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전쟁 시대 개막, 값싼 드론이 바꾼 전장 질서
[AI MEMO] AI 전쟁 시대 개막, 값싼 드론이 바꾼 전장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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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드론 결합한 저비용 물량전 부상 방공 체계 부담 확대에 따른 민간 인프라 공격 위험 고조 자동화 편향 확산 속 국제 통제 기준 마련 요구 확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며 2조7,180억 달러(약 4,090조원)까지 확대됐다. 과거 군비 경쟁이 병력과 함정, 고성능 미사일 확보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전투 체계와 비대칭 전력이 군사 전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쟁의 비용 구조 역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기존에는 고가 무기 체계를 더 강력한 방어 시스템으로 막아내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과 자폭형 무기, AI 기반 공격 체계가 방어 비용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실제 수만 달러 수준의 저가 드론이나 미사일을 막기 위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첨단 요격 체계를 동원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동시에 지휘 체계는 짧은 시간 안에 방대한 표적 정보를 분석하고 대응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AI 전쟁, 성능보다 물량과 속도 경쟁
현대 AI 전쟁의 핵심 변수는 전장의 규모와 작전 속도에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표적을 탐지·분류·타격할 수 있는지가 전투 효율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드론을 활용한 물량 공세 역시 상대의 재정과 탄약, 인력 자원을 빠르게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에 따라 무기 가격은 낮아졌지만, 전력 운용 부담은 오히려 커지는 실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실전에 반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한 해 동안 1인칭 시점(FPV) 드론을 포함해 약 200만 대의 드론을 생산했다. 미국도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를 통해 다영역 작전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자율 시스템 확대에 나섰다. 2024~2025년 해당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연간 약 5억 달러(약 7,53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저비용 무기 확산에 흔들리는 핵심 인프라
무기 개발 방향도 빠르게 ‘비용 효율성’ 중심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저가 드론과 유도 미사일은 상대의 방공 체계를 정면 돌파하지 않더라도, 고가 방어 자산을 반복적으로 소모시키는 방식만으로 상당한 전략적 부담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란제 샤헤드(Shahed) 자폭 드론이다. 이스라엘은 수만 달러 수준의 드론을 막기 위해 방어 측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비용 비대칭 구조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항만과 공항, 전력망, 정수 시설 등 국가 핵심 인프라 전반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도 대응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가 요격 시스템과 전자전(EW), 지향성 에너지 무기, 고성능 감지 센서 등이 차세대 방어 수단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대량 공격에 대량 대응으로 맞서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결과적으로 더 값싸고 더 많은 군집 무기 개발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민간 인프라 공격 위험까지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시설 공격을 제한할 국제 규범과 운용 기준은 여전히 미비한 반면, 대량 생산형 무기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와 병원, 전력·수도 시설 같은 민간 인프라는 상대국 경제와 사회 시스템을 흔드는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국제인도법은 민간인 보호 원칙을 명시하고 있지만, 전쟁 과정에서 경제 마비 효과가 더 큰 전략적 이익으로 판단될 경우 인프라 공격 유인은 언제든 발생하기 마련이다.

속도 경쟁이 키운 자동화 편향과 통제 공백
AI 시스템은 방대한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지휘 체계의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표적 선정과 공격 판단 과정이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인간의 검토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AI가 공격 대상과 우선순위, 사용할 무기까지 미리 추천하는 방식이 확산될 경우 현장 지휘 인력은 이를 충분히 검토하기보다 신속하게 승인하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 이른바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 위험이다.
최근 가자지구 전쟁에서 활용된 AI 기반 고속 표적 선정 시스템은 이런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로 거론된다. 금융 시스템에서는 알고리즘 오류가 대출 심사 문제 정도로 끝날 수 있지만, 전장에서는 단 한 번의 오판이 대규모 민간인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의 무게가 전혀 다르다. 전문가들은 AI 성능 개선만으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주요국은 ‘책임 있는 AI 원칙’을 내세우며 신뢰성과 통제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AI 전쟁 시대 떠오른 의도된 지연 장치
현실적으로 군사용 AI와 저가 드론 생산을 전면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방어·정찰용 AI와 실제 공격 결정을 수행하는 표적 선정 시스템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핵심은 공격 최종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일이다. 군사 작전에서 ‘마찰(Friction)’은 오판과 민간 피해를 줄이기 위한 통제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한 새로운 국방 운용 기준을 조속히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민감도가 낮은 방어 체계에는 고속 자율 운용을 허용하되, 민간 거주 지역과 연관된 표적 선정 시스템에는 강제적인 검토 절차를 적용하는 ‘차등 속도 체계’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무기 조달 기준 변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속도와 비용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도 AI 판단 과정을 검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성(XAI)’을 핵심 평가 요소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전장에서는 값싼 부품과 대량 생산 체계, 초고속 알고리즘을 결합한 AI 기반 무기가 빠르게 확산되며 전쟁 수행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충분한 통제 장치 없이 AI 기반 공격 체계가 확대될 경우 민간인 피해와 핵심 인프라 공격 위험도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국제 규범과 통제 체계의 조속한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만약 민간인 보호 원칙과 AI 무기 운용 기준, 인프라 공격 제한 규범 등을 구체화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전쟁 방식이 새로운 국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Cheap Drone Trap and the AI Warfare Sprin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