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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시장도 외면한 조각투자, 혁신 아닌 실험이었나

정부도 시장도 외면한 조각투자, 혁신 아닌 실험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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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조각투자 수요 기반 취약
‘현금화 어려운 자산’ 인식 고착화
당국, 시장 진흥보다 통제에 방점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이 반복된 청약 미달과 제도적 한계 속에 사실상 멈춰 선 모습이다. 주요 플랫폼들이 야심 차게 추진한 공모들이 일제히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가운데, 정부의 토큰증권(STO) 제도화도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반투자자 투자 한도 제한, 부재한 세제 혜택, 낮은 유동성 등 구조적 문제들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며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 또한 무너지는 양상이다.

투자사들 의욕에도 시장 반응 냉담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에서 진행된 미술품 조각투자 공모는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청약 미달 사태를 겪었다. 열매컴퍼니가 들고나온 ‘호박’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제작한 동명의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열매컴퍼니 4-1호 투자계약증권은 총 7,400주 모집에서 3,328주의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여기에 공동사업 운영자 등에게 우선 배정되는 지분이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청약률은 50% 아래로 떨어진다.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예스24의 자회사 아티피오도 첫 공모에서 실패를 맛봤다. 아티피오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2021년 작 아이패드 드로잉 작품 ‘30th May 2021, From the Studio’를 기초자산으로 지난 2월 1호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진행했다. 발행 총액 7억8,000만원 중 90%인 7억200만원(7만200주)이 그 대상이었으며, 결과는 39.34%의 청약률에 그쳤다. 이 같은 청약 미달로 아티피오는 전체 물량의 64.59%를 떠안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억380만원(5만380주)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청약이 부진한 데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투자자 입장에서 미술품은 본질적으로 수익 실현이 어려운 자산에 속한다. 증권처럼 가격 변동이 빠르게 반영되지 않을뿐더러, 실물 자산이라는 점에서 유동성 또한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투자금 회수 시점이 명확하지 않고, 작품 가치 산정에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실제 작품을 볼 수 없는 환경에서 소유권의 일부만 확보하는 투자 모델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게 투자자들의 평가다.

제도 미비와 규제가 발목

제도적 기반의 부재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또한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조각투자의 핵심 구조인 토큰증권(STO) 제도는 여전히 뚜렷한 로드맵조차 없는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수년째 STO 활성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 전략이나 인프라 구축은 미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법적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며, 투자자들 역시 안심하고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현행 규제 환경 또한 조각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지를 꺾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조각투자 상품의 일반청약자 1인당 청약 한도는 3,000만원으로 이를 초과하는 수량의 증권은 배정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보다는 전문 투자자 위주의 접근이 주를 이룬다. 투자 위험에 대한 보호 장치로 도입된 제한이 도리어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들이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디지털화하더라도 이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각투자 상품의 핵심은 결국 거래 가능성과 환금성인데, 지금과 같이 2차 거래소나 유동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나올 수는 없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때 신산업 주목받았던 조각투자 모델이 제도화되지 못한 채 방치되면서 투자자 보호와 사업자 지원, 시장 성장 모두 놓치게 된 배경이다.

증권사도 버거운 시장, 뚫지 못한 제도 장벽

일부 증권사가 새로운 수익 모델로 조각투자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일례로 지난해 3월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 블록체인 기반 개발사 블록체인글로벌 등이 출범한 ‘프로젝트 펄스’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프로젝트 펄스는 조각투자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대상으로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시범 사업을 운영하면서 STO 발행과 유통 인프라,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 교보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 운영사인 루센트블록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하나증권은 프린트베이커리와 루센트블록, 피나클, 오아시스 비즈니스 등과 조각투자 서비스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아트 플랫폼 ‘아투’ 운영사 아비투스 어소시에이트,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와 협약을 맺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STO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거래 수수료 수익 등 토큰증권의 유통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STO 시장은 올해 34조원에서 오는 2030년 367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미술품 조각투자는 기존 금융 자산과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대체 투자로 주목받으며 젊은 투자자층 확보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 수단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반복된 청약 미달과 구조적 난관 앞에서 이러한 긍정적 전망은 시장 확장의 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 SK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4곳과 제휴 중인 서울옥션블루의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 ‘소투’는 지난해 말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을 기초자산으로하는 8호 조각투자 공모를 진행했는데, 청약률이 86.9%를 기록하며 미달됐다. 이마저도 거래금 납부 직전 투자자들이 대거 발을 빼면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또한 제도적 장벽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각투자는 본질적으로 토큰화된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기술적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면서 상품 자체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조각투자 플랫폼을 증권성 자산 거래소로 간주하면서도 정작 관련 인가와 관리 체계는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 사업자와 투자자 모두 애매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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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할인이 불 지핀 중국 내 출혈 경쟁, 부실 리스크 ‘경고등’

BYD 할인이 불 지핀 중국 내 출혈 경쟁, 부실 리스크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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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동차 업체들, 내수 시장서 가격 경쟁 돌입
'재무 악화' BYD 파격 할인에 지리 등도 가격 인하
수익성 악화 갈수록 커져, 내부서도 자성 목소리
사진=BYD

테슬라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협력사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 BYD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무차별 할인 정책이 중국 자동차 산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 1위인 BYD의 할인 정책에 따라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해 중국 전기차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BYD, 재정 위기 속 할인 강행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BYD는 최근 중국에서 판매하는 22종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두 자릿수의 할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형 전기차인 시걸(Seagull) 가격은 5만5,800위안(약 1,07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번 할인 행사 대상에는 '신의 눈'이라 불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장착한 최신 모델까지 포함됐다.

BYD가 가격 할인에 나선 것은 대규모 채무로 부실해진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완성차업계에서는 BYD의 정확한 부채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BYD는 지난해 2분기 기준 순부채 규모를 277억 위안(약 5조2,400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올해 초 블룸버그는 홍콩 회계법인 GMT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BYD의 순부채가 3,230억 위안(약 62조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BYD가 자체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해 부채 규모를 실제보다 크게 줄여 공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YD의 부채 규모가 급증한 것은 협력사에 지급하지 않은 결제 대금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조달한 후 어음을 발행하는데, 만기가 경쟁사보다 훨씬 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평균 2개월, 테슬라는 3개월 안에 대금을 지급하는 반면 BYD는 평균 9개월, 길게는 1년이 지나 대금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86만 대를 기록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BYD는 무려 427만 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33%로 1위를 차지했다. BYD 판매량은 불과 5년 만에 판매량이 약 20배로 급증하며 테슬라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급속히 몸집을 불린 BYD는 부채 대신 협력사 대금 지급 지연으로 자금 공백을 메운 것으로 보인다. BYD의 최근 급격한 성장을 두고 어음 돌려막기 효과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中 전기차업체들, 줄줄이 치킨게임 가세

BYD가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면서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 자동차 시장이 포화돼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1위 업체인 BYD가 가격을 낮춰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가격 인하를 발표한 브랜드는 지리차의 지리갤럭시, 체리차, 광저우자동차의 아이온, 상하이자동차의 롱웨이, 상하이GM, 링파오, 아이엠(IM)의 즈지, 리오토 등이다. 지리갤럭시는 갤럭시 시리즈인 L6와 L7 등을 포함해 7개 모델의 가격을 약 20% 할인하기로 했다. L7의 가격은 할인을 적용받아 9만9,800위안(약 1,900만원)까지 떨어졌다.

체리차는 차량 구매 시 총 100억 위안(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최대 할인 폭은 5만5,000위안(약 1,050만원)에 이른다. 아이온은 일부 모델을 대상으로 최대 3만5,000위안(약 670만원)을 인하했고, 상하이자동차와 알리바바의 합작사인 아이엠의 즈지는 LS6 모델 등에 한해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업체 간 출혈 경쟁, 고스란히 손실로

문제는 배터리 생산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BYD는 원가절감을 통해 출혈 경쟁을 감수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 규모 업체들의 경우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50여 곳 가운데 수익을 낸 곳은 BYD, 리오토, 세레스뿐이며 나머지 업체들은 할인 경쟁까지 겹치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신차 가격을 낮추면서 판매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많은 업체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채무 증가 같은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자동차업계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졌는데 지난해에만 227개의 모델이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경쟁이 극심했다. 지난해 출시한 신에너지차의 평균 가격 인하폭은 9.2%(1만8,000위안·약 345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가격 인하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중국 국가통계국 조사를 보면 지난해 자동차 제조업 이익은 4,623억 위안(약 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자동차 제조업 이익률은 4.3%로 전체 공업 기업의 이익률 5.4%보다 낮다. 올해 1분기 자동차 제조업의 이익률은 3.9%로 더욱 낮아졌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가격 경쟁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 내수 부양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 등의 분야와 함께 미래차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BYD가 탄생했지만, 전기차 스타트업이 난립하는 생겨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한 가격 경쟁은 물론 보조금 수령을 위해 신차를 출고 처리한 뒤 실제 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차로 판매하는 편법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2년 이내에 적자를 버티지 못한 중소규모 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다 시장에서 퇴출당하거나 더 큰 경쟁사에 인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시노 오토인사이트의 투러 이사는 "지금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무너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면서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소위 '피바람'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BYD가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고 다른 업체들이 뒤따르면서 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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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당선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에 ‘多 자사주’ 기업 부담

李 당선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에 ‘多 자사주’ 기업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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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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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인 ‘자사주 소각 의무’ 공약
경영권 위기감에 스스로 상장폐지
계열사나 우호 세력에 넘기기도

이재명 정권 출범이 확정된 가운데 새 정부에서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의 ‘전략적 상장폐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당선인의 자본시장 공약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겨 있어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지난 2023년 금융당국이 추진했다가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었다. 다만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막기 위해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하면서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은 쓸 수 없게 된 상태다.

자사주 규제 강화 속 지배력 약화 우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탈법 수단으로 회사의 돈, 즉 주주 돈으로 자사주를 산 다음 백기사에게 파는 등 소수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자사주가) 쓰이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가능하면 빨리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상장폐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급감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반면 자사주 비중이 높다는 것은 곧 회사가 적은 지분만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기 수월한 구조라는 의미기도 하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은 향후 자사주 소각 시 경영권 악화가 불가피하다. 작년 말부터 ‘자기주식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되는 등 자본시장 규제가 강화됐고, 최근 몇 년간 주주 행동주의 활동이 활발해진 영향도 있다.

자진 상폐 기업 늘어날 듯

전략적 상장폐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통신 솔루션 기업 텔코웨어가 꼽힌다. 최근 텔코웨어는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 소각 시 최대주주인 금한태 대표의 지분율 급감에 따른 경영권 불안을 우려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 중이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종료된다면 금 대표의 지분은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 55.89%가 된다. 자사주 비율이 44.11%에 달하는 텔코웨어는 금 대표 측의 56% 지분만으로도 상장폐지될 수 있다. 현행 상장폐지 규정상 자사주를 제외한 지분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는 95%, 코스닥은 90% 이상 보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도 자사주를 빠르게 처분하거나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등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사조대림은 지난달 28일 보유 자사주(4.95%)의 약 절반을 계열사에 넘기기로 했다. 사조대림은 “기업 운영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투업계 관계자들은 “자사주를 계열사에 매각하면 소각을 요구받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큰 상장사 명단도 거론되고 있다. LS증권은 지난해 배당성향이 최근 3년 평균 대비 낮은 상장사 가운데 순현금 상태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곳을 대상으로 배당 확대 요구가 확산될 것으로 봤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대모비스(PBR 0.46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0.42배), 농심(0.81배), 아모레퍼시픽홀딩스(0.56배) 등이 꼽힌다. 자사주 비중이 높으면서 PBR이 낮은 삼성물산(0.60배), LG생활건강(0.92배), 대한제강(0.36배) 등에 대한 자사주 소각 요구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법개정안 통과 조짐에 업계 긴장

한편 이 당선인의 공약 중 상법개정안 통과도 업계를 긴장 상태로 몰아 넣고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상법개정안은 야당 주도로 국회의 문턱은 넘었지만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핵심 내용은 기업의 이사가 충실의 의무를 가지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혀 소액주주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경영 활동 위축 우려가 높다. 소송 남발로 기업의 의사결정이 제한되거나 늘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오너 일가와 소액주주들의 이해충돌이 자주 발생하는 대기업이 상법개정안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크다. 대기업의 경우 총수 일가의 승계 혹은 지배력 유지를 위한 유상증자 및 기업분할 등이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강하다. 기업들은 경영상의 판단이고 장기적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주가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기업분할 및 상장을 통해 총수 일가만 지분율을 확대하고 소액주주들은 기존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는 이미 투자자들로부터 오너 일가의 이익만 보장되고 투자자들의 이익은 훼손된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는 부분이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소액주주들 불복해 소송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사 개인이 '충실 의무 위반'으로 소송 당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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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포항1공장 중기 사업부 매각 추진, 39년 만에 무한궤도 사업 철수

현대제철, 포항1공장 중기 사업부 매각 추진, 39년 만에 무한궤도 사업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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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포항 중기사업부 매각 협상 막바지
대규모 투자 대비 자회사 매각·구조조정 추진
美 제철소 투자 관련 포스코와 협력 등 모색
현대제철 포항공장/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무한궤도를 생산해 온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를 매각한다. 중기사업부는 지난 39년간 국내 유일의 대형 무한궤도 생산기지의 위상을 지켜왔으나, 최근 중국산 저가 공세와 건설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현대제철은 핵심 사업 역량 강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사업부 매각과 전환 배치를 병행할 방침이다.

건설경기 침체에 무한궤도 수요 급락

3일 현대제철은 포항 중기사업부를 대주KC그룹에 매각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업부는 굴착기 부품인 무한궤도를 주로 생산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무한궤도를 생산하는 곳은 중소 업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현대제철이 유일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경쟁력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쟁업체 및 중국 저가 제품의 대량 유입으로 무한궤도 사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며 “철강 부문의 핵심 사업 역량 강화와 고용안정을 위해 중기사업 부문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굴착기는 물론 불도저, 트랙로더 등 중장비에는 대부분 무한궤도 시스템이 채택된다. 현대제철은 일본 건설장비 조제사인 코마츠와의 기술제휴로 사업을 시작해 1986년부터 국내외 주요 건설장비 제조사에 무한궤도를 공급해 왔다. 연간 30만 톤(t)의 생산능력과 자체 설계 및 시험능력을 보유해 고객사의 니즈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거듭되면서 무한궤도 시스템의 수요 역시 급락했다. 지난해 중기 판매량은 2021년과 비교해 약 65% 감소했다.

올해 비상경영 선언하며 구조조정 돌입

현대제철은 중기사업부 매각과 함께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세로 지속되는 수익성 악화에 따라 공장 축소 운영 등 생산감축도 단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포항2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가 노동조합의 반발로 축소 운영으로 방침을 바꿔 생산량 조절에 돌입했다. 올해 1월에는 인천 2철근공장 가동을 한때 멈췄고, 포항 철근공장 가동도 열흘 넘게 중단한 바 있다. 3월에는 전사적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임원 급여를 20% 삭감했고, 직원을 대상으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감축도 진행 중이다.

자회사 현대IFC의 매각도 검토 중이다. 현대IFC는 지난 2020년 현대제철 단조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출범한 곳으로 현대제철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조선용 단조제품과 단강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자동차, 에너지, 항공, 방산 등 프리미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력한 인수자로는 동국제강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동국제강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보강근(GFRP) 브랜드 ‘디케이(DK) 그린바’를 출시하는 등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스틸파이프의 매각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스틸파이프는 2023년 말, 현대제철 강관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독립 첫해인 2024년 실적은 매출 9,635억원, 영업손실 313억원, 당기순손실 211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다만 미국 내 강관 가격 상승과 지난해 4분기 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올해는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현대스틸파이프의 매각이 성사될 경우, 수천억원대 자금 확보가 가능한 만큼 현대제철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美 제철소 건설에 조 단위 자금 조달 필요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자회사 매각에 나선 배경으로 미국 진출을 지목한다. 지난 3월 현대제철은 2029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총투자 금액은 58억 달러(약 8조5,080억원)로 현대제철은 투자금 중 절반을 현대차그룹과 공동으로 자기 자본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50%를 외부에서 차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조 단위 자금은 부담스러운 투자비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실적 부진 빠져 내부 현금 흐림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철강업계 1위이자 경쟁사인 포스코가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4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포스코의 미국 제철소 투자 참여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만약 투자가 성사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 1위(포스코)와 2위(현대제철)가 미국의 25% 고율 철강 관세 장벽을 공동으로 돌파하기 위해 현지 생산기지를 함께 구축하는 첫 사례가 된다.

포스코가 미국 시장을 전략적 핵심 시장으로 보고 현지 생산 기반 확보를 추진 중인 만큼 이번 협력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 차원을 넘어 통상 리스크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 확장이라는 전략적 의미도 크다. 다만 포스코 측은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시점에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도 "자회사 매각은 미국 제철소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니다"라며 "전반적인 사업 구조 강화 및 경영 효율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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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거미줄 작전’ 이틀 만에 또 기습공격 “휴전협상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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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휴전 협상 다음 날 크림대교 폭파
전쟁 초기에도 두 차례 대교 공습
이틀 전엔 전략폭격기 대규모 드론 공격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공개한 크림대교 수중 폭파 장면/사진=SBU

우크라이나가 수중 폭파 작전을 통해 러시아 크림대교(케르치해협 대교)를 타격했다.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러시아 공군 기지 여러 곳을 동시 타격한 지 이틀 만에 또 한 번 러시아의 허점을 찌르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러시아와의 2차 휴전 협상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전쟁을 고집한다면 러시아 또한 위험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 크림대교 폭파 뒤 대대적 홍보

3일(이하 현지시간)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SBU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새벽 4시 44분쯤 크림대교의 수중 교각 하나에 TNT 1,100㎏급 폭발물을 매설해 폭파하는 특수 작전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SBU는 “폭발은 다리 지지대의 수중 기둥을 해저 수준에서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며 “현재 크림대교는 치명적인 손상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수개월에 걸쳐 작전을 준비했으며 바실 말류크(Vasyl Malyuk) SBU 국장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가 19㎞에 달하는 크림대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도해 2018년 개통한 러시아 주요 시설이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기 위해 수조원을 들여 만든 것으로, 러시아에 있어 전술적·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 또한 크림반도는 ‘푸틴의 자존심’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러시아에 실질적·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대교를 공격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10월과 2023년 7월에도 크림대교를 공습했으나 다리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공격이 러시아군에 실질적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가 병합했던 옛 영토까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일종의 '위력 시위'로 평가된다. 크림대교는 3일 일시 폐쇄됐다가 현재는 운행 재개됐다.

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바실 말류크 우크라이나 보안국장이 러시아에 대한 드론 기습공격 이후 회동하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러 영토 공격 확대, 휴전 위한 압박?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압박하는 게 이번 작전의 진짜 목표란 분석이 팽배하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2차 휴전 협상을 벌였으나, 포로·전사자 교환 외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휴전 조건 등에서 러시아와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 정책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제임스 M 액턴은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 군사 시설 타격은) '진지하게 휴전 협상에 임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러시아를 설득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부쩍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전략폭격기 타격을 목표로 최전선으로부터 4,3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벨라야 기지 등 4곳의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타격했다. 일명 ‘스파이더웹(거미집)’ 공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전략폭격기 41대를 타격했고 피해 금액은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라고 주장했다.

드론 운용 방식은 이번 작전의 최대 미스터리다. 1인칭 시점(FPV) 드론 117대를 원격 조종해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우크라이나는 밝혔으나, FPV 드론은 통상 20㎞ 정도가 운용 거리의 한계다. 이와 관련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가 아니라 러시아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조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무엘 벤데트 신미국안보센터 수석연구원은 “드론이 상공에 뜨는 것까지는 미리 프로그램해 놓고, 그 뒤부터는 러시아 이동통신망으로 조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게릴라 공격 방식뿐 아니라 러시아의 방심도 작전 성공 요인으로 지목된다. CNN은 “러시아 폭격기들이 비행장에 그냥 서 있었고, 심지어 구글 지도 등 공개 위성 이미지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러시아가 국경 너머가 아닌 목표물 바로 옆에서 드론을 발사해 공격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우크라 압박으로 선회 가능성

이런 가운데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최근 공격이 이번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이미지 및 러시아 연방의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려있다는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강하게 각인된 상황에 역전 드라마를 쓴 격이라 전쟁 양상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에는 카드가 없다"고 소리친 지 약 3개월 만에 강력한 반격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면전에서 "평화를 위해 항복하라"는 등 자존심을 긁는 말들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동석한 JD 밴스 부통령까지 나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마움을 모르고 무례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 외교에서 다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및 종전 협상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을 “완전히 미쳤다”고 비판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에 한동안 주력해 왔으나, 이번 공습을 계기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는 데 쓰도록 제공하려던 지상 기반 로켓용 특수 퓨즈를 중동의 미 공군 부대로 할당하고 있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획득한 군사 장비를 중동 내 미군을 위한 용도로 전용키로 했다는 것이다. 미군이 3월 시작한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과 관련한 물자 공급 필요 등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 약화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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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자금 확보 비상, 투심 악화에 공모채 대신 사모채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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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부진에 우량채 투자 쏠림
SK·포스코 등 사모채 발행 잇따라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 냉각 장기화

기존 부채 차환 일정을 앞둔 건설사들이 잇달아 사모채 시장을 찾고 있다. 크레디트 시장에서 우량채 중심의 선별적 투자 기조가 강해지자 업황 부진을 겪는 기업들이 공모 대신 사모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 1,000억 규모 사모채 발행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신용등급 A-)는 지난달 27일 1,0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2년물로 표면이자율은 연 4.0%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 2월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1, 2년물 회사채 총 3,000억원어치를 발행한 바 있다. 표면이자율은 연 4.0~연 4.6% 수준에서 결정됐다.

SK에코플랜트가 석달 사이 대규모 조달에 나선 건 하반기 회사채 만기도래분 규모만 4,32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종전 회사채 표면이자율이 대부분 연 5~6%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이자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회사채뿐만 아니다. 단기물 조달도 상당하다. SK에코플랜트의 기업어음(CP) 발행 잔액은 4,130억원, 전자단기사채 잔액은 700억원으로 총 4,835억원어치에 달한다. 만기가 모두 1년 미만으로 차입금 구조가 짧다.

SK에코플랜트의 신용등급은 A- 수준으로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BBB+ 등급과 한 단계 차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의 빠르게 증가하는 차입금이 신용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SK에코플랜트의 순차입금은 지난 2020년 말 1조1,317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9월 말 5조1,437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증가세를 타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A+급 포스코이앤씨도 1년 반 만에 사모채 시장 복귀

신용등급이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포스코이앤씨(A+)도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총 2,0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찍었다. 금융투자협회의 채권 시가평가수익률에 따르면 이번 사모채의 금리는 같은 날(각각 5월 23일·26일) 동일한 신용등급과 만기구조로 발행된 공모채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년물은 42bp, 3년물은 57bp가량 웃도는 금리 수준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들어 공모채 시장을 자주 찾아 필요자금을 조달한 기업이다. 지난해 3월 1,550억원, 올해 4월에 2,000억원 등의 자금을 공모채로 발행했다. 공모채 수요도 안정적이었다. 지난해 모집액(900억원)의 세 배를 웃도는 2,750억원의 주문이 몰렸고, 올해도 모집액(1,000억원)의 세 배에 육박하는 2,83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포스코이앤씨가 비교적 높은 금리의 사모채를 택한 배경으로는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 변화'가 꼽힌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 전반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반응을 의식하지 않고 유연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모채가 보다 효율적인 수단으로 판단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경기 불확실성 영향

이처럼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사모채가 비교적 유연한 조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직 말끔히 해소가 안 된 부동산 PF 사태 여파와 부진한 건설경기로 건설사들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저하된 상태인 탓에 사모 대비 상대적으로 절차가 까다로운 공모 방식은 시도를 못 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사모채 수요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주관사를 맡을 증권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무리하게 공모를 추진했다가 수요 규모가 목표치만큼 들어오지 않으면 잔여 물량을 전부 주관사가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헌 코레이트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상무)은 "사모채 발행 시에도 증권사를 끼고 수요를 조사하긴 하지만, 만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예상치보다 적은 물량만 가져간다고 해도 개별 계약이기 때문에 주관사가 잔액을 떠안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공모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현저히 낮게 나오면 발행은 고사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대외 신뢰도 자체가 저하되는 역효과만 본 채 일정을 마무리해야 할 우려도 있다. 공모에서 흥행을 해야 발행사 입장에서 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지만 사모 형태가 주를 이루면서 고금리 물량이 상당수다. 실제 한양건설은 지난해 8.5% 금리를 주고 340억원어치 회사채를 찍었고, 이수건설은 8.5%, 한신공영은 9.5%로 금리를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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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 침공, 임박한 현실” 美 국방장관 작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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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훈련 가장해 기습 침공할 수도
中 매체 "안 싸우고도 대만 붕괴 가능"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미국 고위당국자 입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 특히 중국이 훈련을 가장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가운데, 중국 군사 매체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대만 붕괴 시나리오까지 제시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 대만 침공 위한 군사역량 실전 배치 완료

3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이 인도태평양의 세력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를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갖추고 있다”며 “중국의 위협은 실재하며 임박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침공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실제 작전을 연습하고 있다”며 “미국은 공산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대만 주변 해상과 공역에서 군사훈련을 확대해 왔으며 미 국방부는 이를 ‘봉쇄 혹은 침공을 위한 리허설’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중국 해군과 공군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서 실전 대비 순찰 훈련을 진행했다고 중국 군이 발표하기도 했다.

헤그세스는 또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역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필리핀 등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 지역에서 이웃 국가를 괴롭히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며 국제법상 권리가 없는 섬을 불법 점거하고 군사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동은 미국과 동맹국 모두에 경고 신호”라고 주장했다.

中 군사매체, 구체적 침공 시나리오 내놔

중국 전문매체는 실제 침공 시나리오까지 구체적으로 내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군사전문잡지 함선지식은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최적의 타이밍을 제시했다. '태풍이 오기 직전 여름철 평일 오후'라는 구체적인 시점과 함께 에너지 관련 목표물 30여 곳만 공격해도 교통·통신·의료 등 인프라 마비로 대만이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4월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이 타격 목표로 설정돼 있던 것이 공개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공군과 미사일 부대를 평시에서 전시 작전체제로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도록 공격 능력도 높여왔다. 여기에 중국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 12척가량이 대만 주변에 상시 배치된 점도 이런 침공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는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대만을 포위하기 위해 중국이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것은 ‘연습’이 아니라 ‘리허설’이라고 말해 긴장감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2027년 대만 침공준비 완료를 목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지 않은 채, 내정이라는 입장을 거듭하고 있다.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인민해방군은 전투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항상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원전 폐쇄로 에너지 취약성 심화

중국이 제시한 침공 시나리오의 특징은 분명하다. 전면전을 통해 대만을 점령하는 것뿐 아니라, 전력과 통신을 마비시켜 사회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대만이 이미 그런 조건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대만 정부는 마지막으로 가동 중이던 원자로를 폐쇄하고 '핵 없는 조국'을 향한 여정의 이정표를 선언했는데, 문제는 그 상징적 조치가 가져온 현실적 취약성이다.

현재 대만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7.73%에 이르고, 전력의 82%가 가스와 석탄에서 나온다. 가스 매장량은 겨우 10일분, 석탄은 30일분에 불과하다. 재생 에너지는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이 제거되면 해상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원전 폐쇄 이후 대만의 정전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대만의 예비 전력 여유분은 지난달 8%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이 오기도 전에 벌어진 일로, 안전 기준인 15%에 크게 못 미치는 위험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 속 중국은 최근 실시한 '해협천둥(Strait Thunder) 2025A' 군사훈련에서 대만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해상 봉쇄 작전과 공격 시나리오를 재연했다. 대만이 이러한 에너지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킬 경우, 지속적 압박 캠페인이 언제든지 공식 군사 행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간 대만의 국방 전략은 미국 등 우방국 도움이 도착할 때까지 방어선을 사수한다는 신념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주요 전쟁 게임에서 시간은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대만이 적어도 한 달, 최대 90일 동안은 버텨야 동맹국의 증원군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전 피해를 입은 대만에 인프라가 고장 나면 우방국의 작전이 크게 복잡해져 비용이 증가하고 선택의 폭이 제한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중국으로서는 대만의 전력망을 무너뜨리는 것이 침공을 감행하는 것보다 저렴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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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이끄는 펀드 '솔로 GP'의 부상, 실리콘밸리 투자 지형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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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VC 모델, 고금리 속 구조적 위기 직면
솔로 GP, 빠른 의사결정·낮은 고정비 강점
VC에 비해 높은 수익률과 운영 효율 입증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전통 벤처캐피털(VC)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복수 파트너 체제의 전통적인 VC가 지배구조 리스크 등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적은 인력과 고정비 구조로 민첩하고 일관된 투자 의사결정이 가능한 ‘솔로 GP(Solo General Partner)’ 모델이 투자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실리콘밸리 신규 펀드의 절반 이상이 솔로 GP

3일 벤처 전문 리서치기관 뉴이코노미스(New Economies)가 발표한 '2025년 솔로 GP 동향 보고서(The Solo GP Landscape 2025)'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신규 펀드 운용사 중 솔로 GP의 비중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신규 조성한 펀드의 절반 이상이 솔로 GP 형태로 설립됐다. 이러한 변화는 펀드 규모가 축소되고 운용 효율성과 투자 기준의 명확성이 중시되는 최근의 투자 환경 변화에 기인한다. 적은 인력과 낮은 고정비 구조를 가진 솔로 GP 모델은 전통적인 VC보다 더 빠르고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솔로 GP란 전통적인 VC처럼 여러 명의 파트너가 함께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명의 운용 책임자(GP)가 자신의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외부 자금을 모아 단독으로 벤처펀드를 조성·운용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솔로 GP는 일반적으로 VC에 비해 적은 자본을 운용하며 초기 스타트업부터 시리즈 C·D 이상 성장 기업까지 폭넓게 투자한다. 또한 GP 한 사람의 의사결정으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기관 VC가 간과하기 쉬운 위험도가 높고, 파격적인 아이디어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전략적 유연성도 강점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여러 성공 사례가 등장했다. 엘라드 길(Elad Gil)은 2008년 엔젤 투자자로 활동을 시작해 에어비앤비, 코인베이스, 노션 등 유니콘 기업의 초기 투자에 참여했고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솔로 GP로 전환해 대형 펀드를 조성·운용하고 있다. 오렌 지브(Oren Zeev)는 자신이 설립한 지브 벤처스(Zeev Ventures)를 통해 공동 파트너나 투자심의위원회 없이 펀드 운용 전반을 혼자 책임지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지브 벤처스의 누적 운영 자산(AUM)만 20억 달러(약 2조7,600억원)로 솔로 GP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일관된 투자 기조에 수익률도 10% 이상 높아

몇 해 전만 해도 한 명이 모든 투자와 운용을 책임지는 솔로 GP 펀드가 복수 파트너 체제를 갖춘 VC보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한 명의 GP가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업무를 지속할 수 없게 될 경우, 펀드 전체가 흔들리는 '키맨 리스크'를 비롯해, 투자 활동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자원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VC의 설립과 운용에는 투자에 관한 판단과 의사결정 외에도 회계, 펀드레이징, 내부 프로세스 구축 등 다양한 업무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하지만 근래 들어 솔로 GP가 VC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VC는 운영 체제의 특성상 파트너 간 갈등이나 이탈로 인해 팀이 해체되거나 전략이 흔들리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오히려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반해 솔로 GP는 운용 인력의 변화가 거의 없고 투자 전략이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정적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펀드 백오피스와 관리 업무를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는 인프라까지 발달해, 한 명의 GP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투자 성과 면에서도 솔로 GP는 경쟁력을 입증했다. VC 데이터 플랫폼 카르타(Carta), 프레킨(Preqin) 등에 따르면, 2020~2024년 미국 솔로 GP 펀드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30%를 넘어서며 같은 기간 VC 등 공동 운영(Co-GP) 펀드의 평균 IRR을 10% 가까이 상회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미국 연금기금, 패밀리 오피스 재단 등 주요 기관 출자자(LP)도 솔로 GP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 방식을 고수해 온 미국의 주요 대학 기금들도 이미 다양한 솔로 GP 펀드에 출자한 바 있다.

솔로 GP 부상, VC업계의 '구조적 위기' 방증

전문가들은 솔로 GP의 부상이 단순히 새로운 투자자 유형의 확대가 아닌 VC업계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최근 VC업계는 자금 유입 감소와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인해 신규 펀드 결성과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 모두가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는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직접적으로 높이고, VC의 신규 투자 여력까지 위축시키는 이중고를 초래했다.

회수 시장의 경색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 모두 활기를 잃으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창구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1,300개가 넘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중 엑시트에 성공한 기업은 40개에 불과했다. 엑시트가 어려워지면서 오랜 업력을 지닌 VC조차 펀드 만기 연장, 투자기업 구조조정 등 비상대책을 내놨고, 일부 VC의 경우 좀비VC가 되거나 자본잠식, 라이선스 반납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존 VC 모델 자체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처럼 소규모 투자로 스타트업을 단기간에 크게 키워 수익을 내는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서 VC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단순한 자본 공급자로서 경쟁력은 약화되고, 네트워크·전문성·창업자 지원 등 새로운 가치 창출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많은 VC가 방향성 상실과 전략 부재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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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8대 주력산업, 10년 만에 점유율 줄줄이 하락, 수출·내수·인재까지 ‘트리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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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부터 자동차까지, 핵심 산업 위상 악화
中 추격에 더해 美 관세장벽에 수출마저 부진
내수 침체 장기화에 고급 인재 유출도 가속화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8대 주력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최근 10년 새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에 밀리며 기술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갈등과 관세 전쟁의 여파로 수출 부진까지 가시화하고 있다. 내수 시장마저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설상가상으로 고급 인재의 해외 유출까지 심화하며 한국 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점유율, 10년 새 절반 가까이 하락

3일 옴디아, SNE리서치 등 국내외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조선, 배터리 등 한국 8대 주력 산업의 시장점유율이 10년 전보다 모두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디스플레이 부문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2015년 삼성·LG디스플레이 합산 점유율 98.5%로 한국이 독점했지만, 이후 BOE, CSOT 등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에 올해 1분기 점유율은 60% 아래로 떨어졌다.

수출 1위 반도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15년 81.5%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5.9%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의 CXMT는 범용 D램을 넘어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DDR5와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3) 양산 채비를 마쳤다. 이미 기술적으로 한국을 추월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 2월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첨단 패키징을 제외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력 반도체,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등에서 중국에 밀렸다.

수출 2위 자동차도 이미 중국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중국 1, 2위 완성차업체인 BYD(427만 대)와 지리그룹(334만 대)의 합산 판매량은 761만 대로 723만 대를 기록한 세계 3위 현대자동차그룹을 앞선다. 이차전지 역시 2020년 4분기 34.7%였던 점유율이 올해 1분기 18.7%로 하락하며 5년 만에 반토막이 났고, 배터리 3사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 외에 스마트폰(23.8%→20.0%), 석유화학(5.3%→3.6%·에틸렌 기준), 철강(4.3%→3.4%) 조선(30%→17%)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철강·자동차 등 관세 부과 품목 대미 수출 감소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관세 전쟁은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향한 수출이 나란히 8% 이상 급감했다. 특히 미 정부가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했다. 지난 3월 25%의 관세가 부과된 철강은 지난달 대미 수출액이 20.6% 줄었고,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25%의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지난달 각각 32.0%, 8.3% 감소했다.

지난 4월부터 적용되는 10% 기본관세도 대미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2대 수출 품목인 일반기계의 경우 지난달 수출액이 5.6% 감소했고, 가전제품도 25.4% 급감하며 부진이 이어졌다. 이차전지와 바이오헬스 부문이 각각 33.6%와 9.1% 늘었지만, 전체 대미 수출 감소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미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또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31억7,000만 달러(약 4조3,7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났는데, 지난달에는 수출액이 17.6% 감소했다.

무역전쟁 심화에 따라 최대 수출 실적을 올리는 중국 시장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월 -13.9%, 2월 -1.4%, 3월 -4.4%로 줄어들다가 4월 3.9%로 깜짝 반등했다. 하지만 5월 대중 수출액은 또다시 8.4%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6% 줄어들었고, 석유화학도 11.4%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달 일반기계의 수출액도 13.6% 쪼그라들었다.

美로 빠져나간 고급 인력 5,684명, 인구 10만 명당 11명

설상가상으로 내수 경기도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평균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해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은 자영업자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지역 개업 점포는 8,772개로 통계가 집계된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업이 감소하는 데 반해 폐업률은 개선되지 않으면서 개업 대비 폐업 비중이 급증했다. 2023년 1분기에는 개업 점포(1만6,827개)와 폐업 점포(1만5,316개) 수가 비슷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폐업 점포가 개업의 1.7배에 달했다.

창업이 급속도로 쪼그라든 이유는 자영업의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4월 전국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월평균 영업이익은 208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주 40시간 기준 최저임금 월 환산액(209만6,270원)에도 못 미친다. 기업 생존율도 하락세다. 서울시 생활밀접업종 신생 업체 1년 생존율은 2023년 81.6%에서 2024년 80.9%, 올해는 78.2%로 떨어졌다. 5곳 중 1곳은 1년 안에 문을 닫는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존 점포들은 버티기에 들어갔고 신규 진입은 급감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가운데,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질 핵심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숙련·고학력 인재에게 발급하는 EB-1·2 취업비자를 받은 한국인은 5,684명으로,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하면 10.98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인도(1.44명), 중국(0.94명) 등 인구 대국과 비교해도 10배가 넘는 수치다. 더욱이 EB-1·2 비자는 가족에게도 영주권을 주기 때문에 4인 가족을 가정하면 최소 1,400~1,500여 명의 최고급 두뇌가 미국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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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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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article is based on ideas originally published by VoxEU – 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 (CEPR) and has been independently rewritten and extended by The Economy editorial team. While inspired by the original analysis, the content presented here reflects a broader interpretation and additional commentary. The views expresse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VoxEU or CE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