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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미분양·중대재해 ‘삼중고’ 건설업계, 양극화 넘어선 적자생존 패러다임 전환

공사비·미분양·중대재해 ‘삼중고’ 건설업계, 양극화 넘어선 적자생존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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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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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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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국내 건설경기
원자재·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에 미분양까지 산 넘어 산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 중소·중견기업 보릿고개

건설 산업이 과거의 경기 순환적 회복 탄력성을 상실한 채, 생산 비용 급등과 수요 위축이 맞물린 ‘3차 구조 조정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의 충격이 외부적 유동성 공급으로 해소 가능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위기는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의 동반 상승이라는 내부적 원가 구조의 붕괴에서 비롯된 결과다. 체감경기와 선행지표·건설사 수익성이 동시에 악화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극소수의 대형사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건설업계, L자형 침체 속 회복 가능성 요원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은 최근 자체 보고서를 발간해, 현재 진행 중인 건설업계의 장기 침체를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3차 조정으로 규정했다. 1차 조정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차 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요 요인으로 외부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과거 1차 조정기인 외환위기 때는 V자형 급반등을 이뤄냈고, 2차 조정기인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U자형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3차 조정기는 성장 동력 자체가 고갈돼 회복의 탄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건정연은 “지난해 연간 건설투자는 263조원 안팎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할 것”이라며 “1998년 외환위기(-13.2%) 이후 가장 가파른 감소폭을 기록하고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약 2% 증가한 269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건정연은 “건설투자가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건설 전망 악화는 실제 체감 경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도 업황·매출·자금사정 등 핵심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며 건설업 부진이 구조로 굳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건설업 지수는 85.7로 주요 산업 가운데서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업 회복을 짓누르는 배경으로는 경기 선행지표 전반의 동반 약세가 꼽힌다. 건정연 자료를 보면, 물량 기준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은 2023년 이후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10월까지 누계 기준으로도 11.8% 급감했다. 금액 기준 동행지표인 건설기성과 주택시장 선행지표인 아파트 분양물량 역시 회복 흐름을 보이지 못했다. 선행·동행 지표 전반이 동시에 둔화하는 것은 중장기 건설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분양 적체로 유동성 빨간불, 수익폭 개선도 제한적

이러한 지표 둔화는 수주 감소와 공사 일정 지연으로 이어졌고 누적된 비용 부담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건정연의 '2024년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건설 외감기업 순이익률은 0.8%로 집계됐다. 순이익률이 0%대로 떨어진 사례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종합건설업 평균 순이익률은 2023년 0.5%에서 2024년 -0.2%로 적자 전환했다. 중견 건설사 역시 같은 기간 0.0%에서 -0.4%로 하락하며 부진이 두드러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2024년 44.2%까지 확대됐으며, 이런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한계기업 비중은 22.6%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건설업 내 한계기업은 473개 업체로, 이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은 85%를 넘었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주택시장 부진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세대에 달했다. 지방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미분양 주택 수(1만7,551세대)도 전월보다 14.3%(2,200세대) 늘었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8,080세대로 전월보다 3.1%(832가구) 늘었다. 수도권은 4,347세대로 집계됐으며 이 중 서울이 772세대를 차지했다. 이러한 주택 경기 침체는 외형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들어 도급사업 수주는 소폭 회복됐으나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착공 물량은 줄었다. 2024년과 2025년의 착공 물량 감소에 따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올해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 감소가 유력한 상태다.

수익성 개선 폭도 제한적이다.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94.5%에서 올 3분기 91.7%로 소폭 개선됐음에도 미분양 관련 대손비용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현실화에 따른 손실이 영업이익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 21곳의 지난해 3분기 말 순차입금은 총 18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4,000억원 늘었다. 이익창출력 개선에도 불구하고 공사미수금 등 운전자본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공사비 급등·중대재해 리스크까지 부담 백배

설상가상으로 공사비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한국건설기술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는 2024년 130.12에서 지난해 11월 132.45로 크게 상승했다. 지수가 132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으로, 종전 기록은 직전 달인 10월 131.97이다. 이처럼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이유는 공사에 들어가는 물가, 인건비, 공사 자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건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 인건비는 2024년 1월 대비 1.5% 상승했다. 레미콘 휴무제, 공휴일 공사 금지, 주 52시간 근로제 등 공기가 늘어나는 점은 또 다른 제약 요인이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장비 임대료, 인건비, 자재비 변동 확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공사비 상승에 매출원가율도 덩달아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현대건설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원가는 94%로 파악됐다. 매출원가율이 높을수록 매출액 대비 원가가 차지한 비중이 커 이익이 적다는 뜻이다. GS건설과 대우건설 매출원가율도 89.7%, 89.4%로 90%대 육박했다. 통상 80%가 적정, 90% 전후는 영업이익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공사비의 구조적 상승은 건설업의 평균 수익률을 영구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실정이다.

연이은 부동산 수요억제책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6·27 대책과 10·15 대책 등으로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분양 실적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청약경쟁률은 대출 규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분양평가 전문 기업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작년 6월까지는 전국 청약 경쟁률이 11.41대 1로 두자릿수를 유지했으나, 같은 해 7월과 8월 9대 1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9월엔 7.78대 1로 하락하며 2023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건설업계는 안전관리 강화라는 숙제까지 떠안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노동안전종합대책을 통해 연 사망사고가 3건 이상 발생한 기업에 대해 최대 영업이익의 5%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여당은 관련 법안 개정 등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영업정지, 선분양 제한 등으로 사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안전관리 비용 증가와 공기 지연에 따른 원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건설 안전 리스크는 이미 현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등 일부 건설사는 사고와 관련한 손실과 원가 재산정 등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저하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버티기에 실패한 건설업체들은 줄줄이 폐업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의하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 수는 649곳으로, 200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나타냈다. 연평균 200~300건 수준이던 폐업 수는 2023년 500건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600건을 상회했다. 특히 중소·중견 건설업체의 폐업 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공사비 상승과 PF 부실로 유동성이 경색된 상황에서 공공 공사 물량까지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재무구조가 안정된 대형 건설업체들은 상급지 주택 공사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와 원전 등 신사업,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한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 시장에서도 대형사 브랜드의 선호 현상이 짙어지며 양극화가 심화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향후 건설 시장이 외형 성장이 아닌 내실 경영과 기술 혁신을 이룬 극소수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기 저성장 기조 속에서 생존한 기업만이 건설 산업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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