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선택한 이민 정책
[딥폴리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선택한 이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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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이민 정책 전환, 점수제 중심으로 재편 인력 부족 분야 빠르게 보완됐지만 교육·돌봄은 불안정 확대 성과 기준과 훈련 연계 없으면 이민 통제 지속 불가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이민 정책의 운용 방식을 전환했다. 그 결과 2023년 6월까지 1년간 순이민은 90만6,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감소했지만 여전히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점수제 이민이 있다. 유럽연합(EU) 자유 이동이 종료되면서 기존의 EU 인력 유입 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영국은 점수제 이민을 통해 비EU 국가 출신 인력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신규 유입은 인력 부족이 두드러졌던 보건·돌봄과 교육 연계 직종에 집중됐다. 브렉시트 이후 끊어졌던 노동력 공급이 점수제 이민을 통해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다시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변화로서의 영국 점수제 이민
2021년 이후 영국의 순이민 증가는 주로 EU 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영국은 숙련 인력과 보건·돌봄 노동자, 유학생을 대상으로 점수제 이민 경로를 확대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360만 명이 EU 외 지역에서 유입된 반면, EU 출신 이민은 크게 줄었다.
점수제 이민은 인력 부족이 분명한 분야로 유입을 유도하는 구조다. 그 결과 보건과 사회복지 부문으로 인력이 집중됐고, 인력난이 심화되던 시기의 현장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2023년 순이민 급증은 이러한 제도 운용의 결과였다. 이는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내 인력 양성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었다.
이 흐름은 2024년 말 이후 다시 바뀌었다. 순이민은 2024년 12월까지 1년간 34만5,000명으로 줄었고, 2025년 6월 기준 약 20만 명 수준까지 낮아졌다. 임금 기준 상향과 가족 동반 요건 강화, 유학생 부양가족 제한이 동시에 적용된 영향이다. 다만 점수제 이민에 대한 의존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2023년 발급된 취업 비자는 2019년의 세 배를 넘었고, 이후에도 점수제 이민은 노동시장 인력 조정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이민을 줄이는 대신, 제도적으로 관리되는 글로벌 인력 유입 구조를 선택했다.

주: 노동력 대비 영국 이민 흐름 비중은 점수제 이민 도입 이후 2021년부터 빠르게 확대됐고, 이후 정책 조정과 함께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유 이동에서 점수제로 바뀐 영국의 선택
브렉시트 이후 영국 이민을 설명할 때 독일과의 비교가 자주 제시된다. 두 나라 모두 대규모 경제권이며, 독일은 EU 자유 이동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분석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이민을 줄이지 않았고, 한동안 독일보다 높은 순유입을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만으로는 정책 변화의 성격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독일은 인구 구조와 직업훈련 체계가 다르고, 노동시장이 EU 내부 이동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같은 수치라도 인력 유입의 방식과 효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영국 사례를 이해하려면 국가 비교보다 제도 전환에 주목해야 한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자유 이동을 종료하고, 고용주 후원 비자를 중심으로 한 점수제 이민 체계로 전환했다. 이 변화는 이민 규모보다 유입 구조를 바꿨다. 인력은 특정 직종과 분야로 집중됐고, 그 중심에는 보건과 돌봄이 있었다.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이동이 아니라 정책 설계의 결과였다.
제도 중심의 관점은 시기별 변화도 설명한다. 영국의 점수제 이민은 2022~2023년에 빠르게 확대됐다. 돌봄 직종이 부족 인력 대상으로 지정되자 관련 비자 발급이 급증했고, 이후 기준이 강화되면서 발급 규모는 빠르게 줄었다. 유학생 경로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2022~2023년에는 부양가족 동반이 늘었지만, 2024년 이후 제한이 적용되자 곧바로 감소했다. 영국의 점수제 이민은 정책 신호에 따라 유입 규모와 구성이 빠르게 조정되는 구조다. 반면 독일은 EU 내부 이동에 더 크게 의존하며, 숙련 이민 제도 개편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 2012년 이후 출신 지역별 연간 순이민을 노동력 대비 비율로 보면, 점수제 이민 도입을 계기로 유입 구성이 바뀌었고 이후에는 증가 속도가 둔화됐다.
인력 공백 해소와 교육 불안정
점수제 이민은 교육과 돌봄 현장의 인력 공백을 단기간에 보완했다. 보건 기관들은 이 제도를 활용해 병원과 사회복지 분야의 부족 인력을 충원했고, 그 효과는 학교 간호와 가족 지원 등 교육 관련 지역 서비스로 이어졌다. 인력 수급이 개선되면서 현장의 운영 부담도 완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지속적인 구조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4~2025년 정부가 이민 규모 축소와 관리 강화를 추진하자 돌봄 인력과 가족 비자 발급은 급감했다. 이를 두고 영국 국가감사원(NAO)은 정책 조정이 충분한 평가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 영향은 교육 현장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특수교육 보조 인력 배치는 불안정해졌고, 보건계 교육 과정에서 취업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약화됐다. 인력 유입이 짧은 주기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는 구조는 교육과정 편성과 인력 계획을 어렵게 만든다.
대학 역시 같은 압박을 받고 있다. 2023-2024학년도까지 국제 학생 등록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2024년 이후 부양가족 비자 축소로 신청 감소 조짐이 나타났다. 많은 대학, 특히 지역 대학들은 해외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해 왔다. 정책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경우 연구 예산 축소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 과정 축소, 지역 기반 훈련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제한은 향후 5년간 수십억 파운드의 재정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이민 규모를 조정하려면 고급 교육과 지역 연구를 보완할 재정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다시 짜야 할 이민 정책
교육 정책의 핵심은 점수제 이민의 유지 여부가 아니라 활용 방식에 있다. 이 제도는 인력이 부족한 분야로 해외 인력을 유입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제 필요한 단계는 성과 관리다. 돌봄, 학교, STEM 분야의 인력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교육과 취업을 잇는 경로가 분명해야 한다. 교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인력과 국내 훈련 확대 시점, 해외 채용 허용 조건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도 운용이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바뀌면 중장기 계획은 작동하기 어렵다. 인력 수요 전망에 연동된 일정과 쿼터, 그리고 이민이 수료율과 돌봄 서비스, 졸업 후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성과 평가는 공개돼야 한다. 숙련 비자가 교육과 훈련 목표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어느 분야에서 효과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재정 흐름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숙련 인력의 초기 재정 기여가 학교와 지역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구조적 정리가 필요하다. 유학생 경로를 제한한다면 필수 과목 장학금 확대, 교직·돌봄 분야 지원, 도제 과정 강화 등 대체 수단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이민은 종합 정책의 일부다. 교육 재정과 인력 계획이 연동될 경우 점수제 이민은 규모 조정 속에서도 기술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성과에 맞춘 이민 정책 합의
점수제 이민은 성과를 기준으로 운용돼야 한다. 우선순위는 돌봄과 교육이다. 이 분야의 인력 수급은 학생 성취와 서비스 질에 직결된다. 후원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관이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그 결과가 현장에서 확인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출석 지원, 특수교육 보조, 임상 실습 같은 핵심 지표를 비자 운용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평가 기준은 단순하다. 점수제가 수료율을 높였는지, 돌봄 제공을 확대했는지, 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교육 성과를 개선했는지다. 교육 정책의 기준은 결과다. 점수제 이민이 필요한 기술을 실제로 공급하고, 학업에서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로가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명확한 전환 경로와 함께 정책 변화의 영향을 흡수할 재정 장치가 요구된다. 목표는 기술을 수요에 맞게 배치하고 교육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영국 이민 정책이 도달해야 할 방향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rexit's Shift: How UK Immigration Policy Rebuilt the Skills Bas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