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xAI’, 200억 달러 추가 실탄 확보, 오픈AI·구글에 정면 도전
머스크의 ‘xAI’, 200억 달러 추가 실탄 확보, 오픈AI·구글에 정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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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업고 29조원 추가 조달 초대형 AI 인프라 경쟁 가속 데이터센터·전력·칩 확보전 치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200억 달러(약 29조원)를 추가로 조달하며 챗GPT에 대한 정면 승부에 나섰다. 이번 투자는 단순 자금 수혈을 넘어 독자적인 데이터센터 구축과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 '그록(Grok)'의 고도화를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머스크의 산업 생태계와 결합한 xAI가 오픈AI와 구글이 주도하는 AI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xAI, 초대형 투자 성사
6일(현지시간) xAI는 시리즈 E 투자 라운드에서 200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가치 2,300억 달러(약 332조8,800억원)를 기준으로 150억 달러(약 21조7,000억원)조달을 목표로 했던 기존 계획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xAI는 지난해 3월 800억 달러(약 116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기업가치가 3배 가까이 급등했다. 투자자에는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 카타르 투자청(QIA), 테슬라 전 이사 안토니오 그라시아스(Antonio Gracias)가 이끄는 밸러에퀴티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전략적 투자자(SI)로는 엔비디아와 시스코인베스트먼츠가 참여했으며, 이들은 xAI의 빠른 컴퓨팅 인프라 확장과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구축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xAI는 전했다.
xAI가 이번에 선택한 시리즈 E는 스타트업 투자 단계 중 가장 후반부에 해당한다. 시리즈 E는 기업이 이미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입지를 확보한 뒤, 기업공개(IPO) 직전 또는 IPO 이후 수준에서 초대형 확장을 위해 받는 투자 단계다. 기술 검증이나 생존이 아니라,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경쟁사 압도 여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수십억 달러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고, 재무적 투자자(FI)뿐 아니라 반도체·네트워크 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은 통상 시드(Seed) 단계에서 아이디어와 초기 팀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시리즈 A에서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검증한다. 이후 시리즈 B에서는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시리즈 C에서는 글로벌 확장과 수익성 강화를 추진한다. 시리즈 D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나 인수합병(M&A), IPO 준비 단계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뒤 도달하는 시리즈 E는, 더 이상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아니라 산업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최종 확장 단계로 해석된다.
xAI는 조달 자금을 대규모 인프라 구축, 신제품 출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xAI는 현재 차세대 LLM인 그록5를 훈련하는 등 소비자·기업용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향후 게임 및 로보틱스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계획하고 전용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xAI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xAI가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다른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올해 초 차량에 그록을 통합했다.

AI 인프라 및 학습·추론에 막대한 자금 소모
xAI가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선 건 지속적인 AI 학습·추론 비용을 감당할 재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서다. LLM 서비스의 본질은 고정비 산업이다. 대규모 연산 자원과 데이터센터, GPU 확보, 인력 비용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며, 단일 서비스 호출에도 상당한 비용이 누적된다. 더군다나 xAI는 경쟁사들과 달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과의 협업 없이 독자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서버 구축과 AI 모델 학습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를 일부 경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엔비디아 칩을 외부 투자자가 구매한 후 xAI가 이를 임대하는 방식의 자산 기반 차입 모델을 도입하려 했으나, 투자자들과의 협상이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출 기관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 규모를 제한하고 상환 기간을 3년 이내로 설정하길 원하기도 했다. AI 칩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감가상각이 크고 xAI의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자산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xAI는 2023년 설립 이후 15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 초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지분 및 부채 자금을 조달했다. 작년 10월에는 특수목적법인(SPV)을 활용해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AI 반도체 구매 자금 200억 달러(약 29조원)를 확보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xAI 자금 조달에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들까지 활용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자금 수혈에 나섰고 지난해 6월 발행한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는 그록의 지식재산권(IP)을 포함한 핵심 자산을 담보로 설정했다.
하지만 xAI는 매달 10억 달러 이상을 소진하고 있는 데다, 연간 적자폭도 상당해 여전히 수백억 달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되는 곳은 데이터센터다. 지난달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추가적인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세 번째 건물을 매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재 xAI의 인프라는 미국 멤피스에 20만 개 GPU를 탑재한 콜로서스(Colossus) 슈퍼컴퓨터를 갖추고 있으며, 두 번째 100만 평방피트 규모 데이터센터인 콜로서스2의 신축도 추진 중이다. 두 번째 시설이 아직 완공되지도 않았는데, 세 번째 건물을 위한 부지를 확보한 것이다.
xAI가 짓는 콜로서스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든다. 특히 콜로서스2에는 엔비디아 GPU 56만 개가 설치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구입 비용만 180억 달러(약 26조원)에 달한다.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선 이 금액에 더해 서버, 냉각 시스템 등 관련 장비 비용과 부동산 비용도 추가되는 만큼 총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새로 짓는 세 번째 데이터센터도 정확한 규모는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역시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xAI의 지난해 예상 매출은 5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누구보다 빠르게 AI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투자 회수 모델이나 수익화 전략이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시장의 우려도 공존한다"며 "결국 xAI가 얼마나 빨리 실질적인 서비스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자 기업 10여 곳 불과, 후기 단계 집중 투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건 경쟁사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AI 산업 전반에서 자금 경쟁이 치열한데, 주요 스타트업들은 최첨단 AI 모델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픈AI가 기업가치 5,000억 달러(약 724조7,000억원) 기준으로 66억 달러(약 9조5,6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했고, 한 달 뒤 앤스로픽도 MS, 엔비디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3,500억 달러(약 507조2,9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메타플랫폼스 또한 최근 몇 달 사이 290억 달러(약 42조원) 규모 데이터센터 금융 계약을 포함한 여러 건의 대형 자금 조달을 진행했고, 오라클은 38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 부채 조달 패키지를 확보한 상태다. 이 밖에 에이전트그룹 애니스피어, 검색 회사 퍼플렉시티, AI 연구 스타트업 싱킹 머신즈 랩 등도 지난해 여러 차례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자금 조달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고 있다. 사모 시장 동향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카르타에 따르면 AI 스타트업들은 평균적으로 2~3년에 한 번씩 신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최근엔 소형 AI 스타트업에 자금 유입이 메마른 상황에서도 성과가 좋은 AI 스타트업들은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투자자를 찾고 있다. AI가 경제 전반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성장성이 확인된 상위 스타트업으로만 자금이 쏠린 것이다. 라이언 빅스 프랭클린 템플턴 벤처투자 공동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승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실성이 더 큰 후기 단계 딜로 쏠리고 있다"며 "반드시 투자하고 싶은 기업은 열두 개쯤 되고 그 밖의 기업들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