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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잘 쓰느냐” AI 기술 경쟁, 성능 넘어 실용화에 방점

“누가 더 잘 쓰느냐” AI 기술 경쟁, 성능 넘어 실용화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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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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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포화에 ‘AI 실용주의’ 대두
웹 데이터 한계 직면하며 전환 가속
실질 수익화 모델 확보 여부 관건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성능 중심에서 실용적 활용, 즉 에이전트 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더 이상 대형 모델의 기술력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반복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수익 모델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실용적 응용처 발굴로 업계 초점 이동

28일 일본 경제 신문 닛케이 아시아는 아서 라이(Arthur Lai) 맥쿼리 기술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의 인공지능(AI) 경쟁이 모델 성능 우위 다툼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AI 에이전트 개발 경쟁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AI의 다음 전쟁터는 애플리케이션(앱)”이라고 보도했다. 오픈AI의 GPT-4o, 딥시크 R1과 같은 추론 모델 등장으로 AI가 더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게 되고, 에이전트 개발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개입 없이 작업을 대행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비서’ 시스템이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AI 개발사들은 거대한 파라미터 수나 연산 능력, 자연어 처리 성능 등을 기준으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GPT(오픈AI), PaLM(구글), Ernie(바이두) 등 모델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와 같은 초거대 모델이 실생활이나 일상적 업무에 어떻게 적용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실용적 응용이 새로운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2023년부터는 ‘AI 실용주의’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기존 챗봇 기능을 넘어 업무 보조와 자동화된 실행력,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등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형 AI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다. 이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 및 수익 구조와도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된다.

이러한 변화는 빅테크들의 중장기 전략에도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성능 우위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화 가능성이 입증된 구조를 갖춘 실용형 서비스들이 중심 전략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구글은 삼성과 공동 개발한 AI 안경을 포함해 제미니 AI 비서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에 통합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생태계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밝혔다.

중국 대형 빅테크들도 앞다퉈 AI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 텐센트는 기업이 코딩에서 데이터 분석까지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했고, 알리바바는 올인원 AI 비서 ‘쿼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틱톡의 운영사 바이트댄스 또한 ‘시드-씽킹-v1.5’ 모델을 선보이며 “ 딥시크 R1을 능가하는 성능”이라고 자신했다.

데이터 고갈에 개발 속도 둔화 우려↑

초거대 AI를 훈련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고갈되고 있다는 점도 실용주의 노선으로의 변화를 앞당겼다. 기술 개발 초기에는 웹상에 쌓인 무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점차 그 데이터가 고갈되면서 모델 성능 개선이 ‘무작정 데이터를 더 집어넣는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미 공공 데이터나 논문, 블로그, 코드 저장소 등에서 가져올 수 있는 유의미한 콘텐츠는 거의 수집이 완료된 상태다.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는 합성데이터 등이 거론됐다.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생성한 정보를 의미하는 합성데이터는 사람이 직접 생산한 데이터와 달리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생성 모델을 통해 만들어져 훨씬 다양한 학습 자료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기존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콘텐츠의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이를 재가공하는 데이터의 신뢰도 또한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뚜렷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데이터가 고갈된 상황에서 대형 모델을 더 이상 키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회의론이 등장했다. 일찌감치 기술 고도화를 이룬 초거대 AI들이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제는 성능 자체보다는 그 성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 경쟁의 구도가 ‘스펙 경쟁’에서 ‘활용도 경쟁’으로 옮겨가게 된 배경이다.

사업모델 없는 기술, AI 산업의 가장 큰 숙제

문제는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이를 통해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AI 모델 개발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를 구체적인 서비스나 제품으로 연결해 지속 가능한 수익원을 확보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특히 GPT나 클로드(앤스로픽),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는 이미지 생성과 번역, 문서 요약 등 유용한 기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결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AI 기술 발전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낮게 달린 열매(쉽게 얻을 수 있는 수익)는 모두 수확됐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AI가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더 극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경쟁 구도가 안정된 현재 상황에서 AI 개발 속도가 다시 급격히 빨라지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피차이 CEO의 전망은 시장 견해와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발표한 ‘너무 많은 투자, 너무 적은 수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AI 기술에 대한 투자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1조 달러(약 1,40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관련 기업 대다수가 아직 이렇다할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본격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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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美 조선업 부흥’ 드라이브, 실현까진 과제 산적

트럼프의 ‘美 조선업 부흥’ 드라이브, 실현까진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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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건조, 韓서 일주일 美선 1년 반
美선박 건조비용 아시아의 5배 수준
인력난 심화, 숙련근로자 확보도 난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해양 굴기’를 꺾기 위해 자국 조선업 부활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 조선업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선업 부활을 위해선 신규 주문을 받아야 하지만, 미 조선업은 오랜 기간 쇠퇴해 건조 능력이 떨어져 있어서다. 미국이 1920년 자국 조선업 보호를 위해 제정한 ‘존스법’이 외려 고비용·저효율 구조 고착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탓이다.

트럼프, 미 조선업 부활 지원 행정명령 서명

28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은 조선 분야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조선업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선박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하고 특정 상업용 선박에 대해서는 미국 내 건조를 의무화했다.

미 의회도 조선업 보조금 지원을 포함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118대 의회 종료 직전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이었던 마이클 왈츠(Michael Waltz)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도로 처음 발의됐던 이 법안은 119대 의회에서도 양당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다시 발의돼 사실상 이견 없는 초당적 조선 부흥 정책이라는 평가다.

법안의 핵심은 10년 안에 미국 국적의 국제 상선 250척을 새롭게 건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안은 백악관 내 해양안보보좌관 신설, 해운 인프라 투자, 조선소 투자 세액공제, 선원 및 해운 인력 양성 지원, 미국산 선박 사용 의무화 등 조선업과 해운업 전반에 걸친 정부 개입과 지원을 제도화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조선 산업 기반이 사실상 붕괴된 미국은 이번 법안을 통해 민간 조선 역량을 적극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日, 양국 공동기금 설립 제안

미국 조선업 부활에 불을 당긴 건 중국 조선업의 급격한 성장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10년이 채 되지 않은 2009년 한국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USTR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5% 미만이었던 중국의 조선 시장 점유율은 2023년 50%까지 높아졌고, 해상컨테이너(95%)·복합운송용 섀시(86%)·항만크레인(70%) 등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조선 업계의 패권을 잡게 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미국이 칼을 빼 든 것이다.

특히 조선업은 해군력 등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안보 문제로 수렴하는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중국에 버금가는 조선업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 국적 선박이 국제 해운에 투입된 수는 80척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5,500척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격차가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적 자립성에도 심각한 위험 요인이라고 보고 조선 산업의 ‘전면적 재건’을 명문화했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움직임에 일본 정부도 지원하고 나섰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최근 미국 측에 양국 공동기금(펀드) 설립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에는 공동기금 외에도 미국 내 선박 수리 시설 확충,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암모니아 연료 선박 및 쇄빙선 공동 개발 등이 들어 있다.

이 같은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동시에,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한때 조선 강국으로 불렸지만 현재 세계 선박 건조 점유율은 0.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미국은 일본의 첨단 조선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기술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부흥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미국 조선업협의회

고비용·저효율·인력난, 삼중고에 빠진 美 조선업

그러나 미국 내 조선업 부활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먼저 조선업을 자력으로 재건하기에는 이미 인프라가 심각하게 낙후됐다. 1980년 미국 조선업을 보호했던 ‘건조보조금’이 폐지된 이후 조선업 연구개발(R&D)은 물론 인력까지 사실상 전멸했다. 미국 교통부(USDOT)에 따르면, 한때 414개에 달했던 미국 조선소는 현재 21개로 줄어들었고, 연간 선박 생산량도 5척 내외에 불과하다. 자금을 투자해 조선업을 재건하려 해도 기반조차 없는 불모지가 된 셈이다.

많은 조선 업체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미 해군 연구·개발·획득 담당 차관보 대행 브렛 사이들(Brett Seidle)은 지난 3월 의회 청문회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조선소 직원들이 첫해에 많은 퇴사를 겪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 필리조선소도 내년에 견습직원을 올해의 두 배인 240명으로 늘리는 등 인력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 경쟁이 치열해 미국이 끼어들 틈도 거의 없다는 점도 비관론에 무게를 더한다. 현재 미국을 오가는 화물 운송 선박 대부분은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건조된다. 특히 중국의 선박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선박 중개업체 BRS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중국 조선소는 전 세계 인도량의 절반에 달하는 6,765척을 인도한 반면 미국은 37척에 불과했다. 가격 경쟁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1척당 컨테이너선 가격은 3억3,000만 달러(약 4,560억원)로, 아시아에서 건조되는 선박 가격 7,000만 달러(약 967억원)의 5배에 이른다.

군사력으로도 미국은 열세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은 약 234척의 해군 함정을 보유했다. 미국은 219척을 보유 중으로 미·중 해상 전력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태다. CSIS는 “중국 해군 군함은 오는 2030년까지 425척으로 늘어나 미국(260척 예상)을 크게 앞지르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조선소보다 훨씬 빠르게 선박을 교체하고, 수리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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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일상, 채용은 소멸” AI가 조직을 바꾼다

“해고는 일상, 채용은 소멸” AI가 조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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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메타 등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실무형 AI 에이전트 대체 움직임 활발
‘신입 실종’ 역피라미드형 조직 늘어

인공지능(AI)이 일상화하면서 IT 업계 채용 시장에도 거대한 변화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은 수천 명의 개발직을 감원한 데 이어 신입 채용마저 중단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조직 내 직무 재설계와 채용 전략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력 구조 형성을 앞당기고 있다. 국내 기업들 또한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개발팀 축소와 외주화를 가속하는 모습이다.

‘예고된 충격’ 실전으로 다가와

2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SignalFire)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15개 주요 빅테크 기업의 대학 졸업 예정자 채용은 전년 대비 25%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스타트업의 신입 채용 또한 약 11% 감소했다. 반면 경력 2~5년 차 인재 채용은 빅테크와 스타트업에서 각각 27%, 14%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그널파이어는 AI 기술 고도화가 이러한 채용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챗GTP 개발사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의 사례를 들었다. 앤스로픽은 지난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코드 위드 클로드(Code with Claude)’에서 신형 모델 ‘오푸스4(Opus 4)를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사용자의 지시 없이도 7시간 연속 코딩과 기획, 데이터 분석 등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6개월 내 전체 코드의 90%를 AI가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 전망은 각종 통계에서 속속 현실로 확인된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의하면 최근 2년간 컴퓨터 개발자 고용은 27.5% 줄었고, 관련 채용 공고는 35% 감소했다. 세계경제포럼(WEF) 또한 지난달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2025’ 보고서에서 “전체 고용주의 40%가 AI로 자동화 가능한 직무에서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헤더 도셰이 시그널파이어 인사 파트너는 “AI가 당신의 자리를 직접 빼앗지는 않지만, AI를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유사한 흐름이 관측된다. 다수의 스타트업과 중견 IT 기업들은 개발 부서를 축소하거나, 그 기능을 외부 플랫폼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 개발팀이 사라지는 표면적 현상에서 나아가 AI를 주력 생산수단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 이상 “코딩을 배워야 취업이 된다”는 조언은 유효하지 않다는 게 취업 시장의 중론이다.

채용 기준 된 ‘AI 활용 숙련도’

이런 변화는 조직의 인재 육성 패턴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개발 직군에서 신입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진입 지점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1~2년 차 초급 개발자보다 AI 툴을 잘 다루는 숙련자 또는 크로스 기능형 팀 플레이어를 더 선호하는 상황이다. 채용 공고는 경력직을 위주로 채워졌고, 그마저도 특정 기술 스택을 완전히 내재화한 인재만이 일자리를 얻는다. 입사 후 실무 교육을 통해 성장한다는 개념 또한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심지어 최근에는 AI 시장을 이끄는 주요 빅테크들도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인력 대체를 가속했다. 대화형 AI 코파일럿(Copilot) 운영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13일 자회사와 해외 지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6,000여 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2023년 약 1만 명을 내보낸 이후 최대 규모의 감원이다. 이번 구조조정을 두고 MS는 “모든 직급과 부문, 지역을 아우르는 것”이라며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조직 재편”이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SNS) 그룹에서 AI로 활동 영역을 넓힌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5%(약 3,600명)를 해고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가상현실 사업부에서 수백 명을 해고했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올해 초 “성과 관리 기준을 높이고, 저성과자들을 더 빨리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일자리 또한 조직 구조 재편에서 안전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부 개발직 해체는 이미 시작됐다

IT 산업 현장에서는 지금까지의 AI 논의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당장 채용을 축소 또는 중단하는 문제를 넘어 조직과 채용이라는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흐름이 현실화하고 있단 진단이다. 개발 영역은 코덱스(오픈AI)가, 테스트는 알파이볼브(구글)가, 연구는 디스커버리(MS)가, 나머지는 외주화하는 등 방식이다. 이에 따라 조직은 점점 ‘사람이 필요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채용시장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과거에는 기업의 인력 수요가 경기 사이클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일부 직무의 소멸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실무 경험 없는 초급 기획자와 데이터 입력 직무, 단순 테스트 담당자 같은 직군은 AI와 자동화 솔루션의 등장 이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기업은 더 이상 이들 업무를 맡길 사람을 찾지 않으며, 인재 풀 또한 제 기능을 잃었다.

문제는 신입 채용 시장의 붕괴가 향후 사회 전반의 인력 수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업무를 대체할 AI를 활용한다 해도 5~10년 후 해당 분야의 숙련자 풀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장기 전략이 없다면, 미래의 조직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단기적인 효율과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전략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력 공백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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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방기관에 "하버드대와 계약 취소해라" 지시

트럼프, 연방기관에 "하버드대와 계약 취소해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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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에 재차 재정 압박 가한 트럼프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 가로막기도
유학생 배척 행보, 美에 오히려 독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학교를 향해 재차 칼을 빼 들었다. 최근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훼방을 놓은 데 이어, 연방기관에 하버드대와의 계약을 해지하라고 지시하며 재정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하버드대, 1억 달러 규모 계약 잃는다

2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일반조달청(GSA)은 이날 각 연방기관에 하버드대와 체결한 계약을 확인하고, 계약 해지 또는 전환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다음 달 6일까지 보고하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하버드대와 맺은 계약을 모두 취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NBC뉴스와 AP통신에 의하면 연방기관과 하버드대가 체결한 계약은 보건·안보·교육 분야에 걸쳐 약 30건에 달하며, 계약금 총액은 대략 1억 달러(약 1,400억원) 수준이다. 이 계약들이 모두 해지될 경우 하버드대는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27억 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 연방 지원금 지원을 취소하고, 하버드대의 세금 면제 지위 박탈을 국세청에 요청한 바 있다.

연방조달청은 이번 계약 해지·전환 명령이 시민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버드대가 대법원의 ‘인종기반 입학 금지’ 판결을 위반하고 있으며, 유대인 학생에 대한 괴롭힘 문제에 관해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학생 유치 두고도 갈등 벌여

이처럼 미국 정부가 하버드대를 압박하는 배경에는 정부와 대학의 이념 갈등이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를 비롯해 '아이비리그'로 구분되는 명문대가 반(反)이스라엘 정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 대학 프로그램 전반에 녹아 있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등을 전면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버드대는 이러한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하버드의 반발이 지속될수록 정부의 제재 수위 역시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22일 하버드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해당 인증이 없는 대학교는 외국인 학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하버드대는 법원에 효력 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미 메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은 “정부의 조치가 실행되면 하버드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행정 조치 시행을 유예했다.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유치를 막는 전략이 실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름과 출신국 정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25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하버드 학생의 3분의 1이 외국인이고 그중에는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 출신도 있다”며 “우리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만, (하버드대는) 명단 제출을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26일에는 “3억 달러(약 4,100억원)의 연방 보조금을 직업 학교에 전환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하버드대에 배정된 지원금을 회수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美 소프트파워 위축 우려

문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미국의 소프트파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24~2025학년도 기준 국제 오피스 통계에 따르면,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전체 학생 중 27.2%(6,793명)에 달한다. 하버드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유학생 출신 국가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유학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인이며, 이어 캐나다, 인도, 한국, 영국 순이다.

이들 외국인 유학생은 미국 시장의 한 축을 지탱할 핵심 인재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학생들이 미 전역의 대학에 진학한다”며 "이들 외국인 유학생은 미국 경제와 과학기술 혁신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판타 아우 국제교육자협회(NAFSA) 전무이사는 “이들 유학생은 졸업 후에도 기업가 정신이 강해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국으로 돌아간 학생들은 고국과 미국을 잇는 가장 강력한 가교 역할을 한다”고 WP에 말했다.

유학생이 창출하는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NAFSA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미국 전체 유학생(110만 명)은 수업료와 숙박비, 교통비 등 부대 비용을 포함해 미 경제에 약 438억 달러(약 60조원)를 기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하버드대 유학생의 기여 금액은 약 3억8,400만 달러(약 5,24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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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디플레 수출, 내수 침체와 관세 장벽 피해 동남아로 확산

중국발 디플레 수출, 내수 침체와 관세 장벽 피해 동남아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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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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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관세 규제에도 수출 오히려 늘어
동남아로 디플레 수출 늘리며 저가 공세
현지 산업 구조조정에 반덤핑 관세 대응

중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둔화의 돌파구로 '디플레이션 수출'에 나서면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시장이 가격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자 중국은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출 시장 다변화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디플레이션 수출이 확산하면서 수입국의 산업 구조조정과 반덤핑 조치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中 저가 공세에 브라질 철강산업 위기

29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수입품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이는 3월 증가율 12%에 비해서도 크게 높아진 수치다. 대중국 관세를 145%로 높였던 미국향 수출이 21%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ASEAN향 수출이 급증했다. 동남아시아 역내에서도 중국과의 무역이 활발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 대한 수출이 20~30%씩 증가했다. 3월 감소세를 보였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의 수출도 4월에는 각각 15%씩 늘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가격을 낮춰 수출 물량을 늘리는 디플레이션 수출 전략을 동남아에 집중적으로 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이에 따른 파급 효과도 뚜렷하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섬유·제화 업계의 공장 폐쇄와 인력 감축이 이어지는 등 산업 전체가 흔들릴 위기다. 말레이시아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덤핑 방지법을 도입한 데 이어, 이달 7일부터 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디플레이션 수출의 여파는 동남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2위의 철강 수출국 브라질도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브라질 철강 제품 수출 규모는 27억 달러(약 3조7,300억원)로 2023년 19억 달러와 비교해 42.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브라질 철강 생산은 6.5% 감소했고 브라질 최대 철강회사 게르다우는 경영난으로 상파울루 공장 직원 700명을 해고했다. 브라질 정부가 지난해 10월 중국산 철강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美 대신 日·EU 등으로 '수출 다변화'

이런 상황 속 지난달 중국의 수출은 예상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대중국 관세 규제가 본격화한 가운데서도 호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한 3,156억9,000만 달러(약 436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액은 같은 기간 0.2% 감소한 2,195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증가율은 로이터통신(1.9%), 블룸버그통신(2.0%) 등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고 수입액 감소 폭은 로이터 예상치(-5.9%)보다 작았다.

수출입을 합친 무역 총액은 5,352억 달러(약 739조6,0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4.6% 늘어났다. 무역수지는 961억8,000만 달러(약 133조원) 흑자를 냈다. 시장 예상치(890억 달러)를 70억 달러가량 상회한 규모다. 다만 3월 1,026억 달러 흑자보다는 감소했다. 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발동 영향과 전년 동기 대비로 낮은 기저효과가 없어지면서 대미 수출이 줄어든 게 전체 수출 증가율을 둔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수출 품목별로는 자동차가 4% 증대했고 농산물, 비료, 섬유, 미가공 알루미늄 등도 수출 증가 품목으로 집계됐다. 반면 장난감과 스마트폰, 컴퓨터 관련 제품은 전년 동월을 하회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발동 영향과 전년 동기 대비 낮은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대미 수출이 21% 급감했다. 미국과 달리 일본(7.8%), 대만(15.5%), EU(8.3%), 아세안(20.8%) 등 다른 교역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

中 부동산 시장 붕괴로 소비 위축 장기화

중국이 디플레이션 수출에 나선 배경으로는 내수 침체 장기화가 꼽힌다. 특히 소비 부진과 부동산 시장 위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은 2021년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이후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얼어붙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중국의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은 각각 18개월,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부동산 개발 업체의 높은 부채와 금융리스크, 미분양 주택 재고 등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

중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가계는 긴축 모드에 돌입했다. 빚을 갚고 예금을 하며 소비를 줄이는, 이른바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지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가계의 버티기 태세에 지난해 중국 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대출을 완화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통하지 않았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5.6%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통 큰 통화정책에도 오히려 씀씀이가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둔화로 인한 소비 부진은 결국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20개월 연속 1.0% 미만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세도 둔화하며 24개월 연속 디플레이션 위험이 이어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의 ‘일본화(Japanication)’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일본화란 한 국가의 경제가 충격 요법 없이는 저성장·저물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거나 그런 국면으로 빠져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촉발한 중국의 장기 침체가 세계 경제에 적신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부동산 영역 조정 장기화가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해로울 수 있다"며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경기 둔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중국이 상품 수출로 문제를 풀려고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헐값 공세에 중국과 유사한 수출 구조를 가진 국가의 산업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무역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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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소셜믹스 유연한 적용 검토, 재건축 갈등 속에 원칙론 흔들리나?

서울시, 소셜믹스 유연한 적용 검토, 재건축 갈등 속에 원칙론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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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잇단 반발·갈등 야기하는 '소셜믹스'
소셜믹스 위반에 현금 기부채납하는 사례도
별도 제재 조항 없어 사실상 소셜믹스 회피

서울시가 추진해 온 소셜믹스 정책이 재건축 현장에서 잇따른 갈등을 야기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도 적용의 유연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분양과 임대주택을 단지 내에 혼합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기존 정책이 일부 재건축 조합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자, 원칙론에만 기대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소셜믹스'로 실거주 수요자와 조합원 갈등 야기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소셜믹스의 본질적 철학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임대주택 수를 늘릴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제도 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소셜믹스는 단지 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고루 섞어 입주민 간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말한다. 임대주택을 모든 동에 균등 배치하는 큰 원칙은 유지하되, 조합 반발 등으로 인해 한강 인접 동에 임대주택을 넣지 못할 경우에는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거나 추가 기부채납을 허용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조합·임대 구분 없는 추첨 동호수 배치, 임대주택에도 한강 조망권 확보 등과 같은 소셜믹스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 공작아파트 등에서는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과 함께 실거주 수요자와 조합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일부 단지에서 소셜믹스 관련한 갈등이 반복되고 이 과정에서 인해 사업 자체가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서울시가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동시에 정책을 유연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사진=현대건설

대치 재건축 사업에 감정가 3.5배 현금 기부채납

최근에는 실제로 서울시가 소셜믹스 대신 추가 기부채납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지난 21일 서울시는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대치동 964번지 일대 '대치동 구마을3지구 재건축 정비사업 정비계획 변경안'을 원안 가결했다. 아파트명은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현대건설)'로 최고 16층 높이 총 282가구로 조성되며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37가구다. 대상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3호선 대치역 사이에 위치해 대치동 유명 학원가와도 인접해 있다.

앞서 재건축 조합은 동호수 추첨에서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조합원과 임대주택 대상자에 대한 추첨을 함께 진행한 뒤 나중에 일반분양 공고를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합은 이 원칙을 어기고 임대·분양주택 각각 분리해 추첨을 진행한 것이다. 서울시는 일반분양이 끝난 뒤에야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했고, 정비계획 변경 심의에서 별도 추첨을 조건부로 수용하는 대신 2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부과했다. 이는 토지 감정평가 금액(1㎡당 3,880만원)의 3.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울시는 벌칙 조항이 없어 제도적 제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한 수준의 페널티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오히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단지는 용적률 인센티브도 거의 회수되지 않았고, 허용 용적률이 기존 184.33%에서 183.85%로 소폭 줄었을 뿐 정비계획 용적률(202.63%)과 예정 법적상한용적률(249.95%)은 변동이 없었다. 이처럼 현금 기부채납을 통해 소셜믹스를 사실상 회피한 첫 사례가 등장하면서, 서울시가 2021년부터 추진해 온 ‘임대-분양 완전혼합’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락가락 정책에 '신통기획 1호'도 논란

소셜믹스 논란은 서울시의 대표 재개발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1호 사업지에서도 불거졌다. 오 시장이 2년 전 직접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을 선언했던 관악구 신림1구역이 예상치 못한 내부 충돌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신림1구역은 22만3,000㎡ 규모로 낡은 저층 주택 2,886가구가 밀집한 지역이다. 2008년부터 재개발이 논의됐지만, 무허가 건축물 등으로 인해 사업은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그러나 2021년 신통기획 도입이 전환점이 됐다. 신통기획 도입 이후 서울시와 조합이 공동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업은 빠르게 속도를 냈다. 실제 신림1구역은 신통기획에 참여한 지 7개월 만에 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당시 확정된 계획안에는 최고 29층, 총 4,10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건립과 함께 임대상가와 소형 임대주택 646가구를 별동으로 배치하고, 삼각형 형태의 랜드마크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그러나 이후 건축 심의 과정에서 서울시 건축위원회가 "임대주택을 별도로 두는 방식은 소셜믹스 원칙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었다. 조합은 임대주택을 일반분양과 혼합 배치하도록 재설계를 요구받았고, 랜드마크 동의 건축계획도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 제출해야 하는 조건이 추가됐다. 이에 당시 조합은 "서울시가 직접 마련한 계획안을 내부 부서가 번복한 것"이라며 "설계 공모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행정 일관성이 없다"고 반발했고, 서울시는 "임대주택 거주민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려는 공공적 가치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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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 “카스트 포함 인구조사 실시”, 독립 이후 ‘처음’

인도 정부 “카스트 포함 인구조사 실시”, 독립 이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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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계급별 인구 조사 착수
복지 정책 정밀도 제고 조치
교육 양극화, 미래 성장 좀먹어
인도 바라나시의 길거리 모습/사진=게티이미지

인도가 차기 인구 조사 과정에서 신분제인 ‘카스트’ 구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영국에서 독립 후 80여 년 만에 공식적으로 계급별 인구 구성을 파악하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복지 정책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계급 문제를 새삼 부각시켜 갈등을 야기할 것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1931년 이후 처음으로 전 국민 카스트 세부사항 조사

29일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상세한 카스트 인구조사를 시작한다. 아시위니 바이시나우 인도 정부 대변인은 “내각 정무위원회가 인구 조사에 카스트 항목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정부가 사회 전체의 가치와 이익을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카스트 정보가 인도 공식 인구조사에 포함된 것은 영국 식민통치 시기였던 1931년이 마지막이다. 1947년 독립 이후 인도 정부는 행정적 부담과 사회 불안 등을 이유로 카스트 조사를 미뤄왔다. 지난 2011년 별도 카스트 조사가 있었지만 신뢰도가 낮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가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독립 이후 처음으로 인도 카스트 구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정부는 1947년 공식적으로 카스트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수백 개로 분류된 신분이 유지되고 있다. 약 3,000년 전 시작된 카스트 제도는 11억 명의 인도 힌두교도를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노동자) 4계급으로 나눈다. 이들보다 아래인 불가촉천민 계층은 공식 분류조차 되지 않는다. 불가촉천민에 대한 폭력·살인은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을 정도다.

인도 소득 불평등 추이. 빨간선: 국민소득 상위 10%, 파란선: 하위 50%/출처=세계불평등연구소(WIL)

학생 2.6억 명 상당수 기초학력 미달

인도 정부가 카스트 인구 조사에 나선 건 인도의 빈부격차가 경제 성장을 좀먹고 있어서다. 인도는 상위 10%가 전체 부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세계은행(WB)은 “인도의 경제 성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고용 창출과 소득 분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도의 경제 성장 모델이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빈부 격차에 따른 ‘질 나쁜 교육’은 성장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인도는 인구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할 만큼 젊고 붐비는 나라다. 2023년 기준 총 학생 수는 2억6,523만 명, 각급 학교는 149만 개교에 이른다. 그러나 인도 전체 어린이의 4분의 3에 이르는 농촌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간 교육 현황 보고서(ASER·2022)에 따르면 기초학습 능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수학의 경우 5학년(10세) 아동 26%만이 기본적인 나눗셈을 할 수 있었다. 8학년 읽기 시험에서는 2학년 수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아동이 70%도 되지 않았다.

또한 인도는 고등교육 진학률이 상당히 낮다. WB에 따르면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州)의 초등학교 등록률은 95%인 반면 고등학교 등록률은 57.6%에 불과하다. 이에 인도 정부가 교육의 양적 확장을 꾀하면서 최근 10년간 학교 시설 수준과 상급 학교 진학률을 꾸준히 높였지만, 성적 추이는 제자리걸음이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 격차도 벌어졌거나 비슷하게 유지됐다. 2학년 수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8학년생이 사립학교에서는 80%였으나 공립학교에서는 66%에 불과했다. 2017년 공립학교에 대한 교육당국 불시 조사에서는 교사 4분의 1가량이 결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부-교육 격차 갈수록 심각

전문가들은 학력 저하의 주요 원인을 인도 특유의 엘리트 교육에서 찾는다. 영국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이후 인도 정부는 빠르게 근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소수 명문대, 소수 엘리트를 키우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췄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도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CPR) 야미니 아이야르 센터장은 인도 교육이 “줄 세우기 식”이라며 “맨 앞 두 줄만 가르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엘리트 교육의 최전선에는 델리인도공대(IIT Delhi)가 있다. 1951년 설립된 IIT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수많은 인도계 엔지니어를 배출했다. IIT 입시 경쟁도 치열해 학부모들이 비싼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는 일도 벌어진다.

반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나 등록금이 저렴한 사립학교에서의 기초교육은 교육당국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라지 쿠마르는 “카스트 제도의 잔재로 극심한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스트별 수치를 공개할 경우,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차별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미 인도는 독립과 함께 헌법을 개정하며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했다. 그러나 다른 계급 간 결혼이 금기시되는 등 여전히 인도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적폐로 지적돼 왔다. 여당 인도인민당(BJP) 역시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그간 카스트 조사를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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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자동화 나선 중국, ‘기술굴기 2막’ 올랐다

제조업 자동화 나선 중국, ‘기술굴기 2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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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내재화+산업 구조 고도화 방점
제조업 대전환 이끈 美 IRA 성과 뚜렷
추격자 벗어난 중국, 어엿한 경쟁자로

중국이 제조업의 전자동화 전략을 통해 기술굴기 두 번째 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중국제조 2025’가 상당 부분 현실화한 가운데, 후속 단계로는 자동화 기반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는 생산 효율화를 뛰어넘어 자국 기술 생태계를 내수로 연결해 수출 의존을 줄이고, 대외 압박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술굴기 실전판 돌입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 발표 후 만 10년이 된 ‘중국제조(中國制造) 2025’의 후속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고려해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할 가능성을 낮지만, 향후 10년간 전개될 새 경제 전략 역시 반도체와 신에너지 소재 등 첨단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란 전언이다.

2015년 5월 발표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전방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발표 당시만 해도 중국이 미국 등 주요국을 위협할 첨단 분야 제조업 강국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주된 시각이었지만, 중국은 적어도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을 배출했다.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비야디(BYD), 세계 시장 내 8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드론 기업 다좡이노베이션스(DJI)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차기 청사진 역시 중국제조 2025의 뼈대를 계승할 전망이다.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지탱하는 제조업이 국가 안보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는 게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9일 허난성 뤄양에 있는 뤄양베어링그룹 공장을 방문해 “우리는 제조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자립과 자강의 원칙으로 핵심기술을 완벽히 터득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갈수록 강도를 높이는 미국의 기술 규제에 맞설 대응책으로는 ‘IT 제조업 업그레이드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가데이터관리국이 27일 발표한 해당 계획은 오는 2027년까지 IT 제조업체의 85% 이상이 주요 프로세스에서 컴퓨터 수치 제어(CNC)를 사용하도록 하고, 최소 100개의 전문 서비스 제공업체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NC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기계 가공을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제조업 자동화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공학, 고성능 컴퓨팅 칩 등 전략적 부문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전략적 요충지와 같은 이들 분야에서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고정밀 지능형 제조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게 중국 당국의 구상이다. 나아가 스마트 센싱을 비롯한 신기술의 융합을 촉진하고, 웨어러블 기기와 서비스 로봇의 배치도 적극 장려할 방침이다.

중국판 IRA, 국가 차원 보조+수요 창출

전 세계 제조업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상징적 사례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꼽을 수 있다. IRA의 핵심은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기업의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기술 개발과 고용을 동시에 유도하는 구조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기업들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중장기 전략을 수정해야 했고, 실제로 다수의 기업이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면서 기술과 생산, 일자리가 맞물린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됐다. 지금까지 이 모델은 사실상 미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중국이 내놓은 제조업 자동화 플랜 또한 미국의 IRA와 유사한 구조다. 단기적으로는 산업 고도화,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기술 기업과 제조업체 간 수요·공급을 인위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자동화 설비나 AI 제조 플랫폼 등 기업들에 대규모 정부 발주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조기 창출함으로써 기술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한다. 이는 정부의 전략적 개입을 통한 ‘내수 시장화’ 전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산업 보호를 넘어 ‘산업 증폭’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제조업 현장에 기술 수요를 만들고, 이 기술이 다시 다른 제조 현장에 적용되는 순환 구조를 통해 일종의 기술 내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란 설명이다. 이는 전통적인 수출 중심 모델에서 탈피해 기술력 확보와 경제 안정성 모두를 동시에 꾀하려는 시도로, 외부의 수요 충격이나 제재 등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중국판 IRA 전략은 향후 글로벌 산업 정책에서도 일종의 기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미국이 IRA로 패권을 공고히 한 것처럼 중국도 자국 내 완결형 구조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새로운 포지션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처럼 정책 일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시장에서는 중앙 집중형 시스템 아래 꾸준한 시장 기회를 보장하는 중국식 산업 육성 모델이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등 핵심 분야 中 기술 속도 가속

중국의 기술 굴기 2라운드를 더 이상 ‘후발 주자의 분투’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이제 선두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추격자이자, 일부 분야에선 이미 동등한 경쟁자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는 오랜 시간 한국의 수출 효자 종목으로 기능해 온 반도체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가 출자한 창신메모리(CXMT)는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 제품 개발 성공을 알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정면 겨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산 수율과 안정성, 전력 효율 등의 측면에서 중국이 뒤처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정부 차원의 보조금은 이 격차를 메울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기술 따라잡기’를 넘어 특정 분야에 자원을 몰아넣는 전략적 집중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협은 매우 실질적이라는 게 업계의 일관된 평가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생산 거점 이동, R&D 방향 조정 등 각종 변수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산업 생태계와 정책, 시장 연계 전략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회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의 기술 굴기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 내수기반 확대, 정부의 선제적 투자 유도까지 전방위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하며 “한국이 기술 선도국의 자리를 지키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계산법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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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에 밀렸다" 테슬라, 4월 유럽 현지 판매량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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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장서 맥 못 추는 테슬라
"오너 리스크에 발목 잡히고, BYD에 치이고"
EU, 보조금 앞세워 中 전기차 견제 나선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유럽 내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오너 리스크, 중국 비야디(BYD)의 약진 등 악재가 누적되며 테슬라의 현지 시장 내 입지가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테슬라의 핵심 경쟁사로 부상한 BYD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 삼아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U 전기차 시장, 테슬라 외면

27일(현지시간)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4월 유럽연합(EU),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에서 차량 7,261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한 수준으로, 지난 3월 인기 차종인 모델Y의 신형 모델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위축된 것이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테슬라가 유럽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총 6만1,3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다.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부진을 겪는 원인으로는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가 꼽힌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정치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연방 정부 지출 삭감을 주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정부효율부(DOGE) 책임자로 임명됐다. 아울러 독일 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의 집회에 동영상으로 출연하고, 온라인상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등 해외 정치에 개입하기도 했다.

이에 곳곳에서는 머스크 CEO의 행보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포르투갈 등에 있는 수십 곳의 테슬라 대리점에서 시위가 벌어질 정도였다. 시위 도중 전시장과 충전소 등이 파손된 사례도 있었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탔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반(反)머스크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이버트럭을 쓰레기로 뒤덮거나, 스케이트보드 경사로로 활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회자되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정치적 갈등에 휘말린 테슬라 차량의 구매를 꺼리고 있다. 지난달 야후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미국 성인 1,6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7%가 향후 테슬라 차량을 소유하거나 리스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37%가 ‘일론 머스크가 전부 또는 일부 원인’이라고 답했다.

中 BYD의 급성장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급성장 역시 테슬라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시장조사기관 제이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에 의하면, 지난달 유럽에서는 총 7,231대의 BYD 순수 전기차(BEV)가 등록됐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의 판매량을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전기차 시장 후발 주자였던 BYD가 어느새 테슬라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BYD가 유럽 시장에서 급성장한 것은 강력한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BYD는 유럽 시장에 돌핀 서프, 아토 3, 씰 U, 한, 시걸 등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모델을 다수 출시하며 현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BYD의 대표 모델인 돌핀 서프는 유럽 기준 2만2,990유로(약 3,570만원)에 출시됐다. 이는 르노 조에(3만3,000유로), 폭스바겐 ID.3(3만9,000유로) 등 경쟁 모델 대비 월등히 저렴한 수준이다.

BYD의 중형 SUV 아토 3의 유럽 현지 판매가는 3만7,990유로(약 5,900만원)로, 동급 모델인 테슬라 모델 Y(4만4,890유로)보다 약 1,000유로(약 155만원) 이상 싸다. BYD 프리미엄 세단 ‘한’ 역시 유사 고객층을 노리고 출시된 테슬라 모델 S(9만4,990유로) 대비 대폭 저렴한 7만800유로(약 1억99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BYD 초소형 전기차 시걸은 유럽에서 약 9,540유로(약 1,500만원)에 출시됐다. 이는 기존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로 알려져 있던 다치아 스프링(2만800유로)보다 50% 이상 낮은 가격이다.

"中 저가 공세 막아라" EU의 자구책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호령하는 가운데, EU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통해 이들 기업을 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테레사 리베라 EU 청정·공정·경쟁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범유럽 보조금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유럽 자동차 산업을 지원할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개별국이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 정책을 통합하고, 이를 범유럽 차원에서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EU가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한 것은 EU 역내 국가들이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권 주요국들은 전기차 관련 지원을 확대해 중국을 견제하기는커녕, 하나둘 보조금 지급 규모를 줄여가는 추세다. 영국은 2023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고, 프랑스는 올해부터 보조금을 7,000유로(약 1,100만원)에서 4,000유로(약 650만원)로 축소한다. 네덜란드는 올해부터 보유세 감면 혜택을, 덴마크는 내년부터 등록세 감면 혜택을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향후 관건은 EU가 범유럽 인센티브 프로그램 설계 과정에서 '적정선'을 지킬 수 있을지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무조건 유럽산 자동차에만 혜택을 주면 미국, 중국 등이 반발할 위험이 크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국제 사회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보조금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영리한' 지원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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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 닫히기 전, 지금이 막차” 은행 대출전쟁 개시

“한도 닫히기 전, 지금이 막차” 은행 대출전쟁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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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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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스트레스 DSR 앞두고
대출 유치전 나선 주요은행들
"한도 줄기 전에 받자" 막차 수요 급증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앞두고 주요 은행이 대출 영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한도를 각각 2~3배로 늘리는가 하면 금리 인하 혜택을 폭넓게 적용하기도 한다. 이에 실수요자들 사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할 마지막 기회라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물량이 소진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 대출 영업 박차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의 대출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번 한도 조정에 따라 비규제지역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고객이라면 15억원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거의 꽉 채워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NH농협은행은 27일 공무원 전용 상품인 NH공무원대출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했다. 이 상품은 3개월 이상 근무한 공무원이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로 금리는 연 3.46~4.76% 수준이다. 은행 측은 “비대면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 한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를 통해 주담대 고객을 잡으려는 은행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5년 주기형 주담대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08%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적용하고 있다. 5대 은행 외 다른 주요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내리거나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실수요자 경쟁도 과열

주요 은행이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건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DSR 영향으로 해석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일반 차주의 주담대 한도를 수천만원이나 줄이는 효과가 있다. 자신의 대출 한도를 끝까지 채워서 주택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7월 이후엔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의미다. 또 3단계 DSR 실행 후 풍선효과를 우려한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각각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 한도를 선제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7월 이후 대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에 시중은행 대출 창구도 붐비는 모양새다. 농협은행은 6월에 실행할 모집인대출의 접수를 오는 29일부터 중단한다고 전했다. 근래 들어 농협은행 금리가 타행보다 경쟁력 있게 책정되자 6월분 접수가 한 달 먼저 종료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달 먼저 소진되는 건 이례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3조1,936억원 증가했다. 지난 3월 증가폭이 2조3,198억원을 기록하며 잠시 꺾이는 듯했으나 4·5월 연속 3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 5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592조6,236억원인데 현재 속도라면 수개월 내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한동안 감소세였던 신용대출 잔액도 증가세로 반전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3월까지 매달 줄어들었는데 4월 8,868억원에 이어 이달 9,631억원이나 불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상황도 마찬가지다. 비대면으로 대출을 접수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대출 개시와 거의 동시에 신청이 마감되고 있다.

집값 반등에 대한 착시, “신중해야”

부동산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값은 26일 조사 기준, 0.32% 올라 전주(0.23%)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하락세를 이어오던 강북 지역도 노원구와 도봉구가 보합세로 전환되는 등 규제 시행 전 수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8월 이후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유지되거나 반등할 수 있으나, 이는 구조적 상승세가 아닌 일시적 수요 집중에 의한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대출을 감행했다가는 상환 부담에 짓눌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금리 인하에 기대를 걸고 대출을 서둘렀다가 만약 하반기 이후 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이자 부담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급격한 대출 증가에 긴장감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진행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투기 열풍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며 “또 금리가 인하하더라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지속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상반기 내 공격적인 대출 경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적 부담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대출 급증이 곧 집값 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에서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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