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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성공, 조전혁 단일 후보로 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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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 서울시교육감 후보,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 확정
조 후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명단 공개로 수억원 손해배상 이력
학교폭력·2022년 교육감 선거 당시 막말 논란 등으로 파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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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페이스북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10월 16일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보수 단일 후보로 출마한다. 보수 진영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결과다. 조 후보가 지난 2010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막말' 논란 등 과거의 잡음을 극복하고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 성공

25일 서울시교육감중도우파후보단일화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전 의원이 최종 단일화 후보로 추대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1일 조 전 의원,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등 3명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앞서 경선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통대위 경선 결과에 불복한다고 밝힌 안 후보와 홍 후보도 이날 자리에 참석해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학생의 학력 신장과 사교육비 경감을 내세웠다. 조 후보는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던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번에는 극적으로 성공했다"며 "그만큼 서울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조전혁이 무너지고 망가진 서울의 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레짐 체인저'(regime changer), '패러다임 체인저'(paradigm changer)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안 후보와 홍 후보는 전날 또 다른 교육계 보수 인사로 구성된 '서울시보수교육감후보단일화선정위원회'(선정위) 주최로 열린 '후보 오디션'에 참석해 별도의 여론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선정위 결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안 후보는 "(전날 오디션)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 부분은 앞으로 구속력을 갖기보다는, 교육계가 수용하고 조 후보가 받아들여 진정한 통합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날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홍 후보 또한 "후보들의 정책을 다듬고 키워주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봐달라. 이것으로 (단일화 작업은) 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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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 전교조 명단 공개로 '홍역'

조 후보는 지난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으나 당시 보수 진영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희연 전 교육감에게 밀려 2위로 낙선한 바 있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에는 전교조 조합원의 정보를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조 후보는 2010년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과 소속 학교 등을 공개했고, 동아닷컴은 이를 받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에 전교조 조합원들은 조 후보의 공개 행위가 자신들의 단결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조 후보와 동아닷컴에 인당 10만원 수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조 후보와 동아닷컴의 명단 공개 행위를 불법으로 판단,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014년 7월 24일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전교조와 조합원 3,400여 명이 조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2012다49933)에서 조합원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모두 3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전 의원으로부터 전교조 명단 파일을 받아 홈페이지에 게시한 동아닷컴에도 조합원 1인당 8만원씩 총 2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학교명, 교사명, 담당 교과, 교원 단체 및 노조 가입 현황 등 특정 개인을 식별하거나 노조 가입자 개인의 조합원 신분을 알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해당 교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 가입에 관한 개인정보가 공개될 경우 전교조에 속한 조합원들이 조합을 탈퇴하거나, 비조합원들이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어 전교조 역시 존속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전교조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막말·학교폭력 논란도

조 후보는 2022년 교육감 선거 당시에도 '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조 후보가 조영달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던 도중 박선영 후보를 ‘미친X’이라고 지칭했다는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이후 조 후보는 해당 녹취를 공개한 조영달 후보를 향해 '인간 말종', '프락치', '간신배’ 등 강경한 표현을 사용하며 재차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 대한 학교폭력 가해 행위로 자퇴 권고 처분을 받은 과거 역시 교육감 후보로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조 후보는 지난 2014년 6월 30일 유튜브 채널 '배나TV'에 출연해 부산 D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학교를 옮긴 사연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한 친구가 (의자를 같이 옮기지 않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있기에 너도 같이 하자고 하니까 나한테 '너나 해라'(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한 방 때려버렸는데 턱이 여러 조각이 났다"고 발언했다. 사실상 과거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직접 시인한 셈이다. 조 후보에 따르면 해당 폭력 사건으로 D고에서 자퇴 권고를 받았고, 이후 다른 학교로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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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마케팅, '불쾌한 골짜기' 등 기술적 한계 못 넘었다

막 내린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마케팅, '불쾌한 골짜기' 등 기술적 한계 못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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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로 각광받은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기술적 한계에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가상인간에 '불쾌함' 느끼는 소비자들, 기업의 이미지 브랜딩에 오히려 손해
'버추얼 캐릭터' 사업 급부상, "'인간 대체'에서 'IP 창출'로 사업 주안점 옮겨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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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루시'/사진=롯데홈쇼핑

한때 마케팅 업계를 강타했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최근 시들한 분위기다. 다소 부자연스럽게 구현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모습이 소비자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기술적 한계가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취 감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케팅 시장에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2021년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루시'가 대표적이다. 루시는 쇼호스트 없이 단독으로 '루시 톡 라이브'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바 있지만, 최근 들어선 활동이 뜸해져 소식도 알기 어려운 상태다.

싸이더스스튜디오(현 로커스엑스)가 개발한 '로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지는 지난 2021년 7월 신한라이프 광고에서 자연스럽게 춤추는 모습으로 처음 공개된 이후 100건이 넘는 협찬과 광고로 한 해 동안에만 15억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광고 등 활동이 눈에 띄게 줄면서 자연스럽게 화제성을 잃었고, 올해 들어선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게재하는 것 외엔 활동이 모두 끊겼다.

이외 영국 사진작가 캐머런 제임스 윌슨이 만든 '슈두', LG전자 전속 모델로 활동한 '김래아씨', 스타트업 브러드(BRUD)가 만든 '릴 미켈라' 등 역시 대중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대의 막이 내린 것이다.

적은 비용에 '인간 대체' 기대감 커졌지만

당초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켓 플랫폼 마켓스앤마켓스는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이 2020년 7조6,000억원에서 2025년 13조원으로 약 2배 성장할 동안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2조4,0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6배 이상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2025년엔 인간과 가상인간의 시장 규모가 아예 역전될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이처럼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인간 인플루언서 대비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기업이 모든 사업 채널에서 인간 톱스타를 활용하려면 매번 최소 억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는 초기 개발 비용을 지불하면 이후 기업이 원하는 모습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활약할 수 있다.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강점이 컸다는 의미다.

그러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기술적 한계가 드러났다. 2022년 7월 한국광고홍보학보에 기재된 '가상 인플루언서의 특성이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불쾌한 골짜기 효과로 인해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및 그가 광고하는 브랜드에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가 잦았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과 유사하나 완벽하게 닮지는 않은 존재를 접할 때 느끼는 혐오감과 섬뜩함을 뜻한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기업의 이미지 브랜딩에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대비 저렴한 비용'이라는 강점도 사실상 사라졌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루시를 한 번 방송에 띄우기 위해선 수천만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루시가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로서 그 이상의 매출을 내야만 수지타산에 맞는 셈이지만, 실상은 루시보단 톱 쇼호스트를 방송에 내는 편이 이익이 더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채팅으로 소비자의 질문에 바로 답하는 등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게 최근 트렌드인데, 루시는 기술적 한계상 실시간 소통을 이루기 어렵다"며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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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사진=블래스트

최근 트렌드는 '버추얼 캐릭터' 사업

이렇다 보니 최근 업계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보단 '버추얼 캐릭터'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버추얼 캐릭터는 컴퓨터그래픽이나 AI를 통해 2D·3D 형식으로 구현된 가상 속 캐릭터다. '가상의 몸'을 사용한다는 점에선 가상인간과 같지만, 실제 인간이 가상의 몸을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가상인간과는 궤가 다르다. 사업의 주안점이 '가상인간을 만들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에서 '버추얼 기술로 새로운 IP를 창출하는 것'으로 옮겨간 셈이다.

IP 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버추얼 캐릭터 사업은 이미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콘텐츠 기업 블래스트(VLAST)가 제작한 5인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는 지난해 3월 데뷔 이래 꾸준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성과도 거듭 나타나는 모양새다. 지난 8월엔 앨범 '펌프 업 더 볼륨!'을 발매해 당일 멜론 차트 HOT·TOP100 정상에 올랐고, 이 앨범으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에 등극한 바도 있다. 또 내달 5일부터 6일 개최되는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 콘서트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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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으로 번지는 미중 갈등, K-조선 글로벌 지배력 강화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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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업까지 겨냥하는 미국 제재 칼날
K-조선 반사이익 기대감 상승, 韓美 협력 강화
사양산업 취급받던 조선업, 호황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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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조선업계로 전선을 넓혀가는 가운데,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해양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의 조선사들과 협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중 간 긴장 고조가 국내 조선사들이 상선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 외에도 미국 해양 방산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美·캐나다·EU, 중국 조선업 견제

24일(현지시간)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중국은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을 건조할 때 실질적인 작업량을 수치화한 것) 기준으로 지난해 글로벌 조선사 인도량 6,447만 CGT 중 3,280만 CGT를 인도하며 50.9%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 조선사 1,832만 CGT(28.4%), 일본 조선사 994만 CGT(15.4%) 순이다. 미국 조선사는 61만 CGT로 전체 인도량의 0.1%에 불과했다. 미국의 선박 건조능력은 40년 전만 해도 세계 1위였으나 현재는 세계 19위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중국은 최근 20년 동안 연간 미국 생산량의 3배 이상의 선박을 만들어 내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자 미국은 견제에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항만에서 사용 중인 중국산 STS 크레인(Ship to Shore Crane·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육상으로 옮기는 크레인)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전미철강노조(USWA) 등 미국 주요 노동조합의 청원에 따른 조처로, 앞서 미국 5개 노조는 지난 3월 중국의 조선, 해운 물류 산업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USTR에 접수했다. 중국 정부가 세계 조선, 해양, 물류 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전 세계에 항만과 물류 시설망을 구축한 뒤 미국 선박과 해운사를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 등 각종 특혜로 중국 조선업을 지원해 미국 조선업이 피해를 봤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를 발동하고 중국 조선·해운업에 대한 조사에 돌입, 자국 항만 내 200개의 중국산 크레인을 대상으로 사이버 위협 평가를 내렸다. 중국산 STS 크레인이 원격 제어·서비스·프로그램이 가능한 만큼 중국의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해안경비대에 해양 운송체계를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여기에는 크레인 생산 기반을 미국에 두는 데 5년간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은 캐나다에서도 포착된다. 캐나다해양·조선협회(CMISA)는 이달 초 캐나다 정부에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 100% 조치를 선박까지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CMISA는 중국산 선박이 캐나다 산업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전략·윤리적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조선소가 상선 외에도 중국 해군을 위한 군함을 건조해 북극해 등에서 캐나다의 이익에 잠재적 도전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대중국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조선소·해양장비협회(SEA유럽)는 올해 초 유럽의회(EP)에 포괄적 유럽 해양 산업 전략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SEA유럽은 “선가 차이가 30~40%나 나는 것에 더해 중국 은행이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 때문에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선주가 많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조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WSJ "韓 조선업, 美-中 해군력 격차 줄일 열쇠"

이 같은 중국 조선업에 대한 각국의 견제 움직임은 국내 조선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미국 해군 함정 사업이다. 최근 중국은 아시아 패권을 쥐기 위해 해군력을 급격히 증강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함정 보유수에서 중국(370척)은 미국(292척)을 앞지른 상태다.

글로벌 해양 패권은 지난 100여 년간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에서 미국으로 승계돼 왔다. 그러나 미국보다 앞서 조선산업이 쇠퇴한 영국에서는 이제 중형급 구축함 1척 건조에 11년이 걸릴 정도고, 미국도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상선건조산업의 명맥만 유지할 뿐, 수익성 높은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사들은 급격한 사업 기반 축소 현상에 고민하고 있다. 해양 세력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미국이 해양 물류와 인프라는 물론, 해군력 자산 유지 역량에 대해 자성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미국이 선택한 것은 세계 조선업계에서 중국과 함께 2강을 형성하는 한국과의 협력이다. 미국은 현행법상 군함을 외국에서 건조할 수 없는 만큼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에서 직접 조선소를 운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2월 울산을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Carlos Del Toro) 미국 해군 장관은 HD현대 인사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라”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한화그룹이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미 해군은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 인수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필수인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WSJ도 중국과의 해군력 격차를 줄일 열쇠로 한국 조선업을 지목했다. 23일(현지시각) WSJ는 ‘세계 최대 조선소에서 중국에 맞설 동맹 찾는 미국’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은 해양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에 필적하는 조선 역량과 노하우,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해군 함정 사업 협력 논의 대상인 한국 조선업계의 장점을 소개했다.

첫손에 꼽힌 것은 대규모 생산능력이다. HD현대의 경우 울산 본사에 설치한 10개의 드라이 독(선박건조 설비)에서 매년 40~50척의 군함과 상업용 선박 주문을 소화하며, 1만4,000여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필요에 따라 군함이나 상업용 선박 건조 현장에 배치된다. 한 조선소에서 군함과 상선을 동시 건조할 수 있어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생산 효율성 면에서 또 다른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WSJ는 이 같은 유연성이 미국이나 유럽 조선업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HD현대가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주문에 대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이미 뉴질랜드, 필리핀, 페루 등 여러 국가의 해군 함정을 건조한 경험이 있는 데다 탄탄한 인력·기술력을 보유해 비용 효율성 면에서도 미국에 훨씬 앞선다는 점도 강점으로 언급됐다. WSJ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같은 사양의 함정을 미국에서 건조할 경우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용이 들고, 건조 기간도 3분의 1 정도 더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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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겨울 끝났다, 슈퍼사이클 맞은 조선업계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혹독하고 길었던 조선업의 겨울이 완전히 끝났다는 평이 나온다. 2000년대 들어 호황 쾌속선을 타고 달리던 국내 조선업은 2010년대 중반,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들이 약진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2020년대를 기점으로 업황이 다소 회복되긴 했으나 ‘사양 산업’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선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몇몇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선박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수가 대표적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이 집계한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는 이달 초 189.7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80 이상에서 움직인 건 2007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이어진 10개월 동안이 마지막으로, 2008년 8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191.5)까지 넘볼 태세다.

시장 컨센서스도 긍정을 가리키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2022년 3,5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2,823억원 흑자 전환했는데, 올해는 9,400억원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시장 예측이다. HD현대중공업(1,786억원→5,000억원), 삼성중공업(2,333억원→4,279억원)도 올해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1,9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화오션은 올해 2,000억원가량의 흑자를 볼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 기업들의 수주 상황도 순조롭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선 3사가 쌓아둔 수주잔량은 3년 6개월~4년 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조선사는 최소 2년 치 일감을 갖고 있어야 독을 놀리지 않는 만큼 수주잔량 마지노선을 2년으로 잡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 같은 수주잔량 포화는 조선사의 이익 증대로 이어진다. 발주사가 아닌 공급사가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비싼 배만 골라잡는 ‘선별 수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에 의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조선업이 중국에 의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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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칩 약세에 키옥시아 10월 상장 무산, SK하이닉스 엑시트 '물거품'

메모리 칩 약세에 키옥시아 10월 상장 무산, SK하이닉스 엑시트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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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주 약세, 상장 시 키옥시아 저평가 불가피
키옥시아 결국 상장 철회, 2020·2021년 이어 올해로 세 번째 무산
'밸류에이션'에 발목 잡힌 키옥시아, 상장 계획 '장기화'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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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3위 기업인 일본 키옥시아가 내달로 예정됐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업황 악화가 가시화하면서 자사가 기대하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상장 후 4조원가량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기대하던 SK하이닉스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키옥시아 상장 계획 재차 무산

25일 로이터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당초 내달로 예정돼 있던 상장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최근 메모리 칩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가총액 목표인 1조5,000억 엔(약 13조7,300억원)을 달성하기에 주식 수요가 충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 탓이다.

실제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최고점(8만7,800원) 대비 약 29% 떨어졌고, SK하이닉스도 최고점 24만1,000원을 달성한 뒤 약 31% 급락했다. 미국 마이크론 주가 역시 올 최고점(153.45달러)에서 약 39% 하락한 상태다. 보통 상장 예정 기업은 비교 기업군의 기업가치를 토대로 공모가를 형성하는 만큼, 주요 기업의 가치가 하락한 지금 상장에 돌입하면 키옥시아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 엑시트 다음 기회로

키옥시아의 상장이 무산되면서 일본 현지에선 IPO 시장의 '최대어'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옥시아의 기업가치 전망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최대 규모였던 반도체 장비회사 고쿠사이의 기업가치가 4,240억 엔(약 3조9,100억원) 정도였다. 키옥시아의 시가총액 목표가 전년 최대어보다 3배 이상 높았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상장이 현실화하면 투자사 측이 막대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특히 이목이 쏠린 투자사는 SK하이닉스다. 키옥시아는 지난 2018년 일본 대기업 도시바로부터 분리 매각된 회사로, SK하이닉스는 이 과정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해 총 4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털이 조성한 사모펀드에 출자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을 도시바가 발행한 키옥시아 전환사채(CB) 인수에 사용하는 식이다.

키옥시아의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가정할 경우 시가총액 1조5,000억 엔 기준 SK하이닉스의 지분 가치는 4조7,000억원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가 상장 후 일부 지분 매각에 나서면 기존 투자금 4억원을 엑시트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지분 보유를 통해 키옥시아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7%로 1위, SK하이닉스 및 자회사 솔리다임이 22.2%로 2위, 키옥시아가 12.4%로 3위를 기록했다. 단순 합산 시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낸드 합산 점유율은 34.6%로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키옥시아를 통한 투자금 회수와 전략적 협력이 모두 가능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키옥시아가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금 회수는 뒤로 미뤄졌고, 이에 따라 평가손실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키옥시아로 인한 SK하이닉스의 투자자산 평가손실은 1조4,3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평가손실이란 자산을 재평가한 금액이 이전 평가 시점보다 감소했을 때 인식하는 손실이다. 평가손실이 커져도 실제 현금 흐름에는 영향이 없지만, 향후 투자사의 자산 가치와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긁지 않은 복권' 키옥시아가 한순간에 '아픈 손가락'으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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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일 내 상장 재추진 전망, 일각선 회의적 의견 나오기도

일각에선 일본 IPO 시장이 탄탄한 만큼, 외부 환경만 개선되면 키옥시아가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회의론도 적지 않다. 키옥시아의 상장 계획이 무산된 게 2020년, 2021년에 이어 올해로 3번째기 때문이다. 2020년 상장이 연기된 건 미중 무역 마찰 등의 영향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중국은 키옥시아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시장 중 하나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대중 제재는 키옥시아에 '직격타'로 작용했다. 실제 2020년 8월 미국이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효하자 키옥시아의 공모가 전망치가 주당 3,960엔에서 2,800엔 수준까지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에는 낸드플래시 과잉공급이 문제가 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주요 기업이 캐파(CAPA)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생산량이 급증한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낸드플래시 비트 생산량은 전 분기 대비 6%가량 늘었고, 이에 따라 4분기 전체 낸드플래시 매출은 184억8,000만 달러(약 24조6,0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2.1% 줄었다. 공급이 과잉되고 계약 가격이 하락하면서 낸드플래시 업계 전반의 가치가 내려앉은 것이다.

위 사례들을 보면 결국 키옥시아 상장 철회의 공통된 키워드는 '밸류에이션'이다. 키옥시아가 미중 갈등, 시황 악화 등 외부 요인에 휘둘리는 양상이 거듭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키옥시아의 상장 계획이 '장기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는 기술 발전과 수요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시장 중 하나"라며 "불안정한 외부 상황이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키옥시아의 거듭되는 상장 철회 소식에 우려가 쌓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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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선되면 韓·中·獨 제조업 미국으로" 제조업 패권 강화 야망 드러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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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공장·일자리 빼앗겠다" 트럼프 강경 발언
트럼프가 지목한 한국·독일, 이미 美 투자 규모 막대해
정부 지원금 앞세워 해외 투자 흡수하는 美, EU 등은 '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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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법인세 인하, ‘특별 구역(special zone)’ 지정 등을 통해 자국 제조업 패권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제조업 대이동' 주장

24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州) 서배너에서 실시한 유세에서 “내 리더십 아래에서 다른 나라의 공장과 일자리를 빼앗겠다”며 “나에게 투표하면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바로 이곳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exodus·대이동)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날 유세가 진행된 조지아는 선거인단 16명이 걸려 있는 지역으로,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주요 경합주로 꼽힌다.

그는 “친(親)제조업 정책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제조업 담당 대사’를 임명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주요 제조업체들에 짐을 싸서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설득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이른바 ‘트럼프 감세안’에 따라 21%로 낮아진 법인세를 재차 15%까지 인하하겠다는 공약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는)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만약 법인세를 15%까지 감세하면 지구상 어떤 곳보다 우리(조지아주)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지구상 모든 회사와 제조업체에 가장 낮은 세금, 가장 싼 에너지 비용, 가장 적은 규제 부담과 함께 지구상의 최고·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 약속한다”면서도 “이는 미국에서 상품을 만들었을 때만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의 규제·세금을 부과하는 ‘특별 구역’ 지정을 시사하며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전되는 전체 산업을 재배치하는 데 이상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미 투자 쏠려 있는데" 시장 우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의 제조업 패권 강화를 강조하며 각종 유인책을 제시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후 글로벌 제조업계의 투자가 미국에 지나치게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언급한 한국, 독일 등은 이미 미국 현지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국가"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주요국의 제조업 투자가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쏠릴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15억 달러(약 28조5,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최다 대미 투자국으로 등극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 등 각종 인센티브 정책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역시 미국 현지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는 추세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기업들은 미국 프로젝트에 157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자본 투자(M&A, 지분 투자 제외)를 단행했다. 이는 전년도 투자액(82억 달러)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또한 독일의 해외 그린필드형 투자 약정 금액 가운데 약 15%가 미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직접투자(FDI)의 한 종류인 그린필드형 투자는 현지에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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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밀려 신음하는 EU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투자가 미국 시장에 집중되자, 유럽연합(EU) 등 여타 주요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점차 약화하는 추세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해외 기업 유치·제조업 육성에 공을 들인 것과 달리, EU는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을 자제해왔다"며 "결국 EU의 제조업 경쟁력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한 국가들 대비 크게 뒤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정부 보조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EU 집행위원회(EC)는 경제적 국가주의와 싸우며 보조금에 따른 시장 왜곡을 막는 데 주력해 왔다. 그 사이 미국·중국 등 주요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제조업 육성에 막대한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4%에서 2022년 16%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이에 EU 역내에서는 정부 보조금 지원을 엄격히 제한하는 기존 정책 기조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정부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인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제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에 쥐어야 한다"며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늘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현지 생산 역량을 확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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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일정 밀리는 기술특례상장, VC 엑시트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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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 '0'
'파두 사태' 이후 증시 입성 문턱 높아져
기관 투자 줄고 벤처 펀딩도 혹한기
IPO-TE_20240925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심사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결산을 마치고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려던 기업들이 높아진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문턱에 IPO 일정 연기 기업 속출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교육용 로봇기업 에이럭스 △미디어기업 닷밀 △이차전지 설비기업 엠오티 △의료기기 전문기업 동방메디컬 등 8개 기업 중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가운데 닷밀은 지난해 특례 상장용 모의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기술특례제도를 통한 상장을 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 단위로 보면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없는 게 이례적인 건 아닐 수 있으나,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금감원의 퇴짜로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의 일정이 늦춰지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혼성신호 시스템반도체 기업 아이언디바이스는 올해 2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 23일에야 겨우 상장에 성공했다. 상반기 실적과 제품별 매출 현황 등의 내용에 대해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두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상장예비 심사를 통과한 헬스케어기업 에이치이엠파마도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인해 공모 일정이 연기됐고, 로봇 서비스기업 클로봇 역시 당초 이달 23일 진행하려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다음 달 7일로 미뤘다.

벤처기업 실적, 현미경 심사

업계에서는 올해 초 ‘파두 사태’ 이후 높아진 심사 문턱이 하반기 들어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문기업 파두는 기술력이 좋은 기업을 위한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상장한 케이스다. 하지만 상장 직후 추정 실적과 동떨어지는 성과를 냈고,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와 거래소, 금감원에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추정 실적을 부풀려 제출했을 때 이들 기업·기관이 이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중 실제 실적과 추정 실적에 괴리가 있었던 기업이 상당수 발견됐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정해진 기간 이후에는 특정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상장 이후 지속해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상장 폐지 기로에 선 기업도 많았다. 금융당국이 상장하려는 기업의 실적을 더 깐깐히 들여다보는 배경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이는 국내 상장 VC들의 매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B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TS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의 매출이 급감했다. 특히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 136억원에서 올 상반기 69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VC들의 실적이 악화한 건 지분법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지분법 이익도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가치가 떨어진 데다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기업들까지 나타나면서 감액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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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전경/사진=한국거래소

스타트업 IPO 막히자 VC 엑시트도 먹구름

이런 상황에서 IPO마저 불투명해지자 투자금 회수가 급한 VC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IPO는 국내 벤처 펀드의 주요 회수 방식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VC 투자 기업의 자금 회수 유형 중 IPO는 30%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58곳 중 30곳(51.7%)이 VC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사다. 더욱이 최근 들어선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벤처업계 투자에 대한 시선도 긍정적이지 않고, 벤처 펀딩 역시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어 IPO를 통한 엑시트가 유일한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증시 입성이 막히자 고육지책으로 나스닥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스닥은 기본적인 요건만 갖춰지면 상장에 큰 어려움이 없다 보니, 2020년 10개였던 한국 유니콘 기업은 2021년 18개, 2022년 22개까지 늘었다. 국내 증시가 벤처업계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타트업·투자자·엑시트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리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IPO 문턱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 기업이어도 미래 가치를 입증하면 상장할 수 있어야 연쇄 창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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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가속기 블랙웰' 양산 개시, 시총 3조 달러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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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 '블랙웰' 4분기 출하, "수요도 매우 강력"
한때 결함설 있었지만 HBM3E 12단 채택하며 설계 변경
엔비디아 주가 120달러 회복, 제조사 TSMC 주가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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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주자 엔비디아가 차세대 반도체인 블랙웰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으며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는 미국 증권가의 전망이 나왔다. 한때 양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12단을 채택하는 등 설계를 변경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주식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잠시 주춤했던 엔비디아의 주가도 4% 가까이 급등하며 한 달 만에 120달러를 회복했다.

모건스탠리 "4분기 45만 개 출하, 매출 100억 달러 전망"

24일(현지 시각)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며 "블랙웰의 4분기 출하량이 45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가 새로운 칩에서만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지난 11일 황 CEO는 골드만삭스의 기술 콘퍼런스에서 "블랙웰이 4분기 출하를 시작해 내년까지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의 제조 협력사인 폭스콘도 올해 4분기 말부터 블랙웰 GB200의 출하를 시작할 계획이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올해 3월 처음으로 공개한 AI 칩으로 2022년 출시한 호퍼 시리즈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전력 소모량에 따라 B100, B200으로 나뉘며 2개의 블랙웰 GPU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를 결합하면 AI 가속기 GB200이 된다. 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을 빠르게 구현하도록 설계된 전용 하드웨어를 말한다. 엔비디아는 "GB200이 호퍼 시리즈의 H100에 비해 최대 30배의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들이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최근 13만1,000개의 블랙웰 GPU로 구동되는 제타 스케일 OCI AI 슈퍼 클러스터를 발표하고 엔비디아에 GPU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아시아 공급망에도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2025년 TSMC의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의 월간 생산량 전망치를 7만 개에서 8~9만 개로 상향 조정했다. 또 국가 주도의 AI 프로젝트와 소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가 용량을 확장함에 따라 H200 등 호퍼 GPU 수요도 당분간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던 황 CEO의 주식 매도 계획도 종료됐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올해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기업 내부자 사전 거래 계획'에 따라 예정했던 600만 주에 대한 매각을 마무리했다. 평균 매도가는 118.35달러이며 총가치는 7억1,300만 달러(약 9,455억원)에 달한다. 해당 계획의 유효 기간은 내년 1분기까지였으나 정해진 매도 물량이 6~9월 중 모두 소진됐다. 매각 후에도 황 CEO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최대 개인 주주로 남는다. 현재 그는 개인 계좌에 엔비디아 주식 7,540만 주를 보유 중이며 신탁과 파트너십을 통해 7억8,600만 주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이에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한 달 만에 다시 120달러를 돌파하면서 전일 대비 3.97% 오른 120.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이 2조9,640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3조 달러(약 3,980조원) 재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은 제조 협력사인 TSMC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날 4.13%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9,437억 달러까지 오르면서 1조 달러(약 1,330조원)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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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블랙웰/사진=엔비디아

한때 양산 지연될 것이란 전망에 엔비디아 주가 하락

한 달 전만 해도 블랙웰 GB200의 생산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초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블랙웰 생산 과정에서 발견된 결함 때문에 출시가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늦춰져 내년 1분기까지는 대규모로 출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도 제조 공정 일부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히며 출시 지연을 인정했다. 이 시기 열린 콘퍼런스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블랙웰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했지만, 황 CEO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자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7%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 분석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GB200에 필요한 TSMC의 최첨단 패키징 CoWoS-L의 용량 부족이고, 또 하나는 B100 칩 설계의 문제다. CoWoS는 엔비디아가 자체 개발한 2.5D 패키징 기술로, 로직 반도체와 HBM을 SiP(시스템 인 패키지) 형태로 묶는 것을 뜻한다. 2.5D 패키징은 넓은 기판 모양의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반도체 다이(Die)를 수평 배치하는 기술이다. 활용되는 소재에 따라 종류가 나뉘며, CoWoS-L의 경우 로컬실리콘인터커넥트(LSI)라는 소형 인터포저를 채용한다.

이에 엔비디아는 즉각 대응책을 마련했다. 기존 B100의 대체품으로 B102를 재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랭(Air Cooling) 방식을 적용한 'GB200A'를 제작하기로 했다. 아울러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한 패키징 구조 역시 변경했다. GB200은 GPU 2개를 묶어 하나의 칩처럼 동작하게 하고, 주변에 HBM3E 8단(24GB)을 8개 집적하는 형태다. 반면 새롭게 수정한 GB200A는 GPU를 묶지 않고 B102 칩 하나에 HBM3E 12단(36GB) 4개를 집적하는 방식이다. 내장된 GPU 2개가 총 HBM 8개를 운용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일 HBM의 용량을 높이고자 12단을 채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AI 가속기 성능 고도화 과정에서 HBM, GPU 등 칩 수가 급증해 발생하는 발열 이슈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황 CEO는 지난달 25일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 '핫칩2024'에서 B200에 액체 냉각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블랙웰 B200의 최대 소비전력은 1,000W(와트)로, 전작 H200(700W)보다 42% 높아졌다. 전력 사용량이 늘면서 열 방출량은 기존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기존 공랭식에 액체 냉각을 더한 새로운 냉각 방식을 적용해 전력 소비를 최대 28%까지 줄일 것으로 추산했다.

HBM3E 12단 채택에 삼성·SK·마이크론 메모리 업체 경쟁

엔비디아의 대응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대응 또한 분주해졌다. 당초보다 빨리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HBM3E는 5세대 HBM으로, 올해 상반기 8단 제품부터 상용화에 들어갔다. 더 많은 D램을 적층하는 12단 제품은 주요 메모리 3사 모두 고객사와 퀄테스트를 거치고 있으며, 아직 공식 승인을 받은 기업은 없다.

산업계는 HBM3E 12단 제품의 탑재량이 늘면서 HBM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HBM3(4세대), HBM3E 8단과 달리 HBM3E 12단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제품을 개발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받고 있어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장 먼저 퀄테스트를 통과한 기업이 가장 많은 납품 물량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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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주, 한국 몫은 6조6,000억원뿐? 대통령실 "가짜 뉴스" 반박

체코 원전 수주, 한국 몫은 6조6,000억원뿐? 대통령실 "가짜 뉴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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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일부 언론, 체코 원전 수주 수익성 관련 의문 제기
반박 나선 대통령실 "현지화율·웨스팅하우스 참여율 등 미정"
원전 건설 수익성·경제적 파급 효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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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대통령실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덤핑 수주' 논란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체코 원전 사업을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6조원대에 그친다는 일부 야권과 언론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 덤핑 수주 논란에 '전면 반박'

23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에 나온 '현지화율 60%, 웨스팅하우스 11% 참여'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 한국 몫이 6.6조원이라는 건 가짜 뉴스"라고 밝혔다. 한 언론은 이날 야권 추산을 인용,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통해 한국에 돌아올 수익이 약 6조6,000억원에 그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체코 측 목표 현지화율인 60%와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계약 당시 웨스팅하우스가 차지했던 비율인 11%를 제한 '29%'에 해당하는 액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지화율 60%는 목표 사항으로, 내년 3월 최종 계약 시 확정된다"며 체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참여도 현지화율에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업 두산스코다파워가 현지에서 터빈을 생산하는 것도 이번 순방을 계기로 (원전 사업에) 사용하기로 확정됐다"며 "원전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 국제적 관례로 현지화를 선택한다는 점을 다시 설명드린다"고 부연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상황에 대해서는 한미 정부 간 해결책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 양국은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에 협력하고자 하는 확고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권 의원 22명의 '원전 수주 대규모 손실 우려'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 입장을 냈다.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4조원 원전 수주 쾌거가 본계약까지 잘 성사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게 정상인데, 마치 순방 결과가 좋지 않기를 기도하는 양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과연 공당인 야당이 할 행태인가"라고 반문했다.

낮은 수주 단가가 논란 불 지펴

체코 원전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덤핑 수주' 논란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으로 지나치게 낮은 수주 단가를 지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으로 24조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낮은 수주 단가와 구매자가 '갑'인 원전 수주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한수원에 돌아올 이익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 역시 이와 유사한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박종운 동국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훨씬 해외 원전 건설 경험이 많은 프랑스보다 건설 단가가 절반 이상 낮고 중국보다도 단가가 낮다는 건, 가격 경쟁력보다 싼 값에 지어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걸로 보는 게 맞다”며 “현재 체코 정부가 60억 유로(약 9조원)의 원전 사업비를 결정했을 뿐 남은 비용 조달 계획은 불확실한 상황이라서, 이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애초 한수원이 예상한 계약 금액보다 줄어들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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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주의 '경제 효과'

다만 일각에서는 단순 건설 수익을 넘어 원전 수주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제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원전 사업을 수주할 경우 발전소 운영과 시설 유지·보수, 원전 연료 판매 사업 등 운영·관리 사업을 맡으며 다방면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위 관계자는 “체코가 오랜 기간 원전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발전소 운영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유지·보수, 연료 사업은 한국과 상당 부분 협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통상 수명이 60년 수준인 원전의 운영·관리 사업에서 발생하는 경제 효과는 건설비(총사업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건설비와 원전 운영·관리 사업을 합하면 우리나라 경제에 48조원에 달하는 이익이 돌아올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 사업 최종 수주 시) 건설비만 계산하면 쏘나타 87만 대를, 운영·관리 사업까지 포함하면 쏘나타 약 170만 대를 수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유럽 원전 시장에서 막대한 무형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조만간 원전 건설의 큰 장이 설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의 중앙부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 튀르키예 등 다수의 유럽 권역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자립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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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하이픈 IP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日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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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SM, 웹툰·애니메이션·게임 출시 속도
엔하이픈이 애니로 '다크 문: 달의 제단' 제작
아티스트 IP 활용 ‘원소스멀티유즈’ 전략
"내 손안의 아이돌", IP 기반 콘텐츠 한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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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그룹 엔하이픈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다크 문: 달의 제단’ 애니메이션 티저/사진=하이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아티스트를 활용한 지식재산권(IP) 콘텐츠 전략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엔터사의 IP 전략은 바쁜 인기 아이돌이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그들의 IP를 다각도로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최근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엔터사에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하이브, 아티스트 IP 기반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

24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최근 소속 보이그룹 엔하이픈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다크 문은 하이브가 네이버웹툰에서 202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연재한 웹툰으로, 엔하이픈의 IP를 기반으로 한 일곱 뱀파이어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해당 웹툰은 누적 조회수 1억9,000만 회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일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애니플렉스가 맡는다. 일본 대형 제작사 애니플렉스가 국내 굴지 플랫폼사의 웹툰 IP가 아닌 다른 기업의 IP와 협업하는 것은 하이브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는 "글로벌 인프라와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 공고한 팬덤을 보유한 애니플렉스가 제작에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IP의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까지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애니플렉스 관계자는 "K-팝 아티스트와 연계성을 가진 스토리 IP이자 흥미진진한 전개,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조합이 뛰어난 '다크 문: 달의 제단'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을 때, 기존 애니플렉스가 추진해오던 작품들보다 다양한 시청 층에게 통할 것"이라며 "한국의 웹툰과 하이브 아티스트,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탄생시킬 이번 협업은 애니플렉스에게도 도전의 영역이자 흥미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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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쿠킹온: 타이니탄 레스토랑/사진=컴투스

아이돌 IP 기반 게임 개발도

아이돌의 슈퍼 IP를 기반으로한 게임 개발도 한창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이를 위해 SM은 카카오의 게임 계열사 카카오게임즈와 손을 잡았다. 지난 4월에는 카카오게임즈와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M에는 에스파, NCT드림, 라이즈 등 다양한 아이돌 그룹이 소속돼 있다. SM은 이 아티스트들의 IP를 바탕으로 카카오게임즈와 모바일 게임 ‘SM 게임 스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

SM 게임 스테이션의 특징은 유저들이 SM 소속 아티스트의 매니저로서 그들의 패션을 꾸미고 음악 활동 콘셉트를 기획하는 등 아티스트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던 음악(아이돌)을 이제는 팬이 게임상에서 직접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이브도 컴투스를 위시로 게임 기업과의 협업을 이어가면서 게임 사업 부문 자회사 하이브IM 키우기에 나섰다. 하이브IM은 과거 하이브와 게임 IP 협업관계에 있던 리듬게임사 수퍼브를 인수합병하며 지난 2022년 4월 독립한 별도 자회사다. 컴투스와의 협업은 BTS 캐릭터 ‘타이니탄’ IP를 활용한 모바일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 ‘BTS 쿠킹온: 타이니탄 레스토랑’(이하 ‘BTS 쿠킹온’)이다. BTS의 인기를 감안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11개 언어를 지원하도록 기획됐으며 올 상반기 중으로 글로벌 170여 개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공급 한계 및 팬층 선호도 격차 극복해야

다만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게임이나 웹툰이 매번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2022년 넷마블이 개발하다 중단한 ‘BTS드림:타이니탄 하우스’가 대표적 사례다. 리듬 게임으로 개발 중이던 BTS드림은 예상보다 부진한 이용자 반응에 결국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넷마블은 해외 지역 테스트에서 팬층과 일반 이용자 간 게임 선호도 차가 크게 발생해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진행한 ‘BTS월드’(2019년)와 ‘BTS유니버스 스토리’(2020년)도 게임 출시 직후엔 큰 관심을 모았으나 점차 매출 성과에 부진을 겪으며 지난해 서비스가 종료됐다. BTS월드의 경우 콘텐츠 공급에 한계를 맞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2022년 6월 스토리 최종챕터가 완결된 후 추가 업데이트가 중단된 데다 멤버들의 해외 스케줄로 인해 획득할 수 있는 단독 사진, 영상 콘텐츠의 공급도 줄어든 상황이었다.

게임 스토리의 개연성과 재미 부족도 패인으로 꼽힌다. 스토리 속에서 아이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는 감각은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실제 아이돌과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소통만큼의 친밀감을 주지 못한 것이다. 아이돌과의 연애 뉘앙스를 가미한 점 역시 양날의 검이었다. 팬이 아이돌과 원하는 감정 교류가 ‘유사 연애’만이 아닌 탓이다.

과도한 과금 유도 또한 팬이 달가워하지 않는 요소 중 하나다. 기업 입장에서 수익 다각화 전략인 만큼 팬 입장에서는 게임 속 제공되는 단독 콘텐츠를 얻기 위해 게임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BTS월드를 두고 “결제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게임”이라는 팬들의 지적이 나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기 팬덤을 겨냥해 선보여진 웹툰, 웹소설 등의 작품 역시 이용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일반 이용자들의 경우 특정 아티스트를 활용한 작품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팬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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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쇼크' 파운드리 업계, 수조원 적자 삼성전자도 구조조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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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해외 지사 감원에 이어 국내 사업부도 구조조정
파운드리 사업부도 2조원대 적자에 TSMC와 격차 벌어져
IDM 부진 속 인텔 파운드리 분사 결정에 삼성도 대책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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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의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2022년 세계 최초3나노미터(nm)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하며 업계 1위와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대형 고객사가 전무한 데다 지난해 2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마저 수조원의 적자로 인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만큼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에 칼날을 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부진한 국내 사업부 구조조정 돌입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 등 부진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은 약 15%, 행정 직원은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 삼성전자 측은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으로 구체적인 감원 정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감축 인원이 1,000여 명에 이르는 인도를 비롯해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연말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디바이스경험(DX)부문 생활가전(DA) 사업부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일부 저가 라인업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당장 모델을 단종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점차 중저가 모델을 줄이고 프리미엄 라인 위주의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성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사업부도 글로벌 통신 시장의 침체로 적자가 심화하면서 소속 인력 중 700명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 경영에 나선 상태다.

파운드리 사업부도 대상에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최근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수조원의 적자를 쌓이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는 의견이 나온다. TSMC를 추격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만, 메모리 사업마저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상황에서 파운드리까지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당장 고객사도 없어 무리하게 공장을 늘리거나 인력을 확충한다고 해서 실적이 개선되기도 어려워 당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등 성장성 있는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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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 갤럭시 탑재도 무산, 적자 악화 전망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를 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5나노 공정부터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더니 4나노와 3나노에서는 수율을 올리지 못하면서 TSMC에 대거 고객사를 뺏기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지난 2분기 TSMC의 점유율은 62.3%로 직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1.5%로 떨어지며 TSMC와의 격차가 50.8%포인트나 벌어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도 문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하는 차기 플래그십 스마스폰 '갤럭시S25'에 자사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를 개발한 파운드리 사업부의 하반기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시장은 올해 엑시노스 2500 양산이 불발됨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가 2조4,000억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엑시노스는 갤럭시S6부터 S10까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주요 모델에서 핵심 칩 역할을 맡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앞선 S24 시리즈에서도 국내 발매 모델 일부에 한정해 엑시노스2400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차기작부터는 엑시노스가 다시 주력 칩으로 부상하며 파운드리 사업부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이 기술력과 가성비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강하게 압박하는 만큼 자사칩을 무조건 앞세우기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은 엑시노스의 성능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점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증권가에 따르면 MX(모바일경험) 사업부가 차기 플래그십 모델에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않기로 한 데는 전력 소모, 발열 등 기능 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2500은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GAA(Gate-All-Arouond) 기반의 3나노 공정을 통해 처음 양산하는 모바일용 AP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지만, MX사업부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기술력에 대해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모리 사업 주력하며 파운드리 재정비 나설 듯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승자독식' 구조가 점차 굳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28억 달러(약 3조8,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직원의 15% 감원, 공장 건설 프로젝트 중단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적자의 근원이 된 파운드리 사업부는 분사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때 매각설까지 제기됐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인텔의 몰락을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 자체의 위기를 넘어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IDM은 반도체의 설계, 테스트, 제조, 후공정 등 모든 생산 공정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거대 기업으로 인텔은 IDM의 원조로 평가받는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3개 사업부를 거느린 삼성전자도 인텔과 함께 대표적인 IDM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거대한 기업구조와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가 현재의 반도체 시장에 한계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은 빠르게 진화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TSMC가 독주하기 시작했고 모바일, PC, 서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팹리스들이 성장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각자의 전문 영역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IDM이 각 분야에 걸쳐 늘어나는 경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동안 AMD, 엔비디아 등은 제조시설 없이 혁신적인 칩 설계에만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결국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를 결정한 것도 IDM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뒤흔든 '인텔 쇼크'에 삼성전자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장은 고객사가 전무한 파운드리 사업보다는 메모리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평택 사업장의 신규 팹인 4공장(P4)을 완전 메모리 전용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당초 P4에 메모리 라인인 PH1을 건설한 다음 PH2(파운드리), PH3(메모리), PH4(파운드리)를 순차적으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이를 모두 메모리 라인으로 바꿀 전망이다. 4나노와 2나노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었던 미국 테일러 공장도 고객사 확보가 된 이후 인력을 보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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