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실적 성장 기대" 지속되는 AI發 메모리 슈퍼사이클, 中은 추격 채비
"삼성·SK하이닉스 실적 성장 기대" 지속되는 AI發 메모리 슈퍼사이클, 中은 추격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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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폭증·공급 제약에 글로벌 메모리 가격 급등세 지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가격 협상에서 우위 점하며 실적 개선 전망 대규모 투자에도 메모리 수익성·점유율 정체된 中, 'IPO 랠리'는 중장기 변수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자,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며 전반적인 제품 가격이 대폭 뛰어오른 것이다. 관련 시장 판도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꼽히던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실질적인 영향력 확대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우위를 점하며 실적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메모리 가격 '천정부지'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제품들은 일제히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 리서치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 말부터 지난해 12월까지 DDR5 16Gb(기가비트) 현물가는 모듈당 4.6달러(약 6,630원)에서 28달러(약 4만원)로 50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DDR4 16Gb 모듈 가격은 3.2달러(약 4,600원)에서 62달러(약 8만9,400원) 이상으로 1,800% 넘게 뛰었으며, 낸드플래시 웨이퍼 가격은 2.48달러(약 3,580원)에서 약 11달러(약 1만5,870원)로 300% 이상 상승했다. AI 열풍으로 전반적인 메모리 제품 수요가 대폭 증가한 가운데,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힘을 쏟으며 범용 D램 공급이 부족해진 결과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은 주요 고객사와 올 1분기 서버용 D램 가격 협상을 진행하며 전 분기 대비 60% 이상의 가격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극심한 공급 절벽 속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시장에선 주요 고객사들이 이들 기업의 가격 전략을 수용하리라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대형 고객사(CSP)들은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출에 대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 중이며, (비용 절감보다) 추론형 AI 수익화 실현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D램 가격 인상에 크게 반발하지 않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힘쓰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를 반영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1분기 서버 D램 고정거래가격(기업 간에 거래된 평균 가격)이 전 분기 대비 60~6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메모리 호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D램익스체인지가 제시한 D램 가격 상승 전망치는 올해 2분기 10~15%, 3분기 3~8%, 4분기 0~5%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시장 흐름을 고려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올려 잡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112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 예상했으며, 씨티는 지난 2일 155조원을 영업이익 전망치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115조원) 대비 34.8% 상향 조정된 수치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씨티 기준 113조1,000억원, 모건스탠리 기준 148조2,000억원이다.
中 메모리 기업, 시장 영향력 아직까지 미미
국내 메모리 업체들에 있어 핵심 위협으로 거론됐던 중국의 약진 역시 현재로썬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양상이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기술 통제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선언, 중앙정부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Big Fund)’과 지방 정부 펀드 등을 통해 1,150억 달러(약 166조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해 왔다. 2024년 한 해에만 18개의 신규 웨이퍼 팹(공장) 건설이 시작되는 등 물량 공세 역시 공격적이었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오히려 약화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데이터에 따르면 SMIC, 화홍그룹, 넥스칩 등 중국 상위 3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의 글로벌 시장 합산 점유율은 2022년 9.6%에서 지난해 3분기 8.6%로 1%P 하락했다. 기업별로 보면 중국 1위 파운드리인 SMIC의 점유율은 5.3%에서 5.1%로 소폭 줄었으며, 2위 화홍그룹은 3.1%에서 2.6%로, 넥스칩은 1.3%에서 0.9%로 각각 미끄러졌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생산 능력을 대폭 늘렸음에도 불구, 실제 고객사 확보와 매출 확대에는 난항을 겪는 양상이다.
수익성 역시 악화일로다. SMIC의 매출은 2020년 39억1,000만 달러(약 5조6,500억원)에서 2024년 80억3,000만 달러(약 11조6,100억원)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성장했다. 하지만 2021년 31.3%에 달했던 SMIC의 순이익률은 2024년 6.1%로 급락했으며, 지난해 2분기 잠정치 기준으로는 5.9%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50%가 넘는 매출총이익률과 40% 안팎의 순이익률을 유지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처참한 성적표다.
경쟁력 부진 및 수익성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지목된다. 현재 SMIC는 미국의 규제로 인해 첨단 칩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형 장비인 심층자외선(DUV) 장비로 회로를 여러 번 겹쳐 그리는 ‘멀티 패터닝’ 방식을 채택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DUV를 이용한 7나노 공정은 EUV 공정보다 생산 비용이 40~50% 더 비싸다”며 “수율 개선도 어려워 상업적 대량 생산으로 이익을 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EUV 장비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는 5nm 이하 선단 공정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도 요원하다"며 "이로 인해 중국은 기술 장벽이 낮은 28나노 이상 레거시(구형) 공정에서 저가 물량을 쏟아내며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 확보 나선 中 업계, 경쟁 관건은 '기술 우위'
다만 향후 시장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속속 증시에 입성하며 시장 자금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중국의 ‘4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유망주’로 꼽히는 기업인 무어스레드와 메타X는 지난달 상하이 증시에 줄줄이 상장해 각각 80억 위안(약 1조6,900억원), 42억 위안(약 8,9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기업과 함께 4대 GPU 기업으로 평가받는 비런테크놀로지 역시 홍콩 증시 상장 첫날인 이달 2일 공모가 대비 75.8% 상승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중국 1위 D램 업체인 CXMT도 최근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CXMT가 제출한 상장 설명서와 시장 추정치에 따르면, CXMT는 이번 상장을 통해 295억 위안(약 6조1,1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중 약 75%인 220억 위안(약 4조5,600억원)은 기술 고도화와 선행 연구개발(R&D)에 투입된다. 단순히 시설 투자를 늘려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양적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첨단 제조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질적 성장'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반도체 시장 내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술 우위를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에 7,200Mbps(초당 메가비트) 속도를 구현하는 16Gb DDR5 D램 샘플을 제공하는 등 제품 성능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7,200Mbps는 현재 주력 양산 DDR5 제품(5,600Mbps)보다 약 30% 빠른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에 12nm급 미세 공정에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였고,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을 활용해 최대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모듈을 구현했다. 이에 더해 전력 관리 반도체(PMIC)를 기반으로 전력 효율을 개선하고, 칩 내부에서 오류를 정정하는 ‘온-다이 ECC’ 기능을 적용해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안정성도 확보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을 통해 폭증하는 AI발(發) 데이터 트래픽 처리 수요를 공격적으로 흡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