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협상력 끌어올릴 기회"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 단행한 러시아, 우크라 '방공 공백' 틈타 군사 압박 강화

"협상력 끌어올릴 기회"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 단행한 러시아, 우크라 '방공 공백' 틈타 군사 압박 강화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수정

러시아, 오레시니크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에 '맹폭'
핵전력 앞세운 군사 훈련·무기 시연 등으로 공격 역량 과시
방공 체계 유지에 난항 겪는 우크라이나, 서방국 지원까지 축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해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 작전을 벌였다. 최근 군사 훈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격 역량을 과시해 온 데 이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공격을 단행해 군사적 긴장감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가 우크라이나의 방공 체계 약화 및 서방 지원 축소 상황을 고려한 협상력 제고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한다.

러시아, 개전 이래 최대 규모 공격 나서

24일(이하 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가 밤사이 (키이우 일대에) 탄도미사일 36발을 포함해 미사일 90발과 드론 600대를 발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하고 100명에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주택 피해도 1,000건 이상 접수됐다. 이후 러시아 외무부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방산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공격이 시작됐다”면서 “외국인과 외교관들은 수도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키이우 주재 미 외교관의 대피를 권고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은 러시아 영토 내 민간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테러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점령지인 루한스크 동부 스타로빌스크를 타격한 바 있다. 러시아가 임명한 루한스크 행정당국은 이로 인해 최소 6~1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해당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주변에 군사 시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민간 시설이 아닌 러시아군 드론 지휘 거점을 겨냥해 공격을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러시아의 키이우 공격은 개전 이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공습에 동원된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Oreshnik) 1발은 키이우 외곽의 중소 도시인 빌라 체르크바에 떨어져 상수도 시설을 파괴하고 대형 화재를 일으키는 등 심각한 인프라 손실을 낳았다. 오레시니크는 하나의 미사일 동체에 실려 발사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하면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방식의 미사일로, 사정거리가 최대 5,000㎞에 달한다. 다만 러시아는 오레시니크에 폭발력이 강한 실제 탄두 대신 무거운 비활성 탄두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긴장감 '협상 카드'로 활용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단행하기 전부터 핵전력을 전면에 내세운 군사 훈련과 무기 시연을 통해 공격 역량을 과시해 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달 벨라루스와 함께 실시한 대규모 핵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통상 10월에 진행되던 연례 전략 핵훈련 일정을 예고 없이 앞당긴 것이다. 훈련에는 병력 6만4,000여 명과 미사일 발사대 200여 기, 군함 70여 척, 잠수함 13척, 전략 폭격기 등이 동원됐다.

러시아는 훈련 과정에서 △야르스(Yars) 대륙간탄도미사일 △지르콘(Zircon)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inzhal)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이스칸데르(Iskander) 전술미사일 등을 시험 운용했으며, 벨라루스 기지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전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훈련 기간 크렘린 회의에서 “핵 3축 전력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연합국가의 주권을 보장하는 신뢰할 수 있는 보루”라며 “세계 긴장이 고조되고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핵전력 현대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양국 간 평화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규모 공습과 핵전력 과시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군사적·심리적 압박을 동시에 가했다는 진단이다. 한 서방 안보 전문가는 “러시아는 전장을 협상 테이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여 협상 자체의 기준선을 바꾸고, 점령지 인정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등 자국의 협상 조건을 관철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 역량 약화 흐름

이처럼 러시아가 공격적인 전략을 택할 수 있었던 것은 우크라이나의 방어 역량이 눈에 띄게 약화한 상태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드론과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혼합 운용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왔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방공 체계는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치명적인 문제로는 패트리엇(Patriot) 요격미사일 재고 부족이 꼽힌다. 패트리엇은 미국 레이시온이 개발한 지대공 방공 미사일 체계로, 적의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전투기, 드론 등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용도로 쓰인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 ZDF와의 인터뷰에서 패트리엇 재고 상황에 대해 “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라고 발언한 바 있다.

서방국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추세다. 지난 24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0.25% 계획’이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처음 알려진 0.25% 계획은 나토의 모든 회원국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0.25%를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의무적으로 할당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제안에 반대표를 던진 국가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를 지목했다. 우크라이나의 핵심적인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던 국가들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줄줄이 등을 돌린 것이다.

미국 역시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1일 미군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요격미사일을 200기 이상, SM-3·SM-6 요격미사일을 100기 이상 사용했다고 전했다. 현지 싱크탱크들은 현재의 소비 속도가 유지될 경우 미국의 방공 자산이 급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사드, 패트리엇 등 고급 요격 체계는 생산 확대에도 수년이 걸리는 구조라 단기간 내 재보충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중동에서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이란제 샤헤드 드론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 국가들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걸프 국가들을 상대로 드론 요격 기술 시연에 나섰으며, 공동 생산 및 투자 협력까지 논의 중이라는 전언이다. 다만 향후 중동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식 군사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이들 국가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은 이란의 드론·탄도미사일 공격 자체다. 우크라이나처럼 값싼 드론을 대량 운용하는 것보다는 미국식 통합 방공 체계를 확보하는 편이 안보 강화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이란 전쟁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은 미국산 방공망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