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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물질 생산기지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자위적 국방력 계속 강화해야" 갑작스럽게 태도 바꾼 북한, "핵 관련 시설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북핵 개발 지지' 선언, 사실상 북한 '뒷배'됐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기급 우라늄 농축시설 방문 소식을 직접 보도하고 나섰다. 북한이 핵물질 생산시설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13일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하고 핵탄두 생산 확대를 위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라늄 농축기지의 조종실을 돌아보며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능을 더욱 높이며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새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핵무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공사 현장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최근에도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 세력들이 공화국을 반대하여 감행하는 핵 위협 책동들은 더욱 노골화되고 위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항구적으로 미국과 대응하고 견제해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 전망적인 위협들은 우리로 하여금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끊임없이 계속 확대 강화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양국이 군사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하는 등 대북 확장 억제력을 강화한 데 경계심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핵무력 증강 방침을 정당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설 공개 꺼리던 북한, "노동신문 보도 유례없는 일"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핵물질 생산 시설 공개를 꺼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미국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긴 하나, 관련 시설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직접 알린 사례는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북한의 핵 관련 기반 시설을 파악하는 작업은 언제나 추정의 영역에 머물렀다. 지난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비밀 핵시설'을 공개할 때도 2월 말 강선 단지의 별관 공사가 시작돼 이후 사용 가능 면적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공간이 추가로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뿐이었다. 이번 노동신문 보도를 두고 "유례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원인은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이 돌연 전폭적인 행보를 보인 배경으로 러시아를 꼽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급격히 '밀착'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강화하는 와중 북한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지지를 보낸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1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러시아와 항상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고, 6월엔 임천일 외무부상이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러시아 지도부가 내리는 임의의 선택과 결정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본격적인 화답을 전한 건 지난 6월의 일이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 곧이어 동맹에 준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해당 조약엔 양국 간 '군사 자동 개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북한이 러시아의 강력한 군사적 역량을 뒷배로 들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거듭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세 악화에 대해 북한 탓을 하는 것은 용납 불가"라며 "북한은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국가 안보, 주권 수호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북한을 두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의 자체 방위력'엔 핵 개발도 포함될 수 있다. 북한의 핵 개발 정책을 푸틴 대통령이 직접 공개 지지하고 나선 셈이다. 결국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 형성이 북한 태도가 변화한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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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공공 배달앱 시장, 최근 운영 종료한 앱만 10여 개 기술력·인력 부족, 낮은 시장 이해도 등이 발목 잡아 "민간 업체와 경쟁 안 돼" 지자체 재원의 한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중개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등장했던 '공공 배달앱'이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민간 배달앱 3사(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에 힘을 쏟는 가운데, 다수의 공공 배달앱이 설 자리를 잃고 시장 외곽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미흡한 기술력 △인력 부족 △낮은 시장 이해도 △재원의 한계 등을 공공 배달앱의 대표적인 패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설 자리 잃은 공공 배달앱
13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배달앱 3사의 이용자 점유율 합계는 96.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의 민족이 58.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쿠팡이츠(22.7%)와 요기요(15.1%) 등이 맹렬한 '추격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의 중개 수수료가 10%에 가까워지며 시장의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배달앱 3사의)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관련 시장은 명백하게 3사를 중심축 삼아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자체에서 출시한 공공 배달앱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공공 배달앱의 이용자 점유율은 1%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추세다. 해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배달 산업이 급성장한 이후, 지자체들이 앞다퉈 출시한 공공 배달앱만 30여 개에 달했다"며 "1~2% 수준의 낮은 중개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현시점 유의미한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공공 배달앱들은 속속 시장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최근 1~2년간 운영을 종료한 공공 배달앱은 대전 '휘파람', 전남 여수 '씽씽여수', 경남 거제 '배달올거제', 충남 '소문난샵', 부산 '동백통', 전북 남원시 '월매요' 등 10여 개에 달한다.
공공 배달앱의 '패인'
공공 배달앱의 대표적인 패인으로는 기술력 부족이 꼽힌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공공 배달앱은 지역화폐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 구축 등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제 단계에서 앱이 멈춰 주문이 중단되거나, 지역화폐 앱과 배달앱이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제 시스템 연동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관련 시스템 구축에 충분한 기술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서비스 자체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공공 배달앱을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민간 배달앱의 경우 입점 업체 관리, 고객 관리, 기술 지원 등에 1,200~1,7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다. 반면 공공 배달앱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경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대부분으로, 대개 두 자릿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의 서비스 투입 인력 격차가 수십 배에 달하는 셈이다.
공공 배달앱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낮은 시장 이해도 역시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공공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 M사의 경우 무료 영상 편집, 영상 탬플릿 제작 등의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다. B사의 경우 창작 교육, 광고 대행, 문화출판, 캐릭터 상품 제조 등에 주력하던 기업이다. 양사는 공공 배달앱 개발 열풍을 타고 나란히 관련 시장에 진입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M사가 만든 공공 배달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1,000건 안팎에 불과하며, B사의 배달앱 다운로드 건수 역시 1만 건 수준에 그친다.
"민간 배달앱이 더 저렴하다"
민간 배달앱 시장 특유의 출혈 경쟁 기조가 공공 배달앱 성장의 '장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민간 배달앱 3사는 '배달비 할인'을 무기 삼아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쿠팡이츠는 지난 3월부터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들에게 무제한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며 막대한 수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기존 10%대였던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현시점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지난 5월부터 무료체험 형태로 운영하던 유료 구독 프로그램 ‘배민클럽’을 11일 정식 오픈했다. 배민클럽은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무료 배달 혜택을, 단건 배달 서비스인 '한집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배달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 멤버십이다. 이용 요금은 월 3,990원이지만, 당분간은 월 1,990원에 동일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한 요식업계 종사자는 "민간 플랫폼들이 무료 배달·멤버십 경쟁을 벌이면서 오히려 공공 배달앱의 배달비가 가장 비싼 상황이 됐다"며 "지자체 재원의 한계로 쿠폰 할인 행사 등 소비자 유인책을 자주 마련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편의성도 떨어지고 가격도 비싼 공공 배달앱을 소비자가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며 "소비자 관심도가 떨어지면 자연히 자영업자들도 입점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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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원전 복원' 본격화, 신한울 3·4호기가 신호탄 쐈다 원전에 불안감 드러내는 시민들, 시민단체 중심으로 반발 확산 글로벌 원전 수요 증가에 일각선 낙관적 전망 나오기도
윤석열 정부의 '원전 복원' 계획이 본 궤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던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사업이 본격 재개되면서다. 정부는 공사 시간을 최대한 당겨 2033년까지 3·4호기 건설을 마무리하고 신규 원전 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탈원전 폐기 정책에 속도를 내겠단 취지다.
신한울 3·4호기 드디어 첫 삽 뜬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날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 안건을 의결했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해당 원전을 건설할 기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원전의 위치·구조 및 설비가 원전위 내부 규칙으로 정해진 기술 기준에 적합하단 점 등을 고려한 결과라는 게 원안위 측의 설명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과정에서 쓰이는 방사성 물질의 안전 기준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다는 판단도 나왔다. 원안위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운영 과정에서 외부로 배출되는 기체 및 액체의 방사성 물질 배출관리 기대치는 각각 0.133 및 0.0148이다. 관련 기준인 1 이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신규 원전 계획도 윤곽, "2038년까지 3기 원전 건설할 것"
신한울 3·4호기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처음 건설이 추진됐다. 당시 정부가 내건 준공 예정 시기는 각각 2022년과 2023년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전면 백지화했고, 그 결과 2016년 6월 새울 3·4호기(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이래 8년 3개월 동안 국내 원전 사업은 '공백기'에 접어들었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운 2022년에도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프로젝트가 재개되긴 했으나 건설 허가 심사가 지지부진한 탓에 2년 동안 첫 삽조차 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원안위의 건설 허가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선 "한국 원전 사업이 드디어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을 기점으로 '원전 복원'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는 분위기다.
정부는 우선 신한울 3·4호기 기초 굴착공사를 즉시 착수하는 등 공사 기한을 최대한 당겨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방침이다. 터 닦기 공사는 이미 완료됐고, 원자로와 발전기 등 원전 관련 기기들은 수주사인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기 계약 규모는 2조9,000억원 수준이며 이외 펌프, 배관, 케이블 등 보조 기기 계약은 10년간 2조원 규모로 순차 발주될 예정이다.
신규 원전 계획도 윤곽이 잡혔다. 지난 5월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새롭게 건설하고 2035년부터는 소형모듈원전(SMR)을 발전에 본격적으로 투입한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 발전과 원전을 함께 늘려 2038년까지 국내에서 생성되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우겠단 내용도 담겼다. 2038년까지 주요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각각 35.6%, 32.9%로 확대하는 게 정부의 최종 구상이다.
시민사회 반발 크지만, 전문가들 "원전 사업 속도감 유지될 듯"
문제는 시민사회의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단 점이다. 지난 12일 시민단체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의 이규봉 대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사실에 분노하며 "문재인 정부 때 로드맵에 따라 중단됐던 사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다시 추진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정부의 안전성 검사를 두고 "후쿠시마 원전은 안전한 설비가 아니라서 사고가 났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원전 설비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높단 방증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전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원전의 필요성 및 강점이 부각되는 추세여서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원전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유의미하다는 분석 결과가 도출된 영향이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기준 연도인 2018년 대비 6,470만 톤 감소했다. 눈에 띄는 건 이 기간 국내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중이 133.5TWh(23.4%)에서 180.5TWh(30.7%)로 35% 이상 늘었단 점이다. 결국 원전 비중 확대에 따른 화석발전 사용량 감소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녹색성장위의 해석이다.
원전을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계기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 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원전의 전력 생산량은 2,959TWh(테라와트시)로 2023년 대비 10%(CAGR 2.6%)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이 현실화하자 원전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관련 기술 역량을 강화하면 원전 수출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미 원전 수출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2년 폴란드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한수원과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설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업무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 사업의 수주액은 3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도 전기·전력 설비 전문 중소기업 YPP가 튀르키예 아쿠유 원전에 터빈 계통 관련 계측 설비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의 규모는 460만 유로(약 66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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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금융민원 5만6,275건, 펀드·신탁·손해보험 위주로 증가 평균 민원 처리 기간은 13.6일 감소, 업무 효율화 노력 통했나 "일단 민원 줄이고 보자" 돈으로 금융 소비자 입 막는 금융권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손실 등이 증가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금감원의 금융민원 처리 속도는 내부적인 업무 효율화 노력에 힘입어 일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 금융민원 16% 증가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 접수 건수는 총 5만6,275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4만8,506건) 대비 16%(7,769건)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권역별 민원 비중은 손해보험(35.0%), 은행(25.0%), 중소서민(21.0%), 생명보험(11.7%), 금융투자(7.3%) 순으로 조사됐다.
권역별로 민원 증가 현황을 살펴보면, 해당 기간 제기된 은행 민원은 1만4,080건으로 전년 동기(8,486건) 대비 65.9%(5,594건) 증가했다.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민원이 다수 제기되며 펀드·신탁 민원이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상반기 각각 74건과 56건에 불과했던 펀드·신탁 민원은 올해 상반기 3,918건, 2,312건까지 늘어났고,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도 730건에서 914건으로, 예·적금 관련 민원은 776건에서 792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보험업권에서는 손해보험 민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상반기 중 접수된 손해보험 민원은 1만9,668건으로 작년 동기(1만7,866건) 대비 10.1% 늘었다. 보험금 산정 및 지급(17.5% 증가), 계약의 성립 및 해지(30.0% 증가) 와 관련된 민원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신의료기술 치료 후 실손보험금 부지급 등과 관련한 분쟁 민원이 전년 동기 대비 31.6% 늘어난(3,490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기간 생명보험 민원은 6,586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8.1% 줄었다.
지지부진하던 민원 처리 '속도'
상반기 금감원의 금융민원 처리 건수는 총 4만9,941건으로 작년 상반기(4만,8902건) 대비 2.1% 증가했다. 전체 민원에 대한 평균 처리 기간은 35.3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9일)과 비교해 13.6일 줄었다. 일반민원의 평균 처리 기간은 전년 동기 대비 0.4일 줄어든 13.5일로, 분쟁민원의 평균 처리 기간은 전년 동기 대비 24.1일 급감한 79.8일로 각각 집계됐다. 금감원은 유형별 집중 처리, 현장 조사, 회신문 표준화 등 업무 효율화 노력을 통해 분쟁민원 처리 기간을 대폭 경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업권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금감원은 몰려드는 민원을 신속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지지부진하던 금감원의 민원 업무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2018년 18.2일 수준이었던 금감원의 금융민원 평균 처리시간은 2019년 24.8일, 2020년 41.2일, 2022년 49.3일 등으로 매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민원 평균 처리 기간은 48.2일 수준이었다.
해당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는 여러 업권에 걸쳐 있거나, 관할 부서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복합성 민원’ 배분과 관련해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민원 처리 속도 개선을 위해서는) 내부 소통·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업무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원 제기, 돈으로 막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민원 업무를 근본적으로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금융민원과 관련한 '악습'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금감원의 내부적인 효율화 노력만으로는 금융민원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보험, 카드 등 대부분 금융권에는 금융소비자의 민원 제기를 '돈으로 막는' 악습이 있다"며 "매년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민원을 줄여야 하는데, 당국에서 빠른 처리를 강조하다 보니 일단 상품권 등으로 '입막음'을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악습은 금감원의 민원 업무 부담을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관계자는 "상품권·현금 보상 등을 노리고 고의로 금융사에 민원을 제기한 뒤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악성 민원인들이 있다"며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구체적인 악성 민원 수법까지 공유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무의미한 악성 민원이 증가할 경우, 금감원의 전반적인 민원 처리가 지연되며 정당한 민원인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돈으로 금융 소비자의 입을 막는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단순 민원 처리 기능을 업권별 협회로 이관, 금융사들의 민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악성 민원을 유형화해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집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해결책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업권별로 민원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업권 스스로 악성 민원을 분류하면 당국이 이를 검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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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선장은 필리핀 등 해외로 이직 열악한 근무 여건에 청년 선원 부족해 해기 인력 부족에 어선 건조도 어려워
국내 원양어업계가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구직자들이 힘든 원양어선 일을 기피해 신입 충원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원양어업의 핵심 인력인 숙련된 해기사의 해외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원양어업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국내 해기사 수요의 31.4%가 부족
11일 원양어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 해기사의 해외 취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원양산업협회가 필리핀·대만·중국 등 아시아계 선사 10곳이 남태평양에서 조업하는 참치 선망 62척을 대상으로 한국인 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47척에서 최소 100명의 한국인이 승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고급 사관인 선장과 기관장은 각각 52명, 28명으로 조사됐다. 참치 선망에 한정해 실시한 조사 결과로 조사 범위를 연승(횟감용 참치), 트롤(오징어, 명태), 봉수망(꽁치) 어선으로 넓히면 인력 이탈 추세는 더 가팔라진다.
해기사는 '선박직원법 4조'에 따른 면허를 취득한 자로 선박에서 선장, 항해사, 기관장, 기관사, 운항장, 운항사, 통신장, 통신사의 직무를 수행한다. 선박직원법은 선박의 규모 등에 따라 갑판부와 기관부에 승선해야 하는 해기사의 자격 급수와 인원을 정하고 있는데 2,000톤(t)급 선망 어선의 최소 승선 인원은 선장을 포함해 항해사 4명과 기관사 4명이다. 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내년에 국내 원양어선에 승선해야 하는 해기사는 961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퇴직과 신규 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해기사 인력은 659명에 불과해 302명(31.4%)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적인 수급 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해운협회가 연평균 해기사 직급별 증감률 및 고용 비율, 미래 선대 증가를 고려해 마련한 '한국인 해기사 수급 전망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인 해기사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2,71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 부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해 2040년에는 3,605명, 2050년에는 4,426명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감소 없이 2022년도 수준의 고용 인원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도 2030년에는 2,048명, 2040년에는 2,279명, 2050년에는 2,509명씩 해기사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60세 이상 해기사 41.9%, 고령화 심각
신입 충원 역시 쉽지 않다. 해기사를 양성하는 수산계 고등학교 9개교와 6개 대학 졸업생 중 해기사 면허를 취득한 뒤 원양어선에 승선하는 비중은 최근 5년간(2018~2022년) 5%에 그쳤다. 한국해양마이스터고는 올해 처음으로 해기사 양성 과정에 인도네시아 학생 4명을 선발했다. 1980년대까지는 입학 경쟁률이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청년들이 원양어선 일을 기피하면서 지원자가 감소해 한국인 학생만으로는 학교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이스터고로 전환하기 전까진 6년 연속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젊은 선원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고령화도 심화하고 있다. 2023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인 선원 중 40대 미만의 비중은 20.5%(6,517명)인데 반해 60살 이상은 43.8%(1만3,944명)에 달했다. 40~50대는 35.8%(1만1,406명)였다. 취업 중인 해기사를 기준으로 보면 60세 이상 비율이 41.9%(8,247명)로 2014년 27.4%(5,999)명 대비 14.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해기 인력의 고령화는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생산성을 저하하는 요인이 된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이 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해기사 인력난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신입 충원 없이 선장·기관장 등 고급 사관 인력만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팀을 이뤄 일하는 인력들이 한꺼번에 이직하는 동반 이탈 사태가 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원양어업계 한 관계자는 "선장, 기관장이 외국적선으로 떠나면서 갑판장, 항해사, 통신사, 기관사에 심지어 견시사, 조리사까지 데려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선장·기관장 외에 오랜 시간 공들여 양성한 초·중급 해기사까지 한꺼번에 이탈하는 사례가 계속되면 국내 원양어업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탈 현상은 업계의 투자 의지까지 꺾고 있다. 원양 선사가 배를 늘려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도 해기사를 구할 수 없어 새 배를 건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술 개발로 친환경·스마트 선박이 상용화되고 있지만 국적 전문 해기사 수급이 어려워 선박 현대화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원양어선은 2000년 535척에서 2023년 201척으로 20여 년 새 절반 넘게 줄었다. 해운협회 시나리오에서도 2030년 국적 선대 약 1,500척 가운데 한국인 해기사가 탈 수 있는 선박은 1,000척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한다.
50%에 육박하는 소득세 등도 기피 요인
해기사가 업계를 떠나는 이유로는 △열악한 근로 환경과 장시간 근무에 비해 적은 급여 △탄력적이고 자유로운 휴가 사용의 어려움 △사회·가족과의 분리 △기상 악화·위험물 운반 등의 고된 노동 강도 등이 꼽힌다. 특히 임금의 경우 2021년 기준 선원의 최저임금은월 236만3,000원으로 육상 근로자의 최저임금보다 23% 높지만 수 개월간 사회와 격리된 데다 불규칙한 선박 운항 일정 등으로 초과 근무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급여 수준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선원 예비 인력이 부족해 1회 6개월 이상 장기간 승선한 뒤에도 유급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한 채 근무에 재투입되는 일도 빈번하다. 더욱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층들의 경우 원하는 업무 환경과 차이가 큰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 선원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승선 기간(병역의무 기간)인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승선하지 않고 있다.
선장의 경우에는 세 부담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해운협회에 따르면 선망 어선 선장은 월 360만원 수준의 기본급에 어획량 등에 따른 성과급을 더해 연 5억~10억원을 벌어들인다. 과거에는 외화벌이 일등 공신이라는 이유로 소득의 50%를 세액 공제받았지만 1995년 이 제도가 폐지돼 지금은 연 소득 10억원이 넘으면 45%의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필리핀은 기본급에만 소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성과급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선장은 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외국인 해기 인력 도입도 골든타임 있어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7월 해양수산부는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선원 근로소득 비과세 수준을 월 300만원에서 월 5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해수부, 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해운협회가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노사정은 선원의 승선 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고 유급휴가 일수를 2일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이 외에도 공동선언문에는 선박 내 인터넷 이용 환경 개선 등 선원 복지 증진을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전 산업에 걸쳐 나타나는 추세인 만큼 정부 대책만으로 인력난이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해기사의 수급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에도 △우수 외국인 선원 선점 △외국인 선원 장기체류(E-7 비자) 선발 요건 완화와 허용 인원 확대 △외국인 선원(E-10 비자) 과도한 송출비 징수 등 외국인 선원 공급 정책이 포함돼 있다.
원양어업계도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해기 인력의 국내 원양어선 승선을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간 해기사 자격증의 상호 인정을 위한 ‘어선 선원의 훈련·자격 증명 및 당직 근무 기준에 관한 국제 협약(국제 선원 협약)’에 가입돼 있지 않아 다른 나라 해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의 취업이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한국해양마이스터고와 같이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해기사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국내 원양어선에 승선할 수 있다.
이에 최근 국민의힘은 국제선원협약 가입국의 해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의 국내 취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선박직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노사 간 합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행법상 외국인 선원 고용 기준을 변경하려면 원양산업협회와 전국원양산업노동조합 간 합의가 필요한데 2015년 원양어업계 노사는 한 척당 외국인 기관사 한 명만 승선시키는 데 합의했다. 이대로라면 선박직원법이 개정돼도 외국인 해기사는 국내 전체 해기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항해사로 일할 수 없다.
원양어업계는 외국인 해기 인력을 도입하는 것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숙련 인력이 일터를 떠나기 전에 기술을 전수받을 세대가 현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원양어선에서 오랜 기간 승무한 해기 인력이 있을 때 도입돼야 조업에 필요한 기술이 전수되고, 그에 따라 조업을 영위해 갈 수 있다"며 "숙련된 고령 인력이 대거 이탈된 뒤에 뒤늦게 외국 해기 인력이 도입되더라도 조업 핵심 기술을 전수할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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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기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다가 최근 시장 침체로 주춤했던 지식산업센터의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등 상황이 여전히 유효한 데다 수익성도 떨어지는 만큼 반등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2분기 부진 딛고 7월 거래량↑"투심 회복은 아직"
12일 지식산업센터114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월별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실거래가 신고 기준 432건 거래됐으며 총 거래금액은 2,39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6월) 기준 40건, 총 거래액 1,724억원과 비교해 대폭 증가한 모습이다.
거래액 상승을 견인한 것은 309억원 규모의 인천 토지산업신탁 1차 건물매각 20건(거래면적 4,503㎡) 등 고가 지역의 거래 체결이다. 단 이 거래를 제외하더라도 거래 금액 증가 비율은 21%로 높은 수준이다. 거래면적 역시 최근 소폭 늘었다. 7월 전국 지식산업센터 총 거래면적은 5만525㎡, 3.3㎡당 거래 금액은 1,568만원으로, 6월(4만2,743㎡·1,333만원), 5월(4만1,596㎡·1,391만원)보다 오른 모습이다.
이렇듯 지식산업센터는 최근 바닥을 다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최재견 신영 부동산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지식산업센터는 개별 분양형이라 오피스에 비해 확장성이 떨어지고 레버리지 활용도가 높은 만큼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가 진행된다면 시장이 좋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규모 기업 등의 임차 수요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망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분양가 90% 대출에 전매제한 無, 정부가 투기 권장한 꼴
4년 전만 해도 지식산업센터는 고수익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2020~2021년 부동산 상승 시기 아파트 등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체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부동산 개발사들은 초저금리 여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적극 끌어당겨 너도나도 건설에 나서며 공급을 늘렸다.
하지만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지식산업센터는 가장 먼저 하락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은 늘어났지만 입주를 원하는 기업이 줄어들면서 공실 문제가 떠올랐고, 분양자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세 없이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사실상 투기를 조장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제대로 된 입주 수요 검토 없이 건축 승인을 남발한 것도 모자라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까지 완화하며 투자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식산업센터를 부양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크게 낮췄다. 이에 중도금 무이자대출,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등 산단 내의 지식산업센터는 9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제2 벤처창업붐' 진작을 이유로 지방세법을 개정해 지식산업센터의 취득, 재산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에 온간 편법이 동원되는 등 지식산업센터는 사실상 투기 수단으로 전락해 갔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단의 지식산업센터가 단적이 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해당 센터의 전체 273개 공장 중 22%는 실제 입주계획이 없는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분양을 받았다. 제조, 소프트웨어 등으로 위장 '사업자 등록'을 한 후에 '임대사업' 업종을 추가한 것이다.
세제혜택을 노린 위장사업자 등록도 수두룩하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부가가치세 환급혜택을 못 받아 향후 임대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이 부족한 영세기업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 상품이 투기꾼들의 먹거리가 된 셈이다.
'공급 과포화'에 경매 시장서도 찬밥
결국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해결책을 꺼내 들었다. 최근 정부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제조업과 지식산업, 정보통신 관련 업종으로 제한했던 지식산업센터 입주 가능 업종을 도박업, 주택공급업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로 확대했다. 업종 확대를 통해 기업 활동 수요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부의 업종 확대가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공실이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당장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센터가 급증하는 형국에 땜질 처방만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법원 경매에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236건으로 전년 동기(125건)대비 무려 88% 급증했다. 경매 매물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는 적어 낙찰률과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하락세다. 법원 경매에 나온 지식산업센터의 낙찰률은 지난 2022년 45.0%에서 지난해 28.9%, 올해는 25.0%로 급락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지난 2022년 88.7%에서 올해 69.6%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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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그린벨트 해제 통한 주택 공급 대책 제시 "장기적이고 일시적인 대책" 실효성 논란 이어져 야당도 비판 목소리 합세, 입법 후속 조치 암초 부딪힐까
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경기 지역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발표한 이후 1개월이 지났지만, 정책을 둘러싼 비판적 여론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시장 곳곳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이달 중으로 후속 입법 조치를 단행하며 대책 추진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 현실성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그린벨트 해제와 주택 공급까지의 소요 기간’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입주까지 7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지역은 28곳(84.8%)에 달했다.
이 중 입주까지 7년이 소요된 지구는 6곳, 8년이 소요된 지구는 5곳이었으며, 10년 이상 걸린 지구도 4곳에 달했다. 반면 5년이 걸린 지구는 2곳, 6년이 걸린 지구는 3곳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계 관계자는 "정부는 최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대책을 제시하며 5~6년 후면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6년 이하의 짧은 기간 내로 입주가 시작된 전례는 사실상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8·8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올 말까지 신규 택지 후보지 8만 호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과 인접 경기도 지역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공언한 것은 2012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대책 발표 이후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효성 부족하다" 시장 비판 확대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에 대한 비판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일시적으로 주택 공급 증가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중장기 대책인 데다 근본적 해결책도 아니다"라며 "당장 입주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현재의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 부동산 과열을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12일 성명을 통해 “그린벨트는 현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자연유산”이라며 “그린벨트나 국공유지는 현재 사람들의 성과물이 아닌, 몇십 년 동안 개인의 재산권을 강제하면서 지정하고 오랜 기간 토지 소유자의 희생을 무릅쓰고 어렵게 지켜온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요청을 강하게 거부해야 할 서울시장이 서울시 그린벨트 훼손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한 것에 경실련은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좋은 위치의 그린벨트 땅을 훼손해 마곡, 위례, 판교, 과천 등에 많은 주택이 공급됐지만 모두 적정 분양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로 공급되며 주변 집값만 끌어올렸다”며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지정한 택지도 사업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의 허파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반기'
야당 역시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지난달 “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의) 핵심으로 꼽는 그린벨트 해제는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없고, 정부 대책엔 지방에 대한 배려도 없다”며 “집값은 못 잡고 지방은 죽이는 정책을 발표해 놓고 야당의 무조건적인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무능을 넘어 오만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만약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비판하며 정부의 8·8 대책 후속 입법안에 반기를 들 경우, 당정의 '8·8 부동산 대책'을 위한 후속 입법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와 함께 제5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열고, 8·8 부동산 대책을 위한 법률 제·개정안을 이달 내로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는 3년 한시로 재건축·재개발 지역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p 상향하는 내용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가칭)’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을 민간 개발사업까지 확대하는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도 제정하기로 했으며, 소규모 건설사업자의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감면 일몰 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이달 중 발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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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취임 직후부터 중국과 마찰 경선 득표율 40% 그쳤지만 의회 내 논란으로 돌파구 마련 시급 과제 많지만 라이 총통 추진력에 긍정 기대 확산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5월 취임한 라이칭더(Lai Ching-te) 대만 총통이 벌써부터 복잡한 국내외 정세를 마주하고 있다. 양안 관계, 에너지 부족 문제 등 안팎으로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그의 강경한 입장이 중국을 자극해 지정학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라이 총통의 추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
난관과 기회 동시에 마주한 라이 총통
‘최악의 시기이자 최고의 시기’라는 말은 대만 민주진보당(DPP, 이하 민진당)을 이끄는 라이 총통이 마주한 상황을 일컫는 말일 듯하다. 최근 취임한 그의 임기는 여러 도전과 성취 과제로 꽉 차 있다. 대만은 특히 중국과의 문제에서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 라이 총통의 독립 지지 성향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문제에서도 라이 총통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했다. 그는 선거에선 승리했지만 3자 경선에서 40%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대만의 국회인 입법원(Legislative Yuan)에선 민진당이 51석, 중국국민당(KMT)이 52석, 대만민중당(TPP)이 8석을 꿰찼다. ‘여소야대’일뿐 아니라 입법에 필요한 과반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선 라이 총통이 정책 아젠다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난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취임 한 달이 지난 현재, 라이 총통은 위기를 어느 정도 기회로 바꾼 모습이다.
라이 총통 취임 전 입법원은 여러모로 시끄러웠다.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은 민진당이 반대하던 의회 개혁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는 의회 내에서의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민진당은 야당들을 향해 법안을 강제로 통과시켰다고 비난했고, 야당들은 의회 개혁이 민진당이 야당 시절부터 요구했던 것이라고 맞섰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입법부의 조사 권한을 확대하는 이번 법안이 위원회 심의와 주요 용어 정리, 삼권분립에 대한 고려 등 안전장치 없이 성급하게 통과됐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특히 법학계의 지적이 거셌다. 이번 법안의 일부가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거리 시위도 벌어졌다. 시위대는 법안이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를 훼손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대만 최고행정기관인 행정원이 헌법재판소에 이번 개혁의 합헌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헌재는 법안 시행을 일시 중단한 상태며, 헌재의 판단은 앞으로 석 달 이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 개혁 법안 논란, 라이 총통엔 기회
다만 민진당은 이번 논란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유권자들은 민진당에 대한 신뢰를 잃은 듯했고, 이는 고스란히 선거 결과에 반영됐다. 그러나 의회 개혁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국민당과 민중당에 ‘중국과 연계돼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여론 속 민중당은 국민당의 2중대로 전락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러는 사이 민진당과 라이 총통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다.
앞서 지난 5월 라이 총통이 취임식에서 발표한 연설은 양안 관계를 재정의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라이 총통은 ‘중화민국헌법에 따라 중화민국(대만)의 주권은 모든 국민에게 있으며, 중화민국 국적을 소유한 사람은 모두 중화민국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종속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중국을 향해 선을 그은 셈이다.
중국이 꾸준히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가운데 나온 라이 총통의 이 발언은 ‘새로운 두 국가론’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라이 총통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대만 주식 시장은 폭락을 겪었고, 중국은 그 직후 대만을 겨냥한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그러나 대만 국민들은 중국의 군사 훈련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다. 현지 언론도 보도를 자제하면서 대만에선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일상이 흘러갔다. 여론도 나쁘지 않았다. 현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이 라이 총통의 취임 연설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 총통에 더욱 힘을 실은 건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Computex 2024) 행사에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가 방문한 사실이었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며 반도체 강국이자 인공지능(AI)의 공급망 핵심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이 덕에 경제 전망은 좋지만, 대만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 부족 문제다.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대만은 여러 차례 정전으로 몸살을 앓았다. 전력 사용량이 최고조에 달하는 여름이 오기 전에도 정전이 일어났을 정도다. 이에 라이 총통은 기후 변화를 다루는 위원회를 포함해 에너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할 위원회 3개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런 대응책들이 대만의 고질적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렇듯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으나 라이 총통은 비교적 굳건하게 임기를 수행해 나갈 듯하다. 여소야대를 직면한 라이 총통의 정치적 입지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가 지금껏 걸어온 길이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킨다. 그는 타이난(Tainan) 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234일간 의사 일정을 거부했다. 지난 2014년 상해에서 한 연설에선 스스로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적 일꾼’이라고 칭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결단력은 여전해 보이는 만큼 흔들리지 않고 라이 총통은 자신이 확신하는 대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라이 총통은 대만의 정치 지형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기도 하다. 차이잉원(Tsai Ing-wen) 전 총통에 이어 집권하며 선거 때마다 정권이 교체되던 대만의 정치 상황에 새로운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개헌과 의원 소환제를 활용하며 입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 총통은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의사를 거쳐 총통이 된 인물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강한 결단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사수하려는 그의 열망도 뜨겁다. 정치적 경험이 많아 대화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능력도 충분하다. 다만 라이 총통은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국민들을 위한 것이란 점과 많은 국민이 현상 유지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잠재우고 나라 내 세력들을 통합해 대만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본격적으로 다지는 것이다. 이제 대만의 흥망성쇠 여부는 라이 총통의 결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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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시세조종’ 첫 재판서 공방 檢 “주가 올리려는 목적 인정돼” 金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 활동"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처음으로 재판장에 섰다. 검찰은 김 의장이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시세조종 보고를 받은 뒤 이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김 의장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檢 "SM 주가 인위적 부양 의도 명백"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 의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경쟁 관계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주식을 매집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렸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특히 검찰은 카카오가 김 의장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SM엔터 시세를 조종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기소 요지를 밝히며 "김범수는 카카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로서 카카오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김기홍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반대 의사를 냈는데도 (시세조종을) 최종 승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시세조종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또 카카오와 원아시아 사이에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했다. 검찰은 "배재현은 김범수의 지시로 이준호에게 연락해 (원아시아에) SM엔터 주식을 더 사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는 공개매수 가격 이상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지적했다.
김범수 의장 측, 전면 부인 "무리한 기소"
하지만 김 의장 변호인은 카카오의 주식 매입 행위를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지분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사기업의 공개매수가 있더라도 다른 기업이 장내매수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이라고 강조하며 "장내매집은 주가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공개매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입이 지분 경쟁 상황에서 경영적 판단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피고는 당초 SM 인수 자체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하이브와 적대적으로 경쟁하는 방식의 인수 방안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적대적 입장문을 발표한 뒤, 배재현이 장내매수를 통해 하이브와 대등한 지분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며 "피고인은 인위적인 주가조작에 대한 공모 인식이 없었다. 배재현이 여러 로펌으로부터 자문을 받았고 법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기에 이를 믿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원아시아 측의 지분 매입에 대해서도 "피고는 원아시아 펀드의 주식 매수 관련 공모는 물론이고 누구와도 상의한 사실이 없다"며 "피고는 원아시아펀드가 지분을 매입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공소사실을 봐도 원아시아펀드의 주식 매수 관련 피고인의 관여 사실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는 막연한 추측이며, 무리한 범행 구성이 이 기소의 본질적 문제"라고 성토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재판 병합은 추후 논의
김 의장은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저지를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시세 조종을 통해 주식을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2월 16일∼17일과 2월 27일 장내에서 원아시아 명의로 1,100억원 규모의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 물량 소진 주문 등 방법으로 총 363회 매집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2월 16일~28일에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원아시아의 SM엔터 지분이 합계 8.16%로 5% 이상에 해당해 대량보유상황 보고 대상임에도, 원아시아 보유 지분을 숨긴 채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의장을 구속기소했고, 홍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은 불구속기소했다.
지난 4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던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는 보석 출소한 상태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지 회장에게 보증금 1억원을 내게 했고 주거지를 제한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관계자와 접촉하지 않고 허가 없이 출국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한편 이미 진행 중인 원아시아 재판과의 병합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사건의 쟁점이 겹치지만 진행 단계가 너무 다른 점을 고려해 추후 재논의할 것을 권했다. 법조계는 내달 8일로 예정된 공판 준비기일에서 양측의 쟁점 정리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나 병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재판이 병합될 경우 이준호 부문장이 핵심 증인으로 재판장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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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글로벌 수요 둔화에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 조치" 삼성전자 "효율화 위한 일상적인 사안, 생산직 영향 없어" 반도체 등 핵심 사업 부진, 신사업 지연 등에 위기론 대두
삼성전자가 해외 사업 인력을 최대 30% 감축한다. 현재 인도와 중국 법인은 영업·판매직, 행정·관리직 등에 대한 감원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부문의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핵심사업 위기에 수익성 강화 위해 감원 추진
1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은 약 15%, 관리 직원은 최대 30% 감축하도록 공지했다"며 "이 계획은 올해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며 미주, 유럽,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3주 전에 인력 조정 계획을 전달받은 삼성전자 인도 법인은 최근 몇 주간 회사를 떠나는 중간관리자급 직원에게 퇴직금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로이터는 "인도 법인에 고용된 2만5,000명의 직원 중 최대 1,000명이 사업장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체 직원은 26만7,800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14만7,000명이 해외 자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제조·개발 부문 직원이 대부분이며, 영업·마케팅 직원은 2만5,100명, 행정 직원 등은 2만7,800명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일부 해외 사업장의 인력 조정은 효율성 향상을 위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안"이라며 "감축의 구체적인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번 구조조정으로 생산직 직원이 영향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번 구조조정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 둔화에 대응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최근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이 직면한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반도체 부문에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화웨이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파운드리 부문도 세계 1위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연 120억 달러(약 16조900억원)의 매출을 책임지는 인도에서는 임금 문제로 파업이 발생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밀린 HBM, 中에 밀린 가전 부문
이 같은 삼성전자의 위기론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예전처럼 시장 장악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데다 미래 비전도 확실치 않다는 얘기는 이미 관련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 SK하이닉스에 뒤처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은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무색해진 대표적 사례다. 자타공인 '메모리 최강자'를 자부했던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HBM팀을 해체하면서 개발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 AI의 개화가 지금처럼 빨라지리라 예상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 됐다.
생성형 AI와 로봇 사업 진출을 위해 추진했던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의 인수가 불발된 점도 뼈아프다. 피규어AI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위협할 만큼 강력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으로 올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유력한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꼽혔다. 이에 삼성전자의 고위 경영진들이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피규어AI의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오픈AI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매력적인 조건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 데다 아마존, 엔비디아 등이 뛰어들면서 기회를 놓친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내수 부진 장기화에 현지 업체와의 경쟁 심화, 애국 소비 열풍까지 겹치면서 TV·스마트폰 부문이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사업혁신팀까지 만들며 위기 대응에 나섰으나, 가성비를 앞세워 위협하는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도 삼성전자를 따라잡으며 진퇴양난에 빠졌다. 결국 삼성전자는 중국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의 지원 인력을 감축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 오포에 미국 표준 특허 48건을 매각하고 철수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변화에 대해 일본 경제 매체 겐다이비즈니스는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가 엇갈리며 한국 경제의 주역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은 세계 경제와 산업의 변화에 대한 움직임, 특히 AI에 대한 대응력 차이"라고 분석하면서 스마트폰 수요 포화, 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회복 지연, 디지털 가전 분야 중국 업체들의 추격 등을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최근의 실적 둔화 흐름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의 수익성 하락은 한국 경제 전체에 무시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파운드리 부문 위탁생산 가능성 시사
이에 삼성전자는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해 반도체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개최하고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AI 반도체에 적합한 저전력·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GAA(Gate-All-Around) 공정과 2.5차원 패키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단 공정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2세대 3나노 공정을 비롯해 2나노에도 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해 양산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의 AI 칩 제조사 엔비디아의 위탁 생산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11일 미국에서 열린 테크 컨퍼런스에서 참석해 "TSMC는 매우 훌륭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TSMC를 통해 칩을 생산하는데 엔비디아의 칩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곳이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AI 칩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직과 연구개발(R&D) 직 등에 대한 현지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행정·판매·관리직에 대한 구조조정과 정반대 행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5년간 8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R&D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입 공채 외에도 독일 등 해외 사업장에서 엔지니어를 수시로 채용하며, 현지 인력 확충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사업장에서도 IP(설계자산)과 시스템반도체 엔지니어를 채용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테일러시에 2공장이 건설되면 인력을 추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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