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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도 등 돌린다" 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명암

"투자자들도 등 돌린다" 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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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중점 둔 신사업 전략 발표
하이브-어도어 갈등으로 멀티레이블 허점 드러났다?
위축된 투자 심리, 4차 사모 CB 셀다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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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이브

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 하이브(HYBE)의 성장을 견인해 온 멀티레이블(Multi-Lable) 시스템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갈등으로 멀티레이블 시스템 특유의 허점이 가시화한 영향이다. 쏟아지는 시장 비판에도 불구, 하이브 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멀티레이블 고도화'에 힘 싣는 하이브

11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차후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유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다. 멀티레이블이란 엔터사 산하에 여러 레이블을 배치해 각각의 아티스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현재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케이오지(KOZ)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이타카홀딩스 등 국내외 11개 레이블을 산하에 두고 있다.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 육성 의지는 지난달 발표된 신규 사업 전략 '하이브 2.0'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이브 2.0 전략의 핵심은 음악 사업 부문에서 멀티 레이블 사업 성장 및 혁신에 필요한 전략과 프로세스 강화, 자원 투자, 음악 서비스 기능 고도화 등을 총괄하는 '하이브 뮤직그룹 APAC'를 신설하는 데 있다. 하이브 뮤직그룹 APAC의 초대 대표는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가 맡는다. 신 대표는 2020년부터 빅히트뮤직 대표를 맡아 레이블 시스템 고도화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해당 전략 발표 당시 하이브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구조"라며 "최근 일련의 사건을 통해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없는지 다시 살펴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음악사업의 본질을 강화하기 위해 하이브 뮤직그룹 APAC을 신설했다.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음악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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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사진=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허점

문제는 최근 관련 시장에서 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허점’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는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하이브의 가파른 성장세를 견인해 왔지만, 동시에 소속 연예인과 임직원 개개인의 일탈 및 논란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 논란은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빈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분쟁은 올해 상반기 모회사와 자회사가 이해 상충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는 형태로 시작됐다. 지난 4월 어도어는 빌리프랩(하이브 산하 레이블) 산하 여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아일릿’이 어도어 산하 아이돌 그룹인 '뉴진스'를 여러 방면에서 모방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민 대표와 어도어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어도어는 그 레이블 중 하나”라면서 “그런데 어도어 및 그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한 만큼,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며 “뉴진스는 현재 5월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됐고, 이러한 사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하이브와 빌리프랩이건만 피해는 어도어 및 뉴진스의 몫”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후 이어진 공방전 끝에 하이브는 지난 5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어도어 사내이사를 기존 민희진 사단 2인에서 하이브 측 C레벨 인사 3인으로 교체, 민 전 대표를 경영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어도어가 민 대표를 해임한 뒤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하이브 CHRO·최고인사책임자)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4,000억원 전환사채 셀다운 어쩌나

방 의장과 민 전 대표의 충돌은 고스란히 하이브의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19일까지만 해도 주당 23만원을 웃돌았던 하이브 주가는 현재 16~17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 논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회사 소속 연예인들의 사생활 논란 등 (하이브를 둘러싼)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이브를 둘러싼 논란은 주가는 물론, '큰손'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발행 예정인 하이브의 4,000억원 규모 4회차 사모 전환사채(CB)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발행 후 셀다운(Sell down, 인수후 재매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하이브의 4회차 사모CB의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5년이며, 표면금리(쿠폰금리)와 만기이자율 모두 0%인 소위 '빵빵채권'이다. 전환가액은 현 주가수 대비 20%가량 할증이 붙으며,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조정 조건(리픽싱)은 없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성장을 견인하던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어도어 사태 이후 오히려 '독'이 됐다"며 "이미 일부 운용사가 4차 사모 CB 인수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셀다운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 측은 "현재 CB 차환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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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씨앗 뿌린 대명소노-예림당, 티웨이항공 '결함 항공사' 꼬리표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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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소노그룹-예림당 지분율 차이 2.67%p, 경영권 분쟁 초읽기
해외 사업 확장 타진하는 대명소노, "티웨이항공 포기할 이유 없어"
운항 지연 등 논란 잦은 티웨이, 현 경영진 책임론 불거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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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대명소노그룹을 2대 주주로 맞으면서 예림당과 대명소노그룹 간 지분율 차이가 3%대 이하까지 좁혀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조만간 두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명소노그룹, 티웨이항공 2대 주주 등극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6월 JKL파트너스가 보유하던 티웨이항공 주식 5,766만4,209주(26.77%)를 총 1,897억원에 취득했다. 종합 리조트 회사인 소노인터내셔널(옛 대명호텔앤리조트)이 3,209만1,467주(14.9%)를 주당 3,290원(1,056억원)에 장외매수하고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부여받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나머지 주식(11.87%)을 추가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 물량은 통합구매대행(MRO) 계열사인 대명소노시즌과 함께 받았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대명소노그룹이 콜옵션을 조기 발동했단 점이다. 당초 콜옵션 행사 기한은 이달 말까지로 넉넉했지만 대명소노그룹은 지난달 1일 JKL파트너스 보유분 잔여 주식을 다소 급하게 인수했다. 이에 시장에선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의 지분율은 지난달 말 기준 각각 27.74%, 1.7%(합산 29.44%) 정도다. 대명소노그룹의 총지분율이 26.77%임을 고려하면 두 대주주 간 지분 격차는 2.67%p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대명소노그룹이 180억원가량만 투입하면 최대 주주 지위를 빼앗을 수 있다는 의미다.

13년 전 고배 마신 대명소노, 이번엔 기회 잡나

대명소노그룹은 13년 전 한 차례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2011년 3월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이사에 오른 서준혁 현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은 그해 11월 티웨이항공 인수를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LCC 인수를 통해 신사업을 전개하겠단 취지였지만, 인수 가격에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티웨이항공 인수 및 항공 사업 진출 계획 전반이 무위로 돌아갔다.

그런데 올해 초 예림당이 티웨이항공 지분 확대를 포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JKL파트너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 창구로 대명소노그룹을 선택해 티웨이항공 인수 길이 재차 열린 것이다. 그러잖아도 미국, 프랑스 등의 호텔·리조트를 인수하며 해외로의 사업 확장을 시도 중이던 대명소노그룹 입장에서 티웨이항공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옵션이다. 대명소노그룹으로선 굴러들어 온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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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웨이항공

흔들리는 티웨이, 현 경영진 '아킬레스건' 드러났다

물론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예림당과 함께 티웨이홀딩스 지분 46.91%를 보유한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이 경영권 사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결국 지분 싸움을 통한 경영권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대명소노그룹은 기타 주주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등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경영권 분쟁 발생 시 대명소노그룹이 승리를 거머쥘 확률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티웨이항공에 대한 신뢰가 다소 낮은 상태기 때문이다. 최근 티웨이항공은 운항 지연과 결항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6월 인천발 오사카행 TW283편이 11시간 운항 지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티웨이항공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보낼 항공기에 기체 이상이 발생하자 오사카행에 배치됐던 같은 기종 항공기를 자그레브행에 투입하는 등 주먹구구식 운영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엔 파리행 항공편 TW402편이 기체 결함을 이유로 결항하기도 했다. 해당 사태로 해당 항공편을 예약한 승객 143명의 발이 공항에 묶였고, 이들은 무려 21시간이 지나서야 대체 편에 탑승할 수 있었다. 티웨이 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결항 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결함 항공사'라는 힐난이 쏟아졌다.

일련의 사건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현 티웨이항공 경영진들의 입지도 좁아졌다. '티웨이항공 경영진 책임론'이 불거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단 얘기다. 결국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경영진의 '아킬레스건'을 잘 조준하기만 하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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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 올라탄 K-조선, ‘국내 빅3’ 이익 2조 예상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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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 '189.7', 2008년 이후 최고치
환경 규제로 교체 수요 급증, 컨테이너선 가격도 2배 껑충
조선업으로 번진 미중 갈등에 반사이익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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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미소 짓고 있다. 글로벌 환경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 수요가 증가한 데다 25년 주기의 선박 교체 시기가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미국의 중국산 선박 제재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반사이익에 따른 실적 확대도 기대된다. '달러박스'로 통하던 시기가 16년 만에 재현되는 모습이다.

선박 가격 급등, '신조선가' 사상 최고치 목전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는 6일 기준 189.7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191.6)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업계는 이를 3차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진입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조선업 시황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인 신조선가지수는 오를수록 해당 시점의 선박 가격이 높다는 뜻이다.

신조선가지수는 2008년 9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1960년대에 이은 2차 슈퍼사이클인 2005~2008년은 글로벌 경기가 좋았던 데다 ‘세계화' 물결을 타고 물동량이 대폭 늘면서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배를 발주하던 시기였다. 당시 조선업은 건조 물량을 쓸어 담아 달러박스로 불렸고,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들도 일제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초래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자 신규 발주량도 추락했다. 그렇게 시작된 불황은 10년 이상 이어졌다. 선박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오랜 기간 새 배를 들이지 않은 선사들이 경기 회복 신호를 읽고 신규 발주에 나선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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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 폭증

이번 3차 슈퍼사이클은 주도한 것은 친환경 선박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지키기 위해 저탄소, 무탄소 등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체연료와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 개정안'에 따른 것으로, 지난 2021년 IMO는 오는 2030년까지 발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2008년 발주 선박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50%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선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수소 등을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을 잇달아 발주했고 그 덕에 글로벌 선박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7만4,000㎥짜리 LNG 운반선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척당 건조 가격은 2억6,200만 달러(약 3,500억원)로 2020년 12월(1억8,600만 달러)보다 40.9% 뛰어오른 상태다.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해 온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도 모처럼 활짝 웃고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글로벌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발주량의 64%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멤브레인(membrane, 사각형) 타입의 LNG 수송선박은 전체 수주량 중 89%를 점해 양보다 질로 승부를 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선 3사가 쌓아둔 수주잔량은 3년 6개월~4년 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조선사는 최소 2년 치 일감을 갖고 있어야 도크(dock·선박 건조장)를 놀리지 않는 만큼 수주잔량 마지노선을 2년으로 잡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 같은 수주잔량 포화는 조선사의 이익 증대로 이어진다. 비싼 배만 골라잡는 ‘선별 수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이나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힘을 쏟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크 포화 현상은 평범한 선박인 컨테이너선 가격도 끌어올렸다.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가격은 2020년 12월 척당 1억600만 달러(약 1,420억원)에서 지난달 2억2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90.5%) 올랐다. 컨테이너선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좀처럼 수익을 내기 힘든 선박이었지만 뱃값이 오르면서 국내 조선사들도 수주전에 동참해 이익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불황의 터널을 뚫고 나온 조선 3사의 이익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1조3,8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는 1조3,5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이익 전망치도 4,619억원으로 지난해(2,333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965억원 적자에서 올해 2,100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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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삼호 전남 영암 조선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에 연료 탱크가 장착되고 있다/사진=HD한국조선해양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도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도 국내 조선업계에 있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사에 관세 부과 등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현재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전미철강노조(USW) 등 5개 노동조합의 청원을 받아들여 중국의 해양·물류·조선업에 불공정 무역 관행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가 세계 조선, 해양, 물류 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고, 전 세계에 항만과 물류 시설망을 구축한 뒤 미국 선박과 해운사를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국 조선사들은 정부의 선박 금융 지원과 저렴한 원가를 기반으로 수주 점유율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 역시 중국 조선사는 글로벌 조선사 인도량 6,447만 GT 중 3,280만GT(50.9%)를 인도하며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한국 조선사가 1,832만 GT(28.4%), 일본 조선사가 994만 GT(15.4%)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조선사는 61만 GT로 전체 인도량의 0.1%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 속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사에 대한 제재를 확정할 경우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중국과 1, 2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 조선사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미국이 단기간 내에 조선 건조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한국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미국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NG 수송을 위한 가스운송선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해 9,120만 톤의 LNG를 수출한 세계 1위 LNG 수출국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천연가스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미국산 가스의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할 경우 친환경 정책 폐기에 따른 수혜도 점쳐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각종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화석원료 등 저렴한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녹색 사기'(Green New Scam)로 규정하고,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의도다. 미국이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면, LNG 등 국내 조선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선박 발주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2027년 IMO의 탄소세까지 시행될 경우 고부가 친환경 선박 수주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IMO는 오는 2025년 10월 탄소세 최종안을 채택하고, 2027년 발효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는 선박 교체 주기와도 맞아떨어진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의 절반 이상은 2000년대 초에 건조된 것으로 파악된다. 선박 교체 주기는 보통 25년 정도로, 탄소세를 피하기 위한 친환경 선박 도입 시점과 노후 선박 교체 타이밍이 내년 이후 맞물리는 셈이다. 이 경우 슈퍼사이클 기간은 더욱 길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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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시장 독점한 구글에 美 법무부 반독점 소송 제기, 플랫폼 강제 매각 현실화하나

광고 시장 독점한 구글에 美 법무부 반독점 소송 제기, 플랫폼 강제 매각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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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구글 경쟁사 인수해 독점적 지위 강화, 불법 관행 일삼아"
EU·영국도 압박 강화, 구글 둘러싼 법적 리스크 심화 양상
토종 기업 지배력 높은 한국 시장, 반독점 소송 영향력 제한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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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검색엔진 시장 관련 반독점 소송에서 지난 5월 승소한 가운데,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을 겨냥한 별도의 반독점 소송이 시작됐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경쟁사 인수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얻은 뒤 자사 플랫폼을 우대하는 등 불법 관행을 일삼아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이번 소송마저 패소할 경우 광고 관리 플랫폼 등이 강제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법적 리스크가 더욱 커진 셈이다. 다른 국가에서 구글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부했고, 영국은 규제 당국 차원에서 구글의 시장 독점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구글 온라인 광고 사업 반독점 소송 본격화

10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전날 버지니아 연방 법원에서 진행된 첫 재판에서 "구글이 경쟁사와 고객사를 제어하며 온라인 광고 기술의 모든 부문을 지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경쟁사 인수를 통해 온라인 광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는 게 법무부 측의 주장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구글은 2008년 온라인 광고 회사 더블클릭에 이어 2011년 디스플레이 광고 업체 애드멜드를 잇달아 인수했다. 법무부는 구글이 타 광고 업체를 적극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온라인 광고 시장 초기 단계의 경쟁사를 사실상 제거했다고 봤다. 인수 이후 광고 경매에서 자사 광고 판매 플랫폼을 우대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다며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지금의 위치에 있는 건 단순히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 경쟁을 뭉개버렸기 때문"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구글은 현재 미국 내 광고 판매 플랫폼 시장의 87%를 점유하고 있다.

법무부는 광고주와 광고 게시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급증한 것도 구글의 영향이라고 봤다. 법무부 측은 "구글은 광고 구매 및 판매 전반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우위를 점함으로써 퍼블리셔(콘텐츠 제작·배포사)와 광고주 간의 판매를 중개할 때 1달러당 최대 36센트를 챙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높은 수수료는 콘텐츠 품질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사인 만큼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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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반독점 소송 타진, 영국선 불법 관행 지적 받기도

이번 소송은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진행하는 두 번째 반독점 소송으로, 앞서 구글은 온라인 검색 시장 분야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구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고를 관리하는 플랫폼인 구글 애드 매니저(Google Ad Manager)가 강제 매각될 수 있어서다. 구글은 현재 광고 수익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전체 매출 847억4,000만 달러 중 검색 엔진을 통한 광고 매출만 646억2,0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다.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반독점 소송이 예정돼 있단 점도 악재다. 앞서 지난해 6월 EU는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부했다. 심사보고서는 반독점법 위반 관련 예비 조사를 통해 확인된 법적 위반 사항을 담은 공식 문서다. 심사보고서에서 EU는 구글이 직접적인 디지털 광고 판매자이면서 광고 중개자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이런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자사 온라인 광고 판매소인 '애드 익스체인지(AdX)'에 유리하도록 하는 데 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근거로는 과거 구글의 광고 입찰 과정을 꼽았다. 앞서 구글이 자사 광고 서버인 DFP를 통해 광고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입찰 제시가를 AdX 측에 미리 알려주는 등 행위를 자행했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이런 행위는 구글 경쟁자뿐 아니라 광고주들의 비용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최종 확인될 경우 이런 관행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예비적 견해는 구글이 일부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만 경쟁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차원에서 구글에 광고 사업 일부 매각을 명령할 가능성이 있음을 직접 시사한 셈이다.

영국에서도 규제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10일 영국의 규제 당국 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는 "구글이 사용자가 웹사이트에서 보는 광고와 관련하여 경쟁을 방해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정적으로 발견했다"며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구글의 광고 기술 사업이 통합된 탓에 경쟁 퍼블리셔 광고 서버가 DFP에 경쟁할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CMA는 "구글의 불법적 관행은 콘텐츠를 저렴하게 제공하려는 기업에 피해를 준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영국 전역의 사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 독점'서 자유로운 한국, "파급 적을 수밖에 없어"

구글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시장에도 적잖은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반독점 소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우리 정부도 구글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디지털 광고시장의 사업 실태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내 디지털 광고시장의 구조와 운영 실태를 분석해 구글이 가진 시장 지배력을 가늠해 보고 조사 범위와 수위를 정하겠단 취지였다.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 '플랫폼의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 구글을 직접 조준한 것이다.

다만 한국 시장엔 반독점 소송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애초 한국 시장은 구글보단 네이버 등 토종 기업의 지배력이 더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가 발표한 2023년 한국의 검색엔진 월간활성사용자 점유율 자료를 보면 네이버가 57.91%로 1위를 차지했고, 구글 32.7%, 다음 4.27%, MSBing 2.69% 등 기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구글의 패소가 우리 토종 기업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구글이 미국으로부터 광고 기술 사업 분리 등 제재를 받으면 향후 구글의 광고 수익 모델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도 광고 정책과 전략이 변화할 수 있고, 광고비를 낮추는 등 방어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토종 기업이 점유율을 끌어올릴 만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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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일변도에 유럽 경쟁력 저하, 전 ECB 총재 "규제 완화 및 8,000억 유로 투자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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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개혁 촉구한 드라기 전 ECB 총재, 연간 8,000억 유로 신규 투자 강조
고질적인 규제 문제 꼬집기도, "규제 완화해 시장 자생력 제고할 필요 있어"
은행 ESG 규제로 유럽 은행 시장가치 저평가, DMA 규제에 기업 진출도 가로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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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유럽중앙은행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의 위기를 지적하며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특히 경쟁법 등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자생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유럽 재계는 지나친 규제 조치에 몸살을 앓아 왔다. AI 법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유럽 은행을 대상으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는 유럽 은행의 시장가치 저평가 등 실제 부작용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드라기 전 총재 "유럽 경쟁력 뒤처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드라기 전 총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 발표 자리에서 유럽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고 역설하며 "EU는 혁신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력 있는 경제 기반을 창출하기 위해 연간 7,500억~8,000억 유로(약 1,114조~1,188조원)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미국과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유럽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드라기 전 총재는 기성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단 점을 유럽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 국가들이 소프트웨어, 디지털 등 최신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지출을 확대하는 가운데 유럽은 여전히 자동차 생산 업체가 R&D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드라기 전 총재가 "유럽이 자동차 산업에 치중된 '중등 기술의 함정(middle technology trap)'에 빠졌다"며 강한 어조의 비판을 가한 이유다.

이에 드라기 전 총재는 전기차를 비롯한 청정기술 제조업체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정기술을 통해 탄소중립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나아가 유럽의 경제적 기반을 다져야 한단 것이다. 이어 신기술 개발을 위해 유럽 기업 간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현재는 중국, 러시아 등 EU의 잠재적 적성 국가들이 EU 공급망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통신 등 일부 시장에서 특정 기업이 시장을 통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선 EU가 경쟁법을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자생적인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규제에 EU 구성원 피로감 가중

드라기 전 총재의 경고에서 특기할 만한 건 유럽의 고질적인 규제 문제를 꼬집었단 점이다. 그간 유럽에선 EU의 과도한 규제 조치에 재계가 볼멘소리를 쏟아내는 상황이 자주 연출돼 온 바 있다. EU의 세계 최초 AI 규제인 'AI 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법은 규제를 어길 경우 4,000만 유로(약 573억원)나 전 세계 매출의 7%까지를 벌금으로 물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생성형 AI와 관련해선 훈련 데이터셋에 저작권을 명시해 공개하고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AI 기술의 가치 보존 및 악용 방지를 위해 마련된 법안이지만, 업계에선 "기술적으로 어려운 요구 사항이 많고 처벌도 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AI 법으로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단 지적도 나왔다. 지멘스, 까르푸, 르노 등 EU 기업의 경영진 160여 명은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AI 법은 높은 법 준수 비용과 불균형한 책임의 위험을 불러 혁신적인 기업과 투자자를 유럽에서 몰아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안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오갔다. 앞서 지난 4월 EU 이사회는 도로 교통 오염물질 개편안인 '유로 7(Euro 7)'을 최종 채택했다. 타이어나 브레이크의 미세먼지(PM10·지름이 10㎛ 이하인 입자)가 순수 전기차는 km당 3mg,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자동차는 7mg, 내연기관 대형 승합차는 km당 11mg을 넘어선 안 된다는 게 골자다. 이 외에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배터리가 담보해야 할 최소한의 내구성을 명시하고, 종전의 규제안인 유로 6 대비 더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도 적용됐다. 유로 7의 도입 시점은 오는 2026년 초다.

유로 7이 최종 채택되자 유럽 완성차 업계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잇단 환경 규제로 중국 등 역외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졌단 것이다. 이사회 협상안 채택 과정에선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 등 8개국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도 있다. 환경 관련 비용 급등으로 업계 경쟁력 전반이 저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U의 과격한 규제 일변도 정책에 구성원의 피로감만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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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 규제에 AI 기능 출시 거부한 애플, "규제 부작용 나타나고 있어"

최근 EU의 규제가 유럽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는 구체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레버 와그너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연구센터 소장은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CCIA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에 관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해 "EU의 디지털시장법(DMA)으로 유럽은 AI를 비롯한 IT 경쟁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DMA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규제 추진을 타진하자 DMA의 부작용을 설명하며 플랫폼법 제정을 극구 제지한 것이다.

지난 3월 본격 시행된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법안이다. 현재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으며, 이들 기업은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의 우선 노출 금지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와그너 소장은 당시 세미나에서 "(DMA 도입 이후) 규제 준수 비용, 규제 요건의 복잡성, 규제 미준수에 따른 막대한 벌금 리스크 등으로 기술 기업이 AI 등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유럽에서 출시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DMA 규제로 인한 AI 기술 개발 장벽은 유럽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요인"이라며 "최신 AI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저해는 EU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EU 전체 GDP 성장률 저하를 불러왔다"고 일갈했다. 실제 지난 6월 애플은 DMA 규제를 문제 삼으며 "EU에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등 주요 AI 기능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유럽은행협회(EBF)도 유럽의 ESG 규제가 유럽 내 은행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내용의 분석을 내놨다. EBF에 따르면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지난 1월부터 새로운 ESG 규정을 도입해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의 ESG 리스크를 파악하고 측정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세한 포트폴리오 분석부터 시장 상황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리스크까지 예측해 대책을 세우도록 압박을 강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오로지 유럽 은행에만 적용되고 있단 점이다. 현재 미국 은행들은 공화당 등의 반대로 ESG 규정 도입이 늦어져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이처럼 규제가 불균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적용받는 유럽 은행의 기업가치가 미국 은행 대비 크게 저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월 기준 JP모건의 시장가치가 보유 자산 대비 1.9배, 모건스탠리가 1.7배로 파악된 반면 유럽 대표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는 0.7배, 도이체방크는 0.5배에 불과했다. 과도한 규제라는 '댐'이 유럽 경제라는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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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 가능해지나, 바이든 “협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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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해제 질문에 바이든 "논의 중"
블링컨 장관도 “이번 주 영국 총리 회담 때 논의될 것”
이란이 러에 미사일 제공한 사실 알려지자 입장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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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는 것을 제한한 조치를 해제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러시아가 서방이 자국 영토를 위협할 경우 핵무기를 쓰겠다고 위협한 탓에 우크라이나는 서방 무기로 러시아 후방을 공격하지 못하고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태로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러시아가 최근 이란으로부터 탄도 미사일을 들여오는 등 화력을 증강하자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위해선 장거리 공격 허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러 내부공격 허용 가능성 시사

1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정원에서 취재진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제약을 유지할 것’이냐고 묻자 "지금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같은 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을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무기 사용 제한을 풀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블링컨 장관은 "무기의 모든 사용은 전략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어떤 목적을 갖고 현 시점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오는 13일 워싱턴 회담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지원하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이 먼저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실제 무기를 받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 장거리 무기 제한 해제 거듭 요청

앞서 미국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맹국은 우크라이나가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연관되거나, 핵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특히 확전을 우려한 미국은 ‘방어용’으로 한해 사용할 것을 전제로 무기를 지원해 왔으며, 러시아 내부를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무기 사용은 제한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드론에 폭탄을 실어 러시아의 후방을 공격하는 등 방공능력을 최대로 동원해 물량 공세를 막아서는 데 주력해 왔지만 이는 대규모 피해를 주진 못했다. 결국 한계에 봉착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을 필두로 우크라이나 행정부와 군은 계속해서 러시아 깊숙한 곳을 겨냥한 목표물 타격 허용을 서방에 요청했다. 서방에서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발사 지점, 공군기지, 물류거점, 지휘 통제소, 병력 집결소 등 주요 시설을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로 진격하면서 동부 전선의 불안정성을 자초하고 있는 것도 러시아 심부 타격 허용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무기 사용 용도 제한 해제 문제는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기한 이후 몇 달 동안 유럽연합(EU) 의제로 올라와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현재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폴란드,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일부 회원국이 요청을 승인한 상태지만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이 제공한 스톰 섀도의 러시아 심부 타격과 관련해 영국과 프랑스는 동의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반면 미국 등은 확전을 이유로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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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록히드마틴의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사진=록히드마틴

러시아 본토 타격 땐 전황 바뀔 수도

그간 장거리 무기 제한 해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미국이 돌연 입장을 바꾼 데는 이란의 러시아 무기 지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CNN에 따르면 최근 이란은 서방의 경고를 무시한 채 러시아에 수백 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등을 제공했다. 이에 미 재무부는 대러 군사지원에 관여한 이란과 러시아 개인 10명과 6개 회사, 이란산 무기 부품과 무기 시스템의 대러시아 전달에 관여한 선박 4척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도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9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사실상 이란을 지목하며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이 공급되는 상황에 대응해 우크라이나는 테러를 피하기 위해 서방 무기로 미사일을 보관하는 러시아 창고를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장사정 미사일 사용을 허용할 경우 2년 7개월째 이어진 전쟁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기 제한이 해제되면 사거리 300㎞의 미국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와 사거리 250㎞의 영국산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인 스톰섀도는 당장 공격에 투입할 수 있다. 러시아의 주요 군사시설과 산업단지·발전소 등 핵심 기반 시설을 노릴 경우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F-16 전투기가 속속 투입돼 공군 전력이 증강되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500㎞가량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도 안전하지 않게 된다.

다만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영토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거듭 천명한 바 있다. 러시아 군 관계자는 영국·독일 영토에 대한 핵 공격을 언급하는 등 3차 세계대전을 염두에 둔 협박성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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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업계 '불황 무풍지대' 하이엔드 시장 집중 공략, 글로벌 진출 확대도

건자재업계 '불황 무풍지대' 하이엔드 시장 집중 공략, 글로벌 진출 확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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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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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업계 '건설경기 악화'에 고전, 실적 위기 상황
프리미엄 전략 강화로 시장 불확실성 정면 돌파
강남 등 상급지, 하이엔드 제품 아니면 관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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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론첼 갤러리에서 LX하우시스의 시스템창호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X하우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급성장한 건자재업계가 최근 들어 고급 시장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출혈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중저가 시장 대신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큰 물'을 승부처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X하우시스·KCC, 고급 자재 갤러리 오픈

11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LX하우시스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시장 ‘론첼 갤러리(LONCHEL Gallery)’를 열었다. 전용면적 1,057㎡(320평) 3층 규모의 대형 전시장으로으로 꾸며진 론첼 갤러리는 시스템창호·중문·주방가구·포세린·이스톤·바닥재 등 LX하우시스의 B2B 시장용 하이엔드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제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창호존에는 최고급 시스템창호인 '론첼 창호'와 '페네스트'(FENEST)를 전시해 B2B 시장을 정조준했다. 론첼 창호는 알루미늄(AL)-PVC 복합소재 창호로 서울 강남 및 수도권, 전국 주요 광역시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수주를 휩쓸고 있는 재건축 창호시장 1위(LX하우시스 자체 추정치 기준) 제품이며, 페네스트는 최근 리조트·호텔·고급 주거단지로 공급을 늘려가고 있는 제품이다.

주방존 역시 LX하우시스가 최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이탈리아 주방가구 브랜드 '쿠치네 루베'(Cucine LUBE)와 '라스텔리'(rastelli) 제품들이 전시됐다. 쿠치네 루베는 이탈리아 주방가구 시장 1위 브랜드며 라스텔리는 카림 라시드와 페루치오 라비아니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린 고가 브랜드다.

KCC도 서울 서초동 본사에 전시장 ‘더 클렌체 갤러리(The Klenze Gallery)’를 열었다. 프리미엄 창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고객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L&C는 프리미엄 벽장재 ‘보닥 스톤보드’ 등 신제품 2종을 최근 선보였다. 보닥 스톤보드는 화강암 등 무기질을 원료로 하는 8㎜ 두께의 보드에 인테리어 필름 '보닥 데코'(Bodaq Deco)를 래핑한 벽면 마감재로, 아파트 등 주거 시설 및 다양한 상업·공공 시설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B2B용 벽장재다.

B2B·프리미엄 제품에 공들이는 이유

이처럼 국내 건자재 기업들이 시장 공략 전략을 바꾼 데는 최근의 트렌드 변화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과거 대량 납품으로 이윤을 남기던 건자재 시장에서는 원가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테리어 앱 등으로 저가 인테리어 시장이 열리면서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진 탓에 기존 국내 기업이 만들던 대중 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또 서울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고급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 하이엔드 시장뿐만 아니라 B2B 시장도 고급화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내에서도 상급지와 하급지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상급지 수요를 집중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요즘 강남에서는 멀쩡한 싱크대 다 떼어 내고 고급 수입 주방 가구를 넣는 집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 역시 하이엔드 인테리어를 선호하니 시공권을 따내려는 건설사 역시 이 부분을 어필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건축·부동산 시장 위축도 건자재 기업들의 시장 확대 전략에 일조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택 착공 규모는 2021년 58만5,000호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20만9,000호까지 급감했다. 게다가 아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자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건자재 업체는 건설사와 계약을 맺어 자재를 납품하는데, 건설사가 부동산 PF 위기로 인해 타격을 입으면 계약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에만 집중해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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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IS 2023 현대L&C 부스/사진=현대L&C

해외 진출 통한 활로 모색도

이에 건자재업계는 프리미엄 시장 공략은 물론, 주거용 시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상업용 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영향이 큰 주거용 시장과 달리 상업용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병원, 호텔, 공항 등 건자재의 기능성과 디자인 경쟁력이 중요시되는 상업용 공간을 타깃으로 차별화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상업용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먼저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개척에 나선 KCC글라스는 최근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씨씨 인테리어’를 통해 주거용 LVT(럭셔리비닐타일)바닥재 ‘센스하우스’를 선보인 데 이어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첫 해외 공장인 인도네시아 공장은 이르면 오는 10월 말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LX하우시스는 2011년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공장 설립 이후 캐나다 판매법인 설립(2017년), 엔지니어드 스톤 3호 생산라인 증설(2020년), 뉴욕 쇼룸 오픈(2023년)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북미 지역에서 인조대리석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현대L&C는 올해 초 북미 최대 규모 주방·욕실 박람회인 ‘KBIS 2024’에 참가했다. 올해 13번째 참가로, 이번 박람회에서는 프리미엄 엔지니어드 스톤인 ‘칸스톤’과 인조대리석 ‘하넥스’ 등을 비롯한 120여 종의 제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크플레이트 국내 1위 기업인 덕신하우징도 최근 96.5%에 달하는 국내 매출 비중을 줄이고, 해외 매출을 늘리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13년 전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한 덕신하우징은 2015년 베트남 법인 설립에 이어 올해는 튀르키예와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이다. 연내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판매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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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대출發 집값 자극 인정했나, 국토부 '신생아 특례대출 요건 완화'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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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수장들, 정책대출 영향 두고 엇박자
3분기 예정됐던 특례대출 요건 완화, 연말로 밀려
젊은 부부들 "갈팡질팡하는 경제정책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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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세종종합청사에서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주택시장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책대출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정책대출 기준 완화는 미루자, 정책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올해 3분기 시행 예정이었던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 완화가 4분기로 미뤄진 배경에 정책 모기지를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국토부 장관 "정책대출이 집값 올린 것 아냐"

9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현재 인기 지역의 주택 가격대를 보면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박 장관은 “정책 모기지가 원인인지, 집을 많이 사는 수요가 생겼는데 그 수요가 모기지를 활용한 것인지 선후 관계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정부 수장들의 견해와는 상반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금융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대출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위험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보고 있다”며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도 지난 6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얘기가 나오는 가수요 관리를 위해 정책 모기지 부분도 추가로 검토할 게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정책금융에 대한 제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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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 완화, 결국 연기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최근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 완화 시점을 미뤘다. 정책대출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오히려 정부가 인정해 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된 셈이다. 현재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으로, 정부는 앞서 4월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 3분기 부부합산 2억원으로 소득 요건을 높일 예정이었다. 내년엔 이 기준을 2억5,000만원으로 올려 사실상 소득요건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액이 출시 반년 만에 7조2,252억원(2만8,541건)을 기록하고, 올해 7월까지 은행권의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이 주담대 증가액의 70%를 차지하는 등 정책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정책대출이 부동산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확대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책대출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의 집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더라도 시장이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매매 수요를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계획했던 기준 상향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소득기준 완화 시점도 미뤄졌다. 국토부는 가계대출 및 시장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시행 올해 안에 완화 시기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완화 시기와 관련해 “늦어도 연내 시행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락가락 정책에 신혼부부들 혼란

정책대출 도입 1년도 되지 않아 정부 내에서도 오락가락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혼 2년차로 서울에 전세로 거주 중인 A씨는 "소득요건이 완화된다고 하니 주변에서도 눈여겨 보고 임신·출산계획을 짜던 부부나 예비신혼부부들도 상당하다"며 "9월 들어 부동산대출 정책이 급변하는 것을 보니 갈팡질팡하는 경제정책을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는 오히려 수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책자금 대출의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고 보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책은 일관되게 운영해 수요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하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서 임의대로 수정 변경 연기하는 것은 정책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심어줘 오히려 수요를 집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계에서는 국토부가 청년층·신혼부부 등에 대한 정책대출 목표에 손대지 않으려는 데는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인구정책과 가계부채·부동산정책 간 우선순위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계대출 고삐가 풀려 수도권 집값 급등 양상이 지속되면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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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美·동맹국에 공급해야" 거세지는 미국의 수출 통제 압박, 韓 기업 겨냥했나

"HBM, 美·동맹국에 공급해야" 거세지는 미국의 수출 통제 압박, 韓 기업 겨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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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HBM 역량, 미국과 동맹국 위해 활용해야"
미국의 HBM 수출 통제 움직임, 수개월 전부터 확인
네덜란드 등 동맹국, 대중국 제재 수준 높이며 통제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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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이 중국이 아닌 미국과 동맹국에 공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對)중국 수출 통제 동참을 종용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보적 위협을 고려, 선제적으로 대중국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美 산업안보차관, 'HBM' 직접 언급

앨런 에스테베스(Alan Estevez)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경제 안보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동맹국의 반도체 대중 수출에 대한 경각심을 표출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AI 기술이 군사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미국과 동맹국이 함께 이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AI 칩과 같은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국이 구입할 수 없도록 제한, 중국의 대규모언어모델(LLM) 훈련을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GPU의 핵심 부품인 HBM과 관련한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세계에 HBM을 만드는 기업이 3곳 있는데 그중 2곳이 한국 기업"이라며 "그 역량을 미국과 우리 동맹의 필요를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글로벌 HBM 시장을 이끄는 '핵심 플레이어'로 꼽히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서 확정한 것이 없어서 우리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공식적으로 미국이 요청하면 그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관련 당국 간에 그런 이슈에 대해 미국이 협의를 요청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HBM 수출 통제 본격화할까

주요 외신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수개월 전부터 자국 및 동맹국 기업에 대중국 HBM 수출 통제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중국 기업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중국 반도체 제재 방안을 공개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HBM3(4세대 HBM), HBM3E(5세대)를 비롯해 HBM2(3세대) 이상의 첨단 AI 메모리 및 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장비 규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시 블룸버그는 추가 제재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기반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FDPR은 해외 기업이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 기술이 사용됐다면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이다. 국내 주요 HBM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같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와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 EDA(전자설계자동화)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FDPR 기반 제재가 이뤄질 경우 충분히 수출 통제 범위에 들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업계는 해당 제재가 실제 시행된다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HBM 물량 대부분이 엔비디아, AMD 등의 미국 기업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대부분의 HBM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3과 HBM3E 8단을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개발한 GPU H20에 HBM3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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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통제 동참하는 동맹국들

한편 미국의 수출 통제 압박은 이미 네덜란드 등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국가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수출을 통제 중이다. ASML은 글로벌 반도체 노광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EUV 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공급하고 있다.

이에 더해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EUV 장비 대비 기술 수준이 낮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까지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 대중 규제 수위를 한층 높이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는 새 수출 통제 규정을 발표, '국가 안보'를 이유로 7일부터 심자외선 노광장비를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리넷 클레버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기술 발전으로, 특히 현재의 지정학적 맥락에서 특정 제조 장비의 수출과 관련한 보안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통제 강화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조처로 영향을 받게 되는 제품은 ASML의 트윈스캔(TWINSCAN) NXT:1970i, 1980i 심자외선 액침(immersion) 노광 장비 등 2종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중국 정부는 즉각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해 각급에서 여러 차례 소통 협의를 진행했다"며 "네덜란드가 지난해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이어 노광장비 규제 범위를 확대한 데 대해 불만을 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자국의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개별 국가에 반도체 및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도록 강요했다"며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관련 국가 및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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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업계 M&A 대어 온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SK스페셜티, 13일 나란히 입찰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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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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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시장 나온 에어프로덕츠·SK스페셜티, 같은 날 예비입찰 진행
"두 기업, 닮은 듯 다르다" 산업용 가스·특수가스의 차이
유력 인수 후보는 KKR·브룩필드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운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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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혀온 가스 업체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가 매물로 나왔다. 양사는 13일 나란히 입찰을 진행, 시장의 실질적 매수 수요를 확인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브룩필드자산운용 등을 비롯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유력 인수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가스 업체 2곳, 13일 동시에 입찰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달 13일 잠재적 인수 후보로부터 구속력 없는 가격 제안(논바인딩 오퍼)을 받을 예정이다. 거래 대상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 100%이며, 매각가는 최대 5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인 2,328억원에 20배가량의 멀티플(배수)을 적용한 데 더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5공장(P5) 가스공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값이다.

SK스페셜티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SK㈜도 이달 13일까지 잠재적 인수 후보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기로 했다. 거래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스페셜티 지분 100%다. SK스페셜티의 매각가는 약 3조~4조원으로 거론된다. 이는 지난해 SK스페셜티의 EBITDA(약 2,400억원)에 멀티플 20배가량을 적용한 가격이다.

양 사 가스 사업, 어떻게 다를까

시장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두 업체가 동시에 M&A 매물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두 개의 가스 업체가 동시에 M&A 시장에 나와서 같은 날 입찰을 진행하는 만큼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산업용 가스 제조사, SK스페셜티는 특수가스 제조사로, 동종업계 기업이긴 하지만 구체적 사업 측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향력 있는 산업용 가스 제조사인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 가스를 공급한다. 산소와 질소, 아르곤 등을 공기분리장치(ASU)로 정제한 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제공하는 구조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강점으로는 △폭넓은 생산 품목과 다양한 고객군 △10~20년의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 실적 △삼성전자 평택 P5 가스 공급자 선정 가능성 등이 꼽힌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삼불화질소(NF3), 육불화텅스텐(WF6), 모노실란(SiH4) 등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업체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프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 또는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제품을 공급한다. 사업의 주축은 1년 단위 단기 계약 등 스폿성(일시적) 거래이지만, SK하이닉스라는 '핵심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여타 특수가스 업체들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한 SK스페셜티의 매출은 전체(6,817억원) 중 18.9%(1,29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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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인수 후보는?

현재 양 사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KKR, 브룩필드자산운용 등을 비롯한 PEF 운용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 운용사 모두 SK스페셜티보다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비교적 부담이 적은 예비입찰 단계에서는 (운용사들이) 양쪽 모두에 도전장을 던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관계자는 KKR이 팀을 나눠 두 개의 딜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김양한 파트너가 이끄는 인프라팀에서 에어프로덕츠코리아를, 박정호 대표가 주도하는 바이아웃 펀드 쪽에서 SK스페셜티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산업용 가스는 파이프라인을 깔아놓고 판매하는 인프라성 자산인 반면, SK스페셜티의 특수가스는 인프라로서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다만 브룩필드자산운용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력이 적고 한 팀에서 인프라 딜과 바이아웃 딜을 모두 검토하는 만큼, 차후 한 쪽의 인수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13일 진행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비입찰로 매각 측에서는 허수라도 가급적 많은 후보가 참여하길 원하는 상황”이라며 “예비입찰은 각 후보가 제시하는 매각가와 실질적인 매수 의사, 각 원매자의 자문사 선정 노력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 사는 원매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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