부진·고금리의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택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급증한 결과다. 내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며 시장 곳곳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시장은 한국은행의 피벗(통화 정책 전환) 관련 움직임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수 부진·고금리에 신음하는 자영업자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30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4,000명 줄었다. 지난해 9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2개월 연속으로 줄어든 것은 지난 2017년 11월∼2019년 1월(15개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이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영 환경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가계 사정 악화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위축되며 자영업자 매출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시장의 전반적인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계절조정·2020년=100)는 지난달 기준 100.6으로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 시기를 맞은 자영업자들이 연체 위기에 내몰린 채 폐업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884조4,000억원 수준이며, 연체 규모는 총 15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367만3,000개 사업장 중 65만5,000개는 1분기 기준 폐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폐업 사업장의 평균 대출 잔액은 9,570만원으로, 대출 보유 사업장 6곳 중 1곳이 약 1억원의 대출을 그대로 안고 문을 닫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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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경기, 시장 이목 '한은 피벗'에

내수 침체의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눈은 한은의 피벗 시기에 쏠리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시장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며 "미국까지 통화 정책을 전환하며 금리 인하를 본격화한 만큼, 한은 역시 피벗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존 연 5.25~5.5%에서 연 4.75~5.0%로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를 결정하며 통화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연 3.50%)과 미국의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최대 2%p에서 1.50%p로 줄어들었다.

연준은 이날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리스크가 대략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자리 증가세는 둔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중 임무(dual mandate)의 양쪽 측면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 최대 고용을 지원하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강력하게(strongly)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연준이 언급한 '이중 임무'란 인플레이션을 낮추면서도 경기 침체를 막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 금리 인하 압박 직면

연준이 과감한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을 단행하자 한은은 한층 더 강력한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정부·여당은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을 우려하며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이 빅컷으로 피벗을 시작한 이상, 우리나라에서도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 역시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피벗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2020년 말 대비 올해 8월 말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6.9%로, 고령층이나 저소득 가구 등 취약계층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근 들썩이는 집값과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이 기준금리 인하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발(發) 금융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통화 정책 전환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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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10% 증액에도 VC 업계 '우려' 여전, "2020년 1조원 대비 예산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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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내년도 모태펀드 출자예산 5,000억원, 전 부처 총출자액은 약 1조원
재정 확대안에도 업계선 볼멘소리, "증액 폭 과거 삭감률에 못 미쳐"
모태펀드 점진적 축소 시사한 정부, '민간투자 활성화' 목표 현실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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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내년도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10% 증액하기로 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위축된 VC 시장을 재활성하겠단 취지지만, 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2020년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이 1조원에 달했음을 고려하면 여전히 액수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중기부 2025년 모태펀드 출자예산 10% 증액

19일 VC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가 편성한 내년 모태펀드 출자예산은 5,000억원으로 금년보다 460억원 늘었다. 올해 예산이 4,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05억원(44.8%) 증액됐는데, 내년엔 이보다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포함한 전 부처 모태펀드 출자예산도 내년 약 1조원 규모로 올해 9,649억원보다 소폭 증액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재정 확대안을 내놓은 건 고금리가 장기화한 탓에 글로벌 VC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글로벌 VC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VC 규모는 3,440억 달러(약 459조원)로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펀드의 결성 금액과 투자 실적이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이는 정책금융 비중이 지난해 14.4%에서 올 상반기 18.0%로 커진 덕이다. 국내 VC 시장에 정책금융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단 의미다.

이에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정부의 예산 확대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협회 측 관계자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VC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예산 당국의 모태펀드 출자예산 확대 결정은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VC 시장이 위축됐으나 올 상반기 펀드 실적은 정책금융 덕에 회복세"라며 "모태펀드의 선순환 구조가 민간 투자 확대를 이끌어 원천기술 확보 등 국가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자금줄 막힌 VC 업계, "모태펀드 증액 의미 없어"

다만 일각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온다. 모태펀드 예산이 확대돼도 돈줄 자체가 막혀버린 현 상황을 타개하는 건 어려울 거라는 시선에서다. VC가 펀드를 결성하려면 모태펀드가 약 50%를 출자하고 나머지 50%를 다른 곳에서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서 이 50%의 자금을 마련해 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산 증액률이 과거 삭감률을 상회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친 점도 불만 요소다. 당초 2020년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은 1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2021년 관련 예산은 2,000억원 감액돼 8,000억원까지 줄었고, 이후로도 2022년 5,200억원, 2023년 3,135억원으로 점차 예산이 삭감됐다. 당장 예산이 10% 증액된다고 해도 투자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출자 규모가 예산 증액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정부가 출자한 회수 재원 규모는 1조627억원에 달했다. 2019년엔 전체 모태펀드 출자액에서 회수 재원의 비중이 63.9%였다. 결국 국회 예산심사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었을 뿐, 모태펀드 출자액이 감소한 예년에도 정부 차원에서 회수 재원을 활용해 출자액을 일정 수준까지 유지해 왔단 것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동안 모태펀드 본 예산액의 증감에도 정부는 회수 재원을 활용해 매년 1조원 안팎의 출자액을 유지했다"며 "올해도 정부가 그 기조를 유지한다면 출자액 증액에 따른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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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태펀드 축소 기조에 업계 우려↑, "자구책 마련도 어려운 상황"

이런 가운데 정부는 향후 모태펀드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확정할 방침이다. 모태펀드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민간자금 유입을 감소시키는 구축(驅逐)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우선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VC 기반을 어느 정도 닦은 후 민간투자가 활성화할 만한 환경이 조성됐단 판단이 들면 모태펀드 출자액을 점차 줄여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민간 주도 및 민간 연계 사업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의 청사진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모태펀드 규모가 축소된 이래 VC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양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VC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VC 등록이 말소된 투자사는 5곳에 달했다. 지난해 허드슨헨지인베스트먼트, 심포니인베스트먼트, 실버레이크인베스트먼트, 서울경영파트너스에 이어 올해 이랜드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이랜드벤처스까지 VC 사업을 포기했다. 이외 자본잠식 상태로 파악된 VC가 6곳, 경영 개선을 요구했지만 이행하지 않은 곳은 7곳으로 나타났다.

모태펀드 자금을 확보한 VC 중 민간 자금 매칭에 어려움을 겪은 곳도 있었다. 1세대 VC로 꼽히는 대성창업투자는 지난해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에서 출자받아 만들기로 한 600억원 규모의 콘텐츠펀드 결성을 철회한 데 이어, 올해 초엔 한국성장금융과 함께 추진한 1,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 혁신펀드 결성도 포기했다.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으면 6개월 안에 추가로 투자금을 모아 펀드 결성을 완료해야 하는데, 민간 매칭 출자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면서 펀드 결성을 취소한 것이다. 이는 결국 민간투자시장이 '관망세'를 견지하고 있단 의미로, 모태펀드 자금을 줄여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단 정부의 계획을 업계가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자본을 유입하는 등 VC 차원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단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내외의 투자 문화 자체가 상이한 탓이다. 한국은 스타트업이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포지티브 방식을 따른다. 모든 투자사의 동의를 받아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해외에선 주력 투자자가 주도권을 모두 쥐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글로벌 투자사들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선결 조건으로 '기존 국내 투자사에 대한 권리 조정'을 요구하게 되는데, 해외 투자계약 구조에 익숙지 않은 국내 투자사들은 이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존 투자사와의 계약 문제가 해외 투자 유치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단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액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 투자자가 포함된 한국 스타트업·중소기업의 투자 유치액은 4,399억원에 그쳤다. 2022년 같은 기간 1조7,680억원, 지난해 5,739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민간투자 활성화에만 집중하기보단 규제 완화 및 국내 벤처투자 문화 개선책 마련 등 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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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사무실 출근해라" 강수 둔 아마존, 테크업계 업무 체제 전환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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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내년 1월부터 임직원 재택근무 비허용
美 주요 빅테크, '하이브리드 근무'로 사무실 출근 독려
카카오·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주요 IT 기업도 "출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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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부터 실시해 온 재택근무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메타 등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며 '강수'를 둔 것이다.

아마존, 재택근무 전면 폐지 선언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전체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내년 1월 2일부터 주 5일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했으며, 지난해 5월부터는 최소 주 3일 이상의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재시 CEO는 “팬데믹 이전에는 일주일에 이틀 동안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무실에 출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5개월 동안 일주일에 최소 3일을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사무실 근무의 혜택에 대한 확신이 더 강해졌다”며 “대면 협업을 통해 아마존은 빠르게 움직이며 고유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주요 기업 대부분이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강경한 주 5일 출근 시행 방침을 밝힌 것은 아마존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다른 주요 기업보다 더 엄격하게 인력을 운용해 온 아마존이 사무실 복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재택근무 줄여나가는 美 빅테크

아마존이 완전한 '재택근무 종료'를 선언한 가운데,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줄줄이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던 여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업무 체제 전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는 MS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전 세계 필수 현장 근무자를 제외한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의무화한 바 있다. 다만 현시점 MS 직원들의 재택근무 비중은 전체 근무 시간 중 최대 50% 수준까지 제한된 상태다.

구글은 지난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사무실 복귀를 시작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대부분의 직원에게 주 3회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도 2022년 4월부터 점진적으로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작해 현재 주 3회 출근(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 2021년 6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메타는 지난해 9월부터 직원들에게 주 3회 대면 업무 수행을 요구하고 있으며, 재택근무 시대를 열었던 화상회의 솔루션 기업 줌도 지난해부터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을 비롯한 IT 기업들이 점차 사무실 출근을 확대하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원격 근무 축소는 업무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사무실에서 대면으로 일할 때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원격 근무 시 신속한 피드백과 정보 전달에 어려움이 있고, 특히 신입 직원이나 경험이 적은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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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 기업의 움직임은?

국내 주요 IT 기업들 역시 사무실 출근 체제로의 복귀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일례로 카카오는 2022년 3월부터 오피스 출근을 우선시하는 ‘오피스 퍼스트’ 정책으로의 전환을 선언, 특정 부서에만 주 1~2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 왔다. 하지만 올해 정신아 대표가 취임한 이후 재택근무를 하던 부서에도 전격 사무실 출근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상반기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1년 만에 폐지하고 주 1~2회 사무실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우아한형제들 측은 “신규 입사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위주 소통과 업무 체계가 아쉽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이에 대면의 장점을 조합한 근무 제도를 시행해 보고자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2022년 7월부터 직원들이 근무 시간과 장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커넥티드 워크는 자신이 속한 조직과 프로젝트 상황 등에 따라 ‘주 5일 원격 근무(R타입)’와 ‘주 3일 이상 출근(O타입)’ 중 원하는 근무 형태를 6개월마다 선택하는 제도다. 다만 네이버 제1사옥인 그린팩토리의 리모델링이 마무리될 경우, 내년 중 이 같은 네이버의 근무 체제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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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2.2조원' EU 반독점 과징금 취소 소송서 승소

구글, '2.2조원' EU 반독점 과징금 취소 소송서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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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제한 규정만으로 독점권 행사로보기 어려워
지배력 강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입증하지 못해
집행위 항소 가능성 시사, 사법재판소서 2심 재개
Google TE 20240919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이 2019년 구글에 부과한 반독점 과징금이 법원에서 취소됐다. 다만 규제당국이 항소 가능성을 시사해 EU 사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독점 조항을 단편적으로 해석한 오류"

18일(현지시각) CNBC, 로이터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019년 EU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EU 일반법원에 제기한 반독점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EU 일반법원은 "집행위가 벌금을 부과할 당시 평가 조항에 오류가 있었다"며 "집행위가 구글의 온라인 광고에 부과한 14억9,000만 유로(약 2조2,00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2019년 당시 집행위는 2006~2016년 구글이 자사의 광고 중개 서비스인 애드센스의 지배력을 활용해 온라인 검색에서 경쟁사의 검색 광고를 차단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봤다. 애드센스를 통해 웹사이트에 광고를 실을 때 경쟁사를 홍보하는 내용은 배제하는 조항을 뒀기 때문에 웹사이트 운영사가 광고 대상 업체를 선택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구글이 경쟁사의 광고 선택권을 제한해 발생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전가될 것이란 집행위의 판단은 관련한 모든 사항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경쟁사 광고 게재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독점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집행위는 해당 조항이 검색 광고시장에서 구글의 지배적 위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등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승소 이후 구글 대변인은 "2016년 집행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있기 전에 이미 계약을 변경해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며 "법원이 오류를 인정하고 벌금을 취소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법원의 판결을 신중히 분석한 뒤 항소 등 다음 단계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가 항소할 경우 EU 최고 법원인 EU 사법재판소(ECJ)에서 재판이 이어진다.

google 20240919

美 법무부와의 반독점 소송에서도 1심 패소

이번 소송건 외에도 구글의 반독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 2020년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했다. 25년 전 미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이후 최대 규모의 반독점 소송으로 꼽히는 만큼, 현지 언론들은 이를 '이정표적 소송(Landmark Case)'으로 칭했다.

해당 재판은 지난해 9월 워싱턴DC 법원에서 본격적인 1심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달 5일 판결에서 구글이 패소했다. 당시 공개된 판결문에는 "구글은 독점 기업으로 독점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반독점 행위를 했다"며 "미국의 일반 검색 서비스와 텍스트 광고시장에서 독점적 배포 계약을 통해 독점을 유지함으로써 셔먼법 제2조를 위반했다"고 명시돼 있었다. 셔먼법은 자연인 또는 법인 간 경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독점 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일부터는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막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미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해 재판에 들어갔다. 구글은 2007년 온라인 광고 회사 더블클릭을 31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인바이트 미디어, 2011년 애드멜드를 연달아 인수하며 광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구글은 전 세계 광고 서버 시장·광고주 네트워크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EU에서는 지난 10일 EU 사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반독점 과징금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구글이 최종 패소했다. 2017년 경쟁위는 검색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구글이 경쟁사보다 자사의 가격 비교 쇼핑 서비스를 우대한 것을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보고 24억 유로(약 3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집행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21년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지만 이날 항소심에서 또다시 패소하며 처분이 확정됐다.

쿠키리스 정책, 프라이버시법 도입 등 변수

다만 구글의 온라인 광고를 둘러싼 독과점 논란은 쿠키리스 정책이 시행되면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4일부터 구글은 자사의 웹브라우저인 크롬 사용자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1%를 대상으로 웹사이트가 제3자인 서드파티 쿠키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사이트 간 추적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크롬에서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통제권을 강화할 새로운 기능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구글은 향후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올 하반기까지 모든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 세계 광고업계가 쿠키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올해까지 쿠키를 모두 제한하게 되면,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타깃형 광고를 진행하기 힘들어진다.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의 점유율은 65%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온라인 광고 업계의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구글 등 빅테크의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프라이버시법의 도입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주(州)법에 따라 개인정보 활용을 규제해 왔는데 빅테크들은 국내외에서 각종 소송에 연루돼 수천억원의 합의금과 과징금을 내면서도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왔다. 이에 미 상원은 2019년부터 프라이버시법 도입을 논의, 5년 만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은 이용자에게 타깃 광고를 거부할 권리를 알려야 하고 이용자가 무의식적으로 약관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기만적 요소, 이른바 '다크 패턴'을 사용해선 안 된다.

한편 이날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구글이 EU의 반독점 소송을 끝내기 위해 온라인 중개 서비스인 '애드엑스(AdX)'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당초 이 사안에 문제를 제기한 유럽출판인협의회가 거부하며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구글이 나서서 자사 사업의 매각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지난해 유럽출판인협의회가 제기한 민원으로 EU 규제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조만간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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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홀딩스' 상반기 지분법손실 50억, 관계사 줄적자에 발목

'AK홀딩스' 상반기 지분법손실 50억, 관계사 줄적자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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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그룹 투자 기업들 부진 지속
AK홀딩스에도 악영향, 순익 280억 불과
AK플라자도 4년째 적자로 그룹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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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홀딩스 본사 전경/사진=AK홀딩스

AK그룹이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투자했던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지주사인 AK홀딩스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인수 당시 투자했던 금액보다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지분투자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AK홀딩스, 상반기 순이익 축소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1,194억원의 연결 영업이익을 냈지만 순이익은 28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든 배경에는 종속회사들이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로부터 지분법손실을 떠안은 것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실제 AK홀딩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50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기록했다.

AK홀딩스의 지분법손실에 영향을 준 회사는 종속회사 애경케미칼이 투자한 화학기업 코리아피티지다. 애경케미칼은 2002년 코리아피티지 지분 30%를 총 223억원에 인수하며 관계사로 편입시켰지만 전 세계적인 화학산업 부침 속에 코리아피티지는 올 상반기 128억원의 순적자를 내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85억원과 비교하면 50.6% 손실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이에 애경케미칼은 42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기록, AK홀딩스의 연결 손실이 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AK홀딩스의 투자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AK그룹 입장에서 코리아피티지에 대한 투자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하지만 온전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오히려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애경에스티' 부진도 발목

코리아피티지뿐 아니라 가정용품 전문기업 애경에스티도 AK홀딩스 손실을 부추겼다. AK홀딩스 종속회사 중 하나인 애경산업은 2007년 일본 에스테화학과 합작해 애경에스티를 설립했다. 생활용품사업의 영역 확장과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였다.

하지만 2019년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소재 수출규제로 반일감정이 확산하면서 그 유탄이 애경에스티까지 튀었다. 일본 기업과의 합작법인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더해 같은 해 애경산업이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들어가자 기업이미지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애경에스티의 2019년 매출액은 49억원으로 불과 1년 만에 41.7% 급감했고, 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에도 2020년 3억원, 2021년 4억원 2022년 5억원, 2023년 8억원의 순적자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역시 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6년 동안 28억원에 달하는 누적순적자를 기록 중이다. 결국 애경산업은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11억원에 달하는 지분법손실을 기록했고 이는 고스란히 AK홀딩스의 부담으로 전이됐다.

특히 애경에스티의 경우 올 상반기 말 기준 장부가액이 9,70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초 지분 취득액과 비교하면 그 가치가 90% 이상 축소됐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순적자가 이어진다면 장부가액이 '0'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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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수원점/사진=AK플라자

AK플라자도 나홀로 역신장, '명품 없는 백화점' 한계

백화점 계열사 AK플라자(옛 AK S&D)도 부진을 이어가며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20년 220억원의 손실을 시작으로 2021년 246억원, 2022년 190억원, 2023년 269억원으로 적자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4년 동안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만 930억원 수준이다.

올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AK플라자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807억원 감소했는데, 작년 AK플라자가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한 점을 고려하면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수치다. 분기순손실도 102억원을 기록하며 백억원대 적자를 이어갔다.

이 같은 부진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5대 백화점 중 AK플라자를 제외한 4개사는 모두 1분기에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분기 사상 최대 거래액을 경신하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7.0% 신장했고,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각각 3.6%, 1.4% 신장했다. 부진했던 한화갤러리아 역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점포별 매출을 살펴봐도 AK플라자는 수원점을 제외한 분당·평택·원주점 모두 외형이 줄어들었다. 한때 수원점과 함께 전국 20위권을 지켰던 분당점은 지난해 전년 대비 4.4% 역신장하며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평택·원주점도 1,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점포 경쟁력을 약점으로 지목한다. '명품 없는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AK플라자는 그동안 명품 없는 지역근린형 기반 쇼핑몰 전략을 취해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부터 명품 소비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자체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문제는 반등을 위한 모멘텀마저 없다는 점이다. AK플라자는 그룹 지원과 계열사 흡수합병 등 노력에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점포 경쟁력 제고를 위한 리뉴얼이나 핵심 테넌트 유치를 위한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간판점포인 AK플라자 수원점 인근에 신세계 스타필드 수원과 전면 리뉴얼한 롯데백화점 수원점이 등장하면서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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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번화가 경기 침체, 극우정당 득세 부추긴다

[딥테크] 번화가 경기 침체, 극우정당 득세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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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번화가 공실률 늘수록 극우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도 올라
번화가 쇠락에 대한 정치적 반응, 실업 상태일수록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
장기적 인프라 보충과 더불어 가시적인 효과 낼 수 있는 단기적 정책 필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극우 정치세력이 유럽 전역에서의 입지를 대폭 넓히고 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별 편차가 두드러진다. 이에 띠모 펫저(Thiemo Fetzer) 독일 본대학교(University Of Bonn) 경제학과 교수 등은 영국의 지역별 쇠락 여부가 어떻게 우파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지지로 이어지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포퓰리즘에 맞서기 위해선 장기적인 지역 부양 정책뿐 아니라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단기적 정책 역시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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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연구진, 영국 번화가 공실과 극우정당 인기 관계 분석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득세하는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 같은 지역이 포퓰리즘 정당들의 ‘텃밭’이 된 배경엔 경기 침체와 긴축 정책의 가시적 외부효과, 이로 인한 지역 중심가 내 공실 증가, 노숙자와 범죄 문제의 부상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연구진은 지역 경제의 쇠퇴 현상과 우파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가시적인 경제 쇠퇴의 지표로는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번화가의 공실 데이터를 활용했다. 공실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상일 뿐만 아니라 경제 상황을 매우 잘 반영하는 강력한 지표다. 눈에 잘 띄는 만큼 지역 주민들이 경제 활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지역의 실업률 같은 거시적 지표들은 통계의 노이즈가 심하고 개개인이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의 정치 성향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

공실이 늘어나는 문제 자체는 구조적 변화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오프라인 상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이는 지역 커뮤니티 전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소비자들의 편리성 측면에선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도움이 된 부분이 있지만, 변화의 결과는 개개인에 따라 이질적으로 나타났다. 소비 행위 자체가 일종의 연대감, 소속감, 커뮤니티의 결집력 등으로 연결되는 사회적 소비재인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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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지역별 공실률/출처=CEPR

번화가의 쇠락, 지역 정치 성향에 직접적인 영향

이번 연구는 2009~2019년 사이 잉글랜드와 웨일스 내 197개 도시의 8만3,000개 상업용 건물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공실률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엔 공실률이 높은 지역이 영국 북동부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위의 이미지는 지역별 공실률을 표시한 것으로, 색이 진할수록 공실률이 높음을 의미한다.

특정 지역의 공실률이 유독 심한 건 경기 침체의 영향이 나라 전체에 균등하게 나타나기보단 지역별로 다르게 발현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실은 경기 침체의 신호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정치인들이 지역을 방치했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지역의 전반적인 정치 지형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실제 영국의 극우 세력인 영국독립당(UKIP)은 이 같은 정서 자극을 통해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역에서 세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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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세로선은 공실률, 가로선은 UKIP 지지 가능성/출처=CEPR

연구진은 사회이해조사(Understanding Society Survey) 데이터를 활용해 영국 각 지역 내 정당 지지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공실과 UKIP 지지율의 관계를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번화가의 공실률과 UKIP 지지율 사이엔 매우 강력한 연관이 있었고, 개인적 또는 지역적 변수를 제거한 통계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위의 그래프는 두 요소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보라색 선이 공실률 증가에 따른 전체적인 트렌드를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공실률로 대표되는 지역적 쇠퇴가 우파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도를 올리는 데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러한 관계는 단순히 소매업 분야의 주민들, 즉 가게 주인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이는 포퓰리즘 지지율 증가가 단순히 개인들의 경제적 불안정에서 비롯된다기보단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공간적 외부효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런가 하면 공실률이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또는 인구 통계 그룹별로 제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실직자일수록 공실 증가 상황에서 UKIP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았고, 지역 경제가 받는 충격에 대한 반응도가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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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가로선은 실업 여부, 세로선은 지역 공실이 UKIP 지지에 미친 영향/출처=CEPR

이번 연구 결과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를 막기 위해 경기 침체 상황에서 당장의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필요성을 보여준다. 지역 번화가를 되살리고 지역 경제 상황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는 것이 우파 정당 출현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리 잡은 재택근무 기조에 따라 시내에서 지방으로의 이주가 대폭 늘어난 점도 현재의 지역 쇠락 추세를 반등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공간적 외부효과의 기저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하려 하는 섬세한 정책들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경기 침체와 우파 정당 지지율 증가의 관계를 보다 치밀하게 분석하고, 경제적 위기가 주민들의 정치 성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킬 효과적인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를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분석하자면 우파 포퓰리스트를 저지하기 위해선 결국 지역에 장기적 이득을 가져다줄 ‘당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도 이어진다. 지역 노동인력의 숙련도를 끌어올리고 쇠락하는 지역의 기반시설을 강화하는 데 투자하는 것 등이 당근책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가시적이고 인지하기 쉬운 공간적 외부효과를 완화하는 단기적 조치들과 결합해 효과를 증폭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원문의 저자는 티모 펫저(Thiemo Fetzer) 독일 본대학교(University Of Bonn) 경제학과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Local decline and populis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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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나서는 인텔, 파운드리 사업 분사하고 공장 건설 중단

구조조정 나서는 인텔, 파운드리 사업 분사하고 공장 건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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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2분기 16억 달러의 대규모 적자
파운드리 사업부, 독립 자회사로 전환
독일·폴란드·말레이 공장 건설도 중단
20240917 intel founry

창립 56년 만에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또 1만5,000명 규모의 인력 감축에 이어 독일,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에서 진행 중인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폐기하거나 잠정 중단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 '파운드리 재건'에 나선 인텔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업계 2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3년 만에 막대한 손실을 보고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겔싱어 CEO, '사상 최악의 위기'에 구조조정 방안 발표

16일(이하 현지시각)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반도체 제조와 설계 사업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인텔은 2분기 16억 달러(약 2조1,300억원)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있던 지난달 30일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설계와 제조 사업의 분할, 제조 시설 확장 프로젝트 폐기,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리 혹은 매각, 기타 사업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부는 회사 내부의 독립 자회사로 운영되며 주요 임원도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에 사외 이사를 영입해 운영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조직을 강화할 예정이다. 겔싱어 CEO는 "올해 초부터 회계기준의 분리를 시작으로 파운드리(제조)와 프로덕트(설계) 그룹의 분리 작업을 시작했다"며 "파운드리 자회사에 명확한 독립성을 부여해 고객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별로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최적화해 주주가치 창출에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텔에 따르면 이미 프로덕트와 파운드리 그룹은 ERP(전사적자원관리)를 분리한 상태로 올해부터 파운드리 사업부의 재무 실적을 별도로 발표해 왔다. 겔싱어 CEO는 "올해 초부터 'IDM(종합반도체기업) 2.0' 전략의 마지막 단계로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프로덕트와 파운드리 그룹 간 분리 작업이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돼 온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설에 대해서는 "설계와 제조에 걸친 인텔의 역량은 경쟁력을 갖춘 차별화의 원천"이라고 강조하며 현 단계에서는 매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인력 15% 감원·사무실 규모 축소 등 자본 효율화 추진

인텔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독일 마그데부르크와 폴란드 브로츠와프 등에서 진행 중인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도 연기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텔은 1.5나노급 공정을 도입해 독일을 유럽의 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마그데부르크에 공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300억 유로(약 44조4,0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재정난에 결국 1년 만에 계획이 무산됐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2년가량 중단하기로 했다.

조직 개편과 함께 사무실 규모도 올해 안에 3분의 2로 줄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겔싱어 CEO는 "자본 효율성이 높지 않은 소규모 팀을 정리하고 중앙 집중화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이는 더 효율적이고 심플하고 운영 속도가 빠른 인텔을 구축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인텔은 직원의 15%에 달하는 1만5,000명을 감원하는 것과 동시에, 4분기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다만 투자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합작사를 설립해 추진 중인 아일랜드 레이슬립 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아울러 애리조나, 오리건, 뉴멕시코, 오하이오 등 미국 내에 건설 중인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시설들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건설 진척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조금을 지급받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애리조나 등 4개 주에서 공장을 신축하는 인텔에 최대 85억 달러의 직접 지원금과 110억 달러(약 14조6,300억원)의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 페낭에 건립 중인 반도체 패키징 시설은 계획대로 건설하되 가동 시점을 조절하기로 했다. 인텔의 말레이시아 공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70억 달러(약 9조5,0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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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등 "실적 부진 벗어나려면 보다 과감한 조치 필요"

이처럼 인텔은 실적 부진과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 프로젝트와 조직,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WSJ은 "여러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인텔에 파운드리를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권장하고 있다"며 "현재 인텔이 내놓은 구조조정안은 그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텔이 직면한 여러 문제가 일시적 위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블룸버그는 "인텔은 수십 년째 세계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던 기업이지만 현재는 여러 재앙이 겹치면서 명운을 걸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 철회, 자회사 매각과 파운드리 사업 분사 등 현재 내놓은 방안보다 강도가 더 높은 조치가 필요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텔의 위기를 부른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겔싱어 CEO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꼽힌다. 2021년 취임한 겔싱어 CEO는 인텔의 선두 회복을 위해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PC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확보한 설계 경쟁력을 토대로 엔비디아, AMD 등 경쟁사에 맞서는 한편 반도체 미세공정 제조 기술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텔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경쟁사를 지나치게 의식해 무리한 목표를 앞세웠다는 시각이 많다. 미세공정 개발 시간을 삼성전자와 TSMC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가 대표적이다. 결국 기술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목표 설정은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 비용의 증가로 이어졌고 반도체 제조 사업에서 아직 뚜렷한 매출처를 발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어진 막대한 투자로 자금 여력이 크게 부족해졌다. 인텔이 자율주행 반도체나 AI에 핵심인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와 같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의 매각까지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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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오존 파괴 물질 감축 성공이 환경 문제 해결에 주는 교훈

[딥테크] 오존 파괴 물질 감축 성공이 환경 문제 해결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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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환경 문제 해결 위한 국제 협약, 전 세계적 협력 촉진에 난항
염화불화탄소 감축 성공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성공 요인 제시
강제력 있는 조항 포함해 산업 내 혁신과 협력 이끌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는 별개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적 협력을 이끌어 내는 과업은 수십 년간 난항을 겪어 왔다. 이런 가운데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는 염화불화탄소(chlorofluorocarbons, CFC) 감축 목적으로 도입된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달성 가능하면서 경제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 체결을 통해 관련 산업 및 기술 분야에서 혁신과 협력을 촉진해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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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협력에 어려움 겪는 기후 협약, ‘오존층 파괴 물질 감축’ 사례 참고해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약은 세계적 협력을 도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이 ‘무임승차자’(free-rider) 문제와 경제적 구속력을 가진 조항 협상의 복잡성으로 수십 년간 공전해 온 것이 그 난이도를 증명하는데 아직까지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파리 기후 협약(Paris Accord)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1987년 염화불화탄소(CFC) 감축을 위해 체결된 ‘오존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The Montreal Protocol on Substances that Deplete the Ozone Layer)는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지구 오존층은 아직도 남극 오존층에 선명한 구멍이 보일 정도로 CFC로 인한 파괴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몬트리올 의정서 이후 뚜렷한 회복의 모습도 관측돼 글로벌 환경 보호 협력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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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오존층 구멍 (2023년 9월 21일 촬영)
주: 오존층(녹색)/출처=CEPR

몬트리올 의정서는 CFC가 오존층을 파괴해 유해 자외선이 지구 대기권을 투과하도록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1970년대 후반에 알려지면서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와 스프레이 등의 압축가스로 널리 사용되는 해당 물질의 단계적 감축을 위해 선진국 간 체결된 협약이다. 놀랍게도 이 협약은 시행 10년 만에 지구상 CFC 생산 및 소비의 80% 이상을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는데 단순히 정부 시책에만 의지한 것이 아닌 과학기술계의 혁신을 촉진한 결과였다.

협약은 서명국들의 CFC 감축 목표 및 일정에 대한 동의와 비참여국에 대한 통상 제재, 오존층 파괴 물질 사용 제품에 대한 무역 금지 경고를 포함했는데 이러한 경제적 구속력은 몬트리올 의정서에 강제력과 신뢰성을 부여해 여타의 기후 협정과는 다른 차원의 성과를 가능하게 한다.

몬트리올 의정서, CFC 대체 물질 개발 위한 혁신 촉발

다만 이례적인 성공이라는 점에서 해당 성과가 혁신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CFC 대체재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측 협상단 대표로 협약에 참여했던 리처드 E. 베네딕(Richard E. Benedick)은 협약으로 인해 대체재 생산 연구 개발이 대폭 증가했다고 주장했지만, 대체재 개발을 위한 돌파구가 협약 이전 이미 마련되고 있었고 이 때문에 관련 산업계가 CFC 감축에 동의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몬트리올 의정서가 CFC 대체 물질과 기술의 혁신을 촉발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엄연히 존재한다.

유지니 두구아(Eugenie Dugoua) 런던 경제정치대학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조교수의 최근 연구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CFC 사용을 제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혁신을 유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혁신을 논의 중심에 두고, 달성 가능하면서 강제력을 가진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관련 업계와 연구자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의정서가 체결된 1987년 이전에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CFC 대체재 후보로 확인된 14개 분자 물질(molecules) 관련 특허나 과학 논문 발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들어 대체재가 이미 존재했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반면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 이후에는 CFC 대체 물질 관련 특허와 논문이 급속히 증가하는 가운데 오존층 파괴와 상관없는 유사 용도의 유해 대기 오염 물질(hazardous air pollutants, HAPs) 관련 내용은 증가하지 않아, 의정서가 연구 개발과 혁신은 물론 결과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까지 유도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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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C 대체 물질 언급 특허 및 논문 수 추이
주: CFC 대체 물질 언급 특허 및 논문 수 추이(Panel a), 연도(X축), 특허 및 논문 수(Y축), 특허(청색선), 논문(하늘색선),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 연도(1987)(적색 점선), CFC 대체 물질 특허 수 추이(Panel b), 특허 신청 연도(X축), 특허 수(Y축), CFC 대체 물질(청색선), HAPs(하늘색선)/출처=CEPR

대체재 개발과 실용화 위한 대규모 연구 개발 투자 유도

하지만 이론적으로 몬트리올 의정서의 성과는 직관에 반하는 결과로 분류된다. 게임 이론(game theory)에 따르면 협력이 비교적 용이하고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 보상이 큰 협약이라야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CFC 대체재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의정서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을 반영한다. 그러나 의정서 체결 이후에야 상당수의 혁신 활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대체재가 이론상으로 존재했다고 해도 실용화를 위한 광범위한 연구 개발이 반드시 필요했음을 시사한다.

1987년의 결과를 보면 의정서가 제시한 초기 CFC 감축 목표는 효율성 개선과 재사용(recovery), 재활용(recycling)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었지만, 냉장 및 냉방 분야 등에서의 대규모 감축을 위해서는 신규 분자 물질의 개발이 필요했다. 따라서 CFC 배출 단위당 감축에 소요되는 한계 감축 비용(marginal abatement cost)은 초기에 매우 점진적인 증가를 기록하다 대규모 연구 개발 투자에 따라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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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C 배출 한계 감축 비용 추이(1987년)
주: CFC 배출 감축량(%)(X축), 한계 감축 비용(Y축), 몬트리올 의정서 1998년 목표(50%)(점선)/출처=CEPR

경제적 제재 수단 마련하고 산업 내 혁신 이끌어야

몬트리올 의정서의 성공은 실행 가능한 중간 목표와 야심 찬 최종 목표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맞춘 것에도 기인한다. 중간 목표들은 환경 단체들이 원한 것만큼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관련 산업에 혁신의 동기를 부여하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통상 제재를 포함한 강제 수단은 업체들이 마음 놓고 연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신뢰성을 제공했다.

결국 몬트리올 의정서는 한 번의 목표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중간 목표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진화의 길을 택한 것이다. 달성 가능하게 설정된 중간 목표가 성취되자 관련 산업계는 1990년과 1992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와 CFC의 전면 금지와 대체 물질 항목 확대를 골자로 하는 부속 합의서를 통과시켰다. 실행 가능하면서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가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면서 원대한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을 가능하게 한 결과다.

이러한 성공 모델은 향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간 협상에 참고할 만한 귀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가장 먼저 언급할 사항은 협약에 포함된 구속력 있는 강제 집행 조항이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기후 변화 문제는 오존층 파괴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얽혀있지만 핵심 성공 요인은 그대로 적용된다. 통상과 환경 문제를 결합해 경제적 구속력을 부과하는 기후 협약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기후 변화 협상과 오존층 보호 협의의 차이에서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오존 문제가 화학 산업 중심의 단일 업계가 고민해야 할 기술적 문제였다면 기후 변화 문제는 사실상 글로벌 경제에 속한 대부분의 산업에 영향을 주는 대규모 이슈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관점에서 몬트리올 의정서는 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한 특정 산업 또는 기술 분야가 협력해 기술적 해결책을 찾아내야 했던 산업 내 협약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기후 협약은 세계 전 산업 분야가 연관돼 저탄소(decarbonisation)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범지구적 과제에 속하는데 여기서도 몬트리올 의정서와 같이 각각의 산업들이 자신들에 해당하는 문제로 범위를 좁혀 집중하도록 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특정 산업과 기술에 목표를 맞춘 기후 협약이 애매함과 불확실성을 줄이고 저탄소 기술 개발 투자를 촉진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실행 가능하면서 강제력 있는 목표를 통해 우선적이고 가장 필요한 산업 분야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단계적으로 목표를 늘려 원대한 최종 목표까지 접근하는 방식이 복잡다단한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편이다.

원문의 저자는 유지니 두구아(Eugenie Dugoua) 런던 경제정치대학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조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Global environmental cooperation and innov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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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형 요금제' 도입한 넷플릭스, 광고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전망

'광고형 요금제' 도입한 넷플릭스, 광고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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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형 요금제 회원 증가, 광고 수익 비중 10% 육박
경쟁력 강화 위해 광고 단가 낮춰 신규 광고주 확보
스폰서십 확대, 몰아보기 광고 등 새로운 전략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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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구독자가 감소로 위기를 겪었던 넷플릭스가 올해 2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22년 광고형 요금제와 함께 본격화된 광고 수익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광고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세계 최대의 '광고형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한 넷플릭스의 전략이 향후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베이직 요금제 폐지하며 광고형 요금제 전환 유도

16일(현지시각) CN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JP모건은 넷플릭스가 2022년 도입한 광고형 요금제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향후 광고 시장의 주요 강자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의 더그 안머스 애널리스트는 "광고형 요금제 구독자가 2024년 말 3,100만 명, 2025년 말 4,200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7년에는 구독료를 제외한 광고 수익이 전체 매출의 최소 10%에 달할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안착, 10% 중반의 안정적인 매출 증가와 마진 확대를 토대로 잉여 현금흐름의 성장을 창출할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최근 넷플릭스는 광고가 없는 '베이직 요금제'의 폐지·축소를 통해 광고형 요금제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에서는 지난 7월 13일부로 베이직 요금제를 완전 폐지하고 해당 요금제를 이용하는 구독자들에게 새로운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안내하는 공지를 보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넷플릭스는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에서 베이직 요금제를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해당 국가에서는 베이직 요금제 신규 가입을 받지 않는 대신 기존 이용자의 가입을 유지했는데, 올해 7월 캐나다와 영국을 시작으로 이 요금제를 완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요금제는 광고형(월 5,500원), 베이직(월 9,500원), 스탠다드(월 1만3,500원), 프리미엄(월 1만7,000원)이 있는데 광고가 없는 옵션 중에는 베이직 요금제가 가장 저렴하다. 일부 국가에서 베이직 요금제가 폐지되거나 신규 가입이 중단되면서 넷플릭스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포함하는 더 저렴한 요금제를 고르거나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저렴한 광고형을 선택하면서 1년 만에 광고형 요금제 구독자가 4,000명가량 증가했고, 현재는 2억8,000만 명의 넷플릭스 구독자 중 45% 이상이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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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 안내문/사진=넷플릭스

'CPM 인하' 등 광고 수익 극대화에 나선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독려하고 나선 건 해당 요금제가 구독자 이탈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한때 '광고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 세계 구독자를 확보했던 넷플릭스가 팬데믹 이후 구독료 중심의 수익 구조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광고 수익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데 공을 들이고 모양새다.

다만 광고형 요금제가 구독자를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광고 수익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는 물론 광고주까지 만족시키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넷플릭스가 선택한 건 광고비 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2년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 도입 당시 적용했던 CPM(광고 1,000회 노출에 대한 비용)은 업계 최고 수준인 65달러(약 9만원)였다. 하지만 지난해 2023년 39~45달러(약 4만8,000원~6만2,000원)에 이어 올해 29~35달러(약 4만원~4만8,000원)까지 인하해 최초 가격 대비 50% 이상 낮췄다.

이는 광고시장에서 타 업체과 가격 수준을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기도 했다. 실제 경쟁 업체의 30초 광고 슬롯 CPM 단가를 살펴보면 디즈니플러스는 18~24달러(약 2만5,000~3만3,000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애플TV+는 30~35달러(약 4만1,000원~4만8,000원)로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오랜 시간 고가의 광고비 정책을 고수해 온 넷플릭스의 광고 가격 인하가 신규 광고주와 중소형 광고주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으로 작용하면서 넷플릭스 전체 광고 매출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내년 자체 애드테크 플랫폼을 출시도 앞두고 있다. 새로운 광고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 제공 등을 통해 광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는 광고주를 위한 프로그래매틱 파트너로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에 더해 더 트레이드 데스크, 구글의 디스플레이와 비디오 360, 매그나이트를 포함하도록 구매 기능을 확장할 예정이다. 에이미 라인하드(Amy Reinhard) 넷플릭스 광고부문 사장은 "넷플릭스가 오늘날 스트리밍 기술의 선두 주자가 된 것처럼 새로운 플랫폼 통해 광고주의 광고 계획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몰아보기 광고' 등 새로운 광고 포맷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라인하드 사장은 "2024년 전 세계 넷플릭스 광고주들은 여러 개 에피소드를 연달아 시청하는 형태를 활용한 새로운 몰아보기 광고 포맷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에피소드 3개를 연속으로 시청한 회원들이 4번째 에피소드를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미국에서만 제공하는 타이틀 스폰서십, 모멘트 스폰서십, 라이브 스폰서십 등을 전 세계로 확대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낮은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력·성장가능성 높아

다만 아직 광고판에서 넷플릭스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커넥티드 TV 광고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2.7%에 불과해 경쟁업체인 훌루, 유튜브, 아마존프라임 등에 크게 뒤처진다. 5월 기준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4,000만 명으로 아마존의 광고형 요금제 MAU 2억 명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3억 명에 육박하는 글로벌 구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광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후발주자임을 방증한다.

하지만 광고의 노출 효과 측면에서는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넷플릭스가 우위를 보인다. 닐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넷플릭스는 다른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상위 10개 타이틀을 보유했다. 광고형 요금제 구독자 중 70% 이상이 한 달에 10시간 이상 넷플릭스를 시청하는데 이는 경쟁업체보다 15% 포인트 높은 수치다. 또한 넷플릭스 회원은 시청을 시작할 때보다 시청 후 3시간 동안 시청하는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해 광고에 반응할 가능성이 약 2배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가 광고 없는 스트리밍 정책을 전개해 온 탓에 광고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광고 효과 면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 회원이 직전 분기 대비 34% 증가하면서 넷플릭스의 광고 수익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그레그 피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광고형 요금제가 초기 단계로 구독자를 확장하는 데 집중해 내년에는 구독자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광고 인벤토리 수익화에 초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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