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투자까지 늘린다" 민간 자본 시장서 존재감 키우는 패밀리오피스, 일각선 '아케고스 악몽' 재현 우려도
"직접 투자까지 늘린다" 민간 자본 시장서 존재감 키우는 패밀리오피스, 일각선 '아케고스 악몽' 재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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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오피스, PEF 배제하고 민간 기업 직접 투자 확대 전 세계서 패밀리오피스 활용 보편화, 고객 유치 경쟁도 불붙어 "제2의 아케고스 등장할까" 규제 사각지대 관련 불안감 가중

초고액 자산가들의 가문 자산 관리사 패밀리오피스(FO)가 민간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다.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모펀드(PEF)를 거치는 대신 단일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탄탄한 자금 기반과 신속한 투자 집행력을 갖춘 패밀리오피스가 민간 자본 시장의 새로운 핵심 투자 주체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고개를 드는 추세다. 패밀리오피스가 금융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과거 아케고스 캐피털 사태와 같은 혼란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패밀리오피스의 투자 전략 변화
27일(현지시각) 미국 금융 매체 배런스는 최근 패밀리오피스들이 민간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모펀드의 전통적인 '2&20'(자산의 2%를 관리비로 납부하고, 수익의 20%를 성과 보수로 지급하는 체계)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나 자산 운용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실제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패밀리오피스가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전년 대비 123.3% 증가한 130억 달러(약 19조5,800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변화는 패밀리오피스의 '독자적 투자 주체'로서의 성격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적으로 패밀리오피스는 막대한 자금력과 집행의 유연성을 갖춘 자본 공급자다. 자금 모집 절차가 필요 없는 구조 덕분에 의사결정 후 단기간 내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며, 지정학·정책 변수에 발맞춰 신속하게 투자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여기에 대형 투자은행과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거래를 통한 레버리지·헤지 전략을 결합하면 시장의 반응 또한 크고 빠르게 나타난다. 패밀리오피스의 직접 투자 확대는 민간 자본 시장의 권력 지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인 셈이다.
이들은 기업공개(IPO),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등 대중 노출과 여론 리스크를 수반하는 모델보다는 실체가 있는 기술력 및 탄탄한 내실을 기반으로 한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 패밀리오피스의 자본이 쏠린 분야는 기술·미디어·통신(TMT)과 원자재였다. 우선 기술 분야에서는 지난해 36건의 거래에 30억 달러(약 4조5,2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스토크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에 집행된 8억6,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 투자가 대표적이다. 원자재 분야는 단 5건의 거래만으로 총 48억 달러(약 7조2,3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으며, 이 중 45억 달러(약 6조7,800억원)는 브라질 모레이라 살레스 가문이 글로벌 유리 포장재 기업 베랄리아를 인수하는 과정에 나왔다.
급성장하는 패밀리오피스 시장
이들의 시장 내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탄탄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각국 재계에서 패밀리오피스 활용이 급속도로 보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 발간 당시 기준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는 8,000곳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9년(6,130곳)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이며, 2030년에는 1만720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2024년 5조5,000억 달러(약 8,280조원)에서 2030년 9조5,000억 달러(약 1경4,30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패밀리오피스의 역할 역시 확대돼 가는 추세다. 최근의 패밀리오피스는 단순 자산 운용을 넘어 자산가 일가의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통합 조직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세금·상속·신탁 관리 △세계 각지에 흩어진 개인 소유 부동산 운영 △전용기·요트·미술품 등 초고가 자산 매입 자문 등으로 업무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일부 패밀리오피스는 여행 일정 조율, 레스토랑 예약, 짐 운송 등 개인 비서 업무까지 총괄한다고 전해지며, 수백 명의 직원을 두고 독립 기업 수준의 운영 체계를 갖춘 곳도 적지 않다. 인력 역시 자산 관리 전문가, 가사 관리사, 법률·세무 전문가, 심리 상담사, 보안 인력, 예술품 자문가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이처럼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며 고객 유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초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패밀리오피스 사업이 중간층 고액 자산가 대상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미국 자산관리업계에서는 최근 100만 달러(약 15억원) 이상 투자 자산을 보유한 ‘매스 어플루언트’ 고객층을 겨냥한 패밀리오피스형 서비스 출시가 잇따르는 중이다. 기본적인 세무·상속·투자 자문에 라이프스타일 관리를 결합한 형태다. 멀티패밀리오피스(MFO)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멀티패밀리오피스는 여러 자산가가 비용을 나눠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공동 이용하는 구조로, 기존 단일 가문 중심 모델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느슨한 규제가 '금융 불안' 낳는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패밀리오피스의 성장세에 대한 경계심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처럼 복잡한 금융 라이선스 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패밀리오피스에 대해 투자자문업 등록 의무를 면제하는 이른바 ‘패밀리오피스 룰’을 적용한다. 가족 자산만 운용하고 외부 투자자를 받지 않을 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감독 체계 밖에서 머물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다수의 미국 패밀리오피스는 대규모 차입과 파생상품 거래, 비상장 투자 등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도 자산 규모와 투자 내역을 외부에 상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 사각지대가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 리스크를 보여주는 핵심 사례로는 미국 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 캐피털의 붕괴 사태가 꼽힌다.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설립한 아케고스는 비아콤CBS, 바이두, 디스커버리 등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를 단행하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특히 총수익스와프(TRS) 등 파생 상품을 활용해 실제 보유 주식보다 훨씬 큰 규모의 투자 포지션을 구축했으며, 한때 운용 자산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시장 익스포저를 형성하기도 했다.
위기의 시발점은 2021년 3월 비아콤CBS의 주가 급락이었다. 당시 담보 부족을 우려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잇따라 마진콜(투자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증거금 요구)에 나섰고, 아케고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반대매매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빌 황은 이틀 만에 200억 달러(약 30조원)의 자산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크레디트스위스·노무라·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수십억 달러 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이후 빌 황은 2022년 미국 연방 검찰로부터 사기·시장 조작·증권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고, 2024년 7월 뉴욕 연방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11개 혐의 중 10개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법원은 빌 황에게 징역 18년 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