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article is based on ideas originally published by VoxEU – 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 (CEPR) and has been independently rewritten and extended by The Economy editorial team. While inspired by the original analysis, the content presented here reflects a broader interpretation and additional commentary. The views expresse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VoxEU or CE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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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발 ‘항공 특수’ 선점 경쟁 경제성장·인구 증가·여행 수요 급증 외자 투자 제한 등 제도 장벽 높아
사진=에어인디아
인도 항공시장이 급성장 조짐을 보이며 글로벌 항공사와 항공기 제작사들의 격전지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에어인디아와 인디고 등 현지 항공사들은 대규모 항공기 주문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 확대를 알렸고, 국제 연구기관은 인도 항공 시장이 2043년까지 연평균 7%의 성장세를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시장이라는 평가 또한 나오면서 인도는 항공 산업의 ‘기회의 땅’인 동시에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항공사는 노선 확대 전략, 정부는 인프라 확보 총력
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타타그룹 산하 항공사 에어인디아(Air India)는 기내 통로가 1열인 협동체 여객기 약 200대를 주문하기 위해 보잉, 에어버스 등 복수의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와 협상 중이다. 에어 인디아는 2023년 에어버스에 250대, 보잉에 220대 등 총 470대의 항공기를 주문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추가로 주문한 바 있다.
인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저비용 항공사 인디고(IndiGo)도 에어버스에 기내 통로가 2열 이상인 광동체 여객기 ‘A350-900’ 30기를 추가 주문했다. 지난 2023년 에어버스 협동체 여객기 500대를 주문하면서 민간 항공 역사상 최대 물량 계약을 체결한 인디고는 지난해에 A350-900 30기를 주문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수준의 주문량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항공사들의 성장에 발맞춰 인도 정부도 빠르게 공항 수를 늘리고 있다. 2014년 74개에 불과했던 인도 내 공항 수는 지난해 157개까지 확대됐으며,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100주년이 되는 2047년에는 최대 4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발 관세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 속에서 새로운 생산기지로 인도를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항공 여행 수요 또한 꾸준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인도 정부의 판단이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으며 성장세 박차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항공 시장으로 평가되지만, 1인당 연간 항공 여행 횟수는 0.12로 중국(0.46)의 4분의 1 수준이다. 유럽연합(EU) 영토의 약 4분의 3 수준에 달하는 국토를 자랑함에도 오랜 시간 철도 교통망에 의존해 온 결과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항공 사업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연구에 의하면 인도 항공 시장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기도 했다.
이 같은 기대치에 대한 근거로는 경제 전반의 성장과 인구 증가세, 여행 수요의 급증 등이 꼽힌다. 인도는 IT와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에서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산층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내수 시장과 여행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많이 움직이고, 더 멀리 가고 싶어 하는 인구’는 항공업계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는 게 IATA의 설명이다.
글로벌 항공사·제작사 모두 ‘장기 투자’ 각오 필요
다만 이러한 잠재력이 단기간 내 전면적으로 실현되리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아직 인도 항공 시장은 고성장 예측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규제와 인프라 미비다. 외국 자본의 항공사 투자 제한, 복잡한 노선 배분 정책,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이 글로벌 항공사의 인도 진입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항공기 도입과 수요 확대에도 이를 실제 운항으로 연결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인프라 측면에서의 부족은 인도 항공산업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방 공항의 현대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관제 시스템 역시 옛 방식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여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항 슬롯과 정비 시설 등으로 인해 실제 운항 효율성마저 떨어진다는 게 현지 업계의 일관된 견해다. 항공사들이 열심히 기재를 들여와도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공항 운영 혼잡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는 이유다.
현지 노동 규정이나 안전 규제도 국제 기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외국계 항공사들이 직면하는 실무상의 리스크 또한 크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예컨대 정비 인력의 기술 표준, 공항 보안 규정, 조종사 인증 제도 등이 국가마다 상이하고 일관성이 부족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익숙한 항공사들은 운영 초기부터 적지 않은 ‘적응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기 제작사들이 제품 인도 이후 유지보수나 기술 지원 체계를 현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인도 항공시장의 실질적인 산업 기반 강화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과제로 남는다. 투자 규모와 수요 예측이 아무리 크다 해도, 즉각적인 수익성이나 안정적인 운영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IATA는 인도 시장 보고서에서 “글로벌 항공사들과 제작사들이 인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며 “인도의 항공산업이 세계적인 성장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제도와 인프라라는 두 가지 열쇠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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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50%로 인상
EU, 1,000억 달러 규모 美 제품 보복관세 준비
대두·가금류·오토바이 등 정치적 타깃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맞서 보복 조치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50% 관세를 포함한 관세 위협을 이행할 경우 EU도 즉각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가에서는 EU의 보복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기반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전략적 타격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 "상호 수용 해결책 없으면 대응"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일 당초 계획했던 25%에서 50%로 인상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하며, 이번 조치가 무역 갈등 해결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같은 날 EU 집행위 대변인 올로프 길은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기존 및 가능한 추가 EU 대응책은 상황에 따라 7월 14일 또는 그 이전에 자동으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EU 집행위는 EU의 이익을 수호하고 우리 노동자, 소비자,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항상 분명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현재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록의 거의 모든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7월 9일 마감 시한 전에 미국과의 협상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무역에 불공정하다고 맹비난하면서 EU가 상품 무역 흑자를 줄이고 부가가치세와 같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낮출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금속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연기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보다 광범위한 무역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허용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EU도 자체 대응책을 보류하기로 합의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EU도 추가 관세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보잉 항공기·미국산 차량에 보복 관세 검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불발 시 최대 1,000억 유로(약 157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가 보복 조치에는 미국 항공 제조 업체 보잉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우주 관련 제품은 EU에 대한 미국의 주력 수출 분야다. 뿐만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 버번을 포함한 공산품들도 대상에 포함돼 있다.
외교통상가에선 EU 집행위가 공개적으로 협상 불발에 대비한 플랜B 조치를 언급하는 것을 두고 EU와 미국의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EU 집행위의 이런 언급이 트럼프 행정부에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있어서다. EU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오는 7월 14일까지 90일 동안 유예한 데 맞춰 보복관세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한 상태다.
트럼프 아픈 곳만 골라 때리나, '레드 스테이트' 정밀 타격
또한 EU가 미국과의 협상에 여지를 남기면서도 보복 옵션을 구체화하고 있는 건 국제무역질서의 일방적 훼손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성격도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EU가 꺼내든 보복 조치가 '전방위 보복'이 아닌 '정밀 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EU가 준비 중인 보복관세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를 집중 타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EU 집행위가 작성한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EU는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21억 유로(약 36조원)에 달한다. 폴리티코는 이 가운데 레드 스테이트 수출에 입힐 타격만 최대 135억 달러(약 19조원) 상당으로, 관세로 타격을 입을 피해액의 절반 이상이 레드 스테이트에 집중됐다고 짚었다. 폴리티코는 “EU의 대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공격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에 고통을 안겨주기 위해 수동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논평했다.
EU의 관세부과 대상 1순위는 미국산 대두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콩 생산국이자 수출국인데, EU 관세는 이미 중국의 보복 조치,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미국 대두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EU에 대한 미국 대두 수출의 82.5%는 미국 하원 의장인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의원의 지역구인 루이지애나에서 나온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EU는 또한 레드 스테이트로 분류되는 캔자스주와 네브래스카주의 쇠고기, 루이지애나주의 가금류, 미시간주의 자동차 부품, 플로리다주의 담배, 노스캐롤라이나주·조지아주·앨라배마주의 목재 제품을 관세 타겟으로 삼았다. 이에 더해 애리조나의 아이스크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손수건, 앨라배마의 전기 담요, 플로리다의 넥타이, 위스콘신의 세탁기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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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공급난·수요 이탈’ 이중고 아마존 등 저가 플랫폼도 관세 쇼크 양국 불협화음 지속, 시장 혼란 심화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쪽은 미국 내 소상공인과 유통 플랫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의존해 온 차이나타운 상권과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 판매자들은 수익 구조 전반이 흔들리며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그러는 동안 미·중 양국 간 관세 협정은 여전히 불협화음을 이어가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저가제품 중심 공급 구조 붕괴 신호탄
3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 기업가와 소상공인 사이에선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자국으로 기업 재배치)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어린이용품 판매사 비아하트(Viahart)의 설립자 몰슨 하트는 “수년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며 “텍사스의 한 사출성형업체는 제품 단가를 중국산 대비 210% 높게 불렀다”고 전했다. 비용 측면에서 중국을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미국 제조·유통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상권 전반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감지된다. 이들 차이나타운에 거주하는 중국계 이민자들은 중국 제조업 기반의 저가 상품을 수입해 생계를 이어 오며 도·소매업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대량 수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대만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여기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중국에서 온 것이며, 미국에는 대체품이 없거나 매우 비싼 것만 있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 또한 이러한 상황이 미국 도시 지역 내 이민자 상권 전체의 생태계를 뒤흔드는 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웰링턴 첸 차이나타운 파트너십 전무이사는 “관세는 중국계 미국인 사회에 지속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영향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차이나타운이 겪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장 새로운 조달처를 찾기도 쉽지 않은 만큼 대부분 소상공인이 공급난과 수요 이탈이라는 이중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첸 이사의 관측이다.
물류 재편·조달망 변경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중국 고율 관세의 여파는 오프라인 상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형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도 관세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수천만 개에 달하는 저가 상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는 중국 제조업체나 중국계 중소 셀러들의 입점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주로 중국에서 직접 생산한 물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직배송하거나 로컬 창고를 거쳐 유통하는 구조를 통해 낮은 단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고율 관세 여파로 이 같은 경쟁력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관세 인상은 곧 상품 원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두 가지 방향의 충격을 낳는다. 하나는 판매자 입장에서 이익률이 급감해 운영 지속이 어려워지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소비자 가격 전가로 인해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마켓플레이스의 일부 셀러는 제품군을 축소하거나 무료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재고 확보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체 조달처를 확보하더라도 생산 단가가 높아 아마존 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의 성격상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용자가 ‘최저가’ 검색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구조에서 단가 인상은 곧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필수 생활용품이나 유아용품, 전자 액세서리처럼 반복 구매가 많은 카테고리일수록 가격 상승의 타격을 더 크게 받는 구조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중국산 제품은 가격을 기준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중국 이외 국가로 조달망을 바꿔도 기존 수준의 수요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역 갈등 장기화 우려 짙어져
이처럼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미·중 간 무역 갈등은 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관세 인상을 강행하려는 모습이며, 중국은 이를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일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는 1단계 무역합의 정신에 어긋난다”면서 “기존 합의사항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 2020년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내용의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외교적 충돌은 단순히 정치적 갈등을 넘어 기업과 시장에도 즉각적인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인 조정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로선 공급망 재편이나 조달선 다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진 탓이다.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은 예측력을 잃었고, 기업들은 신규 계약이나 투자 결정을 보류하는 등 위축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이 무역 적자 해소라는 단기 목표를 넘어 정치적 힘겨루기와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작동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지식재산권(IP) 문제 등을 지적하며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대해 맞대응을 피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책 일관성이 사라진 가운데 관세와 보복의 악순환만이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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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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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혈우병 기업 인수 후 최대 규모
블루프린트, 비만세포증 치료제 유일 개발
아이바키트, 지난해만 매출 5억 달러 육박
프랑스계 글로벌 빅파마인 사노피가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블루프린트 메디신스(이하 블루프린트)를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올해 유럽의 헬스케어 기업이 체결한 가장 큰 규모로, 희귀 면역질환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블루프린트와 95억 달러 M&A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사노피는 지난 2일(현지시간) 블루프린트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사노피는 블루프린트의 모든 발생 주식을 1주당 129달러에 인수한다. 이는 95억 달러(약 13조원)의 기업 가치에 해당한다. 블루프린트 주주는 향후 BLU-808의 개발·규제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주당 4달러의 마일스톤을 추가로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총 거래 규모는 최대 95억 달러(약 13조원)까지 증가한다. 인수 절차는 올해 3분기 안에 완료될 전망이다.
이번 M&A는 최근 사노피가 잇따라 임상시험 실패를 겪은 이후 이뤄진 대규모 투자로 포트폴리오 반등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사노피는 지난주 리제네론과 공동개발 중이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이테페키맙’의 3상 임상 실패를 발표했고, 앞서 2월에는 존슨앤드존슨(J&J)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침습성 대장균 백신 후보도 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사노피는 올해 들어 M&A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인비브릭스(Inhibrx)로부터 희귀질환용 재조합 단백질 치료제를 22억 달러(약 3조원)에 인수했으며, 4월에는 알츠하이머병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비질 뉴로사이언스에 4억7,000만 달러(약 6,380억원)를 투자했다. 이외에도 이중특이항체 'DR-0201' 인수 계약금으로만 6억 달러(약 8,150억원)를 지불하고 최대 13억 달러의 마일스톤을 설정하는 등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시스템성 비만세포증 치료제 확보
블루프린트는 희귀 면역질환인 전신 비만세포증과 기타 KIT 유전자 연관 질환에 특화한 기업으로, 미국 알레르기·피부과·면역학 전문의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신 비만세포증은 희귀 면역계 질환의 일종으로 비정상적인 비만세포들이 골수, 피부, 위장관 및 기타 각종 장기들에 축적돼 활성화되는 특징을 나타낸다.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인체 내로 들어올 경우 히스타민, 트립타아제 등의 매개물질을 분비하는 면역세포의 일종이다.
가장 흔하게 침범하는 기관은 피부며 그 외에 비장, 림프절에도 침범한다. 대체로 소아에게 발생하는데 60~80%가 생후 1년 이내에 발병한다.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18~31% 정도로 보고된다. 성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가족력이 없다.
비만세포증은 크게 피부비만세포증, 비활동전신성비만세포증, 비비만세포계열의 클론성혈액질환을 동반한 전신성비만세포증, 공격성전신비만세포증, 피부외비만세포종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소아는 피부비만세포증 양상을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상을 보이는 색소두드러기는 직경 1~2.5cm의 황갈색 또는 갈색 반, 구진이 전신에 나타나는 유형이다. 몸통에 호발하며 얼굴, 두피, 손발바닥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아이바키트/사진=블루프린트 메디신스
FDA, 아이바키트 진행성·무통성 전신 비만세포증에 최초 승인
이번 인수에는 경구용 전신 비만세포증 치료제 '아이바키트(성분명 아바프리티닙)'와 초·후기 개발 단계에 있는 면역질환 후보물질들이 포함된다. 아이바키트는 진행성·무통성 전신 비만세포증 치료제로, KIT·PDGFRA 돌연변이로 인해 활성화된 단백질 키나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가졌다. KIT·PDGFRA 돌연변이는 일부 면역질환에서 단백질 키나제를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4억7,9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한 약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바키트는 진행성 및 무통성 전신 비만세포증에 승인된 유일한 의약품이다. 지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이바키트를 성인 무통성 전신 비만세포증 환자를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로 승인했다. 앞서 FDA는 2021년 6월에 아이바키트를 진행성 전신 비만세포증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FDA 승인은 무통성 전신 비만세포증에 대해 진행된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인 이중맹검, 위약대조 PIONEER 시험의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 환자들은 아이바키트 25mg 1일 1회 요법+최적지지요법 또는 위약+최적지지요법을 받았다. 아이바키트는 전반적인 증상과 비만세포 부담 척도를 포함한 1차 및 모든 주요 2차 평가변수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개선 효과를 제공한 것으로 입증됐다.
사노피는 이번 인수를 통해 전신 비만세포증 치료제로 새롭게 개발 중인 후보물질 '엘레네스티닙(elenestinib)'과 고도 선택적 경구용 야생형(wild-type) KIT 억제제 후보물질 'BLU-808'도 확보한다. 엘레네스티닙은 현재 임상 2/3상 시험 'HARBOR'에서 무통성·잠복성 전신 비만세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증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서 효능·안전성을 평가 중이다. BLU-808은 염증성 질환과 관련이 있는 비만세포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야생형 KIT를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로, 광범위한 면역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사노피 폴 허드슨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인수는 당사의 희귀질환·면역학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는 당사의 기존 치료 분야를 강화하고, 환자에게 적합하고 차별화된 의약품을 제공하며 주주에게 매력적인 수익을 보장한다는 전략적 목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케이트 해빌랜드 블루프린트 CEO는 "이번 계약을 통해 희귀질환과 면역학 분야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고 대규모 의료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한 사노피와 함께 전 세계 많은 환자에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약품을 제공한다는 공동의 사명을 가속화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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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낙인, 美 교육·연구 환경에 치명타
간첩 대응인가 인재 배제인가, 반중 정책의 전략적 역설
‘국가 안보’ 명분의 이면, 혁신 침해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자국의 학문과 기술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경고다. 일부 간첩 사례가 전체 중국 유학생 집단에 대한 포괄적 배제로 비화돼 미국이 추구해 온 개방성과 혁신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는 분위기다.
대량 비자 취소 계획에 안보 전문가들 “과도하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대거 취소한 사실을 지적하며 “미국의 대중(對中) 교육 제한이 사상 최고 수위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다수 전문가들은 “사실과 거리가 먼 과장된 위협”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과거 학문 및 산업 스파이 수사 활동에 참여했던 일부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중국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은 복잡한 중국의 산업 스파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강압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과거 미 연방수사국(FBI) 방첩국에서 학술 협력 프로그램을 관리했던 그렉 밀로노비치는 NYT에 “실제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출신 학생 수는, 미국 연구 분야를 지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학생의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학교에 등록된 중국 출신 학생 수는 약 27만7,000명이다. 인도 출신 학생에 비해 두 번째로 많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 중국 출신 유학생들이 중국 공산당 정부와 연계돼 주요 기술들을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됐다. 그러나 무작정 중국 유학생들을 쫓아내는 것은 오히려 미국 기술 발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미국이 그간 엄청난 숫자의 중국 등 외국 출신의 과학 기술 전문가들을 고용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식 및 기술의 유입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출신의 중국문제 전문가 콩하오펑 교수는 “냉전 시절에도 미·소 과학 협력은 유지됐다. 다만 금지해야 할 분야는 명확히 구분됐다”며 지금처럼 전면적 협력 중단은 오히려 미국 스스로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비자 취소의 기준 등 정책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핵심 분야에서 연구하는 이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나 정책 시행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적발된 중국 간첩들, 美 정치권까지 진입
다만 과장된 위협이라 치부하기엔 실제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기소되거나 조사를 받은 중국인 연구자와 유학생 중 일부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중국은 '군민융합(MCF·Military-Civil Fusion)' 전략 아래 해외 유학생과 연구자를 활용, 민간 기술을 군사목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 활동하던 일부 연구자들이 논문 표절이나 연구비 유용을 넘어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외부로 반출하려 했다는 정황도 보고된 바 있다. 지난해 말 미 법무부는 12명의 중국계 인물을 간첩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는데, 이들은 미 외교부 전산망 해킹, 미 방산업체 기술 접근 등 ‘고위험 회색지대 전략’의 일환으로 활동했다는 정황이 있다.
중국에서 귀화한 미국 시민권자인 탕원쥔도 유사한 혐의로 2023년 체포됐다. 탕은 민주화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정보를 중국의 국가안전부(MSS)에 제공한 후 FBI에 거짓말을 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당시 미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 정부의 대리인(agent)으로 활동한 혐의 1건, 음모 혐의 1건, 허위 진술 혐의 1건으로 뉴욕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탕은 1989년 천안문 학살 사태 당시 반체제 인사로 수감됐다가 2002년경 대만으로 망명했다. 이후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가받아 동료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여러 행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탕은 2018년과 2023년 해외정보, 방첩, 간첩활동 및 정치보안을 관장하는 중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 요원으로 일했다. 미국 검찰에 의하면 탕은 중국 본토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MSS에 협조하기로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8년 고향을 방문한 후 익명의 MSS 관계자를 소개받았고, 이때부터 MSS가 탕의 가족에게 돈을 제공했다.
2023년 9월 미 사법당국에 체포된 린다 쑨도 간첩 혐의를 받았다. 뉴욕주 전직 주지사(앤드루 쿠오모, 캐시 호컬) 밑에서 보좌관으로 일했던 쑨은 미국 바너드대에서 정치학·정부학 학사 학위, 컬럼비아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뉴욕 주정부에서 약 14년 동안 다양한 직책에서 근무했다. 쑨은 뉴욕 주정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중국 영사관의 지시에 따라 대만 대표단이 뉴욕 주정부 당국자와 만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2019년에는 당시 대만 총통이던 차이잉원(蔡英文)의 미국 방문을 반대하고, 심지어 미국 정부에 방문을 허가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쑨은 대만 관리들이 쿠오모 전 주지사와 자신을 차이 총통이 주최한 만찬에 초대하자 초청장을 중간에 가로채 주지사에게 전달하지 않고, 주지사가 별도의 행사를 주관하도록 돼 있다고 거짓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주 고위 정치인들의 공개 성명에도 은밀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뉴욕 주정부 공무원이 중국 내 위구르족 구금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간첩 낙인찍힌 교수, 진짜 중국 칭화대 합류
간첩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저명한 연구자가 중국 대학에 합류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1일 중국 칭화대 선전국제대학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나노기술을 통합하는 선구자인 찰스 리버(Charles M. Lieber) 교수가 칭화대가 2019년 설립한 선전국제대학원에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버 교수는 또 선전 의학연구 및 번역아카데미 연구원도 겸직할 예정이다.
리버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전임 교수였으며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2020년 FBI에 의해 중국 정부 주도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 그리고 우한이공대와 관계를 허위로 진술하고 관련 수입을 세금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유죄 판결과 함께 구금 및 가택연금, 2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즉 중국 간첩 의혹을 받고, 유죄가 인정됐다는 뜻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중국과 연루 의혹을 받는 미국 내 연구자들을 조사하기 위해 법무부를 통해 '중국 이니셔티브(China Initiative)' 캠페인을 전개했다. 중국은 "학계 협력을 저해하고 반아시아적 편견을 조장한다"고 강하게 비난했지만, 캠페인은 아랑곳없이 2022년까지 진행됐다. 주요 타깃은 중국과 연계된 산업스파이 활동, 중국 천인계획에 참여해 중국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음에도 이를 은폐한 행위, 기술 탈취를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국영기업이나 연구기관 직원 및 유학생들이었다. 이 중 리버 교수 유죄 사건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도 손꼽힌다. 그는 우한이공대 등으로부터 월급과 생활비, 연구실 설립 지원금 등으로 218만 달러(약 30억원) 가까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 교수가 정말 당시에 중국 돈을 받고 미국 나노기술을 훔쳤는지, 아니면 리버 교수에게 전해진 거액의 돈이 중국 대학의 순수한 연구 협력 시도였는지는 미국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버 교수가 칭화대에 합류하면서 미국 나노기술의 중국 유출은 분명히 현실화했다. 리버 교수는 칭화대 측이 밝힌 콘텐츠에서 "새로운 연구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일을 시작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그는 작년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중국 본토나 홍콩에서 일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고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문제는 이러한 소수 사례가 전체 중국계 유학생과 연구자에 대한 포괄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간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일반화의 오류를 부추기며, 중국인이기만 해도 의심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소수의 위협이 다수의 배척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자유주의적 가치와도 충돌한다는 점에서 미국 내 학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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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소득 중 소비 비중 줄어 실질소득 정체에 소비 여력 위축 산업 붕괴·저성장 고착화가 본질
장기화한 경기 침체의 원인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 이면에는 한국 사회 전체의 인구·소득·심리 변화가 자리하고 있단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흐리는 시선이라는 반론 또한 거세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 기반 자체가 무너진 데 있으며,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근본적인 해결책 또한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험·가치에 중점 둔 소비 트렌드 변화
4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평균소비성향(APC)은 2014년 73.6%에서 2024년 70.3%로 3.3%p 하락했다. 30대 이하(73.7%→71.6%), 40대(76.5%→76.2%), 50대(70.3%→68.3%), 70대(79.3%→76.3%) 등 모든 연령대가 10년 전보다 낮은 APC를 나타냈으며, 특히 60대는 69.3%에서 62.4%로 가장 큰 하락 폭(6.9%p)을 그렸다. 소득 총액에 대한 소비 지출 총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APC는 소비지출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소비 구조 또한 변화를 보였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소득과 소비지출 및 소비성향을 분석한 이번 보고서에서 10년간 지출 비중이 증가한 항목은 보건(7.2%→9.8%), 오락·문화(5.4%→7.8%), 음식·숙박(13.7%→14.4%), 주거·수도(11.5%→12.2%) 등이다. 반면 식료품·음료(15.9%→13.6%), 의류·신발(6.4%→4.8%) 등 전통적인 생필품과 교육(8.8%→7.9%) 등은 하락했다.
보고서는 이번 분석이 단순한 소비 행태 변화를 넘어 산업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소비 부진은 단순한 불황 때문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인구·소득·심리 등이 변화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그만큼 단기 부양책으로 회복을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책임론’ 프레임은 왜곡된 해석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의 원인을 소비 패턴 변화에서 찾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 원인으로는 수출 둔화로 인한 가계 소득 감소가 꼽힌다. 한국 경제의 뿌리와도 같은 제조업 수출이 최근 수년간 글로벌 수요 부진과 가격 경쟁력 약화로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의 소득도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소비 여력 감소를 의미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노동자 1명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63만9,000원과 373만2,000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5%, 1.7%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실질임금은 37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긴 했지만, 이는 명목임금이 1년 전보다 4.5% 오르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2.1% 오르는 데 그친 데 따른 것으로 물가 향방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총생산(GDP)에도 뚜렷이 반영되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만으로도 0.2%의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수출 회복 없이 2분기 역시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통상 환경에 대한 불안이 커진 분위기가 투자와 소비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향후 수출과 성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출 중심 경제 상황에서 내수만으로 버티기 역부족
이와 함께 주력 산업의 붕괴와 그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이 본질이라는 진단 또한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의 추락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제 유가 하락과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중동 업체들의 가격 공세 등으로 한국의 석유화학 수출은 2024년 기준 20% 이상 급감했다. 이는 국내 제조업 수익성 악화로 직결돼 산업 전반의 활력을 갉아먹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한때 ‘효자 산업’으로 불리던 석유화학이 경제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이 단지 석유화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등 그간 한국 수출의 큰 축으로 기능해 온 산업들 대부분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글로벌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하드웨어 강국’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혁신의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는 배경이다.
이러한 산업 약화는 저성장을 고착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수출 둔화로 인한 기업 실적 악화는 고용 감소 및 임금 정체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키고, 종국에는 내수 부진과 성장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굳어진다. 정부는 정책적 대응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 구조를 단기 재정 투입으로 되살리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규제 완화나 세제 지원만으로 회복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장기화한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을 둘러싸고 소득과 산업의 미래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 구조가 바뀐 것이 아니라, 소비할 수 있는 기반이 무너졌단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 체질 자체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기에 가깝다. ‘소비 패턴의 변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붕괴’가 진짜 문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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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 2%대 초반서 1.9%로 하락
석유류·채소류 가격 급락, 전체 물가 상승 억제
美·유럽도 에너지 가격 하락 속 물가 상승 둔화
올해 들어 2%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다시 1%대에 진입했다.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를 보였지만, 석유류와 채소류 가격이 급락하며 전체 물가 오름폭을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속에 통화당국의 시선이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옮겨가면서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에너지·신선식품 위주로 장바구니 물가 안정세
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하며 지난해 12월(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4월까지는 모두 2.0~2.2%의 상승률을 기록해 왔다. 물가 상승세 둔화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각각 4.7%, 2.3%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포인트(p), 0.09%p 낮추는 데 기여했다. 기상 여건이 좋아 채소류 출하량이 늘어난 점과 국제 유가 하락세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축산물 가격은 6.2% 오르며 전체 물가를 0.15%p 끌어올렸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8.4%), 국산쇠고기(5.3%), 달걀(3.8%) 등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2.3% 올랐다. 이 가운데 외식과 공공요금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3.1%, 외식 부문은 3.2% 올라 전체 물가를 각각 0.62%p, 0.46%p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외식 물가는 지난해 3월(3.4%) 이후 3%대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는 4월과 마찬가지로 4.1% 상승해, 2023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근원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0% 올라 전월(2.1%)보다 소폭 둔화됐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2.3%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보다 5.0% 하락해 2021년 10월(-7.8%)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장바구니 물가 중에서도 신선식품 위주의 가격은 안정된 모습이다. 소비자 체감 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2.3%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주요 생필품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美, 관세 전쟁에도 4월 CPI 상승률 2%대로 선방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은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3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해 2021년 2월(1.7%)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다우존스 전문가 전망치(2.4%)보다 낮은 수치로 전월(2.4%) 대비 상승 폭도 둔화됐다. 가정용 식품 가격은 2% 상승했지만, 에너지 가격이 3.7% 하락하며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렸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의 영향으로 물가 급등 우려가 제기됐지만, 기업들이 아직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부 기업들이 재고를 미리 확보해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이 전가되는 시기를 다소 늦출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하락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 실제로 4월 기준 미국의 휘발유와 연료유 가격이 각각 11.8%, 9.6% 급락하는 등 에너지 부문이 전체 인플레이션 둔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유로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4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와 일치했다. 서비스 물가가 4.0% 상승했지만, 에너지 가격이 3.6% 하락하며 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CPI가 몇 달 안에 목표치인 2% 수준에 도달하고 내년에는 1.7%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유럽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가 되기 전에 2%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은, 내수 침체에 금리 낮춰 소비·투자 살려야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0.25%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동안 네 번째 금리 인하다. 민간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이미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뒷걸음쳤고, 미국발 관세전쟁 등의 영향으로 수출까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라도 낮춰 소비·투자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한은은 향후 금리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간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1분기 실적이 부진한 데다 2분기 회복세도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성장률 0.8%를 전망했을 때, 순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제로(0)였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 경쟁력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중국과의 경쟁 격화로 약화된 가운데,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4.5% 올랐지만, 고물가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확대로 실질소비지출은 7개 분기 만에 감소했다. 1~3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도 1.4% 증가하는 데 그쳐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인 2.1%를 밑돌았다. 이 총재는 “애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에 향후 인하 폭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5월 금통위에서 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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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잃어버린 경제 성장 엔진
혁신 인프라 부진에 기업 성장 둔화
글로벌 기술 기업 부재도 경제 발목
미국이 경제 성장 면에서 유럽을 크게 앞지르는 가운데, 유럽이 국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프트웨어부터 인공지능(AI)까지 차세대 기술 기업 육성에 실패하면서 경제 성장마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모든 지표서 격차 확대
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현실을 조명했다. 우선 유럽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육성부터 미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실제 최신 자료를 보면(2025년 4월 기준) 유니콘 기업 수는 미국이 702개(총 기업가치 약 3조2,000억 달러)로 압도적인 반면, 유럽 전체(영국 104개, 프랑스 34개, 독일 29개 등 포함)는 600여 개에 이르지만 총 기업가치는 3,300억~4,000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에 크게 못 미친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에서 탄생한 유니콘조차 기업공개(IPO)를 통해 각 산업의 주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앤드루 매카피 교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창업 50년 미만이면서 기업가치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 이상인 상장 기업 수는 미국이 241개(총 가치 29조6,000억 달러·약 4경원)인 데 반해, 유럽연합(EU)은 고작 14개(총 가치 4,300억 달러·약 590조원)에 불과했다.
투자·연구개발 '빨간불'
유럽 기업이 부진한 배경에는 고질적인 투자 부족이 자리한다. 유럽의 벤처캐피털(VC) 규모는 미국 대비 20% 수준에 그치며,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유럽 기술 분야에 총 4,250억 달러(약 583조원)가 투자됐으나 이는 여전히 미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벤처 투자 규모가 현저히 작을 뿐 아니라, 자본 시장 자체도 덜 발달했다. 유럽 가계 자산의 31%가 현금과 예금에 묶여있는 반면, 미국은 이 비율이 12%에 불과해 비교적 주식·채권 같은 성장 자본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 때문에 유럽 신생기업들은 성장 단계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미국 등지로 옮겨가는 사례가 잦다.
유럽은 연구개발(R&D) 투자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미국은 2007년 4,618억 달러에서 2023년 8,231억 달러(약 1,130조원)로 80% 이상 늘어난 반면, 유럽은 같은 기간 50% 증가에 그쳤다. 투자에서 민간 자본 유입이 낮고, 정부 지원은 생산성 제고보다 복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 정부의 한 사람 기준 R&D 투자는 미국과 비슷하지만 민간 자본 유입이 현저히 적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R&D 투자액 추이를 보면 미국이 최상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이 빠르게 EU를 추월하며 격차를 벌렸다.
이 같은 투자 부진의 이면에는 보수 성향 투자와 위험 회피 문화가 있다. 유럽 투자자와 기업가들은 미국에 비해 다른 이들보다 위험 감수를 꺼리며, 실패에 대한 사회 부담도 크다. '성장 우선, 수익은 나중' 전략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유럽은 초기부터 수익과 안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대담한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제 성장까지 '경고등'
과도한 규제도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 같은 강력한 규제는 미국 대기업에는 대응력을 키워주는 반면, 유럽 안 신생기업과 성장기업에는 비용 부담과 진입장벽을 높여 혁신을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 혁신 인프라 부족도 미흡한 상황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대규모 혁신 중심지가 없고, 성공한 창업가와 투자자 사이 관계망이 다른 곳에 비해 약해 '연쇄 창업'이나 대형 엑시트(투자금 회수) 사례도 미국, 이스라엘, 중국에 비해 드물다.
이렇다 보니 유럽의 우수 인재와 유망 신생기업이 더 나은 자금 지원, 사업 환경, 성장 기회를 찾아 미국 등으로 떠나는 '인재 유출' 현상도 심각하다. 스카이프(Skype), 딥마인드(DeepMind)처럼 유럽에서 출발했지만 끝내 미국 대기업에 인수된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파산을 택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독일의 에어택시 스타트업 릴리움(Lilium)는 지난해 10월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 절차가 진행되면서 나스닥 상장 폐지가 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직원 약 1,000명을 해고했다. 릴리움과 함께 에어택시 부문의 쌍두마차였던 볼로콥터(Volocopter)도 지난해 12월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미 볼로콥터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터라 예견된 절차였지만, 혁신 분야의 거대 스타트업인 릴리움과 볼로콥터의 연이은 파산 절차 돌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미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 생태계 강화, 과감한 규제 완화, 투자 확대, 단일 시장 활성화, 핵심 인재 유치와 보유를 위한 범유럽 차원의 전략 대응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EU 경제 규모는 이미 미국보다 3분의 1가량 작으며, 지난 수년간 성장률 역시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위기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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