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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원유 지고 금속 뜬다” AI 데이터센터·전력망 수요가 떠받치는 구리 가격, ‘슈퍼 코퍼 시대’ 도래

[원자재] “원유 지고 금속 뜬다” AI 데이터센터·전력망 수요가 떠받치는 구리 가격, ‘슈퍼 코퍼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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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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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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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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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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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2,000달러 돌파 6일 만에 또 신고가
AI·전력망 수요 등이 시장 지탱 
가격 올라도 빅테크발 수요 견조, 랠리 이어질 것

구리 가격이 지난해 40% 인상에 이어 또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망 확충으로 수요가 급증한 데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우려로 인한 선제적 재고 확보 움직임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국제적 공급 부족과 폭발적 수요가 맞물린 가운데 사실상 ‘슈퍼 사이클’ 국면에 진입한 모양새다.

구리 가격 ‘파죽지세’, 톤당 1만3,000달러도 돌파

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4.2% 급등한 톤당 1만3,033달러(약 1,887만원)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1만2,000달러(약 1,735만원)선에 올라선 지 불과 6거래일 만에 1만3,000달러 고지까지 점령한 것이다.​ 구리 가격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에만 20% 급등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은 44%에 달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구리는 금이나 은과 달리 투자 심리보다 실물경제 활동과 더 밀접하게 연동되는 금속으로 평가된다. 전력망 건설과 건설·산업용 기계, 제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수요가 늘면 경제 확장 국면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구리는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린다. 실제로 구리는 1920년대 대공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사례에서 하락세로 경기 둔화를 정확히 예고한 바 있다.

이번 구리 가격 상승을 주도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AI와 전기차 수요 증가로 막대한 전기선이 필요해졌다. 전기선은 주로 구리로 만든다. 제품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전선 제조원가 중 60~90%는 구리 가격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의 구리가 들어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일반 데이터센터의 2배 수준인 메가와트(㎿)당 27~33톤의 구리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신규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500~1,000㎿가 건설되고 있는데, 적게는 1만3,500톤에서 많게는 3만3,000톤에 달하는 구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카고에 짓고 잇는 데이터센터 하나에만 2,177톤의 구리가 들어간다. 이는 27톤의 자유의 여신상 8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수요 견조한데 공급은 제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으름장도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상반기 구리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를 시사해 미국 내 재고 비축 움직임을 촉발했지만, 지난해 7월 말 정제 구리를 수입 관세에서 면제해 비축 움직임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입 관세 재검토 계획이 다시 제기되면서 미국 내 구리 가격이 재차 LME 가격 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했고 이에 따라 관련 거래도 되살아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구리 수입량은 작년 7월 이후 최대치로 급증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 창고의 구리 재고는 지난 2일 기준 49만9,841USt(쇼트톤·1USt=907.2㎏)에 달한다. 작년 4월보다 400% 급증한 규모다.

세계적인 재무장 추세도 구리 수요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자원개발·광물 탐사 기업 아이반호마인스의 공동설립자인 로버트 프리드랜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구리 수요의 상당 부분은 숨겨져 있다”며 “군사 부문의 구리 수요는 공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스웨덴 군사정보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전 세계 국방비 지출' 내용을 보면, 국방비는 2023년 2조4,774억 달러(약 3,570조원)에서 2024년 2조7,181억 달러(약 3,910조원)로 급증했다. 매년 증가 폭이 1,000억 달러(약 145조원) 내외였는데, 2024년엔 2,707억 달러(약 390조원)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6월 지정학적 긴장 장기화로 인해 주요국이 첨단기술 도입과 무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미국 의회는 작년 12월 18일 2026 회계연도 국방비를 전년보다 2.34% 늘린 9,006억 달러(약 1,300조원)로 편성했다.

이처럼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막대한 생산량을 자랑했던 대형 광산들의 잇따른 조업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 구리 공급의 약 1.5%, 연간 35만 톤 이상을 담당하던 코브레 파나마광산이 환경 파괴 논란과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로 인해 2023년 말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물량이 하루아침에 증발해 버렸다. 호주의 마운트아이자광산은 장기 채굴로 광석 함량이 크게 낮아지면서 채굴 비용 부담이 커지자 지하 광산과 처리 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 칠레의 주요 광산들도 지표면 매장량이 고갈돼 지하 채굴로 전환하고 있으나, 기술적 난이도와 지연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 2위 규모인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광산 역시 운영 차질이 반복되며 향후 공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공급원도 사실상 부재하다. 당장 투자를 시작하더라도 광산 발견 후 실제 생산까지는 평균 15.7년이 걸려 이른 시일 내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시장은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기반 시설 건립에 따른 수요 여건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국 등 주요 수요처 주문량이 고점에서도 줄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강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금속 '슈퍼 랠리' 속 유가만 추락

전문가들은 이번 구리 랠리가 원자재 시장 전반의 질서 변화를 시사한다고 본다. 구리, 금, 은, 알루미늄 등 금속 자산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반면, 국제유가는 상대적으로 힘을 잃는 흐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04%(1.19달러) 낮아진 배럴당 57.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72%(1.06달러) 하락한 배럴당 60.7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초 70달러대에서 출발한 WTI는 한때 80달러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돼 현재까지 2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해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 격화로 일시 반등했으나, 추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1년 전 75달러 수준에서 최근 61.94달러까지 내려오며 17%가량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추락하는 이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 기조 여파로 글로벌 원유시장에 공급이 과잉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 등 8개국은 지난 2023년 두 차례 자발적 감산을 단행했지만 작년 4월부터 증산으로 전환해 하루 220만 배럴 감산분을 9월까지 모두 되돌렸다. 165만 배럴의 또 다른 감산분도 지난해 10~12월 매달 하루 13만7,000배럴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른 공급 과잉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원유 정보 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유조선들이 최소 7일 이상 항구에서 대기하는 규모는 지난주에만 15% 급증했다. 이에 '떠돌이 원유'의 총 규모도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지난달 수준까지 불어났다. 미국 원유 재고도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정보청(EIA)에 의하면 지난달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40만5,000배럴 증가해 로이터 전망치(24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웃돌았다.

주요 기관들은 과잉 공급이 내년에도 이어져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를 하루 384만 배럴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1월 전망치(409만 배럴 초과)보다는 낮아졌지만, 세계 원유 수요의 거의 4%에 가까운 규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IB들의 올해 브렌트유 전망 평균치는 배럴당 59달러로 집계됐다. 원유는 금이나 구리와 같이 글로벌 경기 상황에 민감한 자산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최근의 유가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력 기반 산업과 디지털 인프라가 글로벌 성장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금속 자원이 새로운 경제 질서의 핵심 지표로 기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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