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외친 중국’ 실제론 이란 후방 지원, 전쟁 출구 더 멀어지나
‘중립 외친 중국’ 실제론 이란 후방 지원, 전쟁 출구 더 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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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성망 통한 IRGC 감시·통신 역량 확대 540억 주고 중국 기업에서 위성 통제권 인수 中 정찰위성 기반 중동 미군기지 정밀 공격 정황 잇따라

중국이 이란에 제공한 무기 체계가 이란 전쟁의 판도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자유무역지대를 경유한 중국산 위성 안테나 밀반입 정황부터 중국 기업이 운용한 정찰위성, 위성항법 시스템 지원 의혹까지 잇따라 드러나면서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중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정밀 타격 체계와 감시 역량을 뒷받침하는 후방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란, UAE 기업 통해 중국 위성장비 밀반입
2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부로 유출된 UAE 상업 계약서와 해운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IRGC 산하 항공우주군이 2025년 말 UAE 기업을 통해 중국에서 첨단 위성 안테나 장비를 들여왔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장비는 UAE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라스 알 카이마에 위치한 위성통신업체 텔레선(Telesun)을 통해 조달됐다. 텔레선은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된 1.8t(톤) 규모의 위성 안테나 장비를 두바이 제벨알리항을 거쳐 이란 반다르아바스로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에는 중국 업체 스타윈(StarWin)이 제작한 4.5m짜리 위성 안테나도 포함됐다.
밀수 경로는 3단계였다. 중국 컨테이너선 중구인촨(Zhong Gu Yin Chuan)이 상하이를 출발해 작년 8월 28일 두바이에 컨테이너를 내려놨고, 약 3개월 뒤인 11월 23일 이란 화물선 라마 3호(Rama III)가 수령했다. 라마 3호는 이후 오만 해안 인근에서 허위 GPS 신호를 송출해 위치를 위장했다. FT는 당일 위성 사진을 대조한 결과 "선박이 보고된 위치에 없었다"며 GPS 스푸핑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11월 29일 반다르아바스 항 위성 사진에서 라마 3호와 동일한 크기·색상의 선박이 입항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거래는 UAE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주요 보복 공격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특히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이란은 UAE를 향해 2,8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민간 시설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앞서 UAE 내 자유무역지대는 이란의 제재 회피와 군수 조달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FT는 IRGC가 이렇게 확보한 위성 통신 및 감시 역량을 중동 내 미군기지 공격에도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美 기지 타격에 중국산 정찰위성 이용
UAE를 경유한 중국산 위성 장비 밀반입 정황은 이란의 정밀 타격 능력 배후에 중국 기술망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에 다시 힘을 싣는 대목이다. 지난달 15일 FT는 유출된 이란 군사 문건을 근거로 IRGC 항공우주군이 2024년 말 중국에서 발사된 정찰 위성 ‘TEE-01B’을 인수해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위성은 중국 기업인 어스 아이(Earth Eye)에서 제작하고 발사했는데, 해당 업체가 위성을 궤도에 올린 후 해외 고객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궤도 내 인도(in-orbit delivery)’ 방식을 통해 이란에 위성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TEE-01B는 이번 미국과의 전쟁에서 IRGC의 핵심 정찰 자산으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14일 사우디아리비아의 미군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공격이다. 당시 IRGC는 2만 달러(약 3,000만원)짜리 샤헤드-136 드론을 투입해 기지 내 공중 조기경보통제기(AWACS) E-3를 파괴했다. 미 공군의 핵심 전략자산인 E-3 가격은 3억 달러(약 4,415억7,000만원)에 달한다. 저가 드론이 수천억원 규모 전략자산을 무력화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IRGC는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쿠웨이트의 알살렘 공군기지, UAE의 알다프라 공군기지, 바레인의 미국 해군 5함대 본부,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 등 중동의 미군기지들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게다가 IRGC는 드론과 미사일로 사우디 카타르·UAE 등 6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의 원유와 천연가스 등 핵심 에너지 시설은 물론이고, 심지어 데이터센터도 타격했다. 파리정치대학의 이란 전문가 니콜 그라예프스키는 "중국산 위성은 명백히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란이 사전에 목표물을 식별하고 타격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어스 아이는 이란으로부터는 2억5,000만 위안(약 540억원)을 받고 위성 통제권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궤도 내 인도 계약서에는 IRGC 항공우주군 준장의 서명, 위성과 발사체, 기술 지원, 데이터 인프라 비용이 명시돼 있다. IRGC는 3월 이 위성에 중동 지역 미군 주요 군사시설 감시 임무를 부여했다. IRGC는 또 베이징 소재 위성 관제 서비스 기업 엠포샛(Emposat)을 이용해 통제 시설이 직접 타격받을 위험도 줄였다. 엠포샛은 중국 인민해방군 항공우주군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기업으로, 아시아·중남미 등에 걸친 글로벌 지상국 네트워크를 통해 IRGC에 위성 운용 소프트웨어와 지상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명령 송신, 영상 수신, 원격 제어가 모두 가능한 구조다.
한 전직 서방 정보기관 고위 관리는 “중국 기업이 정부 승인 없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중국은 이란에 정보 지원을 해왔지만, 이런 사실을 숨겨왔다”고 지적했다. 짐 램슨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위성 지상국은 지난해와 올해 공격으로 이미 타격을 받았다”며 “미국이 다른 나라에 있는 중국 지상국을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란이 이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AI·베이더우로 정밀도 끌어올린 이란
그런가 하면 이란이 중국 인공지능(AI) 기반 지리 공간 분석 기업 미자르비전(MIzarVision)의 위성사진을 활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미국 ABC는 국방정보국(DIA)을 인용해 IRGC가 미자르비전을 이용해 중동 지역의 미군기지들을 정밀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미자르비전은 자동 객체 인식 기능을 기반으로 기지·장비·기반시설을 수분 내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수시간이 필요했던 정보 분석 과정을 AI가 대폭 단축한 것이다. 상용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표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DIA는 IRGC가 이 회사의 AI를 활용해 미군의 방공 시스템, 물류 허브, 항공기 등 고가치 목표물을 식별해 타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란에 독자적인 GPS인 베이더우(北斗) 시스템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위성항법 체계는 각종 미사일 발사 때 목표물과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 최적 경로를 찾아준다. 전투기, 함정, 드론 등에도 활용된다. 중국은 2020년 베이더우 시스템을 완성하면서 미국의 GPS,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유럽연합(EU)의 갈릴레오(Galileo)에 이어 4번째 자체 위성항법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됐다. 베이더우 시스템은 군사용 분야에서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까지만 해도 미사일·드론 타깃 추적에 GPS를 사용했다. 하지만 미국의 GPS 교란에 명중률이 떨어지자 이번 전쟁에서 베이더우 시스템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엔리코 파델라 이탈리아 나폴리 로리엔탈레대 교수는 “베이더우 시스템 사용은 단순한 내비게이션 교체가 아니라 이란이 중국 군사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중국이 군대나 하드웨어를 배치할 필요 없이 이란을 도울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중국은 그동안 이란 전쟁에서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물밑에서 이란에 군사 지원을 해온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란의 미사일 및 폭발물 생산 능력이 화학적 전구물질과 자재 확보에 달려 있는데, 중국 화학 기업들이 이란에 이런 물질과 자재를 비밀리에 대규모로 제공해 왔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에서 출항한 이란 선박들이 그동안 화학적 전구물질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추진제 원료 등을 운송해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가오란항을 지목했다. 올해 들어 이란 국영 해운사 소속 선박 12척이 가오란항을 드나들면서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화학물질이 집산하는 핵심 거점이 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