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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 안 하면 100% 관세” 엄포, ‘반도체 부족 심화’ 가속할 수도

美 “투자 안 하면 100% 관세” 엄포, ‘반도체 부족 심화’ 가속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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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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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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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트닉 상무장관, ‘100% 관세’ 다시 언급
미국-대만 무역 협상 계기로 韓 압박하는 듯
美, 생산시설 얻지만 제조업 난제 해결 급선무

미국이 대만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자국에 생산시설을 투자하지 않을 경우 수입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반도체업계에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미국 본토에서 생산토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의 척박한 제조 인프라와 고비용 구조, 정책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공급망의 왜곡을 심화시키는 양상을 띄고 있어 정책 실효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美 상무 "미국에 반도체 투자하거나 100% 관세 내거나"

1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16일 뉴욕주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메모리 생산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한다”며 “100% 관세를 지불하거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 14일 팩트시트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한 관세를 확대 부과하고 국내 제조업을 장려하기 위해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간 반도체 관세는 여러 차례 비슷한 흐름을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위협은 지난해 8월 처음 등장했다. 이후 관세 유예와 개별국 협상 기조로 선회했다. AI 붐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쇼티지) 사태가 표면화되면서다. 오는 20일로 예고된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가 위법으로 확정될 경우 1,500억 달러(약 220조원) 규모의 환급 압력과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다.

다만 이번처럼 ‘메모리’를 지목해 ‘투자 아니면 관세’라고 압박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한국 메모리 기업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메모리는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생산하고 있어 사실상 ‘K-반도체’를 정조준한 것과 다름없다. 현재 미국에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이 없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있고, 370억 달러(약 54조5,000억원)를 투자해 가동을 앞둔 테일러 공장도 파운드리다. SK하이닉스가 38억7,000만 달러(약 5조7,000억원)를 들여 인디애나주에 짓는 것은 후공정인 ‘HBM 패키징’ 공장으로,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그리는 메모리 제조 공장은 아니다. 러트닉 상무장관이 메모리를 콕 찍어 투자를 요구한 것이 신규 투자 압박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TSMC, 美에 공장 깔아주고 관세 면제 받아

그런데 미국은 그간 메모리 관세에 신중해 왔다. 한국 점유율이 60%를 웃도는 상황에서 관세를 올리면 아이폰부터 AI 데이터센터까지 정보기술(IT) 물가 폭등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메모리 관세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최근 HBM발 메모리 칩 공급난이 위기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HBM과 대만 파운드리를 모두 미국 본토에 가져와야 ‘미 AI 칩 생태계’가 완성된다고 본 것이다.

이미 대만은 총 5,000억 달러(약 736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보증 패키지를 내걸고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품목 관세 면제를 약속받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 대만과의 무역 합의를 통해 반도체 관세 우대를 ‘미국 내 신규 생산 시설’과 연동하는 구체적인 구조를 공개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인 대만 반도체 기업은 ‘건설이 진행 중일 때’ 생산능력(캐파)의 최대 2.5배 물량까지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웨이퍼 100만 개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으면 건설기간 동안 250만 개를 미국에 관세 없이 들여올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쿼터 초과분에 대해서도 우대 관세가 적용된다. 미 상무부는 미국에서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한 반도체 기업은 생산능력의 1.5배 물량까지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이 수출하는 반도체는 관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으로, 관세를 지렛대 삼아 반도체 생산 기지를 자국으로 끌어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 반영돼 있다.

현재 TSMC는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새로 짓거나 증설 중으로, 이번 합의로 반도체 생산시설 5곳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투자에는 TSMC가 앞서 약속한 1,000억 달러(약 147조원)가 이미 포함돼 있으며, 추가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TSMC가 애리조나 공장 인근에 수백만 에이커의 토지를 추가로 매입했다”며 “미국 내 생산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강제 투자 전략이 초래한 가격 급등 및 불확실성

이로써 미국은 일단 유리한 구조를 구축했다. TSMC에 이어 한국 기업들까지 관세를 이유로 미국 본토로 생산시설 이전을 확대할 경우 미국은 동아시아의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손에 넣게 된다. 두 선택지 모두 미국의 이익 극대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여건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실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미국은 “차라리 관세를 무는 게 나을 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경이 척박하다. 우선 한국에 비해 인건비는 턱없이 비싼데, 정작 숙련 노동자는 구하기 어렵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보통 소득 수준이 낮은 미국 농촌에 공장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 인력들은 ‘반도체 클린룸’을 처음 봤다는 사람이 대부분인 데다, 대규모 첨단 공장을 지어본 사람조차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인건비는 비싸고, 이런 인력들을 교육시켜서 공기(工期)에 맞춰 첨단 시설을 짓고, 주변 대학과 손잡아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등 완전히 생태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인건비 등에 따른 비용 격차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첨단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미국에서 10년간 운영하는 총비용은 한국보다 28% 비싸다. 미국에서 100의 비용이 든다고 봤을 때, 한국·대만·일본 등은 78, 중국은 63이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 공장 운영 효율 측면에서 불리한 입지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환율과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원자재비가 뛰는 것도 부담이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은 당초 예상(170억 달러·약 25조원)보다 47%나 뛴 250억 달러(약 36조8,4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폭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철강 관세를 50%로 매기는 등 고율 관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공장 설립 비용은 계속 뛰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시장의 고비용 구조를 상쇄하고 제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칩스법(CHIPS Act)을 제정하며 대규모 보조금을 내걸었지만, 이 약속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180도 뒤집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보조금 축소, 폐지를 넘어 투자 기업의 지분 확보라는 계획까지 내놨다.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 내 반도체 수급 불균형은 물론 시장 가격의 기형적 폭등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 용수, 숙련 노동력 등 기초 인프라가 극히 미비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미 본토 투자가 생산 단가의 상승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민 정책 역시 불확실성을 증폭하는 요인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1년 불법 체류자 단속을 위한 ‘대규모 직장 급습’ 중단을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의 투자 유치와 긴밀하게 맞물린 결정으로, 현대차 공장과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조지아주가 수혜를 크게 봤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해외 기업 투자 압박은 강화되는 반면, 비자 발급 요건은 강화되고 이민 정책은 강경 기조로 회귀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현대차-LG 공장 대규모 단속’ 사태처럼 세계 언론에 일제히 타전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적자보다 더 경계하는 것이 바로 불확실성”이라며 “정책 방향과 규제가 수시로 변하는 미국 시장 환경은 장기 투자 전략 수립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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