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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산 철강 보호 정책’의 그늘, 인도 철강 28개사 ‘가격담합’ 적발

‘자국산 철강 보호 정책’의 그늘, 인도 철강 28개사 ‘가격담합’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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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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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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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I, 철강 판매가격 담합으로 독점금지법 위반 조사
수년간 철강 가격 조작, 왓츠앱 메시지로 담합 포착
정부 보호 조달 체계가 만든 담합 유인 구조

인도 경쟁당국이 주요 철강기업 28곳과 최고경영자(CEO) 56명을 가격담합 혐의로 적발했다. 이번 사안은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에 따른 자국산 우선 구매제도의 보호 아래 기업들이 조직적인 가격담합과 공급 제한으로 부당 이득을 취해 왔다는 의혹에서 촉발됐다. 정부 조달을 중심으로 형성된 보호적 시장 구조가 가격 왜곡을 고착시킨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가 인도 철강 시장의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타타·JSW·SAIL 포함 임원 56명도 책임 판단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기밀 명령서를 근거로 인도 경쟁위원회(CCI)가 타타스틸, JSW스틸, 국영 세일(Steel Authority of India Limited, SAIL)과 25개 기업이 철강 판매가격을 담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CCI는 명령서에서 JSW스틸의 사잔 진달(Sajjan Jindal) 역만장치 전무이사, 타타스틸의 T.V. 나렌드란(T.V. Narendran) CEO, 세일 전직 회장 4명 등 56명 고위 임원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6일자로 작성된 CCI 명령서에 담긴 내용으로, CCI 규정상 담합 관련 사건은 종결 전까지 세부 내용이 비공개에 부쳐지기 때문에 당시에 공개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처음 보도됐다.

조사는 2021년 코임바토르 도로·고속도로건설업체협회(Coimbatore Corporation Contractors Welfare Association)가 '9개 철강사가 집단으로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인상한다'고 법원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철강사가 6개월 동안 가격을 55% 끌어올렸고, 공급을 제한해 건설사와 소비자에게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넘겼다는 주장이었다. 로이터가 검토한 명령서에 따르면 CCI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소규모 철강사를 급습했고, 조사는 최대 31개 기업과 업계 단체, 수십 명의 임원으로 확대됐다.

이후 공소 담당 검사가 해당 사안을 반독점 사안으로 판단하자, 판사도 CCI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CCI는 기업의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위반 연도마다 ‘이익의 최대 3배’ 또는 ‘매출의 10%’ 중 더 큰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으며, 개인 임원에게도 벌금 철퇴를 내릴 수 있다. 이에 CCI는 철강사들에 2023년까지 8개 회계연도에 대한 감사 재무제표 제출을 요구했다. 감시기관은 일반으로 잠재 벌금 산정 때 이러한 세부 정보를 요구한다.

CCI는 명령서를 통해 "당사자들의 행위가 인도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특정 개인들도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 이는 반독점 사건에서 핵심적인 중간 단계로 평가된다. 최종 판단은 CCI 고위 당국자들의 검토를 거치며, 기업과 임원들도 이의 제기나 의견 제출 기회를 받는다. 조사 규모가 큰 만큼 이 절차는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이후 CCI는 최종 결정문을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JSW스틸과 세일은 CCI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지난해 7월 작성된 CCI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철강 제품 제조업체의 지역 산업 그룹 간에 오간 왓츠앱(WhatsApp) 메시지를 발견했다. 확보된 메시지는 가격을 고정하거나 생산을 줄이는 데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내부 문건은 적시했다.

철강 생산 2위 인도, 정부 사업에 자국산 우선 사용 의무화

인도 주요 철강사들이 가격담합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도 정부의 '인도산 철강 우선 구매' 정책이 자리한다. 앞서 인도 정부는 자국산 철강 제품을 정부 조달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해당 조달 정책은 정부 발주 계약에서 인도에서 생산된 철강을 우선 구매 대상으로 지정하며 해외 제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대폭 높이는 구조로 설계됐다.

인도 철강부에 따르면 인도 정부 산하 모든 부처, 기관, 공공사업에서 50만 루피(약 806만원)를 초과하는 철강을 조달할 때 반드시 인도산 철강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20억 루피(약 322억4,000만원) 이하 규모의 철강 제품 조달을 위한 입찰에서는 해외 기업 입찰을 금지했다.

철강 조달 때 외국 인증 요구나 불합리한 기술 사양을 명시하는 것은 국내 공급업체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간주하기로 한다. 아울러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인도 기업이 참여할 수 없는 외국 정부나 기관은 인도 정부 조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인도에서 생산되지 않는 특정 철강 제품이나 국내 업체가 필요한 물량을 공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있다.

인도가 자국 철강 산업 보호에 나선 건 철강이 인도의 중요 산업임에도 중국 등 해외 철강 제품들의 수입이 갈수록 늘어나서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를 전 세계 주요 생산 기지로 만들겠다며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도입했고, 이 프로젝트로 철강 수요가 폭증했다. 인도 철강 생산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워낙 수요가 많다 보니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이 급증했다.

세계철강협회(WSA) 통계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건설 등 인프라 투자 확대 및 자동차 등 제조업 호황에 따른 영향으로 향후 연간 8%씩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조강생산 능력을 현재의 1억8,000만 톤에서 3억 톤으로, 2047년까지는 5억 톤까지 확장한다는 비전을 발표했고, 민관 철강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설비 확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 JSW스틸과 인도 제철소 합작 추진 중

이에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시름하고 있는 한국 철강사들도 인도 진출에 나섰다. 국내 1위 철강사 포스코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포스코는 이번 가격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JSW스틸과 연간 조강생산량 60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공동으로 짓기로 주요 조건 합의서(Non-Binding Heads of Agreement·HOA)를 체결했다. 해당 합의는 2024년 10월 양사가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업무협약(MOU)를 맺고, 협력 사항을 구체화하면서 나왔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을 높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부터 쇳물로 철강 판이나 막대기 등을 만드는 설비까지 모두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 포스코그룹은 부지 매입과 환경 영향 평가 등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31년에는 제철소를 준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사는 일관제철소 건설 지역 후보를 인도 오디샤주로 정하고, 공동 타당성 검토를 통해 최종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오디샤주는 석탄과 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라 원료 조달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그룹은 JSW그룹과의 합작 사업을 장인화 회장 체제에서 추진 중인 '철강 경쟁력 재건'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에 이미 마하라슈트라주에 180만 톤 규모의 냉연·도금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뉴델리·구자라트·타밀나두·안드라프라데시에도 각각 철강 가공 공장을 두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담합 조사가 포스코-JSW 합작 사업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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