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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침투한 ‘딥페이크’ 공포, 촉법 연령 하향 및 엄벌 촉구 목소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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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여성 사진 무단 합성·유포 등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 몸살
'공유 목적' 입증 어려워, 범죄 심각성 대비 '처벌 공백' 비판↑
10대 가해자 증가에 정치·교육계 "촉법소년 연령 하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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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으로 '딥페이크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딥페이크 음란물 다수가 주변인의 이미지를 토대로 만든 속칭 '지인 능욕물'인 만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된 모습이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10대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제도’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 '딥페이크 성범죄 취약국' 1위 오명

2일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 등 온라인 대화방에서 지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 허위 영상물을 공유하는 '겹지방(겹치는 지인방)' 사건 피해는 지난 한 주에만 88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1~7월 접수된 피해 신고는 297건으로 주당 평균 10건이 안 됐으나, 지난주에만 88건이 접수됐으니 거의 10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딥페이크 음란물이 SNS를 타고 확산하는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상황을 모니터하며 전자심의를 통해 사업자들에 자율적으로 음란물을 규제하라고 요청하는 '시정요구 결정'을 해오고 있는데,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시정요구 건수는 △2020년 473건에서 △2021년 1,913건 △2022년 3,574건 △2023년 7,187건으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결정 건수도 6,071건으로 지난해 전체의 84%에 달한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올해 전체 요구 건수는 1만 건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무분별한 딥페이크 음란물 생성으로 인해 가해자 수도 폭증하고 있다. 전 세계 유포된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인일 정도다. 미국의 한 보안업체가 지난해 기준 9만5,800건의 딥페이크 영상을 분석한 결과, 53%가 한국인 여성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보도했고, 영국 BBC는 “한국의 만연한 성희롱 문화 속에서 기술산업 발전이 디지털 성범죄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앞서가는 기술 수준에 비해 우리나라 사회의 인식은 성숙함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최근 기술 발전으로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한 탓에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현행법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14조의 2(성폭력처벌법)’로,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2019년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으로 그 심각성이 알려져 2020년 6월 신설됐지만 시청하거나 소지만으로는 처벌되지 않는 것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또한 유포 목적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날로 지능화하는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걸려도 절반은 '집유', 양형 기준 손 봐야

이에 최근 당정이 나서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허위 영상물 소지죄' 조항을 신설, 법정형을 5년 이하 징역에서 7년 이하로 강화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의 소지·구입·시청 행위까지 처벌하는 규정도 만들기로 했지만, 양형 기준이 낮은 이상 실제 처벌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란 비판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존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세분화해 허위 영상물의 반포 범죄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등을 추가했으나, 허위 영상물을 반포했을 경우 기본 징역 6개월~1년 6개월, 가중돼도 10개월~2년 6개월에 그친다.

이렇다 보니 재판에 넘겨져도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유포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일이 대부분이며, 특히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해선 '실제 성착취 행위가 수반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양형기준 하한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신미약, 진지한 반성, 형사 처벌 전력 없음,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 등의 감경요소까지 반영하면 양형 수위는 더 내려간다.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양형 기준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 대응이 대부분 '피해 예방'과 '재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현재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주로 SNS를 통해 딥페이크 합성물이 유포되지만 플랫폼별로 다른 삭제 절차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불법 게시물 삭제도 최소 2~3일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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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딥페이크 대책본부 카페 캡처

‘딥페이크 성착취물’ 가해자 70%가 미성년자, 촉법 소년 연령 논의 재부상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이면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하고 범죄기록도 남지 않는데, 딥페이크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을 감안하면 엄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찰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해 입건된 10대는 △2021년 51명 △2022년 52명 △2023년 91명에 이어 올해 1~7월 131명으로 4년 새 2.6배 늘었다. 최근 4년간 딥페이크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들 중 70.5%에 해당하는 325명이 10대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10대 비중이 높은 원인으로 이들 사이에서 딥페이크가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기술에 쉽게 접근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 4월 같은 학교 여학생 4명의 얼굴을 이용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든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고등학생 A군의 경우도, 피해자들의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캡처한 후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만드는 걸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도 이런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일부는 촉법소년 제도의 뒤에 숨어 처벌을 피하는 데다, 실제 처벌 받더라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다 보니 근절은커녕 확산일로로 치닫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확산 및 재생산 원인’을 묻는 질문에 청소년들은 △처벌이 약해서(26.1%)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붙잡힐 염려가 없어서(22.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로 '딥페이크 대책본부'라는 이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전 여자친구 사진으로 딥페이크를 만들었는데 모를 거다. 나름 내 계정은 유명하다" 등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고등학생인데 겹지방 운영이 문제가 되느냐" 등의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딥페이크 성범죄를 지적하는 정부와 언론을 '호들갑'이라고 비웃으며 절대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하는 등 가해자들끼리 독려하는 글도 있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치권에서도 기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한 것과 관련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도 같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이번 국회에서 지난 국회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촉법소년 연령 하향 같은 국민 여망이 큰 제도도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전담 조직(TF)’을 만드는 등 학교 딥페이크 범죄 근절에 팔을 걷어붙인 교육부도 이번 기회에 촉법소년 제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관계부처 회의 때 촉법소년 연령 하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딥페이크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딥페이크 가해자가 촉법소년이어서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촉법소년은 학계 입장과 일반적인 국민 정서가 다를 수 있어 늘 고민하는 영역”이라면서도 “이번 기회에 그 부분까지 논의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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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적자에 날개 꺾인 인텔, '승부수' 파운드리 사업부도 매각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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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싱어 CEO 승부수 실패 수순,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 검토
지난해 적자만 70억 달러, 올 2분기에도 28억 달러 손실 기록
파운드리 시장 장악한 TSMC·삼성전자, "후발주자가 경쟁력 높이긴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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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추락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승부수'로 내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적자를 거듭하다가 매각 위기에 처하면서다.

인텔 구조조정 본격화

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투자은행(IB)들과 함께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실적 악화를 타파하기 위해 사전 정리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부문(파운드리)의 분할, 제조시설 확장 프로젝트 중단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IB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인텔에 매각과 관련한 내용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진 않을 거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삼성전자 꺾겠다" 선언했지만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2021년 인텔 CEO로 복귀한 겔싱어가 추진해 온 주요 회사 전략 중 하나다. 파운드리 사업 진입을 선언할 당시 겔싱어는 파운드리 사업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2025년 도입 예정인 1.8나노급(인텔 18A) 공정을 넘어 2027년에 1.4나노 공정(인텔 14A-E·1.4나노 2세대) 제품을 내놓겠단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하는가 하면,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꺾고 시장 1위 업체인 TSMC에 이은 2위로 도약하겠다"며 파격적인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인텔은 반도체 미세회로를 그리는 ASML 최신 노광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 극자외선 노광장비(하이 NA)'를 가장 먼저 도입해 미국 오레곤 공장의 공정에 활용한 바 있다. 하이 NA는 기존 장비 대비 더 미세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 최고 공정인 2나노 벽을 뚫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장비로, 가격은 한 대당 5,0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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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 인텔 CEO/사진=인텔 유튜브 채널

적자 커진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도 열세

이런 가운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을 시사하고 나선 건, 적자 수준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189억 달러(약 25조5,100억원), 영업손실은 70억 달러(약 9조4,500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 275억 달러(37조1,200억원) 대비 감소한 수준이며, 영업손실은 전년 52억 달러보다 확대된 수치다.

기술 경쟁력이 열세를 벗어나지 못했단 점도 문제였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3%에 달한다. 2위인 삼성전자도 시장 점유율이 11.5% 수준이며, 그 뒤는 중국 SMIC(5.7%), 대만 UMC(5.3%), 미국 글로벌파운드리(4.9%), 중국 화홍반도체(2.1%) 등 업체들이 지키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8.2%의 점유율 파이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인텔로선 경쟁력을 높이는 게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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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억원 들인 '박원순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 완공 2년 만에 철거 수순

1,100억원 들인 '박원순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 완공 2년 만에 철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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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 철거 공청회 열기로
전 구간 일평균 보행량, 공사 전 예측의 11% 불과
상권 조성 안 된 삼풍상가·호텔PJ 구간 우선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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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일대/사진=서울역사아카이브

서울시가 1,100억원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를 철거한다. 박원순 전 시장이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는 세운상가와 청계상사, 진양상가 등 7개 상자를 잇는 1km 다리로 2022년 전 구간 개통됐다. 하지만 개통 이후에도 보행량이 공사 전 예측량에 10분의 1 수준에 그치면서 오히려 인근 지역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취임 이후 공중 보행로를 비롯한 세운상가 보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행로 일대를 걷어내고 녹지를 조성하는 새로운 계획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공중 보행로가 일대 활성화 저해"

2일 서울시는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해 이달 중 주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며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는 종묘, 세운상가,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PJ호텔, 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상가 건물의 3층을 연결하는 길이 1㎞의 다리 겸 보행로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세운상가 보존·재생 정책의 핵심 건설사업으로 총 1,109억원이 투입됐으며 2016년 착공해 2022년 전 구간 개통했다.

서울시는 공중 보행로가 개통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해당 시설이 일대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10월~2023년 10월 기간 중 해당 공중 보행로 전 구간의 일평균 보행량은 1만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인 10만5,440건의 11%에 불과했다. 상권이 발달한 청계·대림상가 공중 보행로의 경우 일평균 보행량이 4,801건으로 집계됐지만 다리만 설치된 삼풍·PJ호텔은 보행량이 1,757건에 그쳐 제구실을 못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사 전후를 비교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7개 상가 지상의 일평균 보행량은 공사 전 3만8,697건에서 공사 후 2만3,131건으로 40% 감소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최근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서 "세운상가 일대의 공중 보행로는 1,109억원을 투입하고도 당초 사업의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상가와 주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감사원은 이어 당시 서울시가 사업성 부족, 콘텐츠 개발, 과도한 사업비 등에 대한 투자심사위원회의 지적에도 오히려 사업비를 300억원 더 늘리는 등 졸속 행정을 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사부터 완공 이후까지 상인들 불만 증폭

애초 서울시는 공중 보행로 건설로 상권이 활성화되고 인근 환경이 개선되면 세운상가 상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착공 이후부터 현재까지 상인들은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사 기간에는 상가 곳곳에 철근이 노출돼 흉물이 돼 버렸다는 의견이 많았고 상가 내부는 물론 인근 골목의 공기 질도 문제가 됐다. 공사로 인한 분진 외, 보행 데크가 천장을 막아 자동차 매연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다. 실제로 2018년 세운상가의 초미세먼지는 서울시의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장기간 공사에 노출된 상인과 시민들의 안전 문제도 심각했다. 세운상가의 건물들은 1968년 준공돼 공사 당시 이미 50년을 훌쩍 넘은 노후 위험건축물이었다. 지난 2014년에는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도 지정됐다. 시공사는 보행로 조성 공사와 안전 보강을 함께 진행했으나, 공사 과정에서 설치된 철제 빔들이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오랜 기간 현장에 노출되면서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 내내 현장에는 보행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가득했다.

여기에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으로 야간 공사가 중지되는가 하면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서는 매설된 전기·통신·가스 배선 등이 계속 튀어나오는 바람에 번번이 공사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리하게 배전을 건드리다 화재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상인과 주민의 반발로 부지 확보가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완공 기한이 지연됐다. 공중 보행로는 애초 2018년 9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4년이 넘게 완공 시점이 밀리면서 6년 가까이 공사가 계속됐고, 그 과정에서 1층 상가 시설은 슬럼화가 됐다.

일부 구간에서는 콘크리트와 폐기물 등으로 사실상 상가 진입로가 막히면서 매출이 감소하는 등 상인들의 경제적 손실도 심각했다. 문제는 완공 이후에도 상가 내 유동 인구나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전자 공구 상가 중심으로 고객층이 명확한 세운·청계상가와 달리 평범한 음식점이나 마트 등이 주로 입점해 있는 진양·인현상가 상권의 경우 새로 지은 3층 보행로에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1층 상권이 위태로워졌다.

보행로 곳곳에 구조적인 문제도 발견됐다. 일례로 PJ호텔 구간은 지상에서 보면, 공중 보행로를 잇기 위한 교각이 줄줄이 박혀 있다. 왼쪽 통로에는 화장실과 공공임대 시설을 설치하다 보니 사람이 오가는 게 어렵고 반대편 통로는 자동차가 다녀 걷기에 위험하다.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 낡은 데크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철골 산화, 기둥 파손, 철제 난간 부식, 도장 불량, 누수 등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건물 노후화로 세운상가 콘크리트 외벽 일부가 떨어져 1층 상인이 발가락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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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발표한 '녹지생태조심 재창조 전략' 중 세운상가 인근 복합 공공공간 조성 계획/출처=서울시

상가 매입 후 상인 퇴거까지 10년 소요 전망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포함된 재정비 촉진 지구는 오세훈 시장과 박 전 시장의 정책이 충돌했던 대표적인 사업지다. 오 시장은 재임 당시인 2009년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 지구로 지정해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인근 8개 구역을 통합 개발하는 '재정비 촉진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2014년 박 전 시장은 전임 오 시장이 세운 철거 계획을 취소하고 도시 재생 중심으로 재정비 촉진 계획을 변경했다. 그러다 2021년 다시 서울시장에 취임한 오 시장이 세운상가를 전면 재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공중 보행로 철거가 불가피해졌다.

앞서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자리에서 공중 보행로를 포함한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듬해 4월에는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 일대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도심 건물의 건폐율은 낮추고 층수와 용적률을 올려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그 대가로 얻은 공공기여로 공원과 녹지를 만들어 도심 녹지 비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공중 보행로가 이제 겨우 완성돼 활용이 임박했지만, 이번 계획을 위해서는 철거해야 할 운명"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세운지구가 있는 '종묘~퇴계로 일대' 44만㎡를 정비해 현재 3.8%에 불과한 도심 녹지 비율을 15%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공청회를 통해 철거 계획을 확정 짓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보행로를 허물 수는 없다. 공중 보행로 1㎞ 구간 중 삼풍상가·호텔PJ 간 보행교 250m를 우선 철거하되 나머지 750m 구간에는 상가 건물에 조성돼 있어 서울시가 상가를 통째로 매입하고 영업 중인 상인들이 전부 퇴거한 뒤에야 공중 보행로 철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고려하면 공중 보행로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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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쿠바, 미중 갈등 불 지피는 ‘화약고’ 될까?

[동아시아포럼] 쿠바, 미중 갈등 불 지피는 ‘화약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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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쿠바 내 ‘통신 감청 기지’ 구축 가능성 현실화
쿠바, 미국 본토와 150km ‘근접 거리’
미중 갈등 격화 시 중국-쿠바 군사적 협력 배제 못해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쿠바에 ‘전자 통신 감청 기지’(sophisticated listening posts)를 구축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가 미중 관계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쿠바가 미국 본토에서 150km 거리 내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자국 내 주요 공급망과 기반 시설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선 미중 갈등이 쿠바를 발화점으로 ‘신냉전’(new Cold War)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ictures of the late Cuban revolutionary leader Fidel Castro are on display at the Cuban embassy in Beijing as a Chinese paramilitary policeman keeps watch
사진=동아시아포럼

미국의 대만 내 거점 확보에 대한 중국의 ‘맞불’ 가능성

지난 7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는 중국이 쿠바에 전자 통신 감청 기지를 설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갈등 악화를 의식한 미중 양국은 신속히 사실을 부인했지만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으로 볼 때 완전한 거짓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대만 및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문제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격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과 지척인 대만에 전략적 거점을 확보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도 미 본토와 가까운 쿠바에 발판을 구축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로 밝혀진다면 미국으로서는 대중 관계가 극단까지 갈 경우 주요 공급망과 기반 시설이 직접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중대한 전략적 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다.

중국-쿠바 90년대 이후 경제 우방국으로 발전

중국과 쿠바는 공산주의 이념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하는 우방이지만 냉전 당시에는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당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정권은 미국의 금수 조치로 인해 구소련의 경제 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중국은 중국대로 내부 통합, 대만 국민당 정부의 위협, 한국 전쟁, 경제 상황 악화, 대소련 갈등 등 산적한 문제 해결에 바빴다. 1960년대와 70년대 중소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쿠바 관계도 따라서 멀어졌다.

중국-쿠바 관계가 정상화를 이룬 건 구소련이 해체되고 쿠바 경제가 몰락한 1990년대다. 당시 신흥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새로운 무역 파트너가 절실하던 쿠바에 손을 내밀었고 이후 쿠바의 주요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쿠바의 석유화학 산업과 주요 기반 시설에 투자와 원조를 제공하는 한편 아연, 니켈 등 핵심 자원을 수입했다.

최근에도 중국은 미국의 쿠바에 대한 무역 제재 중단을 촉구하면서 쿠바에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중국의 육해상 무역 인프라 구축 계획) 참여를 제안하는가 하면 코로나19에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음식과 의료 장비를 포함한 구호물자도 제공했다.

안보·외교·정책 등 다각적 협력으로 발전

중국-쿠바의 협력은 경제적인 측면에만 그치지 않았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건설한 통신 인프라는 쿠바 정부의 대국민 감시에 활용되기도 했다. 2021년 경제난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쿠바 정부가 중국이 제공한 통신 인프라를 국민들의 의사소통을 차단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방위적 지원에 쿠바는 외교적으로 화답했다. UN 총회를 비롯한 국제회의에서 신장 자치구 문제 등 논란을 빚고 있는 중국 정부 정책들을 지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끈끈한 관계가 지속되자 쿠바가 중국의 도움을 받아 경제 개혁을 시도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공산당 지도 체제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접목에 성공한 중국의 사례를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점 긴밀해지는 양국 간 협력 관계로 비춰볼 때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경우 중국이 쿠바에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며 군사적 협력까지 도모하는 것은 제외할 수 없는 선택지로 보인다.

미중 갈등 격화 시 군사적 협력 가능성도 상존

한편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도 중국-쿠바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의 당선은 쿠바와의 갈등 해소와 관계 개선을 끌어내 쿠바의 중국 의존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집권은 쿠바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대중국 및 대러시아 의존도를 한층 높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중국-쿠바 관계가 미국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 발생하는 지정학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가느냐에 달렸다. 만약 두 초강대국이 펼치는 경제적·이념적 대결이 극단까지 치닫는다면 쿠바가 신냉전 체제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문의 저자는 스콧 B 맥도날드(Scott B MacDonald) 스미스 연구소(Smith’s Research and Gradings)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카리브 정책 컨소시엄(Caribbean Policy Consortium)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Cuba emerges as flashpoint amid US–China rivalr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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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 바이오 업계, 단기 실적 좇는 투자자들·불합리한 약가 제도가 걸림돌

'고사 직전' 바이오 업계, 단기 실적 좇는 투자자들·불합리한 약가 제도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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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 침체기 심화,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심리 회복될 수 있을까
단기 실적에 매몰된 투자시장, 바이오 기업들도 CDMO에 집중
주먹구구식 제도에 '코리아 엑소더스' 가시화, "규제 개혁 나선 일본 주목해야"
Bio_drug_TE_20240902

자금난 장기화 등 영향으로 바이오 업계 전반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업계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시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단 시선에서다. 문제는 국내 투자시장이 단기 실적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단 점이다. 장기투자가 불가피한 바이오 업계는 국내 투자시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단 의미다.

자금줄 마른 바이오, 벤처캐피털 투자 2년 만에 절반 수준

1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이날 중고 바이오 장비 직거래 마켓에 나온 의약품 보관용 냉동고, 세포배양기, 고속원심분리기 등 매물은 58건에 달했다. 5개월 전(34건) 대비 70% 증가한 수준이다. 해당 마켓은 협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중고 장비 매물 건수는 바이오 업황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보관용 냉동고와 세포배양기 등은 바이오기업이 서너 대씩 보유해야 하는 기본 장비"라며 "중고 매물이 늘었다는 건 현금이 급해 기본 장비마저 내다 파는 곳이 늘었단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바이오 업계는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 바이오벤처의 자금줄인 벤처캐피털이 신규 투자를 줄인 탓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는 2021년 1조6,770억원에서 지난해 8,844억원으로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투자 금액도 5,929억원에 머물렀다.

금리 인하가 분수령? 시장선 "글쎄"

업계는 이번 달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국내 투자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글로벌 자금 조달액은 이미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제약·바이오 전문 시장조사 업체 딜포마(DealForma)의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텍이 올해 상반기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44억 달러(약 5조8,7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35억 달러), 지난해(29억 달러) 등 연간 규모를 넘어선 수준이다. 차후 국내 바이오 업계에도 안개가 걷힐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국내 투자 시장에 바이오 R&D(연구개발)에 대한 몰이해가 만연한 탓이다. 통상 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성공률은 극히 희박하고, 임상 단계에서 허가 승인에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10년에 달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 드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성공 건수는 1999년 선플라주(항암제) 이후 2022년까지 총 36건에 불과하다. 바이오 기업은 장기 투자가 기본이란 뜻이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대부분 단기 실적에 쏠려 있다.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생산 공장으로 실적을 내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몰렸고, 상위권 바이오 기업들도 추세를 따라 신약 개발보단 CDMO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실례로 셀트리온은 항체의약품 생산에 집중해 10년 만에 4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고,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의 도입 품목 판매를 기반으로 지난해 1조8,5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CDMO에 적극 투자해 7년 만에 약 12배 성장했다. 신약 개발에만 매몰돼 있어선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과 맞지 않는 약가 제도도 걸림돌로 꼽힌다.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신약을 개발해도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단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포락셀이다. 리포락셀은 대화제약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경구용 파클리탁셀제로, BMS에서 만든 항암 주사제를 경구제로 바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었단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6년 9월 식약처로부터 복용 편의성과 기술 진보성 등을 인정받아 개량신약으로 허가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 약이 현행 약가 제도가 요구하는 우대 기준이 없었단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투여 경로 변경 개량신약의 약가 산정에 대한 내용은 현재 전무한 상태다. 주사제를 경구제로 업그레이드하고도 리포락셀이 약가 우대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심평원은 리포락셀의 약가를 파클리탁셀 가운데 가장 저렴한 용량인 300mg을 기준으로 결정했고, 리포락셀은 파클리탁셀 제네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약가를 받아 들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바이오 기업들은 국내보단 해외 길을 먼저 모색하는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을 개발한 뒤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오락솔을 기술 수출까지 했지만 막상 한국에선 이 약의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대화제약도 2022년 9월 중국 허가 당국에 리포락셀의 위암 적응증에 대한 품목 허가를 신청한 뒤 승인을 대기 중이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제도가 국내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Korea Exodus)'를 촉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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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30일 열린 '신약 개발 생태계 서밋'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일본 수상관저

바이오 역량 강화 나선 일본 정부, 규제 개혁 등 적극적인 태도 견지

반면 일본 정부는 바이오 역량 강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2021년 11월 880억 달러(약 118조원) 상당의 '대학 펀드' 설립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공적 자금을 활용해 펀드를 조성, 학내 연구개발을 가속하고 민간 부문의 기술 이전을 진척시켰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도 거듭 펴냈다. ▲고베의료산업도시 및 쇼난 아이파크 조성 ▲2014년 도쿄 니혼바시 지역의 'LINK-J'를 R&D 특별구역으로 지정 등이 그것이다. 현재 이들 지역엔 적게는 100여 개에서 많게는 300여 개까지의 기업이 입주 혹은 멤버로 참여해 네트워킹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자국 바이오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셈이다.

물론 일본 정부의 정책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대학 펀드의 경우 상업화를 추구하는 과학자보다 학술연구를 추구하는 학자를 높게 평하는 일본 학술계의 기조 탓에 투자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생태계 구축 정책 역시 노력에 비하면 성과가 미미하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산업성 내 산업구조번의회도 자국의 바이오 클러스터에 대해 "아직 글로벌 바이오 커뮤니티라고 불릴 만한 곳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다소간의 실패 이후에도 여전히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사람에게 시험 약물을 처음으로 투약하는 '퍼스트인휴먼(First-in-Human)' 체계 구축에 나서는가 하면, 최근엔 오는 2025년부터 바이오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만들겠단 계획도 세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거듭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월 30일 총리 관저에서 '신약 생태계 서밋'을 열고 "자국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엔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창약(신약 개발)력 구상 회의'를 갖고 정책 추진 방향을 결정한 바도 있다. 정부가 업계 관계자와 이 정도 규모의 회의를 여는 건 상당히 드문 일로 바이오 생태계 구축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단 방증이다. 일본 정부의 바이오 계획을 우리 정부가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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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앱까지 만든다" 발전하는 빅테크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자들 설 자리 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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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AWS·구글 등 빅테크, AI 기술로 앱 개발 지원
개발자 83.6% "미래에 AI가 개발자 업무 일부 대체할 것"
테크 업계 넘어 확산하는 AI發 해고 폭풍, 고용 시장 '혼란'
ai_IT_20240416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앱 생성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며 정보기술(IT) 직군 근로자들의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만간 IT 업계를 중심으로 AI발(發) 고용 혼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앱 생성 솔루션'에 힘 싣는 빅테크

2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지난달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AI 기반 앱 생성 솔루션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적용했다. 해당 솔루션은 오픈AI의 ‘챗GPT’, 메타 ‘라마’ 등 수백 종의 AI 모델을 활용,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을 통해 챗봇, 음성-텍스트 변환 서비스 등의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AWS의 '앱 스튜디오'는 원하는 기능을 입력하면 몇 분 만에 맞춤형 앱을 생성해 준다. 특히 프로그램 내 AI 비서로부터 개발 과정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어 소프트웨어 지식이 없어도 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AI 모델 '클로드'의 개발사인 앤스로픽은 지난 클로드에 앱·프로그램 개발을 돕는 기능을 추가했다. AI가 제작한 앱이 다양한 환경에서 정상 작동되는지 점검해주고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기는 게 특징이다. 프로그램 개발 시 클로드에게 지시할 적합한 프롬프트도 제시해 준다.

구글 클라우드는 지난 4월 ‘버텍스 AI’에 제미나이, 라마 등 다양한 AI 모델을 추가했다. 버텍스 AI는 AI 앱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만들고자 하는 앱의 기능 등 일부 데이터를 입력해 적합한 AI 모델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코딩 작업 중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AI가 SW업계에 불러온 '폭풍'

이 같은 AI의 발전은 개발자를 비롯한 IT 고용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했다. 올해 초 엔비디아를 이끌고 있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차후 AI가 대부분의 코딩 작업을 대신할 것이며, 실제 인력은 굳이 관련 학습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한 한 행사에서는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라며 "자연어로 SW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황 CEO의 발언이 AI 시대를 맞이하는 SW(소프트웨어) 업계의 상황을 정확하게 포착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젠슨 황 CEO가 엔비디아의 AI 비즈니스를 위해 그럴듯한 말을 내놨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생성형 AI가 계속해서 발전할 경우, 황 CEO의 말대로 개발자의 업무 환경과 고용 상황은 실제로 눈에 띄게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단순히 업무 중 'AI의 도움을 받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정말로 (AI가) 개발자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가까운 미래에 AI가 개발자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이 이미 보편적으로 확산돼 있다는 점이다. 인적자원관리(HR) 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올해 초 원티드를 이용하는 개발자 18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6%는 차후 생성형 AI가 일부 개발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AI가 개발자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응답자는 8.2% 수준이었다. 개발자들이 보는 현재 생성 AI의 개발 실력은 1~3년차 수준(42.9%)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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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물류 등 부문에서도 'AI發 해고'

AI발 고용 혼란에 휘말린 것은 개발자뿐만이 아니다. 일례로 생성형 AI 열풍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구글은 2021년 AI 기반 광고 플랫폼인 ‘퍼포먼스 맥스(Performance Max·PMax)’를 개발했으며, 지난해 5월 해당 플랫폼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했다. 실제 인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광고 서비스에 자동화된 AI 도구를 도입한 것이다. 이후 올해 1월 구글은 광고 영업 부문 직원 수백 명을 해고, 본격적인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미국의 물류업체 UPS는 지난해 12월 직원 1만2,000명을 해고했다. 116년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이었다. 당시 캐럴 토메 UPS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 덕분에 인력 감축이 가능해졌다”며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앞으로 배송량이 다시 늘어나도 인력을 늘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UPS의 대규모 감원은 지금까지도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AI발 해고 움직임은 테크 업계에서 주로 관측돼 왔지만 이제는 물류·제약·미디어 등 다양한 업종에서 ‘AI발 해고’가 이어지는 추세"라며 "AI로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서 추가 채용을 중단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용 시장에서 사람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AI 기술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시장 전반의 인력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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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외평기금 65조 급감, 외평채 발행도 늦어지며 외환시장 대응 차질 우려

내년 외평기금 65조 급감, 외평채 발행도 늦어지며 외환시장 대응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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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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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외평기금 운용액 140조원 대로 감소
최근 2년간 외평기금 58조원 일반회계 전환
법안 통과 늦어져 '외평채' 발행도 지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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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의 운용액이 올해보다 65조원 가까이 줄어든다. 정부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 가치 급등)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구조적으로 손실이 나는 운용 구조인 외평기금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결과다. 외평기금 수지를 개선해 ‘세수 펑크’로 악화한 재정 상황을 일정 부분 개선하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외평기금 운용액의 급변동이 외환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상시 대응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외평기금 31.6% 감소, 역대 최대 감소 폭

1일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68개 기금 운용 계획을 의결해 2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총기금 운용 규모는 960조5,169억원으로 올해 운용액 1,023조2,933억원과 비교해 2조7,764억원(6.1%) 감소했다. 이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은 외평기금으로 올해 205조1,201억원에서 내년 140조2,894억원으로 64조8,307억원(31.6%) 줄어들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의 방파제'로 불리는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수급 안정을 위해 1967년 조성된 기금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보유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한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을 공공자금관리자금(공자기금)과 한국은행에서 원화를 가져와 조성하는데 통상 만기 10년으로 원화를 장기 차입해 단기 달러 자산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 외평기금의 감축을 결정한 데는 환율이 급락해 달러를 대거 매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의 재원이 사실상 원화 채무로 구성되는 만큼 공자기금에서 끌어오는 예수금을 올해 55조원에서 내년 38조원으로, 한은 예치금 회수액은 125조원에서 78조원으로 줄여 외평기금을 64조원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비정상적으로 운용되던 외평기금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원화 예수금이 줄어도 외환시장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외평기금 끌어다 쓰며 적자성 채무 늘어

하지만 '정상화 과정'이라는 기재부의 설명과 달리 최근 외평기금의 운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세수펑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평기금 재원을 당초 계획보다 많이 끌어다 쓰면서 국가채무의 질이 9조6,000억원가량 악화했다. 외평기금은 공자기금으로부터 받은 원금과 이에 따른 이자분을 매년 상환하는데 '금융성 채무'인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을 거쳐 일반회계로 위탁되는 과정에서 '적자성 채무'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외평기금의 공자기금 상환액을 당초 계획 대비 14조4,000억원 증액한 64조2,000억원으로 늘렸고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주는 예탁액은 5조5,000억원을 줄였다. 그 결과 공자기금의 재원은 19조9,000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공자기금 재원 중 9조6,000억원을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쓰지 않고 일반회계에 위탁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융성 채무가 적자성 채무로 전환됐다. 적자성 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대응자산이 없어 세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악성 채무로 분류된다.

예정처에 따르면 올해도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에 예수원금 43조5,000억원 조기 상환할 계획인데, 정부가 이 중 상당 부분을 국가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지 않고 일반회계에 예탁할 것으로 보여, 올해 금융성 채무에서 적자성 채무로 전환되는 금액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예정처는 정부가 외평기금으로 세수 부족에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평기금이 정상적인 외환 정책의 틀에서 상환되지 않다 보니 향후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할 때 외환의 흐름이 아니라 세수 부족의 문제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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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외평기금, 연내 외평채 발행도 여의찮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약 58조원의 원화 자금이 일반회계로 전환하면서 외평기금 운용액이 급감한 만큼 외환시장이 급변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실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초 정부는 올해 달러 매수 개입을 위한 원화 재원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봤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최근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으로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충분히 마련해 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외평기금 축소에 대응해 21년 만에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9월부터 연말까지 1년 만기 원화 표시 외평채를 최대 18조원어치 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화 표시 외평채는 지난 2003년 외평채를 국고채와 통합해 발행하는 체제로 바뀐 후 지금까지 발행된 적이 없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의 근거를 담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원화 표시 외평채를 한국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채권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여야 간 논의 사항이 있는 법안이 아닌 만큼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 문제는 속도다. 일각에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 등에 관심이 쏠려 해당 법안이 단기간 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올해 외평채의 원활한 발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당장 법안이 통과돼도 올해 예정된 18조원을 모두 발행하기 빠듯한 게 현실이다. 채권시장 참가자와 발행 방식 등을 협의하고, 적정 발행 규모도 시장과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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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다이어트 약' 오젬픽·위고비, 식욕억제 넘어 건강 전반 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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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 체중 개선 외 추가 효능 확인
과학자들 "심혈관 질환 개선 외 광범위한 이점, 감염 사망 크게 억제"
단 '자살 충동·탈모·시신경 실명' 등 부작용은 넘어야 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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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사진=노보 노디스크

'기적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주사형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오젬픽'의 주성분이 인체 노화까지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발표된 당뇨와 비만·과체중 개선, 심혈관 질환 치료 등 외에도 훨씬 더 광범위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당 성분이 인간의 수명을 늘려 의료서비스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자살 충동 및 실명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심혈관 질환 치료에도 효과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할란 크럼홀츠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팀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출시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암, 알츠하이머, 심장질환, 관절염 등 광범위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지난달 30일 크럼홀츠 교수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4년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회의(ESC 2024)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광범위한 이점이 있다"며 "단순히 심장마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증진하며, 이런 식으로 건강을 개선하면 노화 과정이 지연되는 건 놀랍지 않다"고 발표했다.

크럼홀츠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은 미국에서 과체중 또는 비만인 환자들 가운데 심혈관 질환이 있지만 당뇨병은 없는 45세 이상 1만7,604명에게 세마글루타이드와 위약을 각각 투여해 3년 이상 경과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 기간에 사망한 총 833명 중 58%는 심혈관 문제로, 42%는 감염 등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는데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가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고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도 지속적으로 감소시킨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체중 감량 여부와 무관하게 심부전 증상이 개선되고 신체 염증 수치도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세마글루타이드는 코로나19에 따른 사망 위험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 복용군은 코로나 감염 확률이 위약군과 유사했지만, 감염됐을 때 사망률이 2.6%로 위약군의 3.1%보다 낮았다. 실험군 1만7,604명 중 4,258명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감염자 수는 양쪽 모두 비슷했으나 사망자 수는 세마글루타이드 복용군이 78명으로 위약군의 106명보다 적었다. 이와 관련해 벤저민 시리카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했을 때) 심혈관계 외 원인으로 인한 사망, 특히 감염에 따른 사망의 감소는 놀라운 수준"이라며 "과체중과 비만이 다양한 요인으로 사망 위험을 높이는데, 이러한 요인들이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한 강력한 인크레틴 기반 치료를 통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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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젬픽/사진=노보 노디스크

'자살 충동' 부작용 경고

다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코라도 바르부이(Corrado Barbui) 이탈리아 베로나대 정신과 교수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환자 사례를 추적 분석한 결과, 자살 사고 징후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개별 사례 안전보고서(ICSR)라는 대규모 약물 감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조사에 투입된 데이터는 모두 3,617만2,078건으로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주성분)의 자살 부작용 사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 관련 부작용의 ‘불균형성’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불균형성 분석은 약물 부작용을 감시할 때 사용되는 통계적 방법으로, 특정 부작용이 특정 약물과 얼마나 연관되는지를 다른 약물과 비교해 평가한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약물 부작용 사례는 세마글루타이드가 3만527건, 리라글루타이드가 5만2,131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부작용 중 자살 관련 사례는 세마글루타이드가 107건(0.35%), 리라글루타이드가 162건(0.31%)으로 파악됐다. 특히 처방 기간이 세마글루타이드는 13년(2011~2023년), 리라글루타이드는 24년(2000~2023년)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점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 관련 부작용이 두드러졌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 부작용 사례는 구체적으로 자살 충동 88%, 의약품 과복용 7%, 자살 시도 7%로 확인됐다. 또 부작용 사례자 107명 중 7%는 자살 시도와 자살 충동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세마글루타이드 치료 시작부터 자살 사고 발생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80.39일이며, 특히 세마글루타이드는 항우울제와 함께 복용할 때 자살 충동 부작용이 다른 약물들보다 4배 이상 컸다. 연구팀은 “리라글루타이드와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비만 치료제 오를리스타트와 비교했을 때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자살 부작용이 세마글루타이드에서 4.45배 더 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비만 치료제가 자살 충동을 높인다는 연구는 이전에도 나왔다. 이에 비만 치료에 승인된 위고비 라벨에는 의료진이 환자의 자살 시도를 감시해야 한다는 경고가 붙어있기도 하다. 다만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의 자살 영향에 대해선 아직 연구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노보 노디스크는 성명을 통해 “(자살 충동) 위험과 관련해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 제품 라벨에 반영했다”며 “치료 안전성을 감시하기 위해 규제기관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의 병력과 진단 변수를 통제하지 못한 연구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르부이 교수 연구팀 역시 이번 연구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규제기관들이 자살 관련 위험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위고비나 오젬픽의 불법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들이 자살과 같은 부작용에 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살 빼는 주사 맞다 실명할 수도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부작용은 자살 사고만이 아니다. 미국 브라운 의과대학 피부과 연구팀이 22편(임상시험 15건, 증례보고 6건, 후향적 코호트 연구 1건)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환자에서 위약을 투여한 환자보다 피부 감각 변화 및 탈모증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매주 세마글루타이드 50mg을 경구 투여한 환자는 위약 또는 비교약물을 투여한 환자보다 감각 이상(1.8% 대 0%), 감각 과민(1.2% 대 0%), 피부 통증(2.4% 대 0%), 감각 이상(2.7% 대 0%), 피부 민감(2.7% 대 0%) 등 피부 감각 변화의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구체적으로 탈모증(6.9% 대 0.3%)에 대한 보고는 매주 세마글루타이드 50mg을 경구 투여한 환자에서 위약 투여 환자보다 높았지만, 피하 세마글루타이드 2.4mg 투여 환자의 경우에는 0.2%만이 탈모증을 보고한 반면 위약 투여 환자는 0.5%가 탈모증을 보고했다.

세마글루타이드 복용에 따른 실명 위험도 제기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오젬픽과 위고비 주의사항에도 '시력 변화'가 약물의 잠재적 부작용으로 기재돼 있다. CNN 보도에 의하면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안과·이비인후과 전문병원인 '매스 아이 앤 이어' 소속 의사들은 지난해 중순 '비동맥 성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환자가 이례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눈 뇌졸중'으로 불리는 질환으로, 녹내장 다음으로 많은 시신경 실명 요인이다. 시신경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시신경 파괴라는 점에서 영구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통상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최대 10명인데, 연구에 참여한 의사들은 일주일 사이에 NAION 환자를 3명이나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세마글루타이드 약물을 쓴 환자들이었다. 이후 해당 의료진이 지난 6년간의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과체중·비만 환자가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을 경우 실명 발병 가능성이 미복용 환자보다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 처방을 받은 첫 해에 발병 위험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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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스티브 잡스가 ‘스타일 혁신가’였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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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생 패션 변화, 동 기간 사회 문화 변동과 일치
어릴 적 ‘스타일 혁신가’가 기술 혁신 이룰 가능성 더 높아
스티브 잡스도 졸업식에 나비넥타이, 턱시도 착용한 ‘스타일 혁신가’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1950년대 이후 60년간의 미국 고등학생 패션과 스타일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같은 기간 발생한 미국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어릴 적 자신만의 개성을 독자적으로 표현하는 환경에서 자란 학생이 어른이 돼 기술 혁신과 경제적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972년 졸업식에서 남들이 잘 하지 않던 장발에 나비넥타이와 턱시도를 착용한 애플(Apple)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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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고등학생 졸업 사진 1,400만 장 분석해 스타일과 패션 변화 추적

한스요아힘 보스(Hans-Joachim Voth) 취리히대학교(University Of Zurich) 교수와 다비드 야나기자와-드롯(David Yanagizawa-Drott) 동 대학 교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의 도움을 받아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촬영된 1,400만 장의 미국 고등학생 졸업앨범 사진들을 분석해 그들의 스타일과 패션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를 ‘자기표현’(individualism), ‘전통 고수’(persistence), ‘스타일 혁신’(style novelty)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측정했는데 ‘자기표현’은 말 그대로 같은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노출했는지를 보여주며, ‘전통 고수’는 당시 학생들이 20년 전과 얼마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스타일 혁신’은 이전과 다른 스타일이 얼마나 많이 출현했는지로 정의했다.

연구 자료 중 뉴욕 지역 한 고등학교의 1966년 졸업생들을 보면 모두 비슷한 정장과 넥타이, 셔츠에 면도한 얼굴까지 상당한 유사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이 계산한 이들의 ‘유사성’(similarity) 점수는 0.9로 매우 높고 ‘자기표현’ 점수는 0.098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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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기표현’ 사례, 주: 좌측 인물 ‘자기표현’ 점수 0.098/출처=CEPR

연구진은 또한 같은 학교를 20년 차이로 졸업한 학생들 사진을 비교해 ‘전통 고수’ 점수가 높은 학교와 낮은 학교를 가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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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전통 고수’ 사례/출처=CE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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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전통 고수’ 사례/출처=CEPR

50년대 ‘순응주의’에서 60년대 이후 ‘다양성’의 문화로

연구의 출발점인 1950년대 고등학생들의 패션은 사회 규범과 전통의 준수를 강조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남학생들은 짧은 스포츠형 머리와 정장에 넥타이를 맸고 여학생들은 얌전한 드레스에 세심하게 매만진 헤어스타일로 모두가 동일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하지만 60년대 들어 일어난 사회적 격변에 발맞춰 고등학생들의 외모도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60년대 중반 거세게 등장한 여성 인권 운동(women’s rights movement)의 영향으로 여학생들의 패션 스타일이 남학생들과 동질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결같았던 남학생들의 스타일은 이전 세대의 규범을 거부하고 개성을 추구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대로 변화를 시작해 긴 머리,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의 의상 등이 새로운 패션 규범으로 자리잡게 됐다.

특기할 만한 점은 50년대에는 남학생보다 훨씬 높은 개성과 다양성을 보이던 여학생의 스타일이 60년대부터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 ‘자기표현’ 점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전통 고수’ 점수는 증가해 90년대에 이르러 남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학생과 여학생 두 집단 모두에서 ‘스타일 혁신’은 지속됐고 60년대 후반 남학생의 스타일 혁신이 최고조에 이른 것을 필두로 2000년대까지 고등학생들의 패션은 지속적인 변화를 이뤘다. 이는 이전 세대의 문화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현세대의 노력은 물론 개성과 자기표현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의 흐름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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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생 패션 스타일의 ‘자기표현’ 지표 추이, 주: 남학생(청색), 여학생(적색)/출처=CE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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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생 패션 스타일의 ‘전통 고수’ 지표 추이, 주: 남학생(청색), 여학생(적색)/출처=CE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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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생 패션 스타일의 ‘스타일 혁신’ 지표 추이, 주: 남학생(청색), 여학생(적색)/출처=CEPR

80년대에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는 미국 전역에 위치한 고등학교들 사이에서 패션과 스타일을 놓고 양극화와 차별화가 발생했다는 점인데 이때부터 전통을 고수하는 학교들과 개성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학교들이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전통의 가치를 뿌리 깊게 숭상하는 남부 지역 학교들로 인해 더욱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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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교들의 ‘자기표현’ 지표 변화, 주: 경도(X축), 위도(Y축), ‘자기표현’ 점수가 높을수록 짙은 색으로 표현/출처=CEPR

‘패션 혁신’ 추구한 학생들, 특허권 신청 건수↑

연구진은 고등학생들의 패션이 스타일에 대한 개인적 선호와 사회 트렌드만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혁신가를 선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음도 밝혀냈다. 고등학생들이 참신한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는 지역일수록 특허 건수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구체적으로 ‘스타일 혁신가’가 배출된 지역 학교 졸업생들의 특허 신청 및 승인 건수가 배출되지 않은 지역보다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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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혁신가’ 배출 지역과 미배출 지역 특허권 신청 현황 비교, 주: 졸업 후 기간(X축), 특허권자 비율(Y축), ‘스타일 혁신가’ 배출 지역(적색), ‘스타일 혁신가’ 미배출 지역(청색)/출처=CEPR

대표적인 예가 스티브 잡스인데 1972년 고등학교 졸업식에 나비넥타이와 턱시도에 장발을 하고 참석한 그를 연구진은 ‘스타일 혁신가’로 분류했다. 어른이 된 잡스는 1,114건의 특허를 신청해 960건을 승인받은 당대 최고의 개발자로 성장했다.

연구진은 학생 시절 패션에서 보인 도전 정신과 이후 이뤄낸 성공적인 혁신의 상관관계로 볼 때, 개성과 창의성을 북돋우는 어린 시절 환경이 어른이 돼 이루는 위대한 기술적 혁신과 경제적 부흥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문의 저자는 한스요아힘 보스(Hans-Joachim Voth) 취리히대학교(University Of Zurich)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Culture clash: What 14 million images tell us about times a-changi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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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표류 위기 맞은 위례신사선, 사업비 18.6% 증액에도 업계선 "여전히 부족하다"

재표류 위기 맞은 위례신사선, 사업비 18.6% 증액에도 업계선 "여전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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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간 위례신사선 사업, 서울시는 사업비 증액 후 재공고
업계선 여전히 회의적 반응, "사업성 적고 PF 경색으로 시장 자금도 말라"
재정투자사업 전환 언급한 서울시, 예산 확보 등 과제 해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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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사선 노선도/사진=서울시

GS건설이 기존의 계약을 취소하면서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시는 사업비를 올리고 재공고하는 등 사업 추진 의사를 재차 밝히고 나섰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공사비 급등 문제로 여전히 사업성이 떨어진단 평가가 나와서다.

서울시 위례신사선 제3자 제안 재공고

3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5일 위례신사선 사업 제3자 제안을 재공고했다. 1단계 사업 접수는 내달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재공고안에 따르면 가격기준일을 2015년 12월 31일에서 2023년 12월 31일로 변경해 소비자물가 변동분을 반영, 건설사업비를 1조4,847억원에서 1조7,605억원으로 약 18.6% 증액했다. 사업비를 늘려 신규 사업자의 유인 동기를 늘리겠단 구상이다.

최근 기상 악화 등에 따른 비작업일 증가와 노동자의 적정 근로 시간 보장 등 변화한 사회환경을 반영해 총공사 기간을 기본 5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겠다고도 밝혔다. 적정 공사 기간을 확보해 공사 품질과 안전성, 경제성을 높이고 사업 제안자의 부담을 줄이겠단 취지다. 또 실시협약안을 미리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협상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주민 불만 폭주, LH·GS건설 비판 여론 확산하기도

이처럼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사업 추진을 위해 거듭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지만, 위례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사업이 한 차례 엎어지면서 소요 기간이 지나치게 늘어났단 이유에서다.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 신사역을 잇는 14.7㎞ 경전철 노선인 위례신사선은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첫 운을 뗐지만 16년째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그나마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이 우협으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으나, 이번에 재차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철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애초 위례신도시를 설계하고 만든 당사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란 것이다.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장은 "법적 제약으로 자금을 더 투자하는 게 어렵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LH를 믿고 입주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LH도 서울시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 아니냐"고 역설했다.

이 본부장은 GS건설에 대해서도 지적을 이어 나갔다. 이 본부장은 "민자사업의 고질병 중 하나는 컨소시엄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술적 차별성 외 가격 경쟁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GS건설이 당초 공고보다 낮은 사업비를 적었다가 다시 올려달라 한 건 명확한 사측의 판단 미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책임 없이 사업을 포기한 데 대해선 나중에라도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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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부족한 위례신사선, PF 시장 경색도 걸림돌

문제는 이후로도 위례신사선 사업을 함께 할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단 점이다. 가장 큰 한계점은 사업비다. 이번에 재공고를 내면서 사업비가 다소 오르긴 했으나, 업계에선 증액 규모가 8년간 크게 오른 건설 원가를 따라가지 못한 만큼 여전히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공사비가 약 30% 가까이 올랐는데 고작 18.6% 증액된 건 너무 적다"며 "소비자 물가 변동분을 반영할 게 아니라 공사비 원가 변동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사들이 섣불리 나서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위례신사선 사업 자체가 규모가 크다 보니 PF를 끌어들이거나 컨소시엄을 구축해야 하는데, 시장 자금이 마른 상태라서 사업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란 것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다른 도시철도 사업에 관심이 쏠린 탓에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 위례신사선은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단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우선 이번 재공고에서 참여 사업자가 없을 경우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하겠단 입장이다. 위례신사선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낸 셈이지만, 시장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정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민자사업보다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재정사업으로 전환 시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단 문제도 있다. 사실상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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