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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 한계 인정’ 폭스바겐, 美 리비안과 끈끈한 협력 강조

‘전기차 전환 한계 인정’ 폭스바겐, 美 리비안과 끈끈한 협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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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법인 설립에 58억 달러 투자
2027년 합작 전기차 출시 목표
전기차 대세·중국 업체 분전 ‘이중고’
리비안의 픽업트럭 R1T/사진=리비안

독일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의 협력을 한층 공고히 하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 중인 폭스바겐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나서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폭스바겐이 리비안과의 동행으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아마존 주목 받은 리비안, 폭스바겐과도 동행

2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리비안과 모듈 공유, 구매 물량 통합 등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리비안 같은 신생 소규모 브랜드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과 리비안의 동행은 지난해 6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폭스바겐은 우선 10억 달러(약 1조4,300억원)를 투자해 리비안 지분을 확보하고, 합작법인 설립 후에는 13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외에도 2027년까지 최대 35억 달러(약 5조원)를 지분과 전환사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총 58억 달러(약 8조3,200억원)의 투자를 통해 합작 법인 지분 50%를 소유한다는 게 폭스바겐의 구상이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둔 리비안은 2021년 픽업트럭 R1T, 지난해 준대형 SUV R1S 등 연이은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과 대규모 계약을 통해 상업용 전기밴 공급에도 주력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한 바 있다.

리비안과의 협력으로 폭스바겐그룹은 차세대 전기차 아키텍처와 전기차를 위한 소프트웨어(SW)를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합작법인은 이르면 오는 2027년 리비안의 SW와 전기차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최초의 폭스바겐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블루메 CEO는 “협력을 통해 리비안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며 “브랜드별 다양한 가격대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 CEO 또한 “우리 기술이 외부 차량에 통합돼 기쁘고, 미래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에도 자체 SW 구축 실패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폭스바겐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행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기차의 핵심과도 같은 SW 개발을 전적으로 미국 스타트업에 맡기기로 한 만큼 SW 자체 개발이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과 같다는 평가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2020년대 이후 대세로 자리 잡은 전기차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차 ID.3는 2019년 출시와 함께 ‘실패작’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해당 모델은 일반적인 주행 중 난데없는 경고음을 난사해 탑승자들의 불편을 야기했으며, 잦은 SW 오류로 몇몇 기능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폭스바겐그룹 프리미엄 브랜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SW 개발 일정이 더뎌지면서 아우디 Q6 e-트론, 포르셰 마칸EV 등 신모델 출시도 3년가량 지연됐다.

문제를 인지한 폭스바겐은 2020년 각 브랜드에 흩어져있던 엔지니어들을 모아 SW 자회사 카리아드(Cariad)를 설립하고 나섰다. 기존 6,000명 수준인 개발 인력을 1만 명으로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자체 전기차 SW를 구축한다는 게 폭스바겐의 청사진이었다. 지금까지 폭스바겐이 카리아드에 투자한 금액은 120억 유로(약 17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출범 5년 차를 맞은 지금까지 카리아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카리아드 전 직원은 “작은 위험조차 감수하길 싫어하는 경영진 아래서는 어떤 결과물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뛰어난 엔지니어가 아무리 많아도, 낡은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기존의 경영 체제 아래서는 빛을 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위태로운 ‘글로벌 2위’ 자리

폭스바겐의 위기는 갈수록 줄어드는 시장 내 입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폭스바겐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은 434만 대로 2위를 기록했다. 3위 현대차그룹(361만 대)과는 불과 73만 대 차이다. 2023년 양사의 판매량 차이가 194만 대(폭스바겐 924만·현대차 730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격차다.

시장은 폭스바겐이 고전하는 이유로 주요 시장인 중국 판매 부진을 꼽는다. 중국 현지 완성차들의 상품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폭스바겐의 제품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폭스바겐의 지난해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은 13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었다. 3분기에는 누적 기준 12%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폭스바겐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약 35%를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에 타격을 입으면서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상반기 6.3%에서 3분기 누적 2.1%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극단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 폭스바겐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했다. 당시 경영진은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의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임금 10% 일괄 삭감, 대규모 정리해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회사 경영진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타협점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사는 지난달 20일 ‘공장 폐쇄 없는 대규모 감원’이라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장들은 자율주행센터 등으로 전환하거나 매각을 추진하고, 강제 정리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과 고령 근로자의 근로 시간 단축 등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블루메 CEO는 해당 합의를 두고 “폭스바겐 브랜드의 미래 생존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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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중국의 반도체 인재 사냥, 韓 첨단 기술 줄줄이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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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한국 반도체 인력 빼가기 행태 심화
대기업에 이어 장비사·스타트업으로 대상 확대
알선 브로커 판치고 핵심 첨단 기술 유출 시도 잇따라

중국 기업들이 거액의 연봉을 앞세워 국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규제로 핵심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의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인재 빼가기로 맞서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 개발한 기술 보도자료가 나간 지 하루도 안 돼서 핵심 엔지니어들한테 영입 제안이 오는 실정이다. 이에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가속하는 국내 경쟁력 약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4조원대 반도체 기술 中에 빼돌린 브로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인력에 대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영입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부상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반도체 장비사 등 영입 타깃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인재 유출 시도가 두드러지는 분야는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다. 최근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모씨와 공정설계실장 오모씨는 삼성전자가 개발비 4조원을 투입한 국가 핵심기술을 부정 사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 인력의 중국 이직을 알선한 브로커들도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는데, 피해 규모만 4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 19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의 혐의로 중국계 회사 운영자 A씨와 설계팀장 B씨 등 2명을 구속기소 했다. 또 같은 혐의로 A씨가 운영한 회사 등 법인 3곳과 회사 직원 등 관련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의 국내 계열사 사장인 A씨는 B씨 등과 공모해 2021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이자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세정장비 챔버부 설계도, 이송로봇 도면 등을 부정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정공정 레시피(세정장비를 구동하는 세부 절차와 방법을 정리한 문서)를 활용해 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있다.

제3국에 근무지 마련 등 회유책 제시도

중국의 한국 반도체 인력 빼가기는 그 행태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 C씨는 2023년 중국 주요 통신업체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 C씨가 근무하는 업체는 자회사를 통해 5G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RF(무선통신)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C씨는 "해당 업체가 제시한 내용 중 가장 눈에 띈 부분은 근무지"라며 "미중 갈등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해외의 제3국, 중립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중국의 조건은 최근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에 대한 압박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제조능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일부 중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의 여파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인근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중국계 기업은 400개에서 700개로 증가했으며, 2023년 말까지 1,700개사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엔지니어를 영입하기 위한 보상 조건도 파격적인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 D씨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연봉을 많이 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비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 성공 시 40억~50억원의 별도 보수를 주는 계약을 내거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더 강력한 처벌과 입법 필요”

이처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보상 체계 재편 등으로 ‘집토끼’를 지키겠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 내부적으로 퇴사자 및 전직 임원을 통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회사 규정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퇴사한 직원에 대한 취업제한 서약서와 모니터링 등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다만 대기업들은 초과이익성과급 주식보상제도를 일반 직원에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대안 모색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IP(지식재산권), 테스트 등의 분야 기업들은 핵심 인력을 붙잡을 수단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방어하기 어렵게 되자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산업스파이 관련 법안이나 기술 유출에 대한 법과 기준이 느슨하다는 점”이라며 “이미 상당 부분의 핵심 기술이 유출된 상황에서 더 큰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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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터널'에 갇힌 건설업계, 주요 건설사 실적 '어닝 쇼크' 전망

'불황 터널'에 갇힌 건설업계, 주요 건설사 실적 '어닝 쇼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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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건설사, 2024년 연간 실적 부진 예상
올해도 업황 부진 지속 전망, 공급 줄이는 건설사들
"전멸은 아니었다" 두산, 신규 수주 역대 최대치 기록

국내 건설업계가 2024년 연간 실적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장 곳곳에서 비관적인 실적 전망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업계 불황으로 인해 대다수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연간 실적 전망은?

21일 금융감독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2024년 연간 실적 공개일을 확정한 국내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다. 22일 연간 실적을 공개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작년 19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교보증권은 19조4,170억원, 흥국증권은 19조6,820억원의 매출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는 전년 19조3,110억원보다 1,060억~3,710억원 늘어난 수치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흥국증권 기준 9,870억원, 교보증권 기준 1조660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증권사별 전망치 편차가 컸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하는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간 33조5,8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29조6,514억원) 대비3조9,369억원(13.2%)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854억원에서 5,830억원으로 25.7%(2,024억원)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초에는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도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11조6,478억원)보다 10.35% 줄어든 10조4,421억원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25억원에서 3,571억원으로 46.1%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8조909억원으로 전년(7조9,911억원)보다 1.25% 늘었을 것으로 예상되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83% 줄어든 2,717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은 지난해 12조7,375억원의 매출, 3,1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 업황도 '먹구름'

건설사들의 실적이 줄줄이 휘청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도 건설업계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2025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건설 투자는 연간 1.2% 감소하며 금액 기준으로 300조원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2~2023년 건축 착공이 큰 폭으로 줄어든 만큼, 내년까지 건설 경기 부진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위기에 내몰린 건설업계는 '생존'에 방점을 찍고 줄줄이 공급을 축소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R114가 국내 25개 주요 시공사의 분양 물량을 전수조사(지난해 12월 24일 기준)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민간 아파트 분양 기준·임대 포함)가 분양될 예정이다. 해당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3개 건설사(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분양 예정 물량(1만1,000가구)을 포함한 분양 예정 물량은 약 15만7,100가구에 그친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치이자, 분양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7년(17만2,670가구)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올해 전국 계획 물량 대비 미정 물량 비중은 33%로 전년(32.7%·부동산R114) 대비 0.3%p 증가했다. 현재 분양이 계획돼 있는 물량 중 3분의 1은 정확한 분양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시장 침체의 골이 깊은 지방의 불확실성이 수도권보다 더 컸다. 수도권의 미정 물량 비중은 32.8%로 전년 대비 1.4%p 감소한 반면, 지방은 2.4%p 급증했다.

시장 공급이 얼어붙자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71.4로 전달 대비 10.6p 미끄러졌다. 전국 모든 시도의 아파트 분양전망지수가 기준치(100.0)를 밑돈 결과다. 해당 지수는 지난해 10월 99.3을 기록한 이후 3달 연속 하락했다.

두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위브'/사진=두산건설

두산건설의 '나 홀로 성장세'

다만 모든 건설사가 혹한기를 맞이한 것은 아니다. 두산건설의 경우 지난해 업계 불황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1조6,09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879억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2024년 신규 수주 금액 역시 총 4조1,68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산건설이 불황을 돌파한 비결로는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의 '전략'이 지목된다. 지난 2022년 말 두산건설의 재무 위기 상황 속 취임한 이 대표는 주택 브랜드 '위브'의 브랜드 파워 강화 등을 통해 두산건설의 분위기를 바꾼 인물이다. 특히 이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공을 들였던 선별 수주 전략은 두산건설의 고공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두산건설은 이 대표 취임 이후 주택 사업의 절대적인 성공 공식으로 꼽히는 '분양성'을 판별하기 위해 외부 전문 기관과 분양 가격,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고, 이후 얼어붙은 분양 시장에서 완판(100% 계약 완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산건설은 서울·인천뿐 아니라 △강원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원주 △부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 △경기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 등 지방과 수도권 외곽 등지에서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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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확대 서두르는 한화 김동선, 아워홈 품고 푸드테크 날개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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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3남 김동선 부사장 광폭 행보
아워홈 지분 40.27% 인수에는 빨간불
계열사 동원·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지속

한화그룹이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그 선봉에 섰다. 그간 외식산업에 치중했던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푸드테크로 확대하고, 그룹 전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워홈의 경영권 다툼과 한화그룹의 재정적 부담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아워홈 유통망 통해 외식사업 비용 절감 기대

21일 투자은행(IB)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앞세워 아워홈 인수합병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전국에 있는 아워홈 사업장 23개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현재 아워홈은 경기 안산과 용인, 경북 구미 등에 총 9개 공장을 두고 있으며, 경기 광주, 경남 양산 등에 14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화 측은 아워홈 인수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김 부사장이 이끄는 외식사업의 비약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워홈의 탄탄한 유통망을 이용해 식자재를 공급받으면,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2018년부터 아이스크림 담당 자회사 EBA아이스크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미국 유명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Five Guys)를 국내에 들여오는 등 적극적으로 식음료 사업을 전개 중이다.

한화로보틱스와의 협업으로 아워홈의 푸드테크 기술 또한 고도화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를 필두로 한 단체급식업계는 조리 과정에 로봇을 투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를 위해 삼성웰스토리는 로봇 설계 및 제조 기업 로보테크와 손을 잡았으며, CJ프레시웨이는 마켓보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아워홈의 식품 공장과 물류센터 자동화에 한화로보틱스의 기술력을 반영하면, 단숨에 업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워홈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는 5년 만에 다시 급식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19년 위탁 급식 및 식자재유통 사업을 맡은 FC 부문을 물적분할해 푸디스트(Foodist)를 설립, 해당 사업체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약 1,000억원에 푸디스트를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6월 사조에 약 2,500억원을 받고 푸디스트 경영권을 넘겼다. 일찌감치 한화의 손을 떠난 푸디스트지만, 급식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분 100% 확보 계획에 제동

문제는 재계 안팎에서 한화의 급식 사업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주주가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지분 100% 인수를 목표로 한 한화 측에서는 투입 금액 확대가 불가피한 탓이다. 현재 한화 측은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구미현 회장과 주당 6만5,000원 아워홈 주식 전량을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상태다. 계약이 이행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약 58%를 확보하게 된다.

변수는 20.67%의 지분을 보유 중인 구지은 전 부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다. 아워홈 정관에 의하면 기존 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때 주주 명부상 여타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 역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아워홈 매각을 막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현재 구 전 부회장 측은 어펄마캐피탈을 비롯한 여러 재무적투자자(FI)와 자금 조달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9일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 아워홈 지분 40.27%에 대한 매각 의사를 묻는 내용증명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구 전 부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구명진 전 이사의 지분 19.6%가 포함됐다. 한화 측은 내용증명을 통해 ‘마지막 매각 기회’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오는 23일까지 매각에 대한 입장을 통보해야 한다.

인수 자금 마련에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은 계열사가 동원된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화그룹은 아워홈 지분 전량 매입에 1조5,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현금성 자산은 1,294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한화그룹은 계열사 중 한화비전의 자금을 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는 즉각 의문을 표했다. 한화비전의 주력 사업인 영상보안 솔루션과 인수 대상인 아워홈의 급식 사업 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그룹은 “한화비전 내 솔루션 사업부를 통해 노동 생산성 증대 및 재고·물류의 효율성 제고를 실현하고, 종국에는 마진율을 최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한화비전 주주들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주력 사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 진출하면 투자자가 해당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한화비전 일반 주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으며 “최적의 자본 배치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일갈했다.

시험대 오른 김동선 부사장 경영 능력

아워홈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 또한 거세다. 1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아워홈의 EV/EBITDA를 계산하면 약 11배 값이 나온다. 동종 업계 내 현대그린푸드가 4.4배, CJ프레시웨이가 3.9배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EV/EBITDA는 기업의 시장가치(EV)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실제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급식 사업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점도 뒤따른다. 급식 사업은 안정적인 매출을 내긴 하지만,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이 적은 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워홈은 범LG가로서 혈연관계에 따른 계열사 급식사업장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LG 계열사 5곳에 대한 아워홈 계약 물량은 전체 계약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런데 경영권이 한화로 넘어간 이후에도 이들 위탁급식 물량이 유지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IB업계 관계자는 “당장 LG그룹 계열사들과 맺은 계약이 해지될 경우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수준의 비용을 치르는 셈이라 김동선 부사장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워홈의 경영권 다툼에 한화 그룹의 재정적 부담까지 극복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인수 후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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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허브’ 이름값 무색 인천공항, 보안검색 하세월에 이용객 불만 최고조

‘메가 허브’ 이름값 무색 인천공항, 보안검색 하세월에 이용객 불만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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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확장에 집중, 운영 효율화는 낙제점
국내 공항 보안검색 실패 해마다 증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경력직 ‘줄퇴사’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사진=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혼잡도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한 데 이어 첨단 장비까지 확충하면서 혼잡도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원인으로는 잦은 장비 오작동과 인력 부족 등이 꼽힌다.

신형 보안검색대 잦은 오류, 탑승객 대기 시간 길어져

21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보안검색통합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공항 보안검색대는 오전 7~9시 기준 3분의 1가량 가동 중이다. 탑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해당 시간대에는 전체 직원의 약 절반, 출근하는 직원의 75%가량이 보안검색 작업에 투입되지만, 혼잡도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전언이다.

이용객 사이에서는 인천공항이 외형 확장에 걸맞은 운영 효율화를 끌어내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인천공항은 지난달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해 연간 1억 명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 3대 메가 허브 공항으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360도 회전하며 수하물을 스캔하는 원형 검색대를 확충하고, 인공지능(AI)과 생체인식을 활용한 ‘스마트 패스 시스템’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들 신형 장비는 잦은 오작동으로 도리어 이용객들의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 특히 원형 검색대의 경우 휴대 수하물이 들어가는 장비 입구에 방사선 차폐 납 커튼이 많아져 스카프를 비롯한 가벼운 소품이 플라스틱 바구니 밖으로 떨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이 경우에는 장비의 전원을 차단하고 문제를 해결한 뒤 다시 작동해야 하는데, 최소 4분이 소요된다. X-레이 기반 구형 검색대를 이용한다면 약 16명의 짐을 검색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에 더 많은 보안검색대를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만성적 인력 부족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근무 중인 보안검색 직원은 290여 명으로, 이는 인천공항이 제시한 정원(308명)을 상당 폭 밑도는 수준이다. 노조에 의하면 2터미널 내 모든 보안검색대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1,026명의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

인천공항 측은 “성수기 혼잡을 우려해 보안검색 단기 인력 추가 투입, 검색요원 연장 근무, 출국장 운영시간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오는 2월에는 약 110명의 보안검색 요원을 신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또한 “그동안 공항 혼잡도는 현장에서 (대기줄을) 육안으로 보고 관리하는 수준이었다”면서 “철도처럼 구체적인 혼잡도를 측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구역/사진=인천국제공항

국내 공항 보안 체계 ‘심각’ 수준

이용객들의 불편을 비롯한 각종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이 보안 시스템을 손보고 나선 배경에는 국내 공항의 보안 체계가 미흡하다는 각계의 비판이 깔려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국내 공항의 보안검색 실패 건수는 128건에 달했다. 연도별 보안검색 실패 건수 또한 △2020년 8건 △2021년 17건 △2022년 28건 △2023년 54건 등 갈수록 증가 추세다.

보안검색 실패의 유형별 현황에서는 가스분사기를 비롯한 폭죽 등 가연성 및 폭발물이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보호 및 보안구역 무단 진입 19건 △실탄과 공포탄 및 총기류 18건 △신분증 도용 및 불법체류 등 신분확인 실패 16건 △칼과 망치류 위해물품 9건 △오탑승 8건 △전자충격기 7건 등 순을 보였다.

공항 검색대에서 위험물을 적발하는 체계를 제대로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의원은 “테러와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국내 항공 보안검색에 큰 구멍이 생겨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실정”이라고 진단하며 “잇따른 보안검색 실패에 대한 면밀한 원인 분석은 물론, 검색능력과 전문성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력직 이탈에도 인력 미충원, 악순환 거듭

현장에서는 항공 보안 강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퇴사율을 개선하는 등 고용·노동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공항에서 일하는 보안검색요원 10명 중 4명가량이 해마다 퇴사 중인 만큼 업무 숙련도를 갖춘 직원들의 고용을 장려해야 보안 강화 또한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보안방재노조에 의하면 2023년 기준 대구공항 보안검색요원의 퇴사율은 46.2%에 이른다. 같은 해 청주공항은 40%, 제주공항은 25.2%, 김해공항은 16.3%의 퇴사율을 기록했다.

공항 특수경비 업무는 항공경비와 보안검색경비 업무로 구분된다. 보안검색경비는 공항별로 근무체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 공항 모든 곳에서 3조 2교대로 이뤄지는 항공경비와 차이가 있다. 지난해 14개 국내 공항 특수경비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300만~350만원 수준이다. 불규칙한 근무 시간과 낮은 임금이 높은 퇴사율로 이어지고, 인력 미충원에 의한 정원 부족이 장시간 노동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항공보안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경비요원을 대상으로 경력·역량별 업무 범위를 달리하는 ‘판독등급제’를 도입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청사진도 경력직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무용지물이라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일관된 평가다. 이상훈 전국보안방재노조 위원장은 “특수경비 노동자들의 바람은 그저 ‘쉬면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처우개선과 적정인력을 유지해 공항 보안업무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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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에 밀리고 시중은행에 치인 지방은행, 수신금리 인상으로 승부수

인터넷은행에 밀리고 시중은행에 치인 지방은행, 수신금리 인상으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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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경쟁서 인터넷은행에 밀려나
시중은행 지방 침투에 부실 확대까지
특판상품 출시 통해 자금 조달 총력

금리인하 기조에 주요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지만 지방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신금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워진 영업 환경 속 주요 은행에서 이탈한 수신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 높은 금리 무기로 수신 확대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적금상품(정액적립식) 15개 가운데 연 최고금리가 3.50% 이상인 상품은 모두 9개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부산·경남·광주·전북·iM·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상품이 6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 상품 1개가 전부다. 예금상품도 지방은행의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예금상품 35개 중에서 연 최고금리가 높은 10개 상품의 경우 지방은행 상품이 5개를 차지했다. 시중은행은 농협은행 상품 1개뿐이었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며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달 5대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이들의 주요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모두 연 3.00%까지 낮아졌다. 이달 초 연 3.15~3.22% 수준에서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연초 특판 상품까지 선보이며 상대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분위기다. 전북은행은 최고 연 3.60% 금리 상품인 '2025년 잘되길 바라요! 특판적금'을 출시했고, 광주은행은 연 최고금리 4.70% 상품 '여행스케치_남도투어적금'을 선보였다.

'울며 겨자먹기'식 고객 유치

지방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게 가져가는 배경에는 대출영업을 위한 수신자금을 확보가 있다. 최근 지방은행들은 가계대출 경쟁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밀리며 대출영업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6개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조4,466억원으로,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69조5,098억원)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인터넷은행보다 뒤처진 것은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인터넷은행이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비대면 대출, 대출 갈아타기 등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무섭게 성장하는 데 반해 영업 제약이 있는 지방은행들은 뒤처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강점이었던 저원가성 예금도 인터넷은행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요구불예금은 2021년 30조원에서 올해 3월 말 25조원으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은 17조원에서 46조원으로 불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쪽은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보다 경쟁력이 낮아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적금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여 자금 조달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고금리 장기화 직격탄, 연체 쌓이는 지방은행들

전문가들은 금리 경쟁력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지방은행들의 위기가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로 한층 심화됐다고 분석한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 및 기관 영업에서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가속화되고, 가계 부문에서 인터넷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도 “그간 지방은행은 지방자치단체 금고 등을 통해 저원가성 예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지역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선순환을 이뤄왔는데, 최근 시중은행들까지 자금력을 무기로 금고 유치에 뛰어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 속 지방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연체율이 높아진 점도 지방은행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부산·광주·전북·아이엠·제주 등 국내 지방은행 6개사의 2024년 3분기 총여신 중 무수익여신 비율은 평균 0.63%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0.12%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금액으로,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부실채권이다. 일반적으로 90일 이상 연체됐거나 부도 처리된 대출금이 이에 해당한다. 지역 개인사업자 등 차주들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화되며 이들의 상환 능력이 소실되자 지방은행의 무수익여신이 증가한 것이다. 한 지방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지방을 직접 둘러보면 체감 경기가 살얼음판 수준”이라며 “가계는 물론 줄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까지 지역에서 느끼는 연체 공포는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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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연예인 성 상납 파문에 기업들 줄줄이 광고 중단

후지TV 연예인 성 상납 파문에 기업들 줄줄이 광고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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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간부 연루된 연예인 '성 상납 스캔들'
도요타 등 15개 이상 기업이 광고 중단 결정
광고 계속하면 기업 이미지 타격 입을까 우려

일본 방송사 후지TV의 간부가 연루된 연예인 성 상납 스캔들이 일본 방송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성 상납 사태가 일회성이 아니라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추가 폭로까지 나오면서 주요 기업들이 광고를 중단하는 등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후지TV가 외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규명에 나섰지만,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 광고 중단으로 방송사 수익 타격 불가피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까지 도요타, 닛폰생명, NTT동일본, 카오, 세븐앤아이, 닛산자동차 등 최소 15개 기업 이상이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광고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남성 아이돌 스마프 출신 배우 나카이 마사히로의 성 상납 문제를 둘러싸고 '후지TV 직원이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한 대응 조치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들 사이에서 후지TV의 광고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광고를 계속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광고를 중단한 닛폰생명, 일본 맥도날드, 아사이 그룹 홀딩스 등은 "최근 연예인 성 상납 스캔들과 관련한 언론 보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광고 중단을 결정했다"며 "후지TV 측이 소명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방송업계 관계자는 "실제로는 언론 보도보다 많은 50개 기업이 후지TV에 광고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광고가 끊기면서 방송사의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방영이 중단된 후지TV의 다레카토나카이(だれかtoなかい)/출처=후지TV

"단발성 아니라 오랜 기간 관행처럼 성 상납 이뤄져"

후지TV의 광고 중단 사태를 촉발한 성 상납 스캔들은 지난달 일본 현지의 주간 매체 슈칸분슌(週刊文春)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후지TV는 유력한 연예인에게 여성 직원을 관행적으로 성 상납을 해 왔다. 보도가 나온 후 성 상납을 받은 연예인으로 나카이가 지목됐다. 나카이는 1988년 데뷔한 일본의 국민 아이돌 스마프의 리더로, 후지TV를 비롯해 TBS, 니혼TV 등 일본의 주요 방송국에서 5~6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연예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지난 16일에는 후지TV의 여성 아나운서 A씨가 추가 폭로를 통해 2021년 12월 후지TV 편성부장 B씨의 주선으로 나카이와 다른 남성 연예인들이 참석한 모임에 초대돼 성 상납을 강요받은 바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후지TV 측에 항의해 나카이로부터 9,000만 엔(약 8억2,700만원)의 합의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단발성이 아니라 오랜 기간 관행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만남을 주선한 B씨는 나카이와 친분을 바탕으로 후지TV 내에서 절대적 권력자로 통하는 인물로 피해 여성들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 상납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현재 방송사들은 나카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결방 조치하거나 그의 출연을 보류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하차를 통보받는 불명예를 겪었다. 결국 나카이는 논란이 불거진 지 3주 만인 지난 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일로 폐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문제가 있었던 것도, 양측 대리인을 통해 합의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보도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과문은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미나토 고이치 후지TV 사장도 조치에 나섰다. 미나토 사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23년 6월 나카이와 관련한 의혹을 인지했으나 관련된 여직원의 의사를 존중해 공개하지 않고 본격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향후 외부 변호사를 중심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후지TV 모회사 후지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미국 달튼인베스트먼트도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일련의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기업지배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며 제3자 위원회 설치를 통해 사실관계 규명과 개선안 제시를 요구한 바 있다.

논란의 후지TV, 한류 열풍에 반한류 정서 자극하기도

후지TV를 둘러싼 일본 사회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민영 방송인 후지TV는 산케이 신문과 함께 우익 성향을 대변하는 매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2000년대 이후 본격화한 한류 열풍 속에서 후지TV는 가장 많은 한류 드라마를 송출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사무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일본 지상파 방송사에서 총 29개의 한국 프로그램이 방영 중인데 후지TV는 평일 오후 2~4시 시간대에 한국 드라마 2편을 고정 편성했고 위성채널에서도 요일별로 5편의 드라마를 방송 중이다.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이 10년 차에 접어들던 2011년에는 후지TV는 한류 편중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유튜브에 올라온 '후지TV의 한류 세뇌 모음'이라는 동영상에는 하루 5편의 프로그램에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후지TV의 편성표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도쿄 오다이바의 후지TV 본사 앞에서는 '한류 편중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시위자들은 '조선인은 한반도로 돌아가라'는 극단적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는 일본 방송 산업의 수익률 지상주의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이 반(反)한류 정서로 표출된 사례로 후지TV의 상업적 전략이 가져온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2015년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특집 방송에서 한국 여고생의 인터뷰 내용을 왜곡해 논란이 됐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여고생이 "문화가 매우 많고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에 "일본이 싫어요. 한국을 괴롭히지 않았나요"라는 전혀 다른 자막과 일본어 내레이션을 붙여 방영했다. 특히 진행자인 유명 시사 해설가 이케가미 아키라는 방송 내내 한국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 일본 내에서도 '혐한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후지TV는 자막 왜곡 등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일본 방송가에서는 이번 성 상납 스캔들로 후지TV가 방송사로서 신뢰와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프로그램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한류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익을 쫓아 해외 콘텐츠를 사들이는 방식에 대해 시청자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류 콘텐츠의 비중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류 콘텐츠가 드라마에 이어 K팝 등 다양한 문화 장르로 확산되며 여전히 일본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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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인도 배터리 공장 설립 추진 "생산시설 다변화에 초점"

LG엔솔, 인도 배터리 공장 설립 추진 "생산시설 다변화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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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산기지 다변화 위해 인도 진출
현재 자동차 허브 타밀나두주 유력 검토
인도 JSW에너지와 합작 공장 등도 논의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에 착수했다. 미국 등 주요국 전기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인도 등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생산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밀집한 인도 남부의 자동차 클러스터가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으며, 튀르키예에서도 현지 배터리 연구소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생산시설 확대 움직임을 재개했다.

LG엔솔, 인도 공장 설립 위한 부지 선정 착수

20일(현지 시각) 인도 최대 경제매체 이코노믹타임스는 LG엔솔이 인도 내 배터리 생산기지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LG엔솔은 타밀나두, 텔랑가나, 안드라프라데시 등 3개 주를 후보지로 압축하고 이 중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마날루르의 40만4,686㎡ 부지를 유력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LG엔솔은 조만간 현장 실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코노믹타임스가 인용한 소식통은 "LG엔솔이 초기 단계에는 소규모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생산능력과 설비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현재 검토 중인 타밀나두주는 탄탄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강점인 지역"이라고 전했다. 타밀나두주는 인도 자동차 수출의 48%를 차지하는 인도 최대의 자동차 수출 지역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BMW, ISUZU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진출해 최대 자동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美 등 주요 전기차 시장 부진에 인도 진출 모색

LG엔솔의 인도 생산기지 설립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전기차 시장의 부진 속에서 글로벌 생산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LG엔솔은 지난해 12월부터 인도 JSW에너지와 함께 시간당 10GW(기가와트) 용량의 배터리 공장과 재생에너지 저장시설 설립을 논의 중이다. JSW에너지는 인도의 주요 전력회사 중 하나로 총 6,677MW의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력(3,158MW), 수력(1,391MW), 풍력(1,461MW), 태양광(667MW)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초기 계약에는 LG엔솔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JSW에너지는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양사가 합작한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중 JSW에너지가 용량 70%를 에너지 저장과 전기차에 사용하고, LG엔솔은 나머지 30%를 이용하는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인도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 진출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LG엔솔과 전기차 시장 확장에 적극적인 JSW에너지의 상황이 맞물리며 협약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합의는 구속력이 없으며, 향후 몇 개월간 추가 회의를 통해 이번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양사는 2026년 말 이전에 공장이 가동되기를 원하고 있어 늦어도 올해 1분기 안에는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LG엔솔은 인도에서 파트너를 탐색 중이고, JSW에너지는 버스와 트럭에 이어 승용차에도 자체 전기차 브랜드 출시를 추진하고 있어 이번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엔솔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다양한 잠재적 사업 옵션을 모색하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에 이어 튀르키예 등 유럽 시장 공략 재개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생산시설 확장 움직임을 재개했다. 지난해 10월 LG엔솔은 튀르키예 배터리 제조사 비리킴 필레리(Birikim Pilleri)의 연구소를 방문했다. 2005년 설립된 비리킴 필레리는 이스탄불에 본사를 둔 배터리팩 설계·생산 업체로 일본 파나소닉과 유아사, 독일 바르타, 프랑스 샤프트, 미국 듀라셀 등 글로벌 배터리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당시 회동은 튀르키예의 배터리 기술력과 협력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검토하기 위한 자리로 LG엔솔은 연구소 내부를 돌며 배터리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 기술 개발 현황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LG엔솔이 유럽 현지에 첫발을 내디딘 건 2016년으로,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착공하면서다. 이 공장은 지난 2018년 가동을 시작해 2023년 기준 전기차 약 12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연간 86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후 LG엔솔은 유럽 내 생산능력을 115GWh로 늘린다는 목표로 튀르키예에 신규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2023년 3월에는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 미국 포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약 25GWh 규모로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본계약을 맺기도 전에 합의를 철회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튀르키예 방문을 두고 주요 배터리 시장인 유럽 공략을 위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배터리 합작 공장은 취소됐지만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72만1,000대로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20.2%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61.5%)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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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1.6~1.7%" 한은의 비관적 전망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1.6~1.7%" 한은의 비관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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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낀 한국 경제 성장 전망
한은·IMF·OECD 등 줄줄이 성장 전망치↓
반면 美는 2025년 '고속 성장' 
정치 불확실성 지수 및 심리지수 추이/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내수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기관 및 국제 신용평가사들 역시 속속 한국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며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장, 韓 성장 전망치 하향

20일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블로그에 게재한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 평가’ 게시글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6~1.7%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작년 11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제시한 전망치(1.9%)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성장률 하향 조정의 근거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목됐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경제 주체의 심리가 악화하고 소비, 건설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이 국장은 이로 인해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작년 11월 전망치(0.5%)를 상당폭 하회하는 0.2% 수준에 머물거나 이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연간 성장률도 작년 11월 전망치(2.2%)를 밑도는 2.0~2.1%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향후 대내외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국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도출할 때) 작년 4분기 말 높아진 정치 불확실성이 올해 1분기까지 지속되다가 2분기부터 점차 해소되면서 경제 심리가 하반기 중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을 전제했다”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시기와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 미국 신(新)정부의 경제 정책 전개 방향 등에 따라 다음 달 공개되는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기관 전망치도 '줄하향'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속속 낮춰 잡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지난 17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2.2%)와 비교하면 0.2%p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9월 전망치(2.2%)보다 0.1%p 낮은 수치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비관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디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2.3%)보다 낮은 2.1%로 낮췄다. 지난 15일 발표한 ‘2025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경제 활동 교란 장기화나 소비자와 기업 심리 약화는 신용에 부정적일 수 있다”며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KDI는 지난해 발표한 ‘KDI 경제전망(2024년 하반기)’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가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여건 관련 불확실성의 확대로 인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성장세가 소폭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일 KDI가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는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담기기도 했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됐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 2023년 1월 경제동향 이후 2년 만이다.

韓-美 성장 '희비교차'

이에 반해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은 눈에 띄게 상향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은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미국 성장률이 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2.2%)에 비해 0.5%p 상향 조정된 수치다. 세계은행(WB)도 17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작년 6월 전망치(1.8%) 대비 0.5%p 높은 2.3%로 제시했다.

IMF는 미국 경제의 독보적인 성장 전망을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0.1%p 높은 3.3%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IMF는 “미국 성장률의 상향 조정이 다른 주요 국가 경제의 하향 조정을 상쇄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을 제외한 여타 주요국의 경제 성장 전망은 대체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IMF는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을 1.2%에서 1.0%로, 캐나다의 성장률을 2.4%에서 2.0%로 낮춰 잡았다. WB도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0%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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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 만화 종주국 일본 웹툰 시장서 '왕좌의 게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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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웹툰 시장, 카카오·네이버가 장악
픽코마, 선두 차지하며 독주 체제 공고히
라인망가도 일본 시장 공략 본격화
사진=카카오 픽코마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 만화 시장에서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piccoma)가 선두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네이버도 라인망가(LINE Manga)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카카오 픽코마, 지난해 일본 앱마켓 소비자 지출액 전체 1위

21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닷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픽코마는 2024년 일본 앱마켓(게임 포함)에서 4억9,700만 달러(약 7,025억원)의 소비자 지출을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특히 게임 분야를 제외한 부문에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픽코마는 지난 2016년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현지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1년에는 대원미디어의 자회사 스토리작과 합작해 일본 현지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지난달에는 일본 콘텐츠기업 가도카와와 협력해 주간 만화 잡지 서비스를 출시하며 전통 만화 독자층까지 공략하고 있다.

이에 더해 픽코마는 최근 일본 현지 콘텐츠 수급망을 고도화하는 '콘텐츠 라이브러리' 전략을 통해 실적 도약에 나서고 있다. 사업 본질인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를 강화하는 정공법으로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현지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해 양질의 콘텐츠 수급을 확대하고 공급 시스템을 독자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나 혼자만 레벨업'을 애니메이션화하고 '픽코마 노벨즈 대상'을 통해 발굴한 웹소설을 웹툰화하는 등 기존 콘텐츠 사업도 다양화하며 사업 시너지 전반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픽코마가 본격적인 수익 강화 움직임에 나서면서 일본 도쿄증시 IPO 가능성도 재점화되고 있다. 앞서 픽코마는 2021년 매출 급증에 힘입어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상장 가능성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그룹 사법 리스크에 연이어 발목을 잡히면서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실적도약 기대감과 함께 카카오가 그룹 계열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다각적인 쇄신 의지를 보이면서 픽코마의 IPO 시계가 다시 빨라질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 라인망가/사진=라인디지털프론티어

네이버도 3위 수성, 카카오와 엎치락뒤치락

지난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도 일본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닷에이아이에 따르면 네이버 계열사 라인디지털프론티어가 운영하는 라인망가는 지난해 일본 앱마켓에서 4억1,8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소비자 지출로 3위를 기록했다. 1위 자리는 픽코마에 내줬지만, 지난해 8월과 9월 일본 앱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픽코마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13년에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월간활성이용자(MAU)와 유료 이용자 증가에 힘입어 전체 콘텐츠 매출을 꾸준히 확대했다. 네이버 측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라인망가가 역대 최고 MAU와 유료 이용자를 기록한 것을 토대로 네이버의 콘텐츠 매출이 전년대비 6.4% 증가한 4,6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라인디지털프론티어는 원래 라인의 자회사였으나 지난 2020년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편입하며 조직을 정비했다. 이와 함께 일본 종이 만화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만화가 중심이던 기존 플랫폼에 세로로 읽는 웹툰 비중을 대폭 늘렸다. 또한 한국에서 쌓은 풍부한 웹툰 풀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통해 일본 시장에 소구할 수 있는 작품을 가려내는 감각도 길렀다. 특히 라인망가는 실적 확대의 열쇠를 적극적인 IP(지식재산권) 영상화에서 찾고 있다. 라인망가는 오는 3월 네이버웹툰 '여신강림'을 내년 3월 일본 극장에서 실사영화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영상사업을 필두로 일본에서 웹툰 IP 확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일본 시장, 웹툰 산업의 핵심지

웹툰의 발상지 한국의 대표 웹툰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에 있어 만화 종주국인 일본 시장은 상당히 중요하다. 만화와 같은 콘텐츠에 대한 인당 소비량이 높고, 만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한국 웹툰의 주요 수출 거점으로 자리 잡으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웹툰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웹툰의 주요 수출국 중 일본이 40.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일본 시장 1위라는 상징성을 두고 네카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카카오는 단일 플랫폼 단위의 경쟁력을 내세워 픽코마가 일본 시장 선두임을 강조한다. 지난해 일부 기간 MAU에서는 밀렸지만 여전히 거래액 부문에서는 픽코마가 선두를 지키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라인망가와 이북재팬(E-book Japan)의 합산 거래액을 들고나온다. 이북재팬을 통해 웹으로 각종 만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웹툰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카카오는 픽코마의 성공을 기반으로 2018년 인도네시아 ‘네오바자르’를, 2021년 북미 ‘타파스 미디어’를 인수하며 글로벌 웹툰 플랫폼을 강화했으며, 태국·대만·유럽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네이버도 2021년 북미의 대형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억 달러(약 8,620억원)에 인수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했고,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을 통합 운영해 원천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5년에도 일본시장에서 웹툰에 대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며 미국, 유럽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네이버의 전장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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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