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내도 감당 안 되는 건강보험 지출, ‘재정 파탄’ 경고등
최고로 내도 감당 안 되는 건강보험 지출, ‘재정 파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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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상한 8% 뚫어도 44조 적자 전망 되돌릴 수 없는 급여 확대, 재정 족쇄로 적게 내고 많이 쓰는 구조 심화, 개혁 시급

초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인구 고령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법이 허용하는 보험료율 상한선인 8%까지 요율을 인상하더라도 불과 3년 뒤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험료를 더 걷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출 구조와 의료 공급 체계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월급 8% 떼도 적자 못 막아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 보장 장기 재정 추계 통합 모형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건보 총지출은 296조4,000억원, 총수입은 251조8,000억원으로, 법정 최고 수준인 8%까지 보험료를 올려도 44조6,000억원 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특히 이 전망은 보험료율(수입)이 법적 상한선인 8%까지 인상된 상황을 가정한 수치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보험료를 내도 의료비 증가 속도를 감당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경고다.
내년부터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33년 준비금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후에도 적자는 지속 확대돼 2065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가 3%까지 악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 역시 보험료율이 2032년 법정 상한인 8%에 도달한 뒤 동결되는 반면 수가(지출)는 계속 오른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거대한 파도인 '인구 고령화' 때문이다. 이미 2023년 기준으로도 전체 가입자의 17.9%에 불과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사용한 진료비는 전체의 44%에 달하는 48조9,000억원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거대한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노년층에 진입하면 의료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며 현재의 수입과 지출 구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의료 기술의 발전과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확대 역시 재정 지출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 소득 증가가 야기할 의료 수요 증가 등을 모두 고려해 미래를 예측했는데, 정부의 지출 효율화 노력을 감안했음에도 구조적인 적자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구조 개편과 의료 공급 체계 혁신 등 근본적인 제도 개혁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외국인 환자에 5.8조원 지출, 건보 부정수급도 문제
외국인 환자에 대한 지출도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건강보험 급여비는 △2020년 9,186억원 △2021년 1조668억원 △2022년 1조1,838억원 △2023년 1조2,735억원 △2024년 1조3,92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상위 100명의 외국인 환자 진료비는 총 562억원으로 집계됐다. 본인부담금은 51억원에 불과했고, 건강보험공단 부담액은 511억원에 달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환자가 6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베트남 9명 미국 8명 캐나다 5명 우즈베키스탄 5명 순이었다. 연령대는 50대 이상이 56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가입 유형은 지역가입자가 51명, 직장가입자가 49명이었으며 특히 직장가입자의 경우 피부양자가 37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2024년 4월부터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최소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해야만 피부양자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정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건강보험 특혜 논란은 사그라드는 분위기지만, 외국인에 대한 노동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외국인 환자의 부정수급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부정수급자는 외국인이 11만9,544명으로 내국인 4만8,706명보다 무려 두 배 이상 많았다. 부정수급액 또한 외국인 약 200억원, 내국인 99억원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불법체류자가 다른 외국인 등록번호를 이용해 진료를 받은 경우, 보험료 체납으로 진료가 제한되자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 직장동료 영주증을 빌려 병원을 이용한 경우 등이 포함됐다.
행위별 수가제도 건강보험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검사·진료를 많이 할수록 병원이 돈을 더 받는 구조 때문에 과잉 진료가 만연하다. 이와 관련해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사들이 과잉 검사를 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송 대비와 고착된 의료 문화 때문"이라며 "검사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불안해하는 현재의 의료 문화는 검사가 주 수익원이었던 구조가 오래 지속돼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가진 ‘비가역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식약처 허가 취소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미 등재된 급여 항목을 삭제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료 행위가 많을수록 병원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 탓에 의료 공급자는 검사를 늘릴 유인이 크고 환자는 낮은 본인 부담금으로 인해 이에 동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납부 기반 약화하는 악순환, 건보 지속 가능성 '흔들'
이렇듯 수년 전부터 건강보험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건강보험료율은 7.09%에서 7.19%로 0.1%포인트 상향했다. 2023년 건보료율을 0.1%포인트(6.99→7.09%) 올린 지 3년 만이다.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직장인 가입자의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15만8,464원에서 16만699원으로 2,235원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가입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도 1,280원(8만8,962→9만242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강보험료율을 0.1%포인트 인상한 것으로 건강보험 고갈론을 해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급증하는 데 반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생산인구는 줄고 있어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사회보장 장기 재정추계 통합모형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65세 이상 인구는 921만6,000명으로 전체의 17.9%에 불과했으나 사용한 진료비는 전체의 44.1%에 달하는 48조9,000억원에 달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건강보험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장 쉬운 해법은 북유럽 수준으로 건강보험료율을 더 올리는 것이지만, 이는 국민 설득이 필요한 데다 부유층 이탈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다. 통상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구조가 유지되려면 납세자가 지불한 비용만큼의 수준 높은 공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확신과 자국에 머무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경제적 유인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전제가 결여된 상태에서 부담만 끌어올릴 경우, 고부가가치 인력과 자본은 과중한 세부담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곧 보험료 납부 기반을 약화시키는 경로로 작동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촉발 요인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지불 제도 개편, 약제비 구조 효율화, 가치기반 의료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진료량에 비례해 보상하는 행위별 수가제 대신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 확대를 통해 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의료계 반발이 거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기환 노후경제전략학회 선임연구원은 "2030년이면 현행 법정 보험료율 상한선 8% 도달이 유력하다"며 "법 개정 없는 보험료 인상은 청년 세대의 조세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노인 인구 급증이 맞물린 상황에서 구조 개혁 없는 재정 투입은 미래 세대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