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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세수 결손 전망에 부자 감세 비판까지, '감세 기조' 견지하는 윤석열 정부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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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수 결손 약 56조원, 올해도 30조원가량 세수 결손 발생 추산
감세 정책 맹폭하는 정치권, 정부 측은 "감세에 따른 세수 결손 아냐"
수출 부진으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한국, "내수 부양하려면 감세 정책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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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막대한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 사이에서 윤석열 정부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윤 정부의 막가파식 감세 정책이 세수 결손의 원인이 됐단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부의 상정 범위 내에 있는 감세보단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부진 및 이에 따른 법인세 세수 감소가 세수 결손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시선에서다.

2024 세수 결손 30조원 내외 전망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올해 재추계한 세수를 공표하고 대응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가 올해 세수 결손치를 정확히 얼마로 추계해 공식화할지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나, 시장에선 30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대로 가면 32조원 세수 펑크 예상이 되는 게 맞냐'는 질문에 "이대로 가면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이로써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셈이 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기존 세입예산안(400조5,000억원)보다 56조4,000억원 적었다.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 도마 위로

정치권에선 연속적인 세수 결손의 원인으로 윤 정부의 감세 정책을 꼽는다. 그간 윤 정부가 재정 지출 증가를 강력히 억제하는 한편 감세는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온 탓이다. 실제 윤 정부는 재정 지출을 줄이는 데 주력하는 양상을 보였다. 예산에서 교육, R&D, 복지 등 지출을 대폭 삭감하거나 증액 폭을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조세 정책에 대해선 재정을 줄이는 감세 기조를 유지했다. 윤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정책에 의한 감세 규모는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총 8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법 개정안에 따른 감세 규모 역시 2028년까지 총 72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법인세는 5년간 13조7,000억원, 종부세는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거듭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정책 기조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반도체 등 세액 공제 △증권거래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임시세액공제 연장 △대주주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 상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 등 감세 정책을 제출한 상태다. 이를 모두 합하면 감세 규모는 약 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정치권이 윤 정부의 감세 정책에 거듭 반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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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결손 원인은 감세 아닌 수출 부진 및 경기 침체"

그러나 정부 인사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세수 결손 원인 자체가 법인세율을 낮춰서라든지 세법을 개정한 효과 때문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며 "이번 세수 결손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고, 세제 개편에 따른 감소액은 이미 (세입 예산에) 반영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소액 자체도 2022년 세법 개정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리 크지 않다"며 "감세 정책에 따라 세수 결손이 났다는 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감세 정책보단 지난해 반도체 경기 부진을 세수 결손의 원인으로 보는 게 적합하단 의견이 적잖이 나온다. 지난해 법인의 부진이 예상보다도 심각했던 만큼 정부의 상정 범위 내에 있는 감세 정책보단 경기 부진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란 시선에서다.

당초 정부는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하면서 '상저하고'의 경기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고, 이를 그대로 세입 예산에 반영했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고 수출이 줄면서 기업들의 부진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경기 역시 '상저하중' 정도의 흐름을 보이며 느리게 반등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코스피 결산 기준 상장기업 705개의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39조5,8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96% 줄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지난 3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법인세 세수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이라며 "결국 경기 및 수출 부진 등 악재가 주요 대기업을 강타하면서 예상 대비 세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윤 정부의 감세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기만 해선 안 된단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은 근본적으로 수출 국가인 만큼 수출 경기 부진 하나에 기업의 실적 하락, 경기 침체, 세수 결손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결부된다. 수출 부진에 국가 시스템 전반이 민감한 상태란 의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내수 부양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감세를 통해 내수 부양을 촉진하겠단 정부의 구상을 허상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내수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감세 정책을 활용할 여지가 있단 점은 정치권에서도 초당적으로 논의해 봐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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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더욱 강력한 관세정책 예고 "달러 체제 이탈한 나라에 100% 관세 부과"

트럼프, 더욱 강력한 관세정책 예고 "달러 체제 이탈한 나라에 100% 관세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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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주 유세에서 EU 등 동맹국 비난
'脫달러화' 동참한 나라에 관세 보복 예고
무역수지 개선, 달러 중심 체제 유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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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당선되면 동맹국이든 적성국이든 관계없이 관세를 무기로 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 것임을 천명했다. 그동안 대중국 관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해 온 트럼프 후보는 대상을 확대해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를 흔드는 국가에도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동맹국이 美 이용, 적국보다 부당하게 대우"

7일(현지시각) 트럼프 후보는 대선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최근 많은 나라들이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에서 이탈하려 하는 등 달러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심각한 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들이 달러를 떠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달러를 버리는 나라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결국 해당 국가들은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날 발언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이에 동조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 보복 조처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재임 시절 협상의 전매특허처럼 활용해 온 관세를 이용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와 그의 경제 참모들은 무역 결제에서 달러 대신 다른 통화를 사용하려 하는 나라에 대한 처벌 방안을 수개월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세에서는 공세의 대상을 동맹국으로 확대했다. 트럼프 후보는 "적국보다 동맹국이 미국을 더 부당하게 대우한다"며 "미국은 동맹국을 지켜주고 있음에도 그들로부터 무역, 군사 등 측면에서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았고, 동맹국들은 심지어 우리에게서 뜯어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제품을 미국에서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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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관세 정책 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유튜브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하는 中·브릭스·일대일로 겨냥

이날 트럼프 후보의 경고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 중인 중국과 그 동맹국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구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신흥 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의 회원국 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일대일로'의 중앙아시아·서아시아 회원국 등을 포함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달러 체계는 남반구의 이익을 훼손하는 불공정하며 시대착오적인 지배 도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을 향한 관세 폭탄 예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에 전기차를 수출하려 하자 중국 정부는 테슬라로 하여금 중국 현지에 공장을 짓도록 했다"며 "중국과 다른 나라가 미국에 100% 또는 200% 관세를 매기면 우리도 똑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는 재임 시절에도 대중 관세를 강조해 왔는데 지난 7월에는 블룸버그, 폭스 등 현지 언론들이 트럼프 후보가 재임 시절 중국에 50%의 고관세를 적용한 만큼 재임에 성공한다면 '60%+a'의 관세를 적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무역적자 문제도 거론했다. 트럼프 후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비용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오랜 기간 EU를 지원했지만, 더는 지속할 수 없다"며 "EU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EU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3년 연속 2,000억 달러(약 266조원)를 넘어섰고 올해 1분기에는 470억 달러(약 63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월 EU가 미국의 IT 공룡 기업들에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하자 트럼프 후보는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해리스 '수출통제'-트럼프 '관세 압박' 결합 가능성도

다만 이러한 기조는 비단 트럼프 후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도 지난달 발표한 정강 정책에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미국산 우선 구매 원칙)'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후보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관세 정책을 강조했다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패권 경쟁에 초점을 둔 수출 통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느 쪽이 당선돼도 차기 행정부와 대외 통상 기조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를 것이라 보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 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불확실한 만큼 해리스 후보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어떤 방식으로 계승 또는 폐지할지 아직은 불명확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젊고, 급진적인 성향이라는 점을 고려해 현재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중산층의 경제적 안전성과 존엄성을 강조해 온 만큼 환경과 기후 변화 문제를 강하게 활용해 기업을 압박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문제는 두 후보가 집권 시 서로의 정책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이어받아 전기차에 대한 대중 관세를 인상한 것처럼 자국 우선주의 흐름하에 고관세와 수출 통제 두 기조가 결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집권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략 기술에 대한 수출·투자를 통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글로벌 무역 시장의 리스크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해리스 행정부가 부통령 재임 당시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지원 조건을 강화한다면 기업의 보조금 규모에도 변동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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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행위 방조 논란 텔레그램 CEO, 처벌 위기에 태세 전환 "범죄 악용 기능 없애겠다"

불법 행위 방조 논란 텔레그램 CEO, 처벌 위기에 태세 전환 "범죄 악용 기능 없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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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처벌론에 항변하던 두로프, 잇단 서비스 개선 조치 나서
개인채팅 내용 보호 불가 삭제, 근처 이용자 찾기 기능도 제한
'범죄 방조자' 거대 플랫폼으로 전락, 플랫폼 운영방침 변화 불가피
Pavel Valeryevich Durov_telegram_001_20240909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사진=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파벨 두로프(Pavel Durov)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플랫폼 내 검열 개선과 문제 기능 삭제 등 방안을 공개했다. 텔레그램을 통한 각종 불법 행위 우려가 커지면서 방조 혐의로 형사 처벌 위기에 몰리자, 그동안의 입장을 선회해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CEO, 일부 기능 삭제

두로프는 6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텔레그램의 ‘근처 사람들(People Nearby)’ 기능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이용자의 0.1% 미만이 사용했던 이 기능은 봇(bot)과 사기 문제를 갖고 있었다”며 “이 기능 대신 합법적이고 검증받은 업체만 보여주는 ‘근처 사업체’(Businesses Nearby)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변에 다른 텔레그램 이용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근처 사람들 기능은 그간 스토킹 등에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텔레그램의 익명 블로그 서비스인 ‘텔레그래프’의 사진·영상 업로드 기능도 쓸 수 없게 된다. 두로프는 “이 기능이 익명의 행위자들에 의해 오용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텔레그래프를 비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출시된 텔레그래프는 이용자 누구나 익명으로 게시물을 작성하고 사진·영상 등을 업로드해 텔레그램 등에서 누리집 링크를 공유할 수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부 악의적인 행위자가 이 기능을 이용해 가짜 누리집 접속을 유도하거나 이용자를 속여 개인정보를 빼내는 피싱 사기를 저질러 왔다”고 전했다.

텔레그램의 ‘자주 묻는 질문’(FAQ) 란에서 ‘개인 채팅 내용은 보호되며 이를 대상으로 한 조정 요청은 처리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램 측은 앱의 소스코드 자체에는 바뀐 점이 없지만 이용자들이 관리자에게 채팅 내용과 관련한 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두로프는 개선 조처를 내놓으면서도 “텔레그램 이용자의 99.999%는 범죄와 전혀 무관하지만, 불법적인 행위에 연루된 0.001%가 플랫폼 전체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 10억 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의 이익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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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유통만 7만 명, 범죄 쇼핑몰 '텔레그램'

지난달 24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가 500만 유로(약 74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두로프가 재빨리 꼬리를 내린 것은 미성년자 성착취물 배포, 마약 밀매 등 범죄를 방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실상 공범으로 처벌 받을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로프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텔레그램의 실체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란히 “텔레그램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텔레그램 내 만연한 각종 범죄의 행태를 보도했다. 먼저 NYT는 4개월간 1만6,000개 이상의 텔레그램 채널, 320만 개가 넘는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를 전했다. 22개 이상의 마약 거래 채널과, 불법 무기 거래 등을 찾아낸 WSJ는 개인·기업의 금융 계좌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텔레그램은 범죄, 허위 정보, 아동 성 착취물, 테러, 인종차별적 선동 등 전 세계의 시궁창(sewer)이 되고 있다”며 “무국적 조직처럼 운영되는 텔레그램은 오랫동안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해 왔지만, 많은 국가에서 텔레그램에 대한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개인 금융 계좌와 음란물, 마약이 거래되는 텔레그램 채널의 실태를 고발했다. WSJ에 따르면 한 채널은 일반인들의 사진과 신분증 등을 샘플로 올려놓은 뒤 ‘구입은 사적 채널에서 가능, VIP 클럽에 가입하라’고 광고한다. 개별 접촉으로 거래가 성사되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금은 주로 가상화폐로 치러진다. 이렇게 일반인의 개인 정보를 판매하는 채널이 텔레그램에 수천개 이상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뱅크스토어온라인’이라는 채널의 경우 60개 이상의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를 판매하고 있는데, 개인 계좌는 80달러(약 11만원), 기업 계좌는 1,800달러(약 241만원)에 거래된다.

텔레그램이 테러·혐오·가짜 정보의 온상이 된 것은 ‘채널’과 ‘수퍼그룹’이라는 독특한 기능 때문이다. 텔레그램의 채널은 일반 대화방과 달리 최대 20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다른 메시지 앱의 최대 수용 인원이 수천명 수준으로 제한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채널은 관리자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한 번에 보낼 수 있고 메시지 크기는 2기가바이트로 일반 대화방(1.5기가바이트)에 비해 크다. NYT는 “텔레그램은 당초 애플의 아이메시지나 왓츠앱처럼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 같은 채널 기능 때문에 특정 지도자나 기관이 메시지를 한 번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고 짚었다. 이후 추가된 수퍼그룹 기능은 관리자가 채팅방을 폭파하면 모든 사용자에게서 모든 내용이 삭제되는 것으로, 이는 특히 범죄 집단이나 극단주의자들이 활동한 이후 증거를 없애는 데 악용됐다.

이용자 9억 명인데, 정규직은 고작 60명

그럼에도 정작 텔레그램 운영진은 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다. 텔레그램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전 세계 이용자수가 9억 명인 데 비해 담당 정규직은 고작 60명으로 알려졌다. 앱 관리도 계약직 신분의 수백명에 불과하다. 직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가 될리 만무했다.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공격 개시 2시간 30분 만에 하마스가 참혹한 전쟁 영상을 텔레그램을 통해 대거 유포한 사건이 단적인 예다. NYT는 전쟁이 시작되고 72시간 동안 텔레그램에서 관련 영상은 700번 게시됐고 5,4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는 하마스와 관련된 계정은 물론, 하마스에 공개적으로 동조하는 게시물도 실시간 차단하며 강력히 대응했다.

텔레그램은 수사기관 협조에도 미온적이다. 독일의 스벤야 마이닝하우스 검사는 “다른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법 기관과 각종 협력을 하고 있지만 텔레그램에서는 전혀 협조를 받지 못했다”며 “단 한 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텔레그램은 지난 11년 동안 200여 차례의 수사 자료 요청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텔레그램 상의 범죄 단속을 위해 각국 수사기관은 위장수사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뉴욕시경(NYPD)은 텔레그램에서 불법 총기물을 판매하는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그에게 직접 권총, 돌격 소총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물론 텔레그램에서 자행되는 일에 대해 운영 기업이 얼마나 책임을 갖고 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가 두로프에 공모 혐의를 적용할 경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플랫폼 규제의 새 장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운영 방침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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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돈줄 옥죄는 사우디 국부펀드, 중동 VC업계 판도 바꿀까

[딥테크] 돈줄 옥죄는 사우디 국부펀드, 중동 VC업계 판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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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 천문학적 규모 자금 내세워 전 세계 VC 업계서 영향력 키워
최근 들어 해외 프로젝트 투자 줄이고 자국으로 눈 돌리는 분위기
‘중동발 돈맥경화’ 우려 속 지정학적 흐름 읽는 전략적 대응 태세 갖춰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세계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VC) 생태계의 중동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엔 사우다아라비아의 초대형 국부펀드가 자리 잡고 있다. 일각에선 이 국부펀드가 갑자기 돈줄을 옥죌 경우 벌어질 대규모 ‘돈맥경화’ 사태를 우려한다.

사우디의 공공투자펀드(Public Investment Fund, PIF)는 9,250억 달러(약 1,240조원) 규모를 자랑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Crown Prince Mohammed bin Salman)가 이끄는 PIF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VC 업계에 자금을 대 왔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여러 지역의 투자자들이 석유 생산량이 줄고 유가가 떨어지면서 전통적인 부의 공급원이 맥을 못 추게 되자 VC 업계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자국 내 프로젝트를 더욱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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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VC 업계 자금줄로 부상한 PIF

PIF는 대규모 펀드 약정 또는 직접 투자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지난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의 비전 펀드(Vision Fund)에 최대 450억 달러(약 60조2,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가 하면 우버(Uber)를 비롯해 미국 증강현실 기업 매직리프(Magic Leap) 등에도 투자했다. 이 밖에도 여러 투자 프로젝트가 PIF VC 부문 자회사인 사나빌(Sanabil)을 통해 실현됐다. 이렇듯 VC 업계 내 PIF의 단단한 입지를 고려하면, 이 펀드가 글로벌 돈줄을 움켜쥐는 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다른 산유국들이 사우디의 전철을 밟을 경우 그 파장은 더 크다. 

실제 사우디뿐 아니라 중동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난 10년 새 자국 밖의 VC 거래 참여도가 부쩍 올랐다. 수입 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중동 지역 밖 투자 라운드의 4.6%에 중동 투자자의 이름이 올랐다. 10년 전인 2014년보다 2.9% 상승한 수치다. 이들 프로젝트들의 거래 가치에서 중동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2.6%로 지난 10년 새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펀드 약정 분야에서도 중동 투자자들의 무게감은 두드러진다. 아부다비 투자청(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과 그 연계 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 등 국부펀드들은 VC 업계의 주요 돈줄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 왔다.

이처럼 중동과 해외 VC들의 결합이 부쩍 증가한 건 그간 다소 어두웠던 업계 생태계 영향이 크다. 지난 2022년 서구권에서 기관 투자자 발 자본이 대폭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여기저기서 공모주 수익률이 바닥을 쳤는데, 사모 자산 비중이 컸던 출자자(LP)들이 부쩍 몸을 사리면서 VC 업계 돈줄이 말라붙자 중동발 자금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VC 펀드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조달한 자본금은 지난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금난이 이어지자 앤드리슨 호르위츠(Andreessen Horowitz)와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등 유명 VC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더 안정적인 돈줄을 찾아 중동으로 향했다. 

중동 자금 빠져나갈 시 전 세계 VC 업계 타격 불가피

중동으로 눈길을 돌린 건 비단 서구의 VC들만이 아니었다. 중국 투자자들 역시 미국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부쩍 중동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투자를 막아서면서 여러 미국 LP들이 중국 관련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고, 이에 아시아권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같은 지정학적 관계가 계속 불안정하게 이어지는 데다 VC 자금 흐름이 회복되지 않는 한 중동에서 내려주는 동앗줄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자본이 빠져나갈 경우 안 그래도 심각했던 VC 업계의 자금난엔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체 자본을 확보하려는 경쟁엔 한층 더 불이 붙을 것이고, LP들의 관심은 기존 기업들로 쏠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작은 규모 VC들이 확보할 수 있는 자본은 더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서구권과 아시아의 패밀리 오피스 및 자산가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VC로 향하고 있다. 중동 LP들의 비중이 줄어들더라도 어느 정도 VC 업계가 버틸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돈줄이 PIF 같은 ‘큰손’들이 빠진 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느냐는 것인데, 쉽진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스타트업들 역시 같은 종류의 어려움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 역시 열악한데, 어지간한 후기 단계 벤처 기업들만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부펀드들이 그간 후기 단계 또는 프리 IPO(Pre-IPO, 상장 전 지분 투자) 단계 기업들에 중요한 돈줄 역할을 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갑작스런 자금난으로 엑시트(투자금회수) 계획을 제때 실행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에겐 추가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선 경기 침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중동 자본에 접근하기 위해 현지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PIF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각국 펀드매니저들에게 사우디에 투자하는 대가로 기존보다 더 많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국가의 국부 펀드들도 현지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카타르 투자청은 올해 첫 재간접펀드를 출시하고 국제 및 지역 VC 펀드에 10억 달러(약 1조3,300억원)를 투자했다. 이 펀드의 주된 목표는 VC 펀드들을 카타르, 더 나아가 걸프 지역으로 끌어들여 현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걸프 지역 스타트업들은 서구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난관을 겪고 있다. 지난 2022년 정점을 찍었던 거래 건수와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이 지역에서 체결된 거래는 614건으로, 총 투자액은 37억 유로(약 5조4,900억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VC들의 자금이 들어온다면 지역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 및 전문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끌어올려 더 많은 기회를 낚아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역 투자 경험이 없는 VC들에는 상당한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성장하는 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PIF의 초점이 자국 국내 시장으로 향하더라도 중동의 우물이 쉽게 마르진 않겠지만 해외 VC들이 지역적 역학관계에 조금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양한 상황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레아 호지슨(Leah Hodgson) 피치북(PitchBook) 선임 리포터입니다. 영어 원문은 What happens if Middle Eastern VC money stops flowing? | PitchBook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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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경기 변동 증폭시키는 대중 담론의 위력

[딥테크] 경기 변동 증폭시키는 대중 담론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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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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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이야기와 감정이 경기 변동에 영향’ 확인
1995년 이후 미국 경기 변동 20%가 대중 담론 영향
특정 영역 국한된 이야기도 ‘지속성’, ‘전염성’ 결합 시 거대 담론으로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대중들에게 회자되는 전염성 있는 이야기와 감정이 경기 변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1995년 이후의 미국 경기 순환에 20% 정도의 영향을 끼쳤고 2000년대 초반을 휩쓴 경기 침체에는 32%의 영향을, 2008년 대공황에는 18%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 진보와 주택 시장에 대한 대중의 확신으로 일어났던 닷컴 버블(Dot-Com Bubble)과 주택 시장 버블(Housing Bubble) 등이 시장 붕괴에 대한 공포와 절망으로 무너진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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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대중 담론, 1995년 이후 미국 경기 변동에 20% 영향

정서나 분위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은 최근 경제학계와 미디어는 물론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도 호소력을 얻고 있다. 대중의 부정적인 정서가 경기 침체로 연결된다는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경기 신호를 읽기 위해 애쓰는 정책 입안자들로서 경제계에서도 중요성을 인정받는 이 개념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개념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대중의 집단 정서가 경제 호황과 불황을 추동한다’는 의미로 내세운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s) 개념과도 뿌리가 닿아있다. 최근에는 로버트 J. 실러(Robert J. Shiller)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교수가 대중 사이에 퍼져나가 경제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제적 담론’(economic narrative)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도 있지만 전통적인 경제학 모델로는 이러한 담론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들어 조엘 플린(Joel Flynn) 예일대학교 조교수와 카르틱 새스트리(Karthik Sastry)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 조교수가 대중 경제 담론이 미국 경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했는데 이러한 담론들이 1995년 이후 미국 경기 변동 요인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개별 담론들의 영향력은 생성된 시기와 여타 사건 및 담론과의 상호 작용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기업 스스로의 담론이 사업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

연구진은 기업들이 하는 이야기가 그들 자신의 사업 전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 상장사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에 제출하는 연간 실적 보고서(10-K filings)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포함된 텍스트 데이터를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프로그램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의사 소통상에 나타나는 긍정적·부정적 정서들을 계량화하는 한편, 기업들의 언어 중에 지속적으로 대중의 경제 전망과 행동에 영향을 미쳐온 요소들과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주제들을 찾아냈다.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미래 성장에 대한 낙관’이나 ‘인공 지능(AI) 발전에 대한 기대’,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기술의 도입’ 등 기업들이 사업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들을 수치화했는데 기업들의 담론 자체가 그들의 사업적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기업들은 그들의 생산성이나 실적 범위를 넘어 고용과 자본 투자를 늘리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 전망이 높은 주가나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않아 케인스가 얘기한 ‘동물적 본능’의 특징만을 나타낸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기업 스스로의 담론이 정확한 미래 전망과 수익성에 근거하지 않은 사업 확장과 축소를 조장한 셈이다.

경기 변동 발생하면 ‘전염성’ 있는 담론이 효과 증폭시켜

또한 회사들의 담론은 동종 기업 여부를 떠나 전체 기업들 사이에 전염성 있게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규모가 큰 회사들이 제시하는 담론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전염성이 실러 교수의 ‘부정적 전망이 실적 자료에 한 번 오르면 바이러스처럼 확산돼 다수의 의사 결정을 좌우한다’는 가설을 증명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연구진은 거시 경제 모델을 사용해 경제적 담론이 기업들 사이에 확산돼 미국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했는데, 담론이 가진 전염성이 이미 발생한 경기 변동을 더욱 증폭시키는 패턴으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인 경제 충격도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며 대중들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장기 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한때의 경기 변동이 자기 충족적인 담론들로 인해 장기간의 낙관론이나 비관론으로 발전하는 ‘담론 연장 효과’(narrative hysteresis)로 정의한다. 실제로 미국 경기 변동 주기를 살펴보면 경제 성과가 좋으면 낙관론이 급증해 성과를 더욱 끌어올리는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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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질 GDP(국내총생산)와 ‘낙관적 전망의 경기 변동 기여도’ 추이
주: 실질 GDP(점선), 낙관적 전망 기여도(실선), 95% 신뢰 구간(회색면)/출처=CEPR

연구 결과는 경제적 담론이 1995년 이후 미국 경기 변동에 20%, 2000년대 초 경기 침체에 32%, 2008년 금융 위기에 18%의 영향을 끼쳤다고 제시한다. 1990년대 닷컴 버블이나 200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이 불길처럼 일어났다 삽시간에 붕괴된 것도 대중의 낙관론과 비관론이 기름을 붓거나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더했다는 분석이다.

지속성과 전염성 확보해야 ‘경기 변동에 영향’ 수준으로 성장

연구진은 이러한 담론들이 입소문을 타는 데 필요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기업들은 그들의 의견을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stubbornness) 표명해야 하고, 그러한 담론들은 전염성(contagiousness)이 있어야 한다. 연구 결과로는 현재 미국 경기 변동에 대한 주요 담론은 입소문이 폭발할 수 있는 이론적 최소 경계(threshold)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담론들이 경기 변동을 지속시키는 ‘담론 연장 효과’(narrative hysteresis) 수준으로 가려면 극단적인 지속성이나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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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과 ‘전염성’이 경제 담론과 경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
주: 전염성(X축), 지속성(Y축), 주요 담론(X), 입소문 최소 경계(점선), 95% 신뢰구간(타원형 점선), 소규모 담론들(점), 자동화 및 AI 담론(Shiller: Automation and AI), 경기 긍정과 부정 담론(Shiller: Panic vs. Confidence), ‘광고’, ‘소매’, ‘브랜드 담론’(자연어 처리 프로그램)(LDA: Advertising, Retail, Brand), ‘’임원’, ‘보수’, ‘고용’ 담론(자연어 처리 프로그램)(LDA: Executive, Compensation, Employment), *밝은 영역일수록 경기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큼/출처=CEPR

하지만 모든 담론들이 경계를 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시적이고 일반적인 담론보다 구체적이고 특정 영역에 국한된 소규모 담론들이 높은 지속성 및 전염성과 결합될 경우 입소문의 영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멀리서 보면 평온한 성단 같은 미국 경제 담론들은 개별적으로는 극한의 변동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셈이다. 대중의 전반적인 경기 전망을 뜻하는 ‘바이브세션(vibecession)’은 움직임이 둔하지만,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두려움과 열망은 움직임이 빠른 것과 동일하다.

연구진은 결론으로 경기 변동 예측에 있어 기업들의 연간 실적 보고서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포함된 이야기들은 경기 예측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머신러닝 알고리즘(machine-learning algorithm)과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정보들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 주체들의 의사 결정에 작용하는 숨은 논리도 더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모든 담론들의 영향력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각 담론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대중에 파급력을 발휘하는 패턴을 분석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정책 결정자들의 담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원문의 저자는 조엘 플린(Joel Flynn)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조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The macroeconomics of narrative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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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CJ올리브영' 공정위 제소 검토, 막 오른 “성수동 뷰티대첩"

무신사 'CJ올리브영' 공정위 제소 검토, 막 오른 “성수동 뷰티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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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올리브영이 “브랜드사 입점 저지” 업무 방해 의혹 제기
'뷰티 사업 강화' 무신사, 업계 1위 올리브영과 대결 본격화
뺏느냐 뺏기느냐 ‘성수대첩’, 올리브영 vs 무신사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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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신사

패션·뷰티 플랫폼 무신사가 뷰티 매장을 운영하는 CJ 올리브영의 업무 방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사가 맞붙는 모습이다. 올리브영이 거래하는 화장품 브랜드사의 무신사 입점을 저지했다는 주장이다. 무신사는 뷰티 사업을 온·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면서 올리브영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로, K뷰티 주도권을 놓고 무신사와 올리브영의 신경전이 심화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입점 업체에 “무신사 뷰티행사 참석 말라” 종용 의혹

6일 뷰티·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리브영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신사 측은 올리브영이 자사가 주최하는 오프라인 뷰티 행사에 참여하려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철회하도록 압력을 넣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참여 업체가 두 자릿수 퍼센트(%) 이상 줄며 업무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은 "사실 관계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와 오프라인 뷰티 플랫폼 1위 올리브영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는 2021년 '무신사 뷰티'를 론칭한 이후 메종 마르지엘라 퍼퓸, 헤라 등 고감도 럭셔리 브랜드부터 자빈드서울, 오브제, 유쏘풀 등 국내 신진 브랜드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뷰티 브랜드(PB) '오드타입(ODDTYPE)'을 출시하는 등 뷰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무신사 뷰티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90% 늘어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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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리브영

'K뷰티 중심지' 성수동 주도권 놓고 신경전 심화

뷰티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와 올리브영의 경쟁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급증한 성수동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성수동은 '팝업의 성지'라는 별칭과 함께 무신사의 본진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무신사는 2022년 성수동으로 본사를 옮긴 이후 무신사스튜디오와 무신사테라스, 자체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 복합문화공간 무신사스퀘어, 29CM의 오프라인 매장 TTRS까지 '무신사 타운'을 형성,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뷰티 사업의 확대를 위해 성수동 무신사 스퀘어 중 하나를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올리브영의 경우 현재 성수역 인근에만 매장 5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11월에는 성수동 '팩토리얼 성수'에 초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는 등 'K뷰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무신사와 올리브영은 지난달 진행된 성수동 역명 병기 사업권 입찰에서도 치열하게 맞붙였다. 결과는 올리브영의 승리였다. 올리브영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역명 병기 사업권을 10억원에 낙찰받았다. 올리브영이 낙찰을 위해 써낸 10억원은 성수동을 향한 회사의 의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입찰 직전까지 최고 낙찰가로 알려진 2·3호선 을지로3가역(신한카드)의 8억7,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역대 최고가를 쓴 강남역(11억1,100만원)과 근접한 수준이며, 2억2,200만원에 낙찰된 여의나루역과 비교하면 4.5배에 달한다. 당시 무신사도 서울교통공사 감정 평가 금액인 3억원 안팎의 금액을 입찰했으나 CJ올리브영이 3배 이상 높은 금액을 입찰하면서 사업권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영의 과감한 베팅은 시장 가능성 때문이다.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올리브영 입장에서 성수는 해외 인지도 제고를 위해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성수가 외국 관광객들에게 K컬처의 성지로 떠오른 만큼 인기 역시 수치로 드러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성수역의 외국인 지하철 승하차 인원은 2019년 10월 대비 무려 35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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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신사

상대사 텃밭 집중 공략, 치열 경쟁 예고

무신사와 올리브영의 갈등은 현재 유통업계에서도 최대 화두로 거론된다. 무신사 뷰티가 초반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더라도 이번 대형 팝업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추후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리브영과의 갈등이 예고전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무신사는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하반기 뷰티 사업에 더욱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달 4세대 K팝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앰버서더로 선정한 데 이어 이달 6~9일 오프라인 뷰티 팝업 스토어 중 최대 규모인 ‘무신사 뷰티 페스타 인(IN) 성수’를 개최한다. 그동안 소규모 오프라인 팝업은 진행했지만 이번 뷰티 페스타는 40여 개 로컬숍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이렇듯 오프라인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온 올리브영 텃밭에 무신사가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올리브영도 빠른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확장을 통해 무신사의 주력인 온라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오늘드림을 이용하면 올리브영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으로 당일 주문한 상품을 1시간 이내 받아볼 수 있다. 이에 힘입어 올리브영 온라인몰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이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신사와 올리브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고유의 영역이 있지만, 최근 무신사가 뷰티를 강화하며 공통분모가 커졌다"며 "K뷰티 주도권을 놓고 당분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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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발표, 배터리 인증제 10월 조기 시행 결정

정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발표, 배터리 인증제 10월 조기 시행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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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전기차 화재 사고에 국민 불안 가중, '전기차 포비아' 신조어 확산하기도
안전 대책 내놓은 정부, 2025년 2월로 예정돼 있던 배터리 인증제는 조기 시행 방침
중고 전기차 가격 급락, 벤츠 EQE 350+ 모델은 신차 가격 대비 44%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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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자 정부가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내년 2월 시행 예정이던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오는 10월로 앞당겨 시범 형태로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에 정부서 안전 대책 마련

관계 부처는 6일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기차 업체는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 기술 등 주요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현재는 배터리 용량과 정격 전압, 최고 출력 등이 공개되고 있는데, 셀 제조사와 형태, 주요 원료까지를 공개 항목에 추가한 것이다.

전기차 정기 검사 시 배터리 검사 항목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현재는 고전압 절연을 검사하는데 △셀 전압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 여부 역시 검사한단 방침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는 물론 민간 검사소까지 배터리 진단기 등 검사 인프라를 확충시키고, 배터리 이력 관리제는 내년 2월부터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사업자 책임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제조물 책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선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고 해당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충전 사업자에 대해선 화재 발생 시 실효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무과실 책임 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국내외 주요 제작사가 시행 중인 차량 무상 점검을 매년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도 개선해 화재 위험성을 사전 감지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제작사의 경우 BMS 안전 기능이 없는 구형 전기차에 무료 설치를 추진하고, 이미 안전 기능이 설치된 차량은 무상으로 성능을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BMS의 배터리 위험도 표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1단계 주의(정비 필요) △2단계 경고(제작자 긴급 출동) △3단계 위험(소방 출동) 등으로 위험도를 구분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런 정보 제공에 동의한 자동차 소유주에 한해 내년 상반기부터 '3단계 위험' 단계에 해당하는 경우 자동으로 소방 당국에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배터리 인증제 조기 시행

전기차 제작 시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도록 하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의 경우 올해 10월로 앞당겨 시행한다. 이전까지는 제조사가 출고 전 자체적으로 배터리 안전성 시험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배터리 인증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가 내년 2월부터 정부의 안전 인증을 받아야만 전기차 출고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문제는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단 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라는 신조어가 확산할 정도다. 이에 정부는 사전 인증제를 시범적으로라도 일찍 시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를 앞당겨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소방 장비 확충 등 화재 대응 능력 강화 △전기차 화재 신고·대응 매뉴얼 정비 △중장기적 전기차 화재 예방·대응 방안 마련 △충전 시설 안전성 제고 △지하 주차장 안전 관리 강화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 의무화 등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이 중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 의무화의 경우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6년까지 1년 미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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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전기차 가격은 이미 내림세

정부의 안전관리 대책 발표에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배터리 인증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서다.

다만 중고차 업계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대책 마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사이 중고 전기차 가격이 이미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고차 플랫폼 운영사 첫차에 따르면 인천 화재 사고로 안전성 논란을 직격타로 맞은 벤츠 EQE 350+ 모델(2023년식 기준)의 중고 시세는 현재 5,000~6,000만원대로 형성됐다. 이는 전달 대비 3.4%, 신차 출고 당시 가격 대비로는 무려 44% 급락한 수준이다. 2021년식 벤츠 EQA 250 모델 시세 역시 전달 대비 2.7%, 신차 가격 대비 31% 하락했다.

중고 전기차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은 편인 테슬라 모델3의 시세도 2021년식 롱레인지 기준으로 전달 대비 6.0%, 신차 대비 40% 각각 내렸다. 기아 쏘울 EV의 시세는 전달과 비교해 4.3% 올랐지만 신차 가격보단 6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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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온상’ 텔레그램 CEO "플랫폼 사용자 범죄로 대표 기소는 부당” 항변

‘범죄의 온상’ 텔레그램 CEO "플랫폼 사용자 범죄로 대표 기소는 부당”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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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두로프 CEO, 프랑스서 체포 이후 첫 공식 입장
“이용자 범죄로 CEO 기소는 잘못된 접근" 주장
범죄 온상 오명 '텔레그램', 자유 가치 뒤에 숨어 범죄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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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사진=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Pavel Durov)가 항변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 사법당국이 CEO 개인을 체포하는 대신, 텔레그램 서비스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프랑스 당국에 체포된 이후 두로프가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3자 범죄로 플랫폼 CEO 기소는 잘못" 프랑스 사법당국 질타

5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두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만약 어떤 국가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서비스 자체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스마트폰이 존재하기도 전에 제정된 법률에 근거해 제3자인 플랫폼 이용자가 저지른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플랫폼 운영자를 기소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이용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부인함과 동시에, 설령 플랫폼이 범죄행위로 인해 문제가 됐다 하더라도 운영자 개인이 아닌 텔레그램 법인을 기소했어야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두로프는 프랑스 당국뿐 아니라 텔레그램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묘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텔레그램이 무법 천국(anarchic paradise)이라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매일 수백만 개의 유해 게시물과 채널을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떠한 혁신가도 이러한 도구의 잠재적 남용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새로운 도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텔레그램의 성장통으로 인해 범죄자들이 플랫폼을 악용하기 쉬워진 만큼 이 부분을 크게 개선하는 것을 개인적인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악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변경 사항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에 의해 체포된 이후 두로프가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로프는 프랑스 당국이 핫라인이나 텔레그램 유럽연합(EU) 담당자를 통해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었으면서도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 놀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두로프, 보석금 500만 유로 조건으로 석방

앞서 프랑스 검찰은 지난달 28일 두로프를 예비 기소했다. 프랑스에서 예비 기소란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리는 처분으로 예비 기소된 피의자는 혐의를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한 수사판사의 조사 뒤 본기소 여부를 판단 받는다. 본기소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0년 징역과 50만 유로(약 7억4,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두로프는 보석금 500만 유로(약 74억원)를 내는 조건으로 석방됐지만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일주일에 두 번씩 경찰서에 방문하라는 명령까지 내려지면서 꼼짝 없이 프랑스에 발목이 묶인 상태다.

현재 프랑스 사법 당국이 제기하는 두로프의 혐의는 미성년자 성범죄와 마약 밀매 사기 등 범죄 조직의 불법 거래와 관련한 책임이다.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를 두로프가 묵인·방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밖에 자금 세탁 및 범죄자들에게 암호화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체포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두로프가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와 관련한 프랑스 수사 당국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한 혐의다. 앞서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자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두로프는 지난달 24일 저녁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 전용기를 타고 내리다가 프랑스 수사 당국에 잡혔다. 두로프는 자신이 수배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제르바이잔에서 파리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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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수사 요청에 비협조, 성착취·마약 거래 등 범죄 온상

두로프의 예비 기소를 두고 일각에서는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에 대해 CEO도 형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사실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파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몇몇 유명인사들은 즉각 규탄에 나섰다.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두로프와 터커 칼슨(Tucker Carlson) 전 폭스뉴스 앵커가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함께 ‘#파벨에게자유를(FreePavel)’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는가 하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 세계적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두로프 역시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옹호론자다. 그는 지난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단속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프랑스 사법 당국의 지적대로 텔레그램이 온갖 범죄의 통로가 됐다는 점이다. 구소련 태생인 두로프는 2006년 러시아에서 프콘탁테(VK)라는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해 인기를 끌었으나 러시아 당국의 가입자 정보 제공 요구에 직면했고, 이를 거부한 두로프는 2013년 독일로 망명, 이후 친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철저한 암호화·익명화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 텔레그램은 순식간에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비밀대화 메시지에는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는데, 수신자와 발신자 외에는 대화 내용을 알 수 없고 메신저 업체의 서버에도 내용이 남지 않는다. 비밀 대화 기능으로 대화 내용이 일정 시간 후에는 사라지게 할 수 있으며, 수신자의 디바이스에 남겨진 발신자 메시지도 삭제할 수 있다. 이 같은 철통 보안은 정부 검열이 심각한 일부 국가에선 주요 뉴스 플랫폼으로서 언론 자유의 보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를 통해 텔레그램은 이용자 수 10억 명에 달하는 세계 4위 메신저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보안성을 악용한 범죄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하는 모습으로 비판을 사고 있다. 텔레그램 안에서 테러 모의나 마약 거래가 이뤄진 사례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으며, 2020년 ‘N번방 사건’과 올해 '서울대 N번방' 가해자들이 성착취물을 거래한 플랫폼도 텔레그램이었다.

그럼에도 텔레그램은 각국 수사기관의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 자체 검열에도 소홀했다. 실제 N번방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7개월 동안 7차례에 걸쳐 텔레그램에 수사협조 메일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다. 결국 트위터·페이스북·가상화폐 거래소 등 다른 플랫폼에서 파악한 물증으로 조주빈 등 가해자를 붙잡았다. 각종 범죄가 판치면서 '범죄 소굴'이라는 악명까지 썼지만, '중립적 플랫폼'으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각국 수사당국의 협조 요청을 무시해 온 것이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보장과 범죄 악용 우려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검열받지 않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인공지능(AI) 딥페이크가 쉽게 제작되고 성착취물의 무분별한 유포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상황속에서도 자유의 가치를 이유로 묵인하는 것은 '범죄 공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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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수장들 F4 회의 개최, 가계부채 관리책 중심 잡나

경제·금융 수장들 F4 회의 개최, 가계부채 관리책 중심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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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혼란 키우는 대출 규제, DSR 2단계 시행 지연에 가계대출 폭증
F4 회의서 가계대출 관리 의지 재천명, 시장 혼란 불식 기대감↑
독단적인 행보 보인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권 중심으로 볼멘소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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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기획재정부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경제·금융수장들이 이른바 F4(거시경제금융회의) 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는 메시지를 냈다. 중심 없는 대출 정책에 시장이 혼돈에 빠진 만큼 관련 부처들이 공동대응에 나서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가계대출 급증에 한 데 모인 경제·금융 수장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F4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직후 김 위원장을 브리핑 자리에서 "다시 한번 긴장감을 가지고 가계대출에 대한 고삐를 잡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택시장이 계속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준비해 두고 있는 추가적인 관리 수단들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추가 관리 수단에 대해선 "모든 옵션을 다 올려놓되 기본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기조를 확대하고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DSR과 관련된 정부의 추가 규제로는 현재 은행권 40%, 비은행권 50%인 DSR 한도를 축소하거나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 실행을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됐다.

중심 없는 대출 규제, 오히려 시장 혼란 키웠다

이번에 경제·금융 수장들이 F4 회의를 개최한 건 최근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7,000억원가량 줄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4월 5조원이 넘게 늘더니 5월에도 6조원이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자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대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가 누적되자 금융 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도입했다. DSR 산정 시 가산금리 0.75%를 적용하겠단 게 골자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 폭이 빠른 만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가산금리를 1.2%로 상향 적용했다. 금융 당국의 조치에 은행권도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만들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출 만기를 축소해 한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유주택자에겐 주담대 공급을 제한하는 등 사실상 전 정부 시절 수준의 대출 규제를 내놨다.

문제는 금융권의 대책 마련이 중심 없이 이뤄지다 보니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 펼쳐졌단 점이다. 특히 금융위는 스트레스 DSR 총부채원리금 2단계 규제 시행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미루면서 부동산 시장의 수요 심리만 자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실제 8월 한 달 동안 가계대출은 무려 9조3,000억원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선 이번 F4 회의를 계기로 차후 혼란이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수장들이 의견을 한데 모아 정책의 중심을 잡으면 시장 혼란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시선에서다. F4 회의가 중대한 고비를 넘기는 데 역할을 도맡은 사례가 적지 않단 점도 기대를 키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 신청 과정에서 F4 회의를 통한 대책 논의가 수시로 이뤄졌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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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과 '엇박자' 낸 이복현, 일각서 우려 목소리 나오기도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F4 회의 구성원인 이 원장이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권과 거듭 '엇박자'를 내 온 바 있어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시화되던 지난달 2일, 이 원장은 금감원 임원 회의를 통해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첫 메시지를 냈다. 이에 금감원은 다음날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은행권에선 '금리 인상 릴레이'가 벌어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7~8월 사이에 금리를 인상한 횟수만 총 22차례에 달한다. 은행이 대출 수요를 누를 수 있는 첫 번째 카드가 금리라서다. 결국 은행권 입장에선 당국의 기조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

그러나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금리 인상은 정부가 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었고, 같은 달 27일 금감원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다시 메시지를 냈다. 이후 은행권에선 '대출 축소 릴레이'가 시작됐다. 주담대를 포함해 전세대출, 신용대출 한도와 대상을 축소했고, 일부 은행은 "무주택자만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초강수 조치를 꺼내기도 했다. 약 일주일 사이에 5대 은행이 발표한 대출 축소 대책만 총 30여 개에 달한다.

그런데 이 원장은 여기서 다시 한번 은행권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기계적·일률적 대책으로 실수요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은행권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은행권 대책이 과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당국과의 공감대가 없었다"며 단단히 선을 그었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금융권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방향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반복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F4 회의가 이 원장의 독단적인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속속 나온다. 물론 의전 서열상 이 원장은 다른 구성원보다 아래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총리급이고,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위원장은 장관급 의전을 받는다. 반면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 부속 조직인 만큼 금감원장은 차관급 의전을 받는다. F4 구성원이 금감원장을 위해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지만, 이 원장은 입장이 다소 다르다. 경력상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이후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바 있어 향후 금융위원회로 거취를 옮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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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커머스 정산 기한' 최소 10일로 가닥, 중소·영세 플랫폼 고사 우려

공정위 '이커머스 정산 기한' 최소 10일로 가닥, 중소·영세 플랫폼 고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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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2의 티메프 사태 예방 위한 법·규제 정비
정산 기한 10~20일 단축하는 '유통업법' 개정 추진
금감원은 카드사 통해 PG사 등 관리하는 방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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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커머스 플랫폼이 소비자 상품 구매 후 최소 10일 이내에 입점 업체에 대금을 정산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유력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를 두고 이커머스 업계의 반응이 엇갈렸다. 티메프 사태로 무너진 입점 업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이 있는 반면, 과도하고 획일적인 규제로 중소·영세 플랫폼의 유동성 확보에 제한이 발생해 결국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유통업법 사각지대에 있는 이커머스 규제 강화

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메프와 같은 오픈마켓 플랫폼이 상품 구매 확정일로부터 10~20일 이내에 입점 업체에 물품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정산 기간을 악용해 입점 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불법적으로 유용하거나 빼돌릴 가능성을 차단해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는 추후 업계의 의견 등을 종합해 구체적인 정산 기한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연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또는 매장 면적 3,000㎡ 이상 대형마트의 경우 특약 매입과 위탁 판매의 정산 기한은 40일, 직매입은 60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은 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해당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티메프도 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규제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입점 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돌려막으며 사태를 키웠다.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도 대금 정산 기간을 유동성 확보에 활용한 점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에 정부는 이커머스의 정산 기한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7일에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커머스 업체의 대금 정산 기한을 대형마트와 같은 40일 이내로 강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 대상을 이커머스까지 확대하는 차원이다. 이와 함께 이커머스 업체와 판매 대금 정산을 중개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가 대금의 일정 비율을 별도 계좌에 예치하거나 신탁, 보증 보험 가입 등을 통해 관리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정산 기간을 단축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중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 단축을 담은 법안 대부분이 정산 기한을 15일 이내로 짧게 제시했다. 발의한 의원의 소속 정당에 따라 구분해 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산 기한을 5~10일로 설정해 7~30일로 제시한 더불어민주당보다 짧았다. 이들은 당정협의회 등에서도 정산 주기를 대폭 단축할 것을 요구했고 정부도 이를 수용해 정산 기한을 당초 검토하던 40일에서 10일로 강화했다.

과도하고 획일적 규제로 초대형 플랫폼 쏠림 우려 제기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산 기간 단축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소 이커머스 업체 등은 정산 기한 단축이 독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과도한 정산 기한 단축은 다양한 정산 방식을 제공하기 어렵게 만들어 정산·송금 비용에 대한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여기에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개발·운용하는 비용도 늘어나 중소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소 이커머스 업체는 초기 성장 단계에서 투자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커머스의 사업 모델(BM)은 탄탄한 재무구조보다는 시장 선점과 고객 확보가 성공의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이 수년간 어마어마한 적자에도 물류 시스템, 가격 할인, 로켓배송에 공을 들이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쿠팡, 오아시스마켓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는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상대적으로 긴 정산 주기를 활용해 대금과 회사 운영비를 조달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10~20일의 정산 기한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이번 티메프 사태의 본질적 문제는 '정산 주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팽배한 상황이다. 전자금융법 제42조와 전자금융감독규정 제62조에 따라 전자상거래업체는 관련 업무와 실적을 정기적으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사실상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적용 대상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현재로썬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연간 중개 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대형 이커머스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네이버, 쿠팡, 카카오 등과 달리 규모가 크지 않은 오픈마켓 플랫폼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셀러들이 입점을 꺼리면서 '대기업 플랫폼 쏠림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소·영세 플랫폼은 입점 업체를 확보하지 못해 고사하고 대형 플랫폼만 남는 독과점의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란 주장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플랫폼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높다.

반면 일각에서는 티메프 사태 등으로 이미 이커머스 업계의 대금 돌려막기와 파산에 대한 불안이 만연한 상태에서 관련 법·제도가 정비된다면 입점 업체나 소비자의 우려와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입점 업체의 입장에서는 이커머스 업체와의 거래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는 데다 판매 대금의 정산 주기도 짧아져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해질 것이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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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회사의 비금융 회사 관리 체계/출처=금융감독원

핀테크·이커머스 리스크에 금융사 통해 간접 규제 추진

한편 정부는 PG사의 판매 대금 관리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핀테크·이커머스 등에서 비금융 회사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기자, 금융 회사를 통해 PG사 등 비금융 회사의 운영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처럼 지급결제 구조로 인해 야기되는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감독 대상인 금융 회사를 통해 최소한의 관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내재한 위험 요인을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운영위험 관리강화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은행·보험·카드·정보기술(IT) 등 업권별 운영위험 관리강화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최근 비금융 회사의 금융업 진출 확대로 PG사 결제 리스크 등 비정형적 운영위험이 금융 회사에 직접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업권별로 금융 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금융 시장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관리 의무를 부여해 비금융사를 간접규제 하겠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올해 내 TF 등 논의를 거쳐 PG사 등 비금융 회사에 대해 금융 회사에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간접관리 방식의 운영위험 규제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카드사가 온라인 결제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카드사가 온라인 결제시장에서 결제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 거래할 수 있도록 현행 카드사가 PG사의 계약체결 시 심사 및 선정 기준, PG사의 하위가맹점 적정성 확인 여부 등에 대한 현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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