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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심해 희토류 채굴’ 실증 착수, 美 주도 ‘광물 안보’ 질서 재편 본격화

日 ‘심해 희토류 채굴’ 실증 착수, 美 주도 ‘광물 안보’ 질서 재편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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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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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심해 해저 희토류 퇴적물 추출 예정
처리 시설서 바닷물 제거해 희토류 분리
미·일·호주 공급망 연합에 따른 탈중국 자원 질서 재편
오가사와라 제도의 미나미토리시마 섬 전경/사진=일본 기상청

일본 정부가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심해 자원을 직접 개발하는 파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을 미국-일본-호주 등 삼각 동맹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특히 최근 미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구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마련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 1,950km 밖 ‘미나미토리시마’, 희토류 전략 기지로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오가사와라(小笠原)제도 마나미토리시마(南鳥島)에 희토류를 포함한 진흙 처리 시설을 설치할 방침이다. 이는 내각부가 추진하는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 프로그램(Strategic Innovation Program·SIP)'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는 2027년부터 수심 6,000m 해저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는 실증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실증시험을 위해 대량으로 진흙을 처리할 수 있는 체제를 미리 마련할 방침인데, 이때 처리시설이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이 점찍은 미나미토리시마는 희토류 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미나미토리시마 해역에는 1,600만 톤가량의 희토류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량 기준 세계 3위 규모다. 특히 전기차 모터 자석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Dy)과 원자로 제어봉에 쓰이는 가돌리늄(Gd)의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나미토리시마 앞바다 진흙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유해 물질이 거의 검출되지 않아 가공하기 쉽다는 이점도 있다.

현재 SIP는 해양 희토류 자원 채굴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는 상태로, 내년 12월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지구심부탐사선 '치큐(Chikyu)호'를 투입해 미나미토리시마 앞바다 EEZ 내 해저에서 소량의 진흙을 채굴하는 시험 채굴을 실시할 방침이다. 탐사선에서 파이프를 내려 희토류, 바닷물이 섞인 상태로 채굴하는 식이다. 이후 2027년 2월 예정된 본격적인 실증시험에서는 일일 350톤의 희토류 채굴 능력을 확인하게 된다. 실증시험에서 대량의 진흙을 다루기 때문에 탐사선 내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탐사선이 회수한 희토류는 운반선에 실어 미나미토리시마까지 이송할 예정이다. 이후 미나미토리시마에 건설될 시설에서 스핀 드라이어(원심분리기)와 유사한 장치로 수분을 80% 제거, 부피가 줄어든 농축 진흙은 본토로 이송해 최종 정제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2025 회계연도 보정예산에서 164억 엔(약 1,530억원)을 배정했다. 이 예산은 가공 시설 건설뿐만 아니라 전용 수송선, 인력 수송용 헬기 등 인프라 전반에 투입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업을 단기 시범에 그치지 않고, 2028년 회계연도부터는 민간 기업이 희토류를 본격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화 기반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관계 기관은 채굴 진흙을 본토로 수송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나미토리시마 인근에 간이 정련소를 건설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美∙日, 일본 해역에서 해저 희토류 채굴키로 합의

일본의 미나미토리시마 희토류 개발은 미국과 일본 공동 연구 과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10월 28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핵심광물 및 희토류 확보를 위한 미·일 프레임워크(Framework for Securing Critical Minerals and Rare Earths)’에 서명했다. 협정은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양국이 금융 지원, 무역 조치, 비축 제도 등을 활용하고 채굴·정제 분야에 보조금과 대출, 지분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양국은 희토류 확보가 경제 안보 관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보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등 산업에 필수적이지만 세계 생산량 대부분을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 매장량의 49%(4,400만 톤), 생산량의 61%, 가공제품 생산량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2020~2023년 수입한 희토류 화합물과 금속 중 70%가 중국산이었다. 특히 중희토류 처리량에서는 전 세계의 99%를 중국이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출관제법과 희토류관리조례를 통해 희토류의 채굴·정제·수출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7개 중희토류 원소의 대미 수출을 제한했으며, 8월에는 희토류를 취급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 승인과 취급량 보고를 의무화했다. 위반 시 법적 처벌뿐 아니라 희토류 할당량 감축 조치가 내려진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해외 광물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의 광물·희토류 관련 투자액은 249억 달러(약 36조2,800억원)에 달해 전년도 연간 투자액을 이미 초과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올해 벌어진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전쟁 국면에서 중국은 물러서지 않고 강공을 택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거론하자 중국은 바로 맞불 관세를 놓은 데 이어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민감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최근 일본과의 마찰에서도 희토류 통제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수출 제한 조치는 나오지 않았으나,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를 지연시키는 등 희토류를 활용해 일본을 동요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국가 에너지 지배력 위원회(NEDC) 설립, 국내 탐사·가공 확대, 동맹국과의 협력체계 강화 등으로 대응 중이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엔 역부족이다. 실제 미 국방부는 MP 마테리얼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올해 생산량은 1,000만톤으로 2018년 중국 생산량(13만8,000톤)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일본도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이후부터 15년간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60%에 달한다.

미국-일본-호주 '삼각 동맹', 중국 자원 패권 균열 일으킬 수도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맞서 호주와도 희토류·핵심 광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 4위의 희토류 생산국으로,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 ‘핵심 광물·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양국은 국방·첨단 기술 제조업 기반을 뒷받침하는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인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향후 6개월 동안 30억 달러(약 4조3,700억원) 이상을 관련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자원 가치는 530억 달러(약 77조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 국방부(전쟁부)는 호주 지역의 연간 100메트릭톤(CO₂e)급 갈륨 정제소 건설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알루미늄 제조 기업인 알코아(Alcoa)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일본 국영 에너지 기업 에너지·금속광물지원기구(JOGMEC), 종합상사인 소지쓰(Sojitz) 등도 참여하고 있다. 국방부에 의하면 호주는 원광 확보, 일본은 정제 및 가공 기술, 미국은 투자와 수요처를 맡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사업은 3국 간의 협력 사업이 될 것”이라며 “갈륨은 보크사이트 채굴의 부산물로만 생산할 수 있는데, 세계 2위의 보크사이트 매장량을 보유한 호주는 지질학적·상업적으로 가장 적합한 입지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은 일본과 호주 외에도 베트남 등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다른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다만 한국은 미국이 리튬·흑연·니켈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를 목적으로 출범시킨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회원국임에도 눈에 띄는 협력은 없는 상태다. 일본의 경우 이미 광물 확보부터 정제·가공까지 자체 공급망을 갖췄지만, 한국은 생산 기반 시설이 부재한 데다 핵심 광물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희토류의 대중(對中) 수입 비중은 83%로, 여전히 공급 대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일본·호주의 삼각 동맹이 2027년 전후로 본격 가동될 경우, 중국이 휘둘러 온 희토류 카드의 효용도 단계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생산량뿐 아니라 정제 능력과 가격 통제력을 결합해 글로벌 희토류 질서를 사실상 주도해 왔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희토류의 비중이 축소되면 가격 결정력과 정치적 압박 수단 역시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 물자에 대한 공급 독점이 외교적 협상력으로 직결돼 왔던 기존 메커니즘은 동시다발적 생산 주체 등장과 함께 실효성을 상실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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