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선택권 없는 AI 도입, 교육의 새로운 리스크
[딥폴리시] 선택권 없는 AI 도입, 교육의 새로운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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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으로 경쟁정책이 교육정책의 영역으로 이동 기본 설정과 통합 구조가 학교의 도구 선택을 고정 개방 구조와 전환 가능성이 교육 경쟁의 핵심 조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AI 확산은 경쟁정책의 적용 범위를 교육 현장까지 넓히고 있다. 검색과 과제 수행, 학습 보조 기능이 하나의 서비스에 결합되면서, 학교에서는 먼저 도입된 도구가 수업과 평가 전반의 기준으로 굳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5년 12월 기준 글로벌 검색 시장의 약 90.8%를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정보 접근의 출발점이 여전히 일부 플랫폼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검색 관련 소송에서도 반영됐다. 법원은 크롬이나 안드로이드 매각과 같은 구조적 조치 대신, AI 확산으로 달라진 경쟁 환경을 고려해 서비스 배치와 기본 설정을 둘러싼 관행을 제한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는 사법 판단이 시장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기보다, 경쟁 진입이 가능한 통로를 조정하는 역할에 머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판단은 교육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학교에서 특정 도구가 기본값으로 굳어지는 과정은 기술 경쟁의 결과라기보다, 도입 이후 다른 선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판결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
AI 시장의 변화 속도는 기존 반독점 규제의 한계를 드러낸다. 반독점법은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AI처럼 기술과 이용 방식이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서는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모델 업데이트나 기본 설정 조정만으로도 이용 경로와 유통 구조가 단기간에 달라진다. 구글 검색 소송에서 법원이 구조적 분할 대신 행위 제한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원은 경쟁을 막는 관행을 제한함으로써 진입 가능성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시장 전체의 작동 방식을 바꾸기보다는, 일부 제약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친다.
AI는 경쟁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질문 응답, 자료 검색, 문서 작성 기능이 하나의 서비스에 결합되면서 이용자는 별도의 선택 과정 없이 특정 도구에 머물기 쉽다. 따라서 경쟁의 핵심은 기능 성능보다 배치 방식과 연동 구조, 접근 경로로 이동하고 있다. 이 구조는 교육 분야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학교는 개별 도구를 선택하기보다 과제 제출과 평가, 피드백이 연결된 운영 방식을 함께 도입한다. 계정과 저장공간, 수업 도구와 결합된 AI는 자연스럽게 학습 지원의 기준이 된다. 반독점 조치는 배제 행위를 바로잡는 데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구조 자체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교육 분야에서의 AI 경쟁정책은 처음부터 선택과 전환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 AI로 질문 방식은 달라졌지만, 전 세계 검색 트래픽은 여전히 하나의 기본 경로에 집중돼 있다. 경쟁의 핵심도 제품 성능보다, 이용자가 처음 접하게 되는 경로와 기본 설정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있다.
공공 역량 부족이 만든 플랫폼 집중
공교육에서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는 배경에는 공공부문의 집행 역량 한계가 있다. 학교와 교육청은 다양한 도구를 비교·검증하고 계약을 관리할 인력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 틈에서 민간 플랫폼은 속도와 편의성을 앞세워 빠르게 확산되고, 한 번 채택되면 그대로 기준이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재정 구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유네스코의 ‘교육 재정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교육 지출은 GDP 대비 중간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팬데믹 이후 회복 속도도 고르지 않다. 글로벌 교육시장 조사 기관 홀론IQ는 전 세계 교육시장 규모를 약 7조6,0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이 가운데 60~70%를 정부 지출로 본다. 공공 재정 비중은 크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집행할 조직과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조달 절차는 길고, IT 인력은 제한적이며, 법무·보안 검토는 병목으로 작용한다.
AI 도입은 이 한계를 더욱 빠르게 드러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에 따르면 2024년 가을 기준 미국 학군의 48%가 교사를 대상으로 AI 연수를 실시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2025년 학생의 54%, 교사의 53%가 학교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서도 미국 청소년의 26%가 학교 과제에 챗GPT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은 빠르게 확산됐지만, 이를 관리할 공통 기준과 운영 체계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역량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경쟁정책을 법정 판단에만 맡기기 어렵다. 법원은 계약 조건이나 유통 관행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각 학교에서 도구를 평가하고 공급업체를 관리할 행정 역량까지 제공할 수는 없다. 교육 현장에서는 계정과 저장공간, 수업 도구가 함께 제공되는 구조 속에서 특정 서비스가 별다른 검토 없이 기본값으로 자리 잡기 쉽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수록 선택은 점차 고정된다.

주: 학생과 교사의 AI 활용률은 이미 50%를 넘어섰지만, 학군 차원의 연수 확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격차가 편의성을 선택으로 굳히고, 결국 특정 도구에 대한 의존을 고착시키는 구조로 이어진다.
학습 도구 선택권을 보장하는 경쟁정책
교육 분야에서 AI 경쟁정책의 핵심은 학교가 사용하는 학습 도구를 필요에 따라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경쟁을 가로막는 요인은 명확하다. 학습 기록이 옮겨지지 않고, 운영 방식이 특정 도구에 맞춰 고정되며, 계약과 기본 설정이 선택을 제한하는 구조다. 구글 판결이 유통 방식과 핵심 요소 이용 조건을 다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은 법적 판단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다른 선택으로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질 때 작동한다. 학교 역시 조달 과정에서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AI 학습 도구는 평가 방식과 수업 운영을 유지한 상태에서 교체 가능해야 하며, 플랫폼을 변경하더라도 학습 기록과 접근성 설정은 이어져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디지털 공공 인프라다. 세계은행은 공공 영역에서 서비스 간 연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 신원과 동의 정보, 학습 기록을 표준 형식으로 관리하고, 과제와 평가 기준, 지원 설정을 다른 도구로 옮길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한다. OECD 역시 공공 조달의 디지털 전환에서 표준과 집행 역량, 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계약과 시스템 단계에서부터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데이터 최소화와 권한 분리, 사용 기록 관리 등을 전제로 하면 이동성과 관리 가능성은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연동 구조 역시 점검과 검증이 가능해 통제 측면에서 불리하지만은 않다. 전환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품질과 효과가 경쟁의 기준이 된다.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실행 기준
교육 현장에서는 AI 도구를 운영 체계의 일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여러 기능이 결합된 서비스가 한 번 도입되면 사용 관행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자는 해당 도구가 선택의 폭을 넓히는지, 아니면 사용을 고정시키는지를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계약 단계의 기준도 분명해야 한다. AI 학습 보조 기능이 포함된 계약에는 다른 도구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조건과 기존 설정을 유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 연수 역시 특정 제품 사용법에 그치지 않고, 수업 운영 원칙과 도구 활용 기준을 함께 다루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학생의 AI 활용에 대해서는 사용 도구와 적용 규칙, 데이터 접근 범위를 기록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수업 운영과 평가 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 장치다.
정책 대응 역시 현장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기업별 사안에 집중한 규제만으로는 교육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2025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구글 광고 관행 제재와 미국의 검색 관련 소송은 정보 유통 전반에서 경쟁 문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이러한 절차를 기다릴 수 없다. 학교는 이미 AI 도구가 빠르게 확산되는 공간이다. 국가는 표준 설정과 조달 역량 강화, 데이터 관리 기준을 통해 교육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
AI 확산은 경쟁정책을 교육정책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정보 접근과 학습 지원이 소수 플랫폼에 결합되는 환경에서 사후 규제만으로는 교육 현장의 선택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 교육정책의 역할은 학교가 특정 도구에 묶이지 않도록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개방된 구조와 데이터 이동성, 이를 집행할 행정 역량이 함께 갖춰질 때 학교는 학습의 질을 기준으로 도구를 선택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판단과 전환이 가능한 환경을 공공 스스로 구축하는 일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Search Acts as a Tutor: Competition Policy in the AI Age for Public Educa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