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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용만 잘 팔리네" 범용 D램 시장, 부진 우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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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진 범용 D램 가격, 소비자 수요 둔화 영향
AI용 '고성능 D램' 시장 급성장, 노 젓는 삼전·SK
본격화한 D램 수요 양극화 현상, 한국 반도체 시장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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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범용 D램의 가격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버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모바일·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범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범용 D램 가격 하락세

1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 1Gx8 D램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38% 하락한 2.0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상승 흐름을 탄 이후 올 5월부터 7월까지 2.1달러선에서 유지되던 범용 D램 가격이 지난달 본격 하락 전환한 것이다.

가격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모바일·PC 제품 수요 위축이 지목된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C 제조업체들은 올해 하반기 대규모 디바이스 교체 주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 공격적으로 D램 재고 확보에 나선 바 있다"고 짚었다. 이어 “문제는 이들 기업의 판매 실적이 소비자 수요 부진으로 줄줄이 악화했다는 점"이라며 "재고 부담이 커진 이상 범용 D램 주문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D램 제조사들의 재고 수준은 지난해 다운턴(불황 국면)과 비슷한 12~16주로 늘어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시장 곳곳에서는 범용 D램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8GB 저전력(LP)DDR5 가격이 3분기에 3.5% 상승한 뒤 4분기에는 2.9% 하락할 것이라 관측했다. PC용 16GB DDR5모듈(UDIMM) 가격 역시 3분기 5.3% 상승한 이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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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성능'에 집중

반면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수요를 고스란히 흡수한 HBM, DDR5 고성능 D램 제품들의 판매량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한 시장 관계자는 "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며 "수주 기반으로 책정된 가격 등도 (고성능 D램 제품들의) 안정적인 성장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국내 D램 시장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서버향 DDR5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 개발의 중심축 역시 수요가 확대된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메모리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고용량 기업용 SSD 주문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 256TB 서버용 SSD를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초에 128TB SSD 제품을 출시하고, 이후 256TB 고용량 제품을 본격 개발한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에 연산 기능을 더한 ‘LPDDR5X-PIM’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LPDDR5X 대비 성능은 133% 증가하고 전력 소모는 52% 줄인 제품인 LPW(LPDDR Wide-IO)를 개발 중이다. 올해 말에는 기존 RDIMM(D램 모듈) 대비 2배의 대역폭을 제공해 초당 12.8기가비트의 속도를 내는 MCRDIMM 고용량 모듈을 출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차후 LPDDR6, LPCAMM(LPDDR 모듈), 512GB(기가바이트) 고용량 DIMM(D램 모듈) 등을 선보이며 시장 경쟁력 강화에 착수할 방침이다.

수요 양극화의 이면

범용 D램 시장과 고성능 D램 시장의 '양극화' 기조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국내 반도체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은 HBM 시장 성장세에 따라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범용 D램에 의존하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실적은 하락하며 전체적인 생태계의 기초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HBM은 메모리 칩 메이커가 전·후공정을 전부 담당하고 있는데, 관련 시장이 성장해도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돌아오는 수혜는 미미한 상황"이라며 "HBM과 관련한 제품을 공급하더라도 기존 범용 D램이 차지해 왔던 매출을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될수록 국내 반도체 공급망 내 기업들의 체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HBM 수요 확대에 따라 범용 D램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시장 수요 회복에 따라 범용 D램의 가격 역시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PC 시장 등에서는 메모리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신제품 출시 효과 등에 따라 (범용 D램)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내년 중 1c(10나노 6세대) D램 등을 양산할 예정인 만큼, 이와 관련한 수혜가 관련 생태계로 넓혀질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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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최적의 온라인 진료 서비스 제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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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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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진료, 높은 편리성과 함께 치료 효과도 오프라인에 필적
대면 진료 다시 찾는 환자 증가로 비용 절감 효과는 낮아
비대면, 대면 진료 환자 구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효율적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온라인 진료가 편리성과 접근성, 시간 절약, 감염 위험성 감소 등 본연의 기대 효과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진단 및 처방, 환자 만족도 측면에서도 오프라인 진료와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이후 다시 대면 진료를 찾는 환자들로 인해 비용 효과성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경증 환자는 온라인 진료로 유도하고 증세가 심한 환자들은 바로 대면 진료를 받게 하는 하이브리드(hybrid)형 진료가 비용 절감과 치료 효과를 함께 도모하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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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온라인 진료, 환자 편의성 증진 및 도시-지방 간 의료 격차 해소 기대

온라인 서비스의 확산으로 수많은 업종에서 비대면 서비스와 대면 서비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 서비스를 선택하는가는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업자 모두에게 만족도와 수익성 측면에서 중요한 결정이 되고 있다. 환자 진료부터 금융 상담, 개인 지도, 정신과 치료, 법률 상담까지 많은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옮겨가는 이유는 이용자 편리성과 접근성을 향상시키면서 서비스 제공업체에는 비용 절약 및 생산성 향상을 안겨준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온라인 진료는 환자들이 아무 때나 편리하게 시간을 절약하면서 감염 위험까지 피해 병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도시와 지방 간, 고소득과 저소득 계층 간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 효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다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 중 가장 적절한 선택을 내리려면 양 서비스의 차이와 장단점을 보다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어맨다 달스트랜드(Amanda Dahlstrand) 취리히대학교(University Of Zurich) 조교수, 네스토르 르 네스토르(Nestor Le Nestour) 스톡홀름대학교(Stockholm University) 재학생, 가이 마이클스(Guy Michaels) 런던 경제정치대학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 부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환자들의 1차 진료를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영향 연구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를 함께 제공하는 스웨덴 소재 유럽 최대 디지털 의료 기관 환자들의 인구통계학 데이터와 사회경제적 특성, 치료 결과 등을 분석했다.

특별히 연구진은 대면과 비대면 진료의 차이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혼잡 시간대에 간호사에 의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를 배정받은 환자들을 분석함으로써 환자 간 증상 및 성향 차이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했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를 배정한 간호사들의 성향 차이도 변수에 포함시켜 통제했다.

온라인 진료 후 입원 및 병원 재방문 늘었지만 치료 결과 차이 없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통해 환자들은 예약 날짜를 앞당길 수 있었고 진료 시간도 짧아지는 등 편리함을 누렸지만, 의사들은 환자 대면 시간은 짧아졌으나 진료 후 처방전 작성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다만 임상적 측면에서 온라인 진료는 진단, 처방, 전문의 추천, 환자 만족도까지 오프라인 진료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치료 효과 측면에서 보면 적시에 적절한 1차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입원’(avoidable hospitalisation) 횟수도 오프라인 진료 환자와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온라인 진료 이후 30일 기간 환자들의 전체적인 입원 빈도가 늘고 응급실 방문 횟수 및 진료 기관 재방문도 상당 부분 증가했으나 30일이 지나고는 특별한 건강상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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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진료 환자들의 간호사 미팅 전후 치료 경과
주: 진료 기관 방문(A), 대면 진료(B), 응급실 방문(C), 입원(D), 기간(주)(X축), 해당 환자 비율(Y축)/출처=CEPR

병원 재방문 환자 증가로 비용 효과성은 기대 이하

하지만 비대면 진료를 받은 이후 다시 대면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비용 측면의 기대 효과는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입장에서 보면 최초 온라인 진료는 오프라인 진료 대비 75%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지만, 추가 대면 진료 횟수가 늘어나면서 20% 선으로 줄어들었다. 환자 입장에서의 비용 절감 효과는 사실상 0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온라인 진료가 병원에서 기대하는 비용 효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았으나 대기 시간과 감염 위험이 줄고 근무 시간 외에도 진료가 가능해 예약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등 환자들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진료 이후 다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한 현상도 조사 대상 환자들의 특성에 기인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로부터 진료를 배정받은 환자들이니만큼 진료 자체가 필요 없었던 환자들보다 중증이거나 대면 진료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이 대부분 대도시에 거주해 지방 환자들보다 병원 방문이 용이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경증 환자 비대면, 중증 환자 대면 진료 ‘하이브리드 방식’ 유망

따라서 연구진은 경증 환자들을 온라인 진료로 유도하고 중증 환자들부터 대면 진료로 배정하는 방식을 통해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가운데 비용 효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입원 치료 기록이 있거나 응급실에 자주 방문한 환자들은 처음부터 대면 진료를 받게 하고 경증 환자들을 온라인 진료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일부 고연령 및 이민자 환자들의 경우 온라인 진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오프라인 진료의 온전한 대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나아가 연구진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식 서비스가 의료 부문만이 아닌 1대1 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활용돼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및 고객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문의 저자는 어맨다 달스트랜드(Amanda Dahlstrand) 취리히대학교(University Of Zurich) 조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Online versus in-person services: Effects on patients and provider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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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전금업자 25곳, '제2의 티메프 사태' 재현 우려에 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부실 전금업자 25곳, '제2의 티메프 사태' 재현 우려에 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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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업자 25개사, 경영지도기준 미달
금융위, 경영개선 실패 보고 받고도 방관
티메프 사태 이후 칼 빼든 당국
중소 플랫폼 도태 우려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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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감독규정상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가 25개사에 달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티메프 사태 2년 전부터 경영지도에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 매 분기 금융위원회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위가 한 차례 입법 시도를 했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며 티메프 사태 책임론에 불이 붙었다. 아울러 지난 국회 회기 중 관련 법 개정이 미뤄지다 폐기됐다는 점에서 국회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체 전금업자 15% 건전성·유동성 부족

11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3년 12월 말 전금업자 점검 결과 및 대응 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전금업자 14개사의 미정산 자금은 2,011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14개사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결제대금예치업(에스크로), 전자고지결제업(EBPP)을 하는 업체며, PG를 겸영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도 포함됐다.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부실 전금업자 16개사의 미정산 자금은 총 5,448억원이다.

이들 업체 중 미정산 자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위메프(2,878억원)였고 14개사 중 미정산 자금이 1,341억원인 곳도 있었다. 이는 티몬(559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감원은 티메프를 제외한 전금업자의 업체명은 가리고, 업체별 미정산 자금과 정산 주기만을 공개했는데 대부분 업체의 정산 주기는 1~7일 사이로 짧은 편이었으나, 최대 30일인 업체도 1곳 있었다. 티몬은 40~70일로 정산 주기가 가장 길었다.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전금업자는 자본잠식에 빠졌거나 유동성 악화로 부실이 우려되는 업체를 일컫는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에 의하면 전금업자는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하며,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 20% 이상, 유동성 비율 최소 40% 이상이어야 한다. 금감원은 경영지도비율이 악화될 우려가 있거나 경영상 취약부문이 있다고 판단되는 전금업자에 대해 경영개선계획 또는 약정서를 제출하도록 하며, 이들 전금업자와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할 수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위의 3가지 요건을 모두 지키지 못한 전금업자는 25개사로 집계됐다. 전체 전금업자 164곳 중 15%가량의 업체가 경영지도기준에 미달된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고 금감원과 MOU를 체결한 곳은 티몬과 위메프 두 곳뿐이다.

금감원, 매 분기 전금업자 관리권 강화 요구

그러나 MOU를 통해 금감원의 집중 관리를 받은 티메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보다 관리 강도가 덜한 다른 전금업자에서도 언제든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금감원은 MOU를 맺으면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계획 이행 실적을 점검하는 등 집중적으로 경영 상황을 확인하고 개선 조치를 취하는데, 사실상 효력이 없었음이 이번 티메프 사태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2022년 6월 말 이뤄진 첫 이행보고에서부터 경영개선계획상 재무비율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자본잠식 상태였던 티몬은 마이너스(-) 4,700억원으로 자기자본을 줄이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자기자본이 -5,439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해 4분기 역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겠다고 금감원에 계획을 전달했지만, 실제 자기자본은 -7,788억원이었고 올해 1분기 보고에서도 자기자본 계획이 -8,300억원이었으나 실적은 -8,913억원을 기록했다.

위메프 또한 지난해 4분기 자기자본이 -2,456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겠다고 했지만 계획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 1분기 자기자본도 계획(-2,43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2,961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양사 모두 금감원과 MOU를 맺고도 단 한 차례도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티몬과 위메프의 단기 지급능력도 약속과 달리 지속적으로 악화했다. 티몬의 유동성 비율은 금감원 보고를 시작한 2022년 2분기 35%가 목표치였으나, 실제로는 22%로 악화됐다. 올해 1분기에는 유동성 비율이 11%에 불과했다. 위메프 역시 2022년 상반기 유동성 비율이 37.2%로 목표치인 40%를 밑돌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돼 올해 1분기에는 19%까지 떨어졌다.

이에 금감원은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2년 전인 2022년 3분기부터 매 분기 금융위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금감원이 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 점검 결과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직전 분기 중 경영지도기준을 지키지 못한 전금업자 현황과 금감원의 대응 계획을 담으면서 금감원이 전금업자를 상대로 후속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현행 제도상 전금업자가 경영지도기준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금감원은 과징금·과태료 등의 징계 조치를 할 수 없는 만큼, 행정 조치권 확보를 위해 별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금융위, 금감원 개선 요구에도 후속 조치 無

하지만 금융위는 금감원의 꾸준한 요청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금감원의 건의가 들어오기 전, 이미 관련 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금융위는 김병욱 전 민주당 의원과 협업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발의안엔 경영지도기준을 어긴 전금업자에 대해 금융 당국이 행정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신설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없었다. 발의안이 국회에서 맴돌고 2년 가까이 금감원의 제도 개선 요청을 들으면서도 적극적인 입법 노력은 부재했던 것이다. 국회의원을 통하지 않고 정부 부처가 직접 법 개정을 발의하는 정부입법 시도 또한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금융위가 한 차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것만으로 모든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며 “금융 당국이 늑장 대응하는 동안 티메프의 부실 규모가 커져 이번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회 역시 티메프 사태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 전 의원의 법안 발의 시점은 2021년 11월로, 21대 국회가 올해 5월 회기를 마칠 때까지 해당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데다 정쟁 법안도 아닌 만큼 3년 가까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뚜렷한 명분이 없었음에도 임기 만료로 폐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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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 개선안', 중소 플랫폼 경쟁력 악화 우려

결국 금융위는 티메프 사태가 터진 뒤에야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9일 금융위는 PG 규제를 강화하도록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산자금 전액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PG사의 미정산자금 전액에 대해 별도 관리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별도 관리는 예치, 신탁, 지급보증보험 가입으로, 신탁·지급보증 시 운용범위는 국공채 등 안전자산으로 제한한다. 다만 업계의 규제 준수 부담을 고려해 제도 시행 후 1년 동안은 미정산자금의 60%, 2년 후부터는 80%, 3년 후에는 100%로 관리 의무를 단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PG사의 건전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관리·감독 장치도 마련한다. 현재는 법령상 PG사가 경영지도기준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PG사가 경영지도기준이나 별도관리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시정요구,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 단계적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별도 관리 자산을 정산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계약기간으로 정한 정산기한 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재·처벌도 가능해진다.

PG사에 대한 범위도 명확히 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유통업계에서 벌어지는 내부 정산도 PG에 포함했지만, 앞으로는 계속적·반복적으로 타인 간 대금 결제를 대신하는 업무만 포함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백화점, 프랜차이즈 등은 PG 규제 대상에서 제외,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적용받게 된다. 예컨대 쿠팡과 쿠팡페이와 같이 이커머스와 PG업이 분리된 경우 쿠팡은 PG업을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도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정산기한을 줄이고, 판매대금 별도관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로, 업계 우려를 덜기 위해 복수 안으로 제시했다. 1안은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20일 이내, 2안은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 중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금 별도 관리 1안은 판매 대금의 100%를 별도 관리하고 2안은 판매대금의 절반을 별도 관리하는 안을 택할 예정이다. 법 적용 대상 세부 기준 1안은 연 중개 거래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이며, 2안은 중개 거래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금액 1조원 이상이다. 공정위는 이달 안으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한 뒤 개선안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형 플랫폼과 달리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플랫폼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빠른 정산 도입으로 판매자들의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촉진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중소 플랫폼의 현금 유동성에 악영향 미쳐 경쟁력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정산 주기를 앞당길 여력이 있는 대형 플랫폼으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해 국내 온라인 유통 생태계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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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옥죄기 돌입한 은행권, 전세대출 제한에 둔촌주공만 '대혼란'

가계부채 옥죄기 돌입한 은행권, 전세대출 제한에 둔촌주공만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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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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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銀 4곳이 전세자금 대출 제한, 둔촌주공 수분양자 발등에 불
전세자금 대출 열어 둔 하나은행, 대출 '쏠림 현상' 발생 우려
전세대출 대란에 분통 터뜨리는 수분양자들 "오락가락 정책으로 피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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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파크포레온 투시도/사진=둔촌주공 시공사업단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위기를 맞았다. 은행들이 가계부채를 옥죄기 위해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면서 해당 단지 수분양자들의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힌 탓이다.

전세대출 제한 본격화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3일부터 주택 보유자 및 신규 분양(미등기) 주택의 전세자금 대출을 막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우리은행의 뒤를 따른 것이다. 이들 은행은 또 일반 분양자가 전세 임차인을 구하고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는 당일 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 등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고 가계부채를 옥죄겠단 취지다.

일선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 제한을 본격화하면서 오는 11월 27일 입주가 시작되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수분양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수분양자들은 계약금 20%를 내고 지난달 22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11월에 맞춰 입주를 시작하려면 잔금 20%와 중도금을 내야 한다.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약 13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계약금을 20%만 냈을 시 입주 시점에 약 11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수분양자 입장에선 갑작스럽게 수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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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차만별' 가이드라인에 혼란 가중

은행별로 전세대출 가이드라인이 다른 탓에 혼란도 상당하다. 우선 NH농협은행은 조건부로 전세대출을 내주고 있다. 대출 실행일 전까지 임대인이 분양 대금을 완납한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해 주는 식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주택을 한 채라도 소유한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전면 중단했고,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10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단 방침이라, 11월 말이 입주인 둔촌주공은 해당 사항이 없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규 분양 주택의 전세 임차인이 실수요자로 인정될 시 전세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인정 요건은 직장 이전,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부모 봉양, 학교 폭력, 이혼, 분양권 취득 등이다. 1주택자가 전세대출 역시 본인 또는 배우자의 보유한 1개 주택이 투기·투기과열지구의 3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아닌 경우에는 실수요자로 보고 대출을 취급한다.

이처럼 은행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크게 갈리다 보니, 일각에선 특정 은행에 수요가 쏠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하나은행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중 전세자금 대출 중단을 발표하지 않은 곳이 하나은행뿐이라서다.

지난해 중도금 대출 기준 변경으로 청약자 피해 입기도

둔촌주공 수분양자들이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피해를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10월 정부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신규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허용 기준을 종전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돕겠단 취지였지만, 그해 12월 분양시장에 나온 둔촌주공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전용면적 84㎡형의 분양 가격이 12억4,000만~13억2,000만원 선에 형성돼 중도금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목돈이 없던 수요자들은 무더기로 청약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정부는 돌연 정책 방침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에 관계없이 전면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사실상 둔촌주공 청약 포기자들만 손해를 본 셈이다. 이렇다 보니 둔촌주공 수분양자들은 전세대출 사태에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우선 지켜보겠단 태도를 견지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언제든 정책을 바꿔 은행권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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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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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공세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한 중국, '내수 중심 시장' 한계는 여전

저가 공세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한 중국, '내수 중심 시장' 한계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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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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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산업 약진, 글로벌 점유율 확대 수순
대중국 압박 강화에 '우물 안 개구리'는 못 면해
일각선 낙관론도, "과거 일본이 美 정부 압박 이겨낸 전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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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 실적이 국내 현대차·기아의 판매고를 넘어섰을 정도다. 다만 중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해 중국 기업들의 외부 확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산 전기차 글로벌 점유율 14%

12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중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점유율이 2022년 7%에서 올해 14%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점유율이 12%에서 10%로 소폭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판매 실적 측면에서도 중국 기업이 우위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중국 톱3 전기차 제조사 (BYD·지리·상하이)의 합산 판매 실적은 30만 대에 달한 반면 현대차·기아차의 전기차 판매고는 20만 대에도 못 미쳤다. 중국 전기차 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단 방증이다.

시장에선 중국산 전기차의 성장 동력을 '저가 판매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앞서 지난 3월 BYD는 100개 이상의 기존 모델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BYD는 자사의 시걸 해치백(Seagull hatchback)을 기존 가격보다 5% 할인해 6만9,800위안(약 1,290만원)에 판매했고, 가장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한 진 플러스 세단(Qin Plus sedan)도 가격을 20% 낮춰 7만9,800위안(약 1,480만원)에 판매했다.

배터리 가격도 인하했다. CATL은 지난 2월 VDA(독일의 규격)사양 인산철리튬 배터리 셀 가격을 Wh당 0.4위안(약 74원)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kWh당 56.47달러(약 7만5,139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kWh당 56.47달러를 기준으로 잡으면 60kWh급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6,776달러(약 902만원)에서 3,388달러(약 451만원)까지 낮아진다"며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선 차 한 대당 3,000달러(약 400만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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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시장에 수요 몰린 중국산 전기차

이처럼 중국산 전기차 공세가 심화하는 양상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성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서다.

게다가 중국 기업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앞으로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대중국 압박을 거듭 강화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우선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의 자국 전기차 산업 보조금 정책이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기존 관세 10%에 최고 38.1%p의 잠정관세를 추가 적용한 것이다. 오는 10월부턴 잠정관세가 최고 46.3%p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는 19%, BYD는 27%, 지리는 29.3%, 상하이자동차(SAIC)는 46.3%의 관세를 적용받을 예정이다.

북미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높인다고 발표했고, 캐나다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부과 방침을 세웠다.

중국산 전기차 수요가 내수 시장에 몰려 있단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출하한 중국계 브랜드 전기차 비율은 약 2,500만 대로,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인 491만 대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통상 내수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고 판매 단가가 낮다. 이렇다 보니 내수 시장에 역량의 대부분이 치중된 중국 기업들은 판매량이 견조해도 영업 실적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올해 상반기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EBIT(이자·세금 외 수익)가 15조원에 근접할 때 중국 3사의 EBIT는 5조원에 그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중국 기업의 실적 기반과 미래 성장성이 그만큼 낮단 의미다.

미국 정부 압박 뚫어낸 일본, 중국이 역사 반복하나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의 사례를 들어 중국 기업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당초 190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산 자동차는 미국의 주요 견제 대상 중 하나였다. 가격이 저렴하고 연비까지 좋아 미국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 나갔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1976년 8%가량이던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며 1980년 21%까지 뛰었다. 연간 수입량도 182만 대에 달했다.

이에 당시 대통령으로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고, 일본 자동차 업계는 결국 '자발적 수출 제한 제도'라는 이름으로 수출 할당제를 도입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은 해마다 정해진 물량만 미국으로 수출하기로 합의했고, 1980년 182만 대에 달했던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량은 1981년 168만 대까지 줄었다. 사실상 6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조립공장을 세우고 나서면서 일본산 자동차의 성장세는 이내 회복됐다. 실제 1980년대에만 미국에 도요타·혼다·닛산·마쓰다·미쓰비시·이스즈·스바루 등이 설립한 신규 자동차 조립공장이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도 현지 공장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지리는 지난달 스웨덴 볼보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기업 지싱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볼보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BYD는 튀르키예에 10억 달러(약 1조3,6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는 헝가리에 73억 유로(약 10조8,0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처럼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기조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중국산 전기차도 일본산 자동차의 선례를 그대로 따르게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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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묶어라" 정부·은행권 규제에 가라앉은 서울 부동산 시장

"주택담보대출 묶어라" 정부·은행권 규제에 가라앉은 서울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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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된 서울 부동산 시장, 아파트 매물 급증
정부·은행권 '주담대 조이기' 통했나
금융권 곳곳에서 '풍선 효과' 발생, 당국 모니터링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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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물이 급증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 나와 있던 '급매물'들이 대부분 소화되며 호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한 결과다. 정부와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규제책을 쏟아내며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 쌓인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2,836건에 육박했다. 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당일인 지난 1일(8만462건)과 비교하면 2.9%, 1개월 전인 8월 11일(7만9,059건)에 비하면 4.7% 증가한 수치다. 자치구별로 보면 이달 초 대비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중구(5.6%)로 확인됐다. △강북구(5.5%) △마포구(5%) △중랑구(4.9%) △용산구(4.9%) △구로구(4.5%) 등의 지역에서도 눈에 띄는 매물 증가세가 관측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 증가의 원인으로는 매매가 상승이 지목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3월 넷째 주부터 9월 첫째 주까지 24주 연속 상승했다. 해당 기간 서울 전역의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3.52%에 달한다. 자치구별로는 성동구가 8.1%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서초구(6.45%), 송파구(6.15%), 마포구(5.36%), 용산구(4.98%), 강남구(4.58%) 등도 4~6% 이상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광진구(4.38%), 영등포구(3.92%), 동작구(3.68%), 서대문구(3.63%)의 상승폭 역시 평균치를 웃돌았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 "시장에 나와 있던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되며 호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 완료까지) 시간이 조금 걸려도 보다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매도자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며 "반면 매수자들의 경우 정부와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자금 조달 장벽이 높아진 상황이다. 매물 소진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며 거래 전반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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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은행권의 대출 규제 움직임

실제 최근 들어 정부와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정부는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시행, 차주들의 대출 한도 조이기에 나섰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는 0.75%p 수준이며,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한해 1.2%p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시중은행권은 유주택자 주담대 취급을 줄줄이 제한하며 투기 수요 억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부터 1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고 나섰다. 지난 7월 29일부터 다주택자(2주택자 이상)를 대상으로 시행된 주담대 취급 제한 조치를 1주택자 대상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도 줄줄이 유사한 규제 조치를 내놓으며 유주택자의 주담대 상품 이용을 제한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대출 규제를 속속 강화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는 3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주담대 대상자를 무주택 세대로 한정, 임차보증금 반환이나 기존 대출 상환 목적이 아닌 생활안정자금의 대출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5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의 구입자금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했고,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납부하는 '거치 기간' 제도를 폐지하며 대출 장벽을 높였다.

신용대출·제2금융권 '풍선 효과' 우려

다만 강력한 규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뒤따른다. 강도 높은 주담대 규제에서 기인한 풍선 효과가 금융권 곳곳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개인 대상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103조9,321억원으로 전월 말(103조4,562억원) 대비 4,759억원 늘었다. 9월 들어 하루 평균 952억원씩 신용대출이 불어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은행권이 주담대 금리를 줄줄이 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주담대를 중심으로 강화된 각종 대출 제한 조치를 피해, 규제가 덜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억눌린 주담대 수요가 시중은행 신용대출을 넘어 제2금융권까지 확산할 수 있다고 판단, 금융권 대출 현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현황 브리핑에서 “아직 다른 업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현재까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현장 검사 등을 통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주간 단위로 보고받던 저축은행 신용대출과 카드사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추이를 하루 단위로 집계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집중돼 있던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가운데, 제2금융권의 한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기업 대출이 축소돼 신용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으로,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카드사들 역시 주요 수익원인 카드론이 규제 영향권에 들까 우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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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주 품은 오비맥주,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제주소주 품은 오비맥주,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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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신세계L&B서 제주소주 인수
제주소주 생산용지·설비·지하수 이용권 등 양도
중류주로 수출 시장 확대, 카스와 글로벌 동반 진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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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청주공장 전경/사진=오비맥주

최근 신세계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한 오비맥주의 모기업 AB인베브가 증류소주를 제조해 소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K푸드 열풍 흐름을 타고 기존 희석식 소주와 함께 전통 증류식 K소주로 해외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AB인베브, 증류주 제조 기술자 영입 검토

12일 업계에 따르면 AB인베브는 최근 국내 주류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증류주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류식 소주 사업에 대해 AB인베브 관계자는 "이제 막 인수합병을 했기 때문에 100%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최근 회사가 '프리미엄 제품'에 힘을 주고 있기 때문에 희석식뿐만 아니라 증류식 소주도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는 맞다"고 말했다.

앞서 AB인베브는 11일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 이를 통해 AB인베브는 제주소주 생산 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았다. 2011년 제주도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제주소주는 수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 내 K소주의 판로를 확대해 온 브랜드로, 2016년 이마트에 인수(매각가 190억원)된 뒤 이듬해 올레소주를 ‘푸른밤’으로 리뉴얼해 판매했다.

하지만 푸른밤은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등에 밀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다 2021년 3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했다. 4년간 이마트는 유상증자를 통해 제주소주에 570억원을 투입했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했고 결국 2021년 신세계L&B에 제주소주를 넘겼다. 이후 제주소주는 국내 소주 사업을 중단하고 소주 위탁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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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소주

소주 수출액 1억 달러 재돌파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가 한국 시장에서 소주에 눈을 돌린 것은 주력 제품인 맥주를 비롯한 전체 주류시장의 성장세가 향후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2017년 397만 KL(킬로리터)였던 출고량은 2021년 351만 KL로 떨어졌으며 코로나19 효과로 이듬해 반등했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회식 및 음주 문화의 변화, 건강을 중요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확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다가올 인구절벽으로 절대적인 주류 소비층이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류 회사들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객단가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AB인베브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소주 시장 공략이 아닌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열풍으로 소주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오비맥주의 카스 수출과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억141만 달러(약 1,360억원)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소주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선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주정에 과일 향이나 향신료 등을 넣어 '리큐르(리큐어)'로 분류되는 과일소주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출 규모는 더욱 크다. 소주 수출액은 베트남(793만 달러), 필리핀(446만 달러)의 증가세가 컸다. 두 나라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7.5%, 120.4% 치솟았다. 이 외에도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 대체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글로벌 '소주 인지도'도 급상승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도 상승하는 추세다.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중국 베이징, 베트남 호찌민, 미국 뉴욕 등 해외 주요 18개 도시에 거주 중인 20~59세 현지인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한국의 술은 소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41.1%가 한국의 대표 주류로 소주를 꼽았고 이어 맥주(31.6%), 과실주(22.8%), 청주(17.9%), 탁주(14.5%) 순이었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소주 인지도가 62.7%로 타 권역 대비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맥주에 대한 인지도는 동북아시아가 38.1%로 가장 높았다.

최근 2년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해 본 한국 주류도 소주가 47.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맥주가 36.2%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과실주(24.1%), 청주(18.1%), 탁주(13.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한국 주류의 섭취 이유로는 '맛있어서'(35.1%)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밖의 이유론 '주변에 추천을 받아서'(16.0%), '한국 드라마, 영화 등에서 접해봐서'(15.5%), '향이 좋아서'(11.6%), '도수가 낮아서'(8.4%) 순이었다. 또 외국인 중 절반 이상이 향후 한국 주류를 섭취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국 주류를 섭취할 의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7.7%가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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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2023 NDC', 공장 멈추지 않는 한 불가능

발등의 불 '2023 NDC', 공장 멈추지 않는 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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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설정한 2030 NDC 목표, 갈길 멀어
6년간 매년 4.3%P씩 줄여야 달성 가능
야당 몽니에 무탄소전원 원전 가동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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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및 GDP당 배출량 추이/출처=환경부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한 친원전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탄소중립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밝힌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 원전을 위한 전력망 부족과 여론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2030 NDC 달성 '난항' 예상

10일 환경부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6억2,420만 톤 중 에너지 부문이 2억40만 톤, 산업 부문이 2억3,890만 톤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보다 각각 7.6%, 3.0% 감소한 수치다. 산업 부문은 2019년부터 에너지 부문을 넘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경기 둔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의 영향이 컸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공정가스 저감시설 운영 확대를 통해 배출량을 절반가량 줄였지만 다른 업종은 상황이 달랐다. 석유화학 업종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360만 톤(6.8%), 시멘트 업종도 경기 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80만 톤(2.3%)의 온실가스가 줄었다.

반면 2022년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로 가동이 줄었던 철강업종은 지난해 생산량을 늘리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220만 톤(2.4%) 늘었다. 올해를 포함한 남은 6년 내내 온실가스 배출을 지난해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데 산업 부문은 난항이 예상된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 부문에서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배출량이 늘어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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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자력발전소/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원전 가동 통해 에너지원 확보해야

NDC는 문재인 정권 시기인 2021년 정해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안보다 14%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3,656만 톤으로 줄여야 한다.

이에 산업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한 기업단체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유럽연합(EU)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기업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특성상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난이나 불황으로 공장 가동을 줄이지 않는 이상 2030 NDC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2030 NDC 달성을 위해선 정부가 에너지 부문의 탄소 감축에 더 속도를 내야 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2030 NDC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부터 매년 4.3%포인트씩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2018년 2억6,840만 톤으로 정점을 기록한 전환 부문의 배출량을 2030년에 1억4,590만 톤으로 45.9% 줄여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감축율이 4.98%가 돼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가스 발전이 크게 늘어난 발전 부문에서 이처럼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결국 NDC 달성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원전, 수소, 암모니아 등 무탄소 전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탄소를 포집·사용·저장하는 CCUS 등 ‘카본 리사이클’ 기술개발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이와 함께 정책적인 측면에서 전기요금의 신호효과를 통한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원가상승 요인이 전기요금에 신축적으로 반영되도록 가격 결정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고준위방폐장의 근거법이 되는 고준위특별법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원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수송할 송전망이 지자체의 반대로 증설 시점이 밀리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EU·美 수천억 '탄소세 폭탄' 코 앞

이렇다 보니 수출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U가 2026년부터 EU에 수출하는 기업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철강·알루미늄·비료·수소·시멘트·전력 6개 품목이 대상인데,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의 CBAM 인증서 연간 구매 비용만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청정경쟁법(CCA)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CCA는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화학제품·화학비료, 석유정제품, 시멘트, 수소, 에탄올 등 에너지집약도가 높은 12개 제품에 대해 미국 제품 평균 탄소집약도 기준을 초과하는 배출량에 톤당 55달러의 탄소조정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지지를 받는 초당적 법안인 만큼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2030 NDC 달성 외에도 글로벌 탄소규제의 도입과 글로벌 기업 협력사에 대한 탄소배출량 관리 및 감축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철강·알루미늄 분야는 EU CBAM과 미국 CCA의 대상 품목이라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철강산업의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희 포스코홀딩스 전무는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개발·상용화되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를 석탄에서 수소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연간 370만 톤의 그린수소와 추가적으로 4.5기가와트(GW)의 무탄소 전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그린수소와 무탄소에너지를 차질 없이 공급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U는 철강기업의 저탄소 상용설비 전환비용의 40~60%를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은 4,500억 엔(약 4조2,700억원)의 기술개발(R&D) 지원, 3조 엔(약 28조4,000억원)의 탈탄소 실증 및 설비 전환 지원과 함께 세액공제를 통해 그린스틸 판매량에 톤당 2만 엔의 설비 운영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해외 사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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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교묘해진 중국의 대만 압박 작전, 그 뒤엔 AI가 있다

[동아시아포럼] 교묘해진 중국의 대만 압박 작전, 그 뒤엔 AI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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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신임 총통 취임식 직후 육해공군·로켓 부대까지 참여한 합동군사작전 벌여
AI 활용한 가짜 정보 콘텐츠 퍼뜨려 대만 정치기관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리는 작전도
대만, 반도체 강국 이미지 내세워 국제사회와 손잡고 탈출구 모색 필요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작전'이 점점 더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 신임 총통의 취임식 직후 합동군사작전을 벌이며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중이다. 중국의 이 같은 압박 전략엔 양안 관계 및 미국-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온라인상의 작전도 포함된다. 생성형 AI(인공지능) 등 온라인 작전에 불을 붙이는 신흥 기술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대만의 기존 대응책으로는 무차별적 거짓 정보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A campaign rally for the ruling Democratic Progressive Party (DPP) presidential candidate Lai Ching-te ahead of the presidential
사진=동아시아포럼

중국, 대만 총통 취임식 이후 군사작전 개시하며 압박 수위 높여

지난 5월 20일 라이칭더(Lai Ching-te) 대만 총통의 취임식을 앞두고 일각에선 중국의 반응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우려와 달리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달 23일 인민해방군 동부지휘소는 육해공군과 로켓 부대까지 참여하는 합동군사작전 ‘합동 소드 2024A’를 개시하며 대만을 포위, 베이징의 전력을 과시했다. 

이 군사 훈련의 주목적은 보복이었다.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부정하는 라이 총통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드러내는 용도다. 차이잉원(Tsai Ing-wen) 전 총통이 중국을 향해 ‘본토’ 또는 ‘해협의 반대쪽’ 같은 애매한 용어를 썼던 것과 달리 라이 총통은 중국을 ‘중국’이라고 명확하게 칭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라이 총통을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부르며 그의 강경 성향이 ‘섬에 전쟁과 파괴’를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민해방군은 최근 한 영상을 공개했는데, 특수 효과로 점철된 이 영상은 군사적 목표를 띠고 있지만 실제 군사 행동을 하진 않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로 대만을 침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은 단순히 합동군사작전의 강압적인 효과를 끌어올리는 것뿐 아니라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려는 중국 작전의 중요한 부분을 드러낸다.

라이 총통의 취임식을 둘러싼 이 같은 상황은 양안 관계의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시에 마카오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시사한다. 특히 영향력 행사 작전은 중국이 대만 관할권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중국은 국민들의 정신에 침투해 대만 정치 기관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를 약화시키려고 시도 중이다. 다행히 대만은 중국의 이 같은 영향력 작전에 대응할 수 있는 맷집을 키운 상태다. 대만은 오랫동안 중국이 퍼뜨리는 허위 정보들을 겪어 왔고,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언론과 시민사회 단체들을 갖추게 됐다.

AI 조작 영상 활용한 온라인 작전으로 대만 선거 방해하기도

그러나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 이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새로운 시사점을 갖는다. 중국의 영향력 작전이 점점 더 크고 정교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만 선거 시즌 생성형 AI를 활용한 명예훼손성 게시글이 틱톡(TikT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 퍼져 나갔다. 차이 전 총통이 주 타깃이었다. 대만AI연구소(Taiwan AI Labs)에 따르면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재공유된 동영상 상위 200개 중 3.5%가 텍스트-음성 변환 및 AI를 활용한 자동 생성 콘텐츠였다. 대만의 언론 기관들과 시민단체들이 팩트체크에 열을 올렸지만, AI로 조작된 음성과 영상을 모두 구별해내긴 사실상 어렵다. 조작 영상들은 이미 팩트체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했다.

온라인에서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는 이른바 ‘트롤(Troll)’ 계정들의 활동도 거세다.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거 전 1만4,000개가 넘는 트롤 계정이 활개를 쳤다. 이들은 대만 해협에서 평화 또는 전쟁밖에 없다는 식의 이분법적 주장을 펴거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믿을 수 없다는 등의 내러티브를 퍼뜨렸다. 틱톡, 그리고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Douyin)은 특정 후보를 겨냥하거나 대만-미국 관계의 비대칭성 등 논쟁적 주제를 강조하는 콘텐츠를 띄우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의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의 선거 체계와 절차에 대한 불신은 고조됐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강압적인 전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정학적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생성형 AI와 알고리즘 편향성이 급속하게 강화되고 있는 상황은 대만의 입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한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강압적인 전술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생성형 AI와 알고리즘 편향성이 급속하게 강화되는 상황은 대만의 입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한다. 대만이 영향력 전략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선진적인 기술 기업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글로벌 기술 표준 정립에 참여할 수 있게 장려할 필요가 있으며, 생성형 AI 같은 신종 기술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협의에 시민사회 단체들을 적극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일례로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Union, ITU)은 딥페이크 같은 악성 AI 생성 콘텐츠를 탐지하기 위한 표준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데, 대만의 스타트업들과 시민사회 단체가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ITU와 공유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발 영향력 작전 대부분 소셜미디어에서 먼저 퍼진 뒤 주류 미디어로 확산하는 만큼 대만은 디지털 플랫폼들도 보다 꼼꼼하게 규제해야 한다. 아울러 온라인에서 퍼지는 주요 담론들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만이 미중 갈등에서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거나, 대만 해협엔 평화 또는 전쟁 등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는 식의 통념들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경제 및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며 생성형 AI, 탄소 배출량 감축 등에 대한 국제적 토론에 참여해 자국의 민주주의적 정체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또 이분법을 넘어선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함으로써 대만은 양안 긴장을 완화하고 새로운 지역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마크 마난탄(Mark Manantan) 태평양포럼(Pacific Forum) 사이버보안 및 핵심기술 디렉터입니다. 영어 원문은 Taiwan must tighten the lid on China’s misinformation campaign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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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아시아 태평양, ‘안보 딜레마’로 전쟁 위험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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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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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억제 노력이 군비 증강 가속화하는 ‘안보 딜레마’ 불러
방어 목적 군사적 대비와 대화 통한 신뢰 구축 병행 중요
‘평화’, ‘협상’ 의도 먼저 드러내야 전쟁 방지 가능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및 지역 국가들의 무력 사용을 전제한 전쟁 억제 노력이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켜 상황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서로를 적대 세력으로 간주해 끊임없이 군비를 증강하는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에 빠졌기 때문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선 방어 목적을 명확히 앞세운 군사적 대비와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 및 신뢰 구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U.S. National Security Adviser Jake Sullivan visits China
사진=동아시아포럼

무력 사용 전제한 ‘전쟁 억제책’이 ‘안보 딜레마’ 불러

미국과 우방국들이 군사력에 의존한 전쟁 억제책을 통해 지역 평화를 유지하는 동안 전쟁 위험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전쟁 억제책은 2000년대 들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화 유지에 기여하는 주요 수단으로 여겨져 왔지만 동시에 안보 딜레마를 키운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과 미국 및 우방국들이 서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에 몰입하는 동안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우월한 군사적, 경제적 전쟁 억제력은 당장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이러한 힘의 불균형은 점차 더 큰 위험을 동반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걸프전(Gulf War) 발발로 중국이 기술적으로 진보한 서구권 국가들의 군사력에 위협을 느끼면서부터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역시 중국이 인접국인 대만, 북한과 군사적 갈등 시 자국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처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군사적 확장을 가속화하는 계기와 명분으로 작용했다. 이후 중국은 군사 기술과 인민해방군 해군(People’s Liberation Army Navy), 미사일 체계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강력한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섰다.

이에 미국과 우방국들이 군사력 증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안보 딜레마 역시 확대돼 왔다. 중국이 남중국해(South China Sea)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국가 방어 목적의 필요 조치지만 미국과 우방국들에는 ‘공격적 팽창’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군이 중국 군사 기지 주위를 기동하면 미국은 공해상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겠지만 중국은 자국 영토와 자주권에 대한 침해로 여길 것이다.

비슷한 논리로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군비 확장을 미국은 아시아 주변국과의 군사적 동맹이 필요한 이유로 설명하겠지만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봉쇄 시도에 대한 대응이라고 합리화할 것이다. 안보 딜레마 상황에서는 내가 하면 ‘정당한 방어’고 상대방이 하면 ‘침략 행위’가 되는 셈이다.

방어 목적 군사력 증강과 외교적 분쟁 해결 노력 균형 필요

이런 의미에서 중국과의 무력 충돌 억제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로 가능하다기보다는 핵을 보유한 두 강대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두 나라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가장 필요한 조치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진정한 평화 유지 노력을 통해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는 것이다.

물론 방어 목적임을 분명히 하면서 군사력 증대를 지속하는 것은 필요한 대책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정부(Biden administration)가 대만에 항공기와 함정, 방공시스템을 지원한 것은 중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을 판매한 트럼프 정부(Trump administration)보다 신중한 접근으로 분석된다. ‘고슴도치 전략’(porcupine strategy) 자체도 근접한 함선이나 전투기를 조준할 수 있는 단거리용 무기(short-range weaponry)에 집중함으로써 중국 본토 공격을 시사하지 않고 대만 방어 의지를 피력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 및 협약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 ‘유엔 해양법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의 결정을 거부하면서 중국과 대만,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을 둘러싼 남중국해 영해권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교적 채널을 통한 분쟁 해결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외교적 해결은 분명한 규칙과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쌍방의 오해와 오판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귀중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성의 있게 중국과의 협상에 나선다면 중국의 강대국 지위와 힘을 인정한다는 신호로 이어져 중국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평화’, ‘협상’ 우선시 의도 드러내야 전쟁 방지 가능

신중하고 솔직한 의사소통도 긴장 완화와 분쟁 방지에 필수적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실행 조치들의 이유와 목적을 갈등 당사국들에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대치보다는 평화를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 적대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행동을 안보 딜레마의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대화 전개와 상호 이해에 유익하며 중국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도 상황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방법이다. ‘선과 악’ 등 도덕적 잣대를 반영한 표현으로 상대방과 갈등을 표현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만 시킬 뿐이다.

현시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전쟁 억제 전략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전쟁 일보 직전에 와 있다. 이제부터 전쟁 억제와 긴장 완화가 균형을 이루되 평화와 협상을 우선시한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정책이 실행돼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제임스 채빈(James Chabin) 나고야대학교(Nagoya University) 국제개발대학원 석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은 Deterrence alone cannot prevent war in the Asia Pacific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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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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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