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 되면 유럽으로" EU 공략 가속화하는 中 전기차, 규제 장벽에도 현지 생산 늘리며 '맹공'
"美 안 되면 유럽으로" EU 공략 가속화하는 中 전기차, 규제 장벽에도 현지 생산 늘리며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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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IAA 초안 발표하며 中 전기차 대상 규제 강화 中 업체 유럽 생산 기반 확대, 제재 장벽 뚫고 질주 채비 규제 쌓이며 사실상 봉쇄된 美 시장, 유럽 '대안'으로 낙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나섰다. 현지 전기차 시장 내에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가운데, 역내 생산·고용 요건 등을 앞세워 진입 장벽을 대폭 높이는 모양새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중국 전기차 업계가 유럽 생산 거점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EU의 中 전기차 밀어내기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EU는 중국산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제도 손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국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대거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Dataforce) 자료를 보면 중국 브랜드의 유럽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 7.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올해 들어서는 10%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는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IAA)’ 초안이 꼽힌다. IAA 초안의 핵심은 자동차·철강·시멘트·알루미늄·배터리 등 전략 산업의 공공 조달 및 국가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EU산 부품 비중·저탄소 기준 충족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소차가 공공 조달이나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을 EU 내에서 조립해야 하며,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최소 70%를 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이에 더해 배터리 핵심 부품 중 최소 3개 품목의 EU 내 생산도 요구된다.
외국인 투자 규제 조항도 초안에 포함됐다. 전략 산업에서 단일 역외 국가가 글로벌 생산 능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해당 국가 기업의 1억 유로(약 1,750억원) 이상 투자를 사전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식이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기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심사 대상이 된 투자 기업은 전체 노동자의 최소 50%를 EU 시민으로 채워야 하며, △유럽 공급망 편입 △기술 이전 △현지 연구개발(R&D) 기여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지 생산 역량 강화 흐름
다만 시장은 IAA만으로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유럽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며 규제 장벽을 정면에서 돌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 3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둥펑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다국적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유럽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둥펑의 미래차 기술을 제공받는 대신 프랑스 렌 공장을 내주고 유럽 유통망을 개방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는 앞서 지난 2023년 중국 전기차 업체 리프모터와도 합작 법인을 설립했으며, 현재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리프모터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B10’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중국 제일자동차그룹(FAW) 산하 고급차 브랜드 훙치도 리프모터와 해당 공장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비야디(BYD)·샤오펑 등은 지난해 가동이 중단된 폭스바겐의 독일 드레스덴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 기업인 체리자동차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전 닛산 조립 공장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업체인 에브로와 합작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2029년까지 해당 시설에서 연간 2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에서 열린 자사 브랜드 오모다와 재쿠의 출시 행사에서 "신규 공장에 대규모로 투자하기보다 기존 생산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한다"며 "수개월 내에 새로운 파트너십 소식을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다수의 유럽 자동차 제조사와 비밀리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공언하며, 프랑스를 잠재적인 생산 후보지 중 하나로 꼽았다.

美, 중국산 전기차 유입 적극 차단
이처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핵심 시장인 미국 진입이 사실상 제한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꾸준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 왔다. 시발점은 지난 2018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자동차에 부과된 25% 추가 관세였다. 이후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며 견제 기조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 IRA는 북미 내에서 최종적으로 조립되고,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심 배터리 공급망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120만원)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5월에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구체적인 적용 대상은 18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 부품, 핵심 광물, 반도체, 태양광 셀 등에 부과되는 관세도 함께 상향 조정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과 소프트웨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규제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카메라·GPS·블루투스·셀룰러 통신 기능 등을 통해 미국인의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방안은 지난해 1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을 통해 커넥티드 차량 최종 규칙(Connected Vehicles Final Rule)으로 발전했고, 같은 해 3월부터 본격 발효됐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미국 내부의 반감은 최근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디트로이트 경제 클럽 연설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한다면 훌륭한 일"이라며 유화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으나, 정계 및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한 상황이다. 미 민주당 엘리사 슬롯킨 상원의원은 최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나쁜 거래를 하지 말라"며 "중국 브랜드 차량이 미국 딜러망에 들어오도록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현지 완성차, 딜러, 부품업계 단체들은 지난 3월 중국의 자동차 산업 지배 시도가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및 국가 안보, 자동차 산업 기반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의견을 자국 행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 입장에서 미국은 사실상 정치·안보 리스크가 팽배한 시장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조건부로 시장 접근을 허용하는 EU는 글로벌 입지 확장을 위한 매력적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