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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유럽’ 법안 초안 공개 앞둔 EU, 러시아·중국發 악재 속 보호무역주의 채택

‘메이드 인 유럽’ 법안 초안 공개 앞둔 EU, 러시아·중국發 악재 속 보호무역주의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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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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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메이드 인 유럽' 법안 추진하며 보호무역주의 노선 강화
재정 위기·성장 둔화 속 산업 경쟁력 방어 나서
에너지 수급 불안, 中과의 무역 갈등 등이 역내 국가 부담 가중

유럽연합(EU)이 이른바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법안을 추진한다. 역내 산업 경쟁력의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중단·중국과의 통상 갈등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누적되며 역내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와 재정 불안 위기가 가속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EU, 산업 가속화법 추진 본격화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말 '산업 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초안에는 총액 1억 유로(약 1,700억원)를 초과하는 주요 외국인 투자에 대해 기술 이전, 현지 인력 고용, 유럽 기업과의 합작 법인 설립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는 일부 예외가 적용된다.

핵심 원자재 공급 충격에 대비한 비축 거점 설치 및 배터리, 반도체, 친환경 수소 등 전략 프로젝트를 신속히 승인하는 패스트트랙 절차도 법안에 포함됐다. 아울러 EU는 혁신기금 등을 활용해 총 1,000억 유로(약 170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고,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에 '그린 라벨'과 '메이드 인 유럽' 인증을 부여해 공공 조달에서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유럽 내 공공 조달 시장 규모가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산 제품에 명백한 혜택을 부여한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유럽 산업계의 생산 둔화 흐름이 눈에 띄게 심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와 관련해 EU 집행위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대규모 탈탄소 투자 필요성, 불공정한 글로벌 경쟁이 결합해 에너지 집약 산업이 경쟁 열위에 놓이고 산업 쇠퇴 조짐이 커지고 있다"며 "EU의 경제 안보를 위해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고 단일 시장과 산업 역량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U 주요국들 재정·경제 '빨간불'

EU가 맞닥뜨린 위기는 역내 주요국들의 재정 상황을 살펴보면 한층 명확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금융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빠르게 불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팬데믹 당시 경기 부양과 실업자 보조를 위해 무제한 지출 기조를 유지했는데, 이 같은 '재정 중독' 속에서 나라 경제는 급속히 병들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GDP 대비 50%대 수준이었던 프랑스 국가 부채는 2025년 기준 GDP 대비 115%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유로존 국가 중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지난해 9월 신용평가사 피치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A-에서 한국보다 낮은 A+로 낮췄고, 같은 해 10월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 장관은 같은 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조만간 프랑스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독일 역시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0.9%, 2024년 -0.5%로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정도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 기업들은 줄줄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에 따르면 2024년 독일의 기업 폐업 건수는 2023년보다 16% 늘어난 19만6,1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유럽 전체가 경기 침체에 빠졌던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분야별로는 에너지 관련 기업 폐업이 1년 사이 26% 늘었으며 IT 업체는 24%, 건설 부문은 20%였다.

지난해 들어서야 겨우 경제성장률이 0.2%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경제 성장을 이끈 것은 사실상 정부 지출이었다. 독일의 민간 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 독일 경제의 중추인 자동차·기계 등 제조업 생산량은 지난해 1.3% 줄며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수출 역시 -0.3%로 3년 연속 위축됐다.

러시아·중국과 EU의 갈등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EU의 경제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끊기며 EU 역내 국가들의 부담이 대폭 가중됐다는 것이다. EU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꾸준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축소해 왔다. 2021년 1,500억 톤(t) 수준이었던 EU의 러시아 가스 수입량은 2024년 520억 톤으로 급감했으며, 러시아 가스 수입 점유율은 45%에서 19%로 하락했다. 러시아 석탄 수입 역시 전면 금지됐고, 석유 수입은 2022년 초 27%에서 3%까지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늘리며 경쟁력을 키웠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의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2.6% 급증한 160만 톤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전체 LNG 수입량의 2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 중국이 저가 전략으로 글로벌 제조업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EU는 오히려 대러시아 제재의 '역풍'을 맞으며 제조업 기반이 약화한 셈이다.

이에 더해 중국과의 무역 분쟁 역시 EU가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로 꼽힌다. EU는 앞서 2024년 10월 반(反)보조금 조사를 토대로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지난해 7월 유럽산 브랜디, 9월 돼지고기에 각각 최대 34.9%, 19.8%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고, 지난달엔 EU산 유제품에 최대 42.7%의 관세를 물렸다. 수개월에 걸쳐 양국 간 통상 갈등이 꾸준히 격화한 셈이다.

이후 EU와 중국은 팽팽한 긴장 속 경제 무역 협상을 벌였고, 최근 들어서야 겨우 합의점을 도출했다. 지난 12일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과 EU 양측은 EU에 순수 전기차(EV)를 수출하는 중국 수출업자가 가격 약속에 대한 일반적인 지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가 EU에 전기차를 수출할 때 최소 가격을 정해서 파는 가격 약정 방식을 채택했다는 의미다. 구체적 기준은 조만간 EU가 발표할 ‘가격 약정 신청 제출에 관한 안내 문서’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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