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군사 개입 가능성 시사한 트럼프, 반정부 격화 일로 속 ‘정권 붕괴’ 시나리오 대두
이란에 군사 개입 가능성 시사한 트럼프, 반정부 격화 일로 속 ‘정권 붕괴’ 시나리오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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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살상 멈추지 않으면 강력한 조치 취할 것" 이란 체제 붕괴 가능성에 에너지 시장 불안 가중 러시아·이스라엘 등도 중동 정세 연쇄 파장 주목

이란 전역에서 2주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권을 향해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초강경 경고를 쏟아내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외교 협상과 경제 제재에 무게를 두던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 기습 군사작전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란 정권의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이스라엘 등도 사태가 역내 정세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이란 시위대에 도움의 손길 있을 것"
13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할 가능성과 관련해 “그들이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는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력한 조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군사작전으로 축출한 사례와, 집권 1기 당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 살해 작전 등을 거론했다. 이는 사실상 이란 지도부에 대한 기습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그간의 유보적인 기조에서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초점은 군사 개입보다는 경제적 압박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 정부가 협상을 제안한 사실을 언급하며 "협상을 하려면 그 전에 살상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란 공습 가능성에 대해서는 "군 통수권자로서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 중 하나"라며 "우리는 항상 외교를 최우선 선택지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이란을 향해 수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13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애국자들이여, 시위를 계속하라. 정부 기관을 점령하라(Take Over Your Institutions)”며 “살해하고 학대하는 이들의 이름을 남겨라. 그들은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시위대에 대한 무분별한 살인이 멈출 때까지 이란 관리들과의 모든 회담을 취소했다”며 “도움의 손길 곧 도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을 차용해 사용 중인 구호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MIGA·Make Iran Great Again)”를 언급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13일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 국민을 살해한 주요 인물 명단을 공개한다"며 "1번은 트럼프,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라고 저격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위협하거나 명령하지 않으면 핵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이란 정권 통제권 회복 어려울 듯"
이란 반정부 시위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국제 정세와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일각에서는 시위가 대규모 폭력 사태로 확산될 경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한 현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은 1979년 이후 가장 중대한 순간을 맞고 있다”며 “정권이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와 수단이 갈수록 제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은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친미·친서방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붕괴된 이후, 이슬람 공화국 체제로 전환됐고 외교 노선 역시 반미·반서방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에너지 시장 역시 이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4위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에 군사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브렌트유는 지난 8일 이후 5% 넘게 상승해 배럴당 63달러를 넘어섰다. 아직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원유 수출 감소 신호가 포착되지 않았지만, 최근 시위의 구심점으로 부상한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 리자 팔레비가 석유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촉구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78년 이란의 석유 노동자 파업은 국가 경제를 마비시키며 팔레비 왕조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가 정권 붕괴로 이어질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러 성향의 시리아와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가 잇따른 상황에서 중동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핵심 동맹마저 잃게 된다면 러시아의 대외 전략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러시아와 이란은 냉전 이후 반미·반서방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관계를 빠르게 밀착시켜 왔다. 특히 이란은 러시아가 중동·남아시아·캅카스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지정학적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드론과 탄도 미사일 등을 지원하며 핵심적인 군사 동맹으로 자리매김했다.

美 중동 특사, 팔레비 전 왕세자와 비밀 회동
다만 시위 격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중동 애널리스트는 "이슬람 공화국이 현재 형태로 존속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도부 교체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며 "혁명보다는 IRGC의 쿠데타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오히려 정치적 자유는 축소되고 외교 노선은 더 강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선임 중동애널리스트 출신인 윌리엄 어셔도 "단기적으로 소수 민족 집단과 일부 지역이 자치나 이탈을 모색하면서 국가가 분열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란 내부에서는 정권 붕괴를 암시하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영국 보수당 소속 톰 투겐하트 하원의원은 정보당국을 인용해 “러시아 화물기가 테헤란에 착륙해 군수품을 반입하는 동시에 대량의 금을 해외로 실어 나르고 있다”며 “군사 보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금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하메네이 정권의 금 반출이 무기 암거래인지, 정권의 탈출 플랜인지는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시위가 격화되는 국면에서 지도부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미국 측의 정치적 접촉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 팔레비 전 왕세자와 비밀리에 접촉했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야권 지도자의 첫 고위급 접촉"이라고 전했다. 지난 1979년 미국으로 망명한 팔레비 전 왕세자는 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개입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란 정권 교체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메네이 정권과 오랜 기간 적대 관계를 유지해 온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정권 붕괴 이후를 염두에 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11일 열린 내각 회의 모두 발언에서 "영웅적이고 용감한 이란 국민에게 지지를 보낸다"며 "이란 정권이 무너지면 양국 국민 모두를 위해 함께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린 페르시아 민족이 곧 폭정의 멍에에서 해방되길 바란다"며 "그날이 오면 이스라엘과 이란은 다시 한번 번영과 평화의 미래를 건설하는 충실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