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4만 명 몰린 서울 부동산, 강남권 ‘신뢰 프리미엄’ 유효한가
외지인 4만 명 몰린 서울 부동산, 강남권 ‘신뢰 프리미엄’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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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집합건물 매입한 외지인 수 4만5,822명 ‘똘똘한 한 채’로 수요 쏠리며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강남 아파트 실질 가치는 하락세, 버블 논란 재점화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해 외지인의 서울 원정 투자가 4만 건을 넘어서며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방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 속에서 지방 자산가들이 ‘똘똘한 한 채’로 몰린 결과다. 실제로 '상급지'로 통하는 강남권과 한강벨트 지역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며 주택시장 양극화가 한층 심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강남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실질 가치 약화 조짐도 나타나면서, 집값 상승을 떠받쳐 온 ‘강남 불패’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지속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4명 중 1명이 외지인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을 매수한 외지인은 총 4만5,822명으로 전년 대비 18.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실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작년 외지인 매수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집합건물을 매수한 외지인 수는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부동산 호황기라 불렸던 2019년 4만4,634명에서 2020년 6만1,923명으로 급등한 뒤 2021년 5만2,461명, 2022년 3만8,234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후 2023년 3만2,774명, 2024년 3만8,621명을 기록하며 3년 연속 3만 명 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4만 명대로 증가했다.
외지인의 서울 집합건물 매수가 늘어나면서 전체 서울 집합건물 매수인(18만2,750명) 중 외지인의 비율도 25.1%에 달했다. 매수자 4명 중 1명이 외지인이었던 셈이다. 이들의 원정 투자를 자극한 배경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작용했다. 월별 추이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 지역으로 지정한 10·15 대책이 시행되기 직전에 외지인 매수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3,529명이었던 서울 집합건물 매수 외지인 수는 6월 4,803명에서 8월 4,296명, 9월 4,862명으로 증가했다. 10·15 대책 시행 이후에는 10월 4,012명, 11월 3,244명으로 줄었지만, 12월 4,070명을 기록하며 4,000명대에 재진입했다.
외지인 수요가 집중된 곳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동·동작·마포·성동구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이었다. 공교롭게도 집값 상승 지역과 일치한다.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오른 송파구는 집합건물 매수 외지인이 3,4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동구(3,027명), 마포구(2,998명), 영등포구(2,891명), 강서구(2,590명), 동대문구(2,554명), 강남구(2,501명), 동작구(2,420명), 성동구(2,135명), 서초구(2,116명) 순이었다. 반면 외지인 매수세가 약했던 자치구는 강북구(454명), 도봉구(679명), 중랑구(794명), 금천구(971명) 등 서울 외곽 지역이었다.
자산가들 서울로, 지방엔 악성 미분양 쌓여
부동산업계에서는 외지인의 원정 투자 확대 흐름이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 간 양극화와 각종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공고해진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중과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데다, 보유세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좋은 입지의 아파트 한 채에 집중하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핵심지에 고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지방 저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보다 양도소득세, 재산세를 더 적게 내는 과세 불균형을 해소하기 전까지는 지방 자산가들의 서울 아파트 매수 행렬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방 주택시장이 장기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외지인 수요가 서울로 유입되는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지방 아파트 분양 물량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미분양 주택은 여전히 5만 가구를 웃돌았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3.5% 증가한 6만9,069가구로, 전년 동월(6만5,836호)과 비교하면 4.9% 늘었다. 이 가운데 지방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0.2% 증가한 5만1,518가구로 전체 80%에 육박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2만8,080가구로 2013년 1월(2만8,248가구)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84.5% 지방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주택시장 양극화는 서울 내에서도 입지에 따른 가격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지난해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울 아파트값 누계 상승률은 8.48%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6년 23.46%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또한 작년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132㎡는 지난해 10월 60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고, 강남구 아이파크 삼성 전용 195㎡ 역시 같은 달 98억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송파구 잠실 르엘 전용 84㎡ 분양권도 40억원에 거래되며 강남권의 강한 매수세를 반영했다.

수차례 버블 논란에도 강남 집값은 상승세
이 같은 흐름을 종합하면, 강남 아파트 가격에는 일정 부분 ‘신뢰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강남 일대의 우수한 인프라와 학군, 자산가 수요라는 실질적·상징적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수년간의 가격 상승폭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38.7%까지 하락했다. 최근 10년간 최고점은 2016년 2월 64.6%이다. 강남구와 함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서초구 전세가율도 43.0%에 그쳤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2023년 이후 50%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권의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강남 불패에 대한 믿음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명확한 수익 창출 구조보다는 '결국 오른다'는 집단적 신뢰와 기대가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강남 아파트값을 둘러싼 거품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금융당국은 강남 부동산이 버블 붕괴 직전 수준에 이르렀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당시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시장 과열을 이유로 고강도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강남 집값은 일시적 조정을 거쳐 다시 상승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강남은 결국 회복한다’는 인식이 시장에 더욱 공고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이 20년 넘게 이어진 버블 논쟁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배경을 두고 일종의 신뢰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한다. 실거주 가치나 임대 수익보다 자산 방어 수단이자 상징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가격 형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해 왔다는 의미다. 다만 금리 환경 변화와 보유·거래세 개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이러한 신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시각이 갈린다.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상급지에 대한 자산가 수요가 이어지는 한 가격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이 있는 반면, 금리 정책 등 외생 변수로 신뢰에 균열이 생길 경우 조정 국면이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