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AI 패권전쟁] 中 전력 10조kWh 시대, AI 경쟁 승부처는 ‘기술’ 아닌 ‘전력’

[AI 패권전쟁] 中 전력 10조kWh 시대, AI 경쟁 승부처는 ‘기술’ 아닌 ‘전력’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기자
Bio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中 전력 소비량, 전 세계 소비량의 3분의 1
전력망·전력기기 동시 투자로 구조적 우위
AI 주도권 경쟁 속에 '저비용 공급망' 구축

중국의 전력 소비가 단일 국가로는 최초로 연간 10조 킬로와트시(kWh)를 돌파하며 세계 에너지 지형을 흔들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흐름에 대응해 전력망과 배터리, 전력기기 투자를 동시에 확대함에 따라, 전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 압도적인 비용 우위를 구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첨단 기술 경쟁의 이면에서 전력과 에너지 비용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이 AI와 차세대 산업 주도권을 인프라 차원에서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클라우드 등 3차 산업에 전력 소비 급증

18일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지난해 중국의 전력 소비량이 전년 대비 5% 증가한 10조3,682억kWh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0년대 초반부터 세계 전력 소비량 1위를 유지해 온 중국은 단일 국가로는 처음으로 연간 전력 소비 10조kWh를 돌파했다. 이는 전 세계 총 전력 소비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미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의 두 배에 달한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인도, 일본 4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0년대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2020년 전년 대비 2.8% 증가한 7조5,100억kWh를 기록한 이후 △2021년 8조3,100억kWh △2022년 8조8,400억kWh △2023년 9조2,000억kWh △2024년 9조9,000억kWh로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에 대해 중국 신화통신은 “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전력 소비 지표에서 나타난 이러한 흐름은 중국 경제의 강한 회복력과 탄탄한 저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력 소비 증가를 이끈 동력은 AI와 디지털 산업이다. 업종별로는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한 3차 산업의 전력 소비가 전년 대비 8.2% 증가한 1조9,900억kWh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와 AI 수요 급증의 영향으로 IT 서비스 분야 전력 사용량은 17% 늘었고, 전기차 충전과 배터리 교체 수요도 48.8% 급증했다. 여기에 전체 전력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2차 산업의 전력 사용량도 전년 대비 5% 넘게 늘었으며, 주민 생활용 전력 역시 같은 기간 6.3% 증가했다.

2030년까지 전력 인프라에 4조 위안 투자

이 같은 전력 소비 급증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총 4조 위안(약 848조원)을 투입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전력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놨다. 중국 국가전력망공사(State Grid)는 지난 16일 발표한 중장기 투자 계획에서 “보다 지능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망 체계를 구축해 신형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연평균 신규 설비 용량을 2억kW까지 확대하고, 비화석에너지 소비 비중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급격히 늘어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비해 취약한 송·배전 인프라를 보강하는 데 있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50%를 넘어섰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화석연료를 추월했다. 그러나 발전 설비 확충 속도에 비해 전력을 수요지로 전달하는 전력망 투자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병목 현상이 반복돼 왔다. 이에 발전 단계부터 송전·배전, 최종 소비에 이르는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해소해 신재생에너지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먼저 초고압직류(HVDC) 송전망 구축에 속도를 낸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은 서부에, 전력 수요는 동부에 집중돼 있어 빠르고 강한 송전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25년 말 대비 광역 송전 능력을 3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배전 부문 투자도 확대한다. 송전이 전기를 멀리 보내는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배전은 모세혈관처럼 각 수요처에 전기를 촘촘하게 분배한다. 국가전력망공사는 특히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전력망) 실증을 병행해 도서산간 지역의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일 예정이다. 

전력 수급 조절 능력 강화도 병행한다. 전력을 저장·조절하는 양수발전소를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신형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산업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배터리 셀부터 전력변환장치, 시스템 통합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키워 전력망 안정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전기차 확산에 따른 충전 인프라 수요를 반영해, 3,500만 대의 충전시설을 구축한다. 전력 생산과 저장, 소비 인프라를 동시에 확장해 전력 산업의 대응력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전력 자원이 풍부한 서부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여기서 생산된 컴퓨팅 능력을 동부 해안으로 보내는 ‘동수서산’ 이니셔티브도 강화할 계획이다. 풍부한 전력과 토지를 바탕으로 서부 지역에 AI·클라우드 인프라를 집중 배치하고, 이를 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해 동부의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로,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전력 비용 격차, AI 경쟁력에도 영향

시장에서는 중국이 탄탄한 전력 공급망을 바탕으로 향후 전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산업 전반에서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와 전력기기,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전력 생산부터 저장, 소비에 이르는 전 주기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ESS, 변압기, 전력변환장치 등 핵심 설비를 대규모로 자국 기업을 통해 자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서, 전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중국에 유리한 비용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비용 격차는 AI 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모델 학습에는 막대한 전력과 안정적인 에너지 저장 설비가 필수적인데, 중국은 이미 이 인프라를 빠른 속도로 내재화하고 있다. 전력과 배터리 공급망을 동시에 장악한 중국 기업들은 AI 인프라의 비용과 납기 측면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비스 단가와 확장 속도 면에서 경쟁국과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AI 주도권 경쟁에서 단순한 기술 추격을 넘어 인프라 측면에서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한번 점한 구조적 우위는 단기간에 뒤바뀌기 힘들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 인상과 공급망 재편에 나섰지만, 전력기기와 배터리처럼 대규모 설비 투자와 장기간의 산업 축적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대체 공급망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 중국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더욱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AI와 친환경 산업을 둘러싼 경쟁 비용이 '경' 단위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 세계 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기자
Bio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