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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절차 밟는 티몬·위메프, 中 중핵그룹 등과 협상 중

매각 절차 밟는 티몬·위메프, 中 중핵그룹 등과 협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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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측 내달 중순까지 인수 의향자 물색
中 국영기업 비롯해 국내 기업과 협상 진행
대규모 '고객 데이터' 보유, 인수 매력 있어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키고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인수 대상자를 찾고 있다. 회생계획안 제출 전 우선협상대상자부터 확정한다는 계획인데 티몬과 위메프 모두 자본 잠식 상태지만 수천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만큼 이커머스 확장을 노리는 기업에는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복수의 국내 기업과 중국 국영 중핵집단유한공사(CNNC·중핵그룹) 계열의 사물인터넷(IoT) 데이터그룹이 회사 측과 협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아 매각이 유리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메프의 매각 주관사를 맡고 있는 EY한영회계법인은 내달 중순까지 인수 의향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티메프는 지난해 7월 기업회생을 신청한 후 같은 해 9월부터 공식적인 기업회생절차에 착수했다. 매각은 스토킹호스(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공개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당초 일괄 매각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분리 매각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EY한영회계법인은 금융사와 이커머스 기업 등 총 63곳에 투자설명서를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5일 열린 '티메프 사태 관련 채권자 관계인 설명회'에서 조인철 티메프 운영총괄 법정관리인은 중국 국영기업 CNNC를 비롯해 복수의 국내 기업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티메프 측이 국내 기업에 매각되기를 원하고 있어 2월 중순까지 인수 의향자를 추가로 찾을 계획이다. CNNC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 원자력 에너지 기업으로,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18년 중국핵공업건설집단(CNECC)과의 합병을 통해 현재는 총자산이 5,000억 위안(약 98조6,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총부채는 각각 9,936억원, 3,318억원으로 두 곳 모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티몬의 총부채는 1조191억원, 위메프의 총부채는 4,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재무 상태가 악화한 탓에 현재 두 곳 모두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티몬의 청산가치는 136억원, 계속기업가치는 -928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위메프의 청산가치는 134억원, 계속기업가치는 -223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을 청산하는 것이 계속 사업을 영위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의미다.

회생계획안 제출 전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예정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부채가 각각 1조원, 4,000억원을 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생 기업 M&A(인수합병)의 경우 기업가치가 낮은 만큼 인수자는 기업의 보유 자산에 초점을 맞추는데 티메프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의 잠재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티메프의 가입 고객을 합치면 수천만 명에 달한다"며 "이는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싶은 기업에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발채무가 없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는 모든 채권자가 법원에 신고하게 돼 있어 우발채무가 없다. 더욱이 티메프를 인수하더라도 회생계획안에 따라 부채는 대부분 탕감한 상태로 인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각 대금으로 우선 일부 변제한 후 나머지 부채를 출자 전환해 무상감자를 진행하면 부채가 남지 않게 되는 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인수자는 헐값에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할 기회를 얻는 셈"이라며 "출자 전환으로 주주 수가 늘어나겠지만 부채가 탕감되면 인수 매력은 있다"고 말했다.

티메프 측은 기업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한이 올해 4월까지지만 딜 클로징은 그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관리인은 "2월 중순까지 인수 의향자를 찾은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 구체적인 일정이 잡힐 것 같다"며 "미정산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와도 적극적으로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티메프 측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다음 달 7일까지지만 제출 기한을 연장해 매각 자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양사 모두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어 매각이 전제되지 않으면 회생계획안을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신세계 협력 등 中 이커머스 침투 가속화

이런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관심은 이번 티메프 인수전에 참여한 중국 국영기업 CNNC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CNNC는 자회사인 IoT 데이터 그룹을 중심으로 한국산 제품의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티메프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세계그룹 산하 G마켓과 손을 잡은 데 이어 테무까지 올해 정식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자국 제품을 수출하려는 중국의 공세가 매서운 상황에서 향후 중국기업에 매각되는 국내 업체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랜 기간 내수 부진에 시달려온 유통업체도 중국의 손길을 내심 반기는 눈치다. 과거 소셜미디어(SNS)에서 '멸공'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을 비판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알리바바와 동맹을 맺은 것을 두고도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SK그룹의 11번가도 5,000억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신세계그룹도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업계는 G마켓이 알리익스프레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200여 개국 해외 네트워크에 확보하고 전 세계로 판로를 넓혀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는 '대중국 관세 60%'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관세 부담이 높은 미국을 피해 한국에 사실상 올인하는 방향을 택하고, 한국 셀러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셀러의 해외 상품 판매를 지원하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판매자 모집을 위한 유인책으로 수수료 0%와 보증금 0원 정책까지 내세웠다. 중국 제품을 한국에 판매하는 동시에 한국을 거점으로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상품을 재수출해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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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고정환율제와 유연한 노동시장이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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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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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환율제가 변동환율제보다 경제 위기 취약’, 지배적 견해
노동시장 유연하다면 고정환율제가 “나을 수도”
고정환율제 원한다면 노동시장부터 살펴봐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변동환율제와 비교한 고정환율제의 효과성은 경제 위기 상황을 포함해 오랫동안 토론 거리였다. 일반적인 통념은 통화 가치 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변동환율제가 외부 충격에 대한 보다 높은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고정환율제가 유연한 노동시장 제도와 맞물리면 글로벌 경제 위기 회복에 있어 변동환율제에 준하거나 더 나은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정환율제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노동시장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사진=CEPR

‘고정환율제, 변동환율제보다 경제 회복에 불리’가 통념

고정환율제는 환율을 특정국 통화나 특정 ‘통화 바스켓’(basket of currencies, 기준 환율을 정하기 위해 가중치에 따라 선정한 복수 통화 모음)에 고정하는 제도로 장단점이 명확하다. 국제 무역과 투자에서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더해주지만, 통화 가치 절하 및 통화정책 조정을 통해 경제 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은 떨어뜨린다. 고정환율제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기여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저해한다는 학설도 있다.

고정환율제에 대한 비판은 경제 위기 시에 더해진다. 자국 통화 절하를 할 수 없는 고정환율제 국가들은 변동환율제 국가에 비해 경제 회복이 더디다.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순위인 상황에서 자국 상황에 맞는 자율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없는 데다 자본 이동이 완벽히 자유롭다면 경제 안정은 더 늦어진다.

고정환율제, 유연한 노동시장과 맞물리면 변동환율제 “추월”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성’이 경제 회복기 고정환율제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변수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금 조정 및 인력 배치의 자율성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갖춘 국가는 고정환율제의 제약을 상쇄하고 빠른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연한 노동시장은 기업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임금을 조정하고 노동력을 더 생산적인 분야에 재배치해 새로운 경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제 위기에 이렇게 자원을 재편성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고정환율제 채택과의 강력한 상관관계를 입증한 이론적 연구도 이미 존재한다.

환율 제도와 노동시장 유연성, 경제 성장과의 관련성에 대한 이번 연구는 1970~2016년 자료를 통해 보다 실증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대부분의 경우 고정환율제 체제가 경제 위기 후 더딘 회복 속도를 보였지만 예외가 있었다. 유연성이 높은 노동시장을 가진 나라들에서는 고정환율제가 변동환율제보다 경제회복에 더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앞선 이론적 연구를 뒷받침하는 결과다.

고정환율제 및 변동환율제 국가들의 글로벌 위기 회복 기간 중 경제 성장률
주: 연도(X축), 성장률(%)(Y축), 고정환율제 국가(적색), 변동환율제 국가(검정), 회복 기간(음영), *성장률=전년 대비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출처=CEPR

고정환율제 채택 전에 ‘노동시장 개혁’부터

또한 통합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consolidated labour market flexibility index)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수준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가진 국가들은 실질 1인당 GDP 성장에 있어 단기적으로 4.4%P, 장기적으로 3.2%P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환율 대비 고정환율제가 경제 회복기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
주: 노동시장 유연성(우측으로 갈수록 커짐, X축), 고정환율제 효과(Y축), *성장률=1인당 실질 GDP 성장률, 95% 신뢰구간(수직 실선)/출처=CEPR

해당 결과는 고정환율제가 경제위기 극복에 태생적으로 불리하다는 지배적 견해를 뒤집는다. 대신 고정환율제를 운용하려면 노동시장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갖고 있으면서 고정환율제를 운용하는 국가들은 어려움을 겪지만 유연한 노동시장 보유국들은 오히려 고정환율제의 장점인 안정성을 활용하면서 견고한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들은 경제 정책 입안 시 이 상관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고정환율제 국가는 임금 조정 및 인력 배치에 보다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개혁을 통해 경제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반면 노동시장이 경직된 국가들은 고정환율제 채택 자체를 재검토하거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먼저 시도할 필요가 있다.

고정환율제와 노동시장 유연성과의 상관관계를 밝힌 해당 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추가 연구가 가능하다. 우선 밝혀진 상관관계가 다양한 경제 충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노동시장 유연성이 통화 위기 예측 및 극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유익한 주제가 될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 환율 제도, 실질 환율 수준 등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도 경제 회복 메커니즘에 대한 추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무하마드 아살리(Muhammad Asali)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겸임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Exchange rates and recoveries from crises: The role of labour market institutio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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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상 최대 프로젝트” 허풍 아니었다, AI 인프라 구축에 5천억 달러 투자

트럼프 “사상 최대 프로젝트” 허풍 아니었다, AI 인프라 구축에 5천억 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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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합작법인
AI 규제 폐기하며 힘 실은 美 정부
영리법인 전환 오픈AI, 수익화 ‘성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 3사가 합작해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700조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래 핵심 기술로 꼽히는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텍사스에 AI 데이터센터 10곳 건설 중

21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스타게이트(Stargate)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게이트는 전국의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차세대 AI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물리적·가상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 3사가 합작법인 스타게이트를 구성한다. 이들 회사는 초기 자금으로 1,000억 달러(약 143조원)를 출자하고, 향후 4년 동안 최대 5,000억 달러(약 718억원)까지 투자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픈AI의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ARM 등도 파트너사로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투자가 기술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미국의 잠재력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의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것(AI 기술 및 인프라)을 미국에 두고 싶다”며 “이 투자금은 보통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으로 갔을 돈”이라고 힘줘 말했다.

스타게이트의 사업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서 시작된다. 앨리슨 회장은 “현재 텍사스주에 데이터센터 10개가 건설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 20개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라며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건 물론, 전 세계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실리콘밸리는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고사양 반도체, 전기, 용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긴급 비상조치를 내리고, 신규 발전소 건설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등 AI 업계 지원을 위해 전력 생산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기술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된 AI 규제도 완화한다. 그 첫 단계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AI 규제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2023년 10월 발효된 해당 행정명령은 AI 개발 과정에서 특정 모델이 국가 안보나 경제 및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경우 이를 연방 정부에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가 풀린 만큼 AI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오픈AI 수익화 서두른 올트먼, 트럼프 행정부 동행으로 결실

올트먼 CEO는 “슈퍼 AI는 그동안 인류가 꿈도 꾸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을 현실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이번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수백, 수천만에 달하는 일자리가 생겨나고,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예정”이라며 “이 모든 게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올트먼 CEO는 AI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주요 기업들과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AI 혜택이 널리 분배되기 위해서는 AI 인프라 구축이 최우선 과제이자, 빅테크 공동의 임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수익성 도모 의도 또한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AI는 영리법인 전환을 선언하며 “투자자는 우리를 지원하고 싶어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주식 구조와 덜 복잡한 형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영리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 기존 운영 시스템으로는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게 오픈 AI의 설명이다.

올트먼 CEO가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픈AI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를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원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에는 AI 관련 정책 제안에 나서기도 했다. 오픈AI는 “AI는 독재 국가에 의해 통제되기에는 너무 강력한 기술이며,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주도하지 않으면 경제적 기회와 국가 안보 모두에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픈AI는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가 명확하고 일관된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는 반도체, 데이터, 에너지, 인재 4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를 유치하지 못하면 중국이 AI 프로젝트에 투자해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으로, 오픈AI와 올트먼 CEO의 적극적 행보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게 됐음을 의미한다.

“세계 3대 AI 강국” 선언 韓, 투자 규모는?

미국이 천문학적 투자로 AI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우리 AI 산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AI 3대 강국 도약’ 청사진을 제시하며 국가AI위원회를 출범한 바 있다. 출범 당시 위원회는 최우선 과제로 AI컴퓨팅센터 구축 등 AI 인프라 확충을 꼽았다. 민관 합작투자 바탕으로 최대 2조원을 들여 국가AI컴퓨팅센터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2엑사플롭스(EF·1초에 100경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 처리 능력) 이상 컴퓨팅 자원을 확보해 기업 및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정부는 예산과 KDB산업은행 출자 등 정책금융을 통해 약 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민간 투자의 영역으로 남겨두겠다는 의미다. 이후 같은 해 11월에는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AI 인프라 구축에 2025년 1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총 65조원의 민간 투자가 적기에 이행될 수 있도록 정책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 청사진이 나온 데는 반색을 표하면서도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AI컴퓨팅센터 구축의 구체적 장소나 설립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고, 민간 투자 65조원에 대한 정부의 투자 활성화 방안 또한 없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AI 관련 학과 교수는 “연구 예산 변동도 심한데 정부가 어떻게 계획대로 밀고 나갈지가 관건”이라면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뒷받침할 전력 확충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시급하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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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급성장 전망' 뷰티 디바이스 시장 재도전

아모레퍼시픽, '급성장 전망' 뷰티 디바이스 시장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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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신성장 동력으로 '뷰티 디바이스' 낙점
"K뷰티 디바이스 뜬다" 시장 미래 전망 밝아
치열한 생존 경쟁·기기 부작용 등 유의해야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디바이스 신제품을 선보인 CES 2025 부스/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이 11년 만에 뷰티 디바이스 신제품을 출시하며 뷰티테크 시장 공략에 나선다. 소비자들의 기기를 활용한 피부 관리 수요가 급증하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타 K뷰티 기업들의 행보에 발맞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이다. 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뚫고 신성장 동력을 갖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뷰티 디바이스 신제품 출시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3월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을 통해 신제품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를 선보인다. 메이크온이 뷰티 디바이스 기기를 선보이는 것은 2014년 출시한 클렌징 인핸서 이후 11년 만이다. 해당 제품은 회사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이 탑재된 디바이스로, 발광 다이오드(LED)와 미세 전류를 활용해 피부 상태를 정진단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CES 2025'에서 해당 제품을 선제적으로 공개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직접 CES 회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뷰티 디바이스 사업 육성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서경배 회장이 직접 해당 부스를 찾았다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도 뷰티 디바이스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라며 "클렌징 인핸서의 실패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뷰티 디바이스 사업을 재정비해 회사의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뷰티 디바이스 분야 협력사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모레퍼시픽·퍼시픽테크와 뷰티테크 기업 이지템은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 공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 사는 향후 손을 잡고 신제품 개발 및 기술 혁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지템은 국내 최대의 뷰티 디바이스 제조업자 개발생산(OD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업체로 꼽히는 기업이다. 퍼시픽테크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뷰티 디바이스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계열사로, 최근 마이크로 LED 뷰티 디바이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잠재력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디바이스 사업 육성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브릿지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22년 425억5,000만 달러(약 61조3,000억원)에서 2030년 1,769억3,000만 달러(약 247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의 맞춤형 피부 관리 수요가 확대되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술 발전으로 제품의 안전성이 강화되며 뷰티 디바이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됐다”며 “피부과 대신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뷰티 디바이스는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K뷰티 디바이스’가 글로벌 시장 수요를 속속 흡수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우리나라의 미용 기기 수출 규모는 1억7,921만 달러(약 2,490억원)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해당 기간 미국에만 8,861만 달러(약 1,232억원) 규모의 미용 기기가 수출됐고, 홍콩(16.7%), 일본(12.1%) 등에서도 2,000만 달러대(약 280억원) 수출이 발생했다.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국내 기업들은 속속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LG전자는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프라엘’ 시리즈를 앞세워 K뷰티 디바이스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메디큐브’ 운영사 APR도 최근 들어 관련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 APR의 전체 매출 중 43.8%가 뷰티 디바이스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는 지난해 9월 초음파와 고주파 기능을 탑재한 첫 뷰티 디바이스 ‘시그니처 올 쎄라’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시장 성장 장애물은?

다만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전망이 무조건 장밋빛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며 시장 생존 난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뷰티 디바이스 업계 관계자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생존 전략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브랜드는 도태되는 구조"라며 "기술력, 마케팅 역량 등을 두루두루 갖춘 '팔방미인'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짚었다.

부작용 문제 역시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소비자교육중앙회가 지난 2019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정용 미용 기기 사용 시 부작용을 경험한 소비자 비율은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했던 뷰티 디바이스 제품인 'LED 마스크' 역시 안전 문제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부작용 문제에 대한 업계의 대처 방식 역시 문제로 지목된다. 다수의 뷰티 디바이스 업체들이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고 '사태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뷰티 디바이스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부작용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뷰티 디바이스 제조 업체들은 환불 조치 등을 앞세워 사태를 일단락하기보다도, 부작용 발생 원인 등을 충분히 소명해 기술력 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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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예외없다” 무순위 청약부터 입주조건 완화까지, ‘미분양 물량’ 밀어내는 주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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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에 신규 아파트 미분양 증가
서울도 미분양 단지 2,000가구 육박
‘준공 후 미분양’ 80%는 지방에 몰려 있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청약 입주 조건을 대폭 낮추며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분양가의 10~20% 선의 계약금을 요구하는 관행과 달리 5% 만을 계약금으로 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는 힐스테이트, 롯데캐슬 등 브랜드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경기·인천 브랜드 단지, 계약조건 완화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인천 계양롯데캐슬파크시티는 현재 59, 84, 108타입 등 일부 유형을 대상으로 5% 계약금을 내걸고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최초 입주자모집 당시 계약금 10%를 내걸었지만,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롯데건설이 인천 계양구 효성동 101-21번지 일원에서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총 3,053가구를 공급하는 대단지다. 1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6층 20개 동, 1,964가구(전용면적 59~108㎡)로 구성되고, 2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5층, 10개 동, 1,089가구(전용면적 84㎡)로 지어진다.

5%의 분양가도 쪼개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500만원 안팎의 돈만 내면 되도록 한 곳들도 많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경기도 오산시의 ‘힐스테이트 오산더클래스’는 입주할 때까지 5% 계약금만 받는 조건으로 분양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가구를 전용 면적 84㎡로 공급하는 이 단지는 6억6,400만~6억9,900만원선에서 공급되는데 이의 5%인 3,320만원~3,495만원만 받는 것이다. 특히 처음 계약할 때는 500만원과 발코니 확장비 297만원 등 797만원만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계약서 작성 15일 후 5%의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면 입주 전까지 추가 납부 금액이 없다.

21일부터 무순위(임의공급 4차) 분양모집을 시작한 대우건설의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는 계약할 때 500만원을, 30일 후에 분양가 5%의 나머지인 1,857만~2,369만원을 납부하도록 했다. 또 오는 3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모집을 하는 ‘양주 용암 영무 예다음 더퍼스트’(시공사 영무토건)도 같은 조건으로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계약할 때 500만원만 내고 7일 후에 5%의 나머지인 1,137만~2,096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미분양이 문제가 되는 시기에는 건설사들이 계획했던 경상이익 수준을 포기하고 일부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줄이더라도 미분양을 털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계약 조건을 완화해 계약금을 최소로 받거나 아예 중도금의 대출 이자를 건설사가 대신 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알짜 단지도 미분양 속출

‘청약 불패’로 불렸던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잇따르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 ‘힐스테이트 등촌역’은 이달 초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아파트 동호수 추첨 및 계약을 진행했으나 계약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139가구 1순위 청약 모집에 4,960명이 몰려 평균 35.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정당 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 과정에서 ‘완판’(완전 판매)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힐스테이트 등촌역은 이달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에 나선다. 공급가격은 전용 59㎡ 기준 11억원대, 84㎡는 14억원대로 예상된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힐스테이트 등촌역 미분양 사례를 놓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초 청약 당시 수천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나 계약 포기가 적잖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용면적 59㎡ 일부 타입조차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업계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정국 혼란으로 인한 매수 심리 악화가 맞물리며 서울 분양 시장에도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풀이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931가구로 집계됐다. 지난달 청약받은 힐스테이트 등촌역과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등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2,000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상반기에도 서울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와 대내외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대출과 정책 리스크로 서울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자가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에 시세 차익이 확실한 단지를 제외하고는 청약을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더 처참한 지방 상황

지방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 역시 1군 대형 건설사들의 분양단지에서도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이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공급한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는 0.03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DL이앤씨 'e편한세상'과 롯데건설 '롯데캐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롯데건설이 울산광역시에서 공급한 '번영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와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동인천 베어프런트'는 각 0.39대 1과 0.34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지난달 부산 서구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송도 더퍼스트비치' 역시 189세대 모집에 53명만 1순위 청약을 하는 등 심각한 미달 사태를 보였다.

악성 미분양 주택의 증가 추세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8,644가구로 2020년 7월 이후 약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중 지방 악성 미분양 물량은 총 1만4,802가구로 전체의 79.4%에 달했다. 2022년 말 6,226가구였던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은 2023년 말 8,690가구로 늘어난 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악성 미분양 증가로 지방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제때 못 받아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 되며 부도나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30곳으로 이 중 83.3%(25곳)는 지방 소재 기업이었다. 전체 부도 신고 업체 수도 2019년 49곳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나타낸 수치다. 건산연운 “2023년 이후의 지속적인 건설 수주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 기업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했다”면서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 중소 건설 기업은 부도나 폐업 위기에 직면한 곳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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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흑자 추구 안 해, 수입 늘리겠다" 노선 전환 시사한 中, 美 겨냥했나

"무역 흑자 추구 안 해, 수입 늘리겠다" 노선 전환 시사한 中, 美 겨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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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무원 부총리, 경제적 세계화 필요성 주장
美 대중국 수입 축소·관세 강화 움직임 의식한 발언
무역 흑자 확대에 힘 쏟던 中, 노선 전환하나

중국이 자국은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으며, 향후 균형 있는 무역을 위해 수입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수년간 수출 및 무역 흑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던 중국이 '노선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수입 축소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를 고려해 자세를 낮췄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中 "무역 전쟁에 승자 없어"

 21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5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우리는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며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경쟁력 있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중국 개방의 문호는 닫히지 않고 더 넓게 열릴 것이며, 우리의 비즈니스 환경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딩 부총리는 경제적 세계화가 상호 이익과 공동 진보의 과정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는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며,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면서 "다자주의가 세계 평화를 유지하고 인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올바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관세 장벽'을 앞세워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中 무역 흑자 '역대급'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딩 부총리의 발언을 접한 시장은 좀처럼 의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이 무역 흑자 확대를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중국 산업계는 수출 실적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강화해 왔고, 정부는 기업들에 저금리 대출과 보조금 등을 제공하며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 등 다수의 국가가 관세 강화, 수출 통제 등 견제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중국의 무역 흑자 확대를 막지는 못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무역 흑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9,921억 달러(약 1,430조원)를 기록했다. 2022년 기록했던 최고 기록(8,380억 달러)을 2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이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치자, 폴란드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의 수출액은 3조5,800억 달러(약 5,150조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고, 수입액은 2조5,850억 달러(약 3,700조원)으로 1.1%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은 3,600억 달러(약 518조6,000억원)로 2018년 대비 23% 늘어났으며, 대EU 흑자는 2조5,000억 달러(약 3,600조원)으로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대중국 의존도 축소하는 美

이처럼 수출 확대에 힘을 쏟던 중국이 돌연 무역 흑자 축소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중국 수입을 꾸준히 축소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2,794억 달러(약 402조5,000억원)로 2022년 대비 1,029억 달러(약 148조2,000억원) 줄어들었다. 대중국 수입액이 1,091억 달러 감소하며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결과다. 중국산 제품 수입도 4,270억 달러(약 615조1,700억원)로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사태로 중국산 제품 수입이 급감했던 2020년(4,320억 달러)보다 적은 수치다.

미국은 추가적인 무역 장벽 수립도 예고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60%의 고율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첫 번째 임기 동안 체결한 협정을 중국이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하라는 명령에 서명한 상태다. 미국이 해당 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중국 제재에 나서며 관세 장벽이 현실화할 경우, 향후 중국의 무역 흑자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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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풋옵션價 제출 D-day, 외부기관 선임 절차 돌입

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풋옵션價 제출 D-day, 외부기관 선임 절차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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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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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22일까지 ICC에 평가보고서 제출해야
어피니티 측, 제3의 평가기관 후보 즉시 제출 예정
가격 산정 절차 1분기 내 마무리될 듯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담긴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마감 시간이 ‘1월 22일’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2월 23일 신 회장 측이 중재 결과를 받은 만큼, 이로부터 30일 후인 1월 22일이 풋옵션 가격 제출 마감기한이 되는 것이다. 빠른 분쟁 종결을 원하는 FI 측은 즉각 제3의 평가기관 선정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풋옵션 가격 제출 데드라인 22일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달 나온 국제상업회의소(ICC) 2차 중재 결과에 따라 22일까지 풋옵션 가격을 산정해 ICC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하루에 20만 달러(약 2억9,000만원)의 간접 강제금을 내야 한다. 신 회장 측은 외부 평가기관을 선정해 이미 풋옵션 가격 산정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한 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풋옵션 권리가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FI가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한 교보생명 주식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계약 기한 내에 교보생명의 IPO가 진행되지 않았고 FI들은 지난 2018년 10월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산출한 공정시장가격(FMV)을 근거로 풋옵션 행사(주당 40만원)를 시도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산정된 가액이 과하게 높다며 풋옵션 행사를 거부하자 FI들은 이듬해 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당시 FI들은 신창재 회장이 주당 41만원에 주식을 사줘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풋옵션의 유효성과 신 회장의 주주 간 계약 위반은 인정했지만 풋옵션 행사 가격이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앞서 신 회장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주주 간 합의가 없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FI 입장에선 중재에서 신창재 회장의 의무 위반과 풋옵션의 유효성을 인정받고도 실효적인 권리 행사 수단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국제중재는 단심제로 이뤄지며 곧바로 확정 판결력을 가지기 때문에 FI가 구제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합의의 틈새를 파고든 신 회장 측의 '판정승'이란 평가도 따랐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사옥 전경/사진=교보생명

신 회장, 2차 중재서 '판정패'

이에 FI들은 2022년 2차 중재에 들어갔다. 신 회장이 가격을 내도록 하는 것이 주요 청구사항이었다. 결국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최종 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FI의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할 감정평가인을 선정하고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라는 판정을 내렸고, FI들은 '승소' 선언을 했다.

신 회장 측이 22일까지 외부 평기기관을 통한 풋옵션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면 해당 가격과 FI 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을 비교해 보게 된다. 양자 간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FI 측이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2월 중에 제시하고 3월에 신 회장이 이 중 1개사를 택하게 된다. 선택된 외부 평가기관이 4월 중 가격을 산출하고, 5월 중에 신 회장이 이를 이행해야 한다. 안진회계법인은 이미 세 곳의 후보를 추리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어피니티 측은 신 회장 측이 풋옵션 가격을 제시하면 즉시 세 곳의 평가기관 후보를 제출할 예정이다. 제3의 평가기관이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면 어피니티 측은 해당 가격과 교보생명 주식을 취득한 가격인 주당 24만5,000원 중에서 더 비싼 가격을 고를 수 있다. 어피니티 측은 최소한 원금 회수를 보장받고, 제3의 평가기관이 산정한 가격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된다.

또 FI에 손 내미나

최종 풋옵션 가격 산정 절차는 늦어도 1분기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접 강제금과 별개로 풋옵션 가격 산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신 회장의 풋옵션 행사 가격에 연 6%대 지연 이자도 붙기 시작한다. 신 회장 입장에선 1년에 700억원이 넘는 지연 이자를 감안하면 하루빨리 풋옵션을 받아주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신 회장 측은 교보생명 기업가치를 최대한 낮게 책정해 줄 기관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제시한 가격이 FI 측 요구 금액인 주당 41만원과는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 측은 20만원 안팎의 가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측이 제시한 가격이 10% 이상 차이 날 경우 신 회장은 FI 측이 제시한 감정평가기관 3곳 중 하나를 선정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받아야 한다. 책정되는 교보생명 기업가치는 지난 2018년 풋옵션 행사 당시가 기준이다. 이 경우 결국 FI 측이 제시한 가격에 가까운 금액이 책정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 회장이 앞으로 풋옵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현 교보생명 기업가치로는 신 회장이 지분을 모두 팔아도 풋옵션 대금을 대기에 부족하다. 새로운 FI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투자자들과 분쟁을 겪은 만큼 자금을 넣길 꺼리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은 FI 측이 원하는 수준과 비슷하게 풋옵션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 회장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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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역대 최대 실적' 예고, HBM 수요 증가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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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Q 매출 19.7조·영업익 8조 전망
범용 메모리 시장 침체에도 HBM 매출 비중 확대
상반기 HBM3E 16단 샘플 인증 예정, 시장 우위 지속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그룹

SK하이닉스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 정보기술(IT) 수요 둔화에 따른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증가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판매 비중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4분기 역대급 실적 달성 눈앞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조210억원으로, 1년 전(3조5,941억원)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매출액 전망치 평균은 19조7,001억원으로 1년 전(14조8,402억원)보다 30% 이상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23조4,119억원으로 추정한다. 이는 반도체 슈퍼 호황기로 꼽히는 지난 2018년 성적표(영업이익 20조8,438억원)를 뛰어넘는 액수다.

호실적의 배경엔 AI 시대를 맞아 늘어난 AI 수요 증가가 있다. 범용 메모리 가격의 경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지만 AI 수요가 탄탄하게 이어지면서 HBM 등 고수익 제품에 집중한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HBM의 판매단가는 기존 D램보다 4~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하이닉스는 AI칩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사실상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을 50%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HBM뿐 아니라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모듈,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데이터센터용 제품 수요에도 적극 대응하며 흑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는 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중 HBM의 비중이 40% 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DS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비중은 4분기 D램 내 42%까지 증가할 전망"이라며 "2024년 연간으로는 전사 매출 비중의 20%, D램 내 매출 비중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IBK증권 역시 SK하이닉스의 2023년 1분기 D램 매출 중 HBM 비중이 7%에 그쳤지만, 2023년 4분기 16%로 올라선 후 2024년 1분기 17%, 2분기 20%, 3분기 31%, 4분기 41%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SK하이닉스 HBM의 영업이익률은 50%가 넘는다.

삼성 DS사업부 영업익 3조 안팎, SK는 D램 전체 영업익 7조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에 부합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2023년 4분기 영업이익 3,460억원과 비교하면 7조원 이상 늘어난 호실적이다.

특히 이 같은 수치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는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원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 Conventional(범용)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 달성에도 불구,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 CES 2025 전시관에 전시된 SK하이닉스의 HBM3E 16단 제품/사진=SK하이닉스

올해도 생산 물량 확대, D램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올해도 HBM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는 지난해 11월 개발을 공식화한 HBM3E(5세대) 16단 제품의 샘플을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업계 최고층인 16단을 구현하면서도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고 방열 성능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AI 학습 성능은 최대 18%, 추론 성능은 32% 향상시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샘플을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공급해 인증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주력사업인 D램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르면 다음 달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급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할 예정이다.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지난 15일 임직원 소통 행사에서 10나노급 6세대 D램과 관련해 "14일 매스퀄이 났다"고 말했다. 매스퀄은 양산 인증을 의미하며, 회사에서 생산한 6세대 D램의 품질과 수율이 본격 양산할 수준까지 향상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6세대 D램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전력 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기술을 향후 7세대 HBM인 HBM4E 등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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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언론 통해 전달되는 통화정책 ‘기조’의 대중 영향력은?

[딥파이낸셜] 언론 통해 전달되는 통화정책 ‘기조’의 대중 영향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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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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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담긴 정서, ‘온건’, ‘중립’, ‘강경’
언론 통한 ‘정서’가 대중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높은 영향’
경제적 불확실성 시기에 더 큰 영향력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정책 입안과 실행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니만큼 중앙은행들도 언론 매체를 통해 그들의 의사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대중의 인플레이션 예상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그렇다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이하 FOMC)가 언론매체를 활용해 통화정책 방향을 전달하는 방식은 어떻게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최근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14,000개의 기사를 분석한 한 연구가 FOMC가 내는 메시지와 언론 보도, 대중 인플레이션 기대 간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사진=CEPR

금융 위기 이후 통화 정책 전달 관련 ‘복잡성 증가’

전반적으로는 언론 매체가 FOMC의 통화정책에 포함된 정서를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성의 정도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한다. 여기서 정서란 ‘온건’(dovish)과 ‘중립’(neutral), ‘강경’(hawkish)으로 구분되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처 방안의 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연구는 GPT-4와 같은 첨단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활용해 FOMC의 커뮤니케이션과 언론 기사에 담긴 정서들을 추출했다.

세월을 거치며 FOMC 메시지에 담긴 정서를 전달하는 매체의 방식도 변화를 겪었다. 먼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낮은 금리에서도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중앙은행이 국채나 회사채 등을 매입하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 미래 지침(forward guidance, 통화 정책 의도에 대한 정보 제공) 등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들이 등장하면서 소통의 복잡성이 증가했다.

기자회견 및 연준 의장 취임 초기에도 ‘의사소통 불일치’ 늘어

이러한 복잡성은 2011년 FOMC 미팅 직후에 기자회견을 도입하며 개선됐다. 기자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의장에게 직접 질문을 통해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 기자회견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나 한편으로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전달되는 정서가 당초 FOMC의 보도자료와 달라지는 현상도 생겼다. 이 차이는 기자들이 잘못 이해한 부분을 바로잡거나 쏟아지는 질문들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기자회견이 언론 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불일치가 발생하면 커뮤니케이션 양상 자체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 메시지와 언론 보도 일치 상관계수
주: FOMC 미팅 시점(X축), 상관계수(Y축), 90% 신뢰구간(음영)/출처=CEPR

여기에다 새로 취임한 연준 의장은 자신의 메시지와 언론 보도를 일치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의장 취임 초기에 FOMC의 정서가 미디어를 통해 정확히 전달되는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신뢰성을 쌓고 본인의 의사소통 방식을 정립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화 정책에 담긴 ‘정서’,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높은 영향’

그렇다면 통화정책에 담긴 정서는 가구들의 인플레이션 예상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줄까? 뉴욕 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이 실시하는 소비자 기대 조사(Survey of Consumer Expectations) 자료를 활용한 연구는 매체가 전달하는 정서가 대중의 인플레이션 인식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언론 보도가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중기(medium-term)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강경 정서’가 1표준편차 증가하면 향후 3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0.18%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히 높은 수치로 FOMC가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의 기대치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에 더해 언론 보도의 영향력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기에 확대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팬데믹 이후 물가 급등기와 같이 가구들이 통화정책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는 언론이 전달하는 정서의 영향력이 증폭되는 것이 당연하다. 경제적 변동성이 큰 시기일수록 명확하고 일관된 소통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언론 보도에 담긴 정서가 향후 3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미치는 영향
주: 2013~2023년(좌측), 2020년 이후(우측), FOMC 미팅 전후 기간(일)(X축), 정서와 기대치 간 상관계수(Y축), 90% 신뢰구간(실선 길이)/출처=CEPR

하지만 FOMC의 직접 성명은 가구의 인플레이션 기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반 대중은 FOMC 성명이나 기자회견보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통화 정책을 이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중앙은행은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FOMC 정책에 대한 정확하고 일관된 언론 보도는 핵심적 요소이며 갈수록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대중이 통화정책의 신호를 효과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면 중앙은행의 정책 능력도 그만큼 올라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피오렐라 드 피오레(Fiorella De Fiore)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연구 고문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onetary policy in the news: The FOMC’s media coverage and inflation expectatio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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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기회 불균등’과 ‘정부 불신’에 힘겨워하는 구 사회주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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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회주의 국가들, ‘사회적 이동성’ 줄고 ‘기회 불균등’은 늘어
‘직장 복리후생’ 및 ‘직업 안정성’도 낮아
정책 효율성 높이려면 “정부 신뢰부터 회복해야”
사진=CEPR

‘전환 국가 생활 조사’(Life in Transition Survey, 중앙 계획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 전환한 국가들의 삶의 질에 대한 설문 조사 연구, 이상 LiTS)는 유럽 신흥국과 코카서스,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 37개국을 대상으로 가구 소득, 고용, 교육, 사고방식, 신념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번 4차 조사는 이들 국가에서 ‘세대 간 사회적 이동성’이 줄고 ‘기회 불균등’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직장 복리후생은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쉽지 않은 현실을 드러냈다. 또한 디지털 기술 보유자가 고용 시장에서 웃돈을 받는 상황과 기후 변화 우려가 환경 정책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유도 보여준다.

‘시장 경제 전환 국가들’, 사회주의 시절보다 ‘교육 이동성’ 낮아져

LiTS는 지난 2006, 2010, 2016년에 이어 작년에 네 번째로 실시됐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로 계획 경제 체제하에 있다 시장 경제로 전환한 37개국을 조사 대상으로 하며, 독일을 비교 국가로 해 수집된 자료들을 분석한다. 이전 조사들이 탐색한 주제는 ‘공산주의가 가족 네트워크에 미친 영향’, ‘제2차세계대전의 정치 신뢰에 대한 영향’, ‘금융 위기 후 국민들의 시장 경제에 대한 태도’ 등이 있다. 최근으로 오면 ‘우크라이나의 분권화 개혁’과 ‘2015년 난민 위기’에 대한 분석이 눈에 띈다.

최근 조사가 알려주는 이들 국가의 가장 심각한 고민은 자녀가 부모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교육 이동성’(educational mobility)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사 대상에 고등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들이 포함됐는데도 움직임이 확연히 보여진다. 사실 이들 국가가 사회주의 시절이던 1940~60년대 출생자들은 당시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해 부모 세대의 교육 수준을 뛰어넘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80년대 출생자들은 동일한 비교에서 16% 뒤떨어진 결과를 보이면서 같은 흐름이 90년대 출생자들로 이어지고 있다.

1940~60년대 출생자들과 80년대 출생자들의 사회적 이동성 비교(국가 집단 간)
주: 과거 중앙 계획 경제 국가, 선진국, 아시아 신흥국, 남미,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좌→우, X축), 절대 이동성(Y축)/출처=CEPR

‘기회 불균등 심화’가 사회경제적 부작용 양산

또 다른 고민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성과가 부모, 성별, 출생지 등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이미 정해진 요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 불균등’은 특히 유럽 신흥국에서 높아졌는데 만만치 않게 우려스럽다. 기회 불균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국민들이 전 소득 계층에 걸쳐 노력보다 정치적 인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더 약하다.

기회 불균등이 ‘노력과 노동’에 대한 의견에 미치는 영향
주: 10분위 소득 계층(오른쪽으로 갈수록 고소득, X축), ‘노력과 노동이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믿는 국민들 비중(Y축), 기회 불균등 평균 이하 지역(연두), 평균 이상 지역(주황)/출처=CEPR

다음은 노동 시장에 관한 이슈인데 조사 대상국 고용주들 가운데는 복리후생이 미흡한 미등록 업체들이 많았다. 일자리 중 1/7이 서면 계약을 통하지 않았고, 노동자 중 1/4은 연차 휴가가, 1/3가량은 병가가 주어지지 않았다. 또한 1/3 이상이 사회보장과 연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 임금이 낮은 일자리일수록, 나이 어린 근로자일수록, 소규모 회사일수록 복리후생이 열악했고 직업 안정성도 낮았다. 비교 대상국인 독일의 경우 복리후생이 임금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대조적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조사 대상 국가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평균적으로 임금은 낮지만 복리후생이 우수한 직장에서 일한다는 사실이다.

조사 대상국 남녀 간 임금 및 복리후생 비교
주: 남성(청색), 여성(적색) / 임금 구간, 연금, 사회보장, 연차 휴가, 병가, 육아 휴직, 서면 고용 계약, 정규직, 직업 안정성(좌→우, X축), 임금 구간 및 해당 복리후생 보유 비중(%, Y축)/출처=CEPR

‘디지털 기술 프리미엄’은 지속 상승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관공서 업무나 온라인 학습 등에도 필요하지만 좋은 직장을 얻는 일에도 필수적이다.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그렇지 않은 일자리보다 평균 12~33%의 임금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금, 사회보장, 연차 휴가, 병가 등의 복리후생도 우수했다.

디지털 기술 필요 직종과 아닌 직종 비교
주: 컴퓨터 기술 필요 직종(청색), 아닌 직종(주황) / 임금 구간, 연차 휴가, 병가, 연금, 사회보장, 유급 육아 휴직, 서면 고용 계약, 정규직, 직업 안정성(좌→우, X축), 임금 구간 및 해당 복리후생 보유 비중(%, Y축)/출처=CEPR

‘정부 불신 해소’와 ‘사회적 이동성 활성화’가 국가 발전 핵심

마지막으로 조사 대상국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면서도 비용 증가를 수반하는 기후 정책을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해당 정책에 대한 지지는 고소득 가구나 미래 소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 인내심이 강한 개인들, 정부 신뢰가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높았다.

그중에서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조사 대상 5개국 국민들의 6~8%만이 탄소세, 전기 요금 인상 등으로 징수된 예산이 기후 행동 지원 목적에 온전히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정부 지출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따라서 기후 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해당국 정부는 소득 수준의 향상, 정부 신뢰의 회복, 부패 척결, 투명성 제고 등의 어려운 숙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또한 기후 위험과 친환경 기술 발전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과 인식 제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관련 추가 예산 확보 시 정부가 해당 목적에 사용할지 여부’에 대한 응답
주: 탄소세(좌측 막대그래프), 전기 요금 인상(우측 막대그래프), 응답자 비율(Y축), ‘사용 안 함’, ‘절반 이하’, ‘절반 이상’, ‘모두 사용’(상→하)/출처=CEPR

요약하자면 조사 대상국들은 많은 영역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뤘지만, 교육 이동성 감소와 기회 불균등 심화로 사회적 단합과 시장 경제 개혁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노동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술 보유자들은 확실한 보상을 받지만 훨씬 많은 노동자가 기본적인 복리후생과 직업 안정성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보다 형평성 있는 경제 발전을 이루고 싶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기후 행동을 포함한 정부 정책에도 국민들이 더 많은 지지를 보내주기를 원한다면 부족한 신뢰도부터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랄프 드 하스(Ralph De Haas) 유럽부흥개발은행(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EBRD)의 연구 책임자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ocial mobility and digital divides in emerging economies: Evidence from the 4th wave of the Life in Transition Surve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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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