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무역법 개정으로 공급망 통제 전방위 확대하는 중국, 자원 무기화 우려 재점화
대외무역법 개정으로 공급망 통제 전방위 확대하는 중국, 자원 무기화 우려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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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인민대 상무위서 개정안 통과 美·日·EU 등 주요국과 무역 분쟁 역량 강화 희토류 넘어 중간재·소비재 공급망 불안 확산

중국이 대외무역법을 개정하며 무역 정책의 통제 범위와 대응 수단을 대폭 확대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무역 기반 마련과 통상 체질 고도화를 내세웠지만, 핵심 자원과 전략 품목에 대한 정부의 관리·조정 권한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외교·통상 갈등의 전략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 통제가 현실화된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개정이 글로벌 무역 질서 전반에 미칠 파장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강국 건설 위한 '대외무역법' 개정안 통과
2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27일 진행한 제19차 회의에서 대외무역법 개정안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9월 상무위원회에 처음으로 상정된 이후 한 차례 심의를 거쳐 수정된 초안으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에서 선언한 고수준 대외 개방과 무역 체질 고도화 기조를 이행하고, 이에 부합하는 대외무역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 등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개정 내용으로는 △무역 강국 건설 촉진 △국제 경제·무역질서 수호 △국제 서비스 무역 장려 △무역 촉진 플랫폼의 기능 및 서비스 역량 강화 등이 담겼다. 특히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개인이나 조직에 대해 대중국 무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대외무역 정책 운용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관리·조정 권한과 대응 수단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번 개정을 통해 무역 안정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품질 무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대외무역 활성화와 관련한 조항도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외무역이 중국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중국을 강력한 무역 국가로 만드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됐다. 아울러 △국경 간 금융 서비스 시스템 발전 △디지털 인증서와 전자서명의 국제 상호 인증 추진 △녹색 무역 제품 표준인증·표시 시스템 개발 등도 명시됐다. 특히 국경 간 결제·지급 서비스 개선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환율 변동, 결제 지연, 거래 불확실성 등과 관련한 중국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이다.
외신들은 이번 개정안이 중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조치라고 평가한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21년 9월 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해 현재 협의 작업이 진행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CPTPP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협의체"라며 "중국은 이번 개정을 통해 CPTPP 회원국에 제조업 강국인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참여할 자격이 있음을 인지시키고, 이들 국가의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中, 정치·외교 갈등에 희토류 전략 무기 활용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개정을 계기로 중국이 핵심·전략 광물을 포함한 다양한 품목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외무역법은 지난 1994년 제정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본격화된 2022년 채택된 개정안에서는 중국의 수출을 억제하려는 무역 상대국에 맞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권한을 확대하고, 특정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했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를 무역뿐 아니라 정치·외교적 차원에서 전략 카드로 사용해 왔다. 일본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양국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양국은 2010년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희토류를 둘러싸고 대립한 바 있다. 당시 일본이 중국인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맞대응에 나섰고, 일본이 선장을 석방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올해 4월에는 미국을 상대로도 희토류를 전략 무기로 활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고율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자, 중국은 7종의 희토류와 이를 함유한 자석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보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고, 미국은 중국과의 2차 고위급 협상을 추진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후 중국은 지난 10월 30일 김해공항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희토류에 대한 대미 통제 조치를 내년 11월 10일까지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은 유럽연합(EU)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이 지난 10월 발표한 역외 수출 제한 조치에 사마륨·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됐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중국 정부의 발표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 회원국이 무역 불균형 개선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정학적 갈등 속에 신흥시장으로 영향력 확대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희토류 하나만으로 혼란을 겪었던 것처럼,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비전략 자원을 비롯해 중간재와 자본재 부문에서도 유사한 충격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마그네슘 생산의 약 87%를 차지하는 사실상의 독점 공급국이며, 알루미늄 생산에서도 핵심 제조국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이 글로벌 수요 변화에 대응해 원자재 생산과 수출을 조절하자,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며 공급망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중국은 지정학적 갈등과 관세 압박 속에서 신흥시장으로 무역의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값싼 인건비가 필요한 조립 공정이 주변국으로 이동하면서, 중국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출 확대 흐름을 떠받치는 부품·소재·기계의 핵심 공급자가 됐다. 베트남·말레이시아산 전자제품에는 중국산 회로기판과 배터리가 사용되고, 태양광 모듈은 중국산 웨이퍼와 장비에 의존한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글로벌 의류 기업의 생산공장에서는 중국산 원단과 실이 활용된다. 자동차·전기차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은 부품을 공급하고 현지 공장을 세우며 배터리·모터·소프트웨어 표준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제는 역방향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서는 니켈을 현지에서 제련해 중국으로 수출한다. 중국 자본의 지원을 받은 제련소들은 이를 활용해 스테인리스강과 배터리 부품을 공급한다. 원자재 생산과 중간 가공, 최종 제조가 중국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양측 모두에 이익을 안겼다. 중국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유지하면서도 과잉 생산을 흡수할 수 있었고, 제3국 우회 수출을 통해 관세 부담을 피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값싼 자재와 기계,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일자리와 내수 시장을 키웠고, 전 세계 소비자는 더 싼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