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절벽에 청약 축소까지, 수급 재조정 국면 진입한 주택 시장
분양 절벽에 청약 축소까지, 수급 재조정 국면 진입한 주택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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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물량, 2010년 6만8,396가구 이후 최저 원자잿값·건설사 자금 부담 영향 청약 미달 단지 비중도 65% 육박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바닥을 기록했던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축소되며 국내 주택 공급 체계의 급격한 위축을 드러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 인건비 부담이 동시에 누적되면서 건설사의 사업 지속 여력이 빠르게 약화됐고, 그 여파는 분양 일정 조정과 공급 축소로 직결됐다. 공급 위축은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택 시장의 중기 수급 불안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청약 경쟁률 붕괴와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주택 시장은 단기 조정 국면을 넘어 장기 저성장 궤도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2010년 이후 물량 가장 적어
24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일반분양 기준, 분양 예정 포함)은 12만1,12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6만8,396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해(15만6,898가구)와 비교해도 22.8%가 쪼그라들었다. 민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5년 35만8,712가구와 비교하면 올해 분양 물량은 66.2% 줄어든 수준이다.
분양 물량 감소는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건설사의 자금 부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철근, 시멘트 등 주요 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인건비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일부 사업장은 분양 일정 조정과 축소에 나선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잠정치) 건설공사비지수는 131.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역시 올해 6월 1,360원대에서 최근 1,470원대로 오르는 등 하반기에만 10%가량 상승했다.
건설 원가 부담이 심화하고 신규 분양이 위축되면서 미래 입주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분양 시점에서 2~3년 뒤에 입주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분양 물량 축소는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의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내년만 해도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7만2,270가구로, 이는 올해 입주 물량(23만8,372가구) 대비 약 28% 감소한 수준이다.
감소 폭은 서울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서울의 입주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올해보다 4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약 87%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물량으로, 무주택자가 접근 가능한 일반 분양 물량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겹칠 경우 전세 시장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와 은평구, 송파구 등에 상대적으로 입주 물량이 집중돼 있지만, 일부 대단지를 제외하면 서울 전반에서는 신규 공급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7개 단지 중 24곳서 '미달', 청약 경쟁률도 27개월來 최저
수요 지표 역시 뚜렷한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 민간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6.80대 1로 집계됐다. 경쟁률이 7대 1 아래를 기록한 것은 2023년 8월(6.59대 1) 이후 27개월 만이다. 월별 추이를 살펴보면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올해 5월 14.80대 1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해 7월부터 5개월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7월 9.08대 1, 8월 9.12대 1, 9월 7.78대 1, 10월 7.42대 1에 이어 11월 6.80대 1까지 떨어지며 7대 1선마저 붕괴됐다.
특히 체감온도 가늠자로 꼽히는 '미달 단지'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달 공급한 37개 분양 단지 중 1순위 경쟁률 1대 1 미만(=1순위 접수건수가 모집 가구 수에 미달)을 기록한 단지는 24곳으로, 전체의 64.86%에 달했다. 이는 10월(42.31%) 대비 22.55%p 상승한 수치로, 신규 분양 물량을 받아내는 수요 흡수력이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를 청약 시장 위축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10·15 대책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규제지역이 확대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의 청약 문턱이 높아졌다”며 “그 결과 전국 평균 경쟁률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서울 분양이 없었던 점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10월에는 서울 단지들이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으나 11월에는 물량이 없었고, 경기 외곽과 지방에서 공급된 단지들은 경쟁률이 저조했다. 일례로 경기 이천 '이천증포5지구칸타빌에듀파크'는 0.06대 1, 경기 김포 '칸타빌디에디션'은 0.15대 1, 경남 김해 '김해안동에피트'는 0.17대 1에 그치며 수요 부족이 뚜렷했다. 지역별 이동평균에서도 제주(0.17대 1), 광주(0.22대 1)는 1대 1 미만이 고착화됐고, 경북·대구·전남 등도 낮은 경쟁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동산 수요 위축은 향후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구조 변화가 은퇴계층의 소득 감소와 주택 매입의 핵심 연령층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30년부터는 경제활동인구가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저출생 추세가 이어질 경우 15~64세 인구는 162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87만 명 이상 증가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하락 우려를 높이는 동시에, 1~2인 가구의 임대주택 선호로 매입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을 키운다. 또한 고령 가구의 자산 처분은 공급 과잉을 촉진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인구 유입이 활발한 서울과 수도권 시장조차 장기적으로 수요 감소와 공급 축소를 겪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회복 아닌 장기 침체 문턱
그러나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되는 국면에서도 주택 가격의 단기 반등 가능성은 남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23일 발표한 ‘2026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 서울 주택 가격은 올해 대비 4.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11월 누적 매매가격 상승률(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지수 기준)인 6.2% 대비 감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전국 전망치(1.3%)보다 3배 이상 높다.
수도권 집값은 올해 상승 전망치(2.7%)보다 소폭 낮은 2.5%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누적 8% 상승하며 1년 전 전망치(1.7%)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주산연은 “내년에도 정부의 대책이 예정돼 있지만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제변수와 공급 부족 누적 등으로 인해 수도권 주택 시장은 전반적인 상승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에 갑작스런 금리상승이나 경기악화가 초래되지 않는 한, 주택가격은 올해의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 집값도 2021년 후 5년 만에 상승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주택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7.4%↑) 이후 지속 하락했지만 내년에는 0.3%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10·15대책 후 경기도 주택 매매가격의 상승이 둔화하고 지방은 그 폭이 커지면서 지방 주택 가격까지 상승시키고 있어서다. 지방은 광역시 중심으로 2022년 이후 4년째 하락세를 보였으나 울산(2월), 부산(10월), 대구(10월), 광주(11월) 순으로 강보합세로 전환된 상태다. 기타 지방에서는 11월 기준 전주(3.6%)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안동(2.67%), 영주(2.7%), 상주(2.2%), 문경(2.6%), 진주(2.7%) 등 지역은 2%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국지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격 상승이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 여지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 축소에 따른 가격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물가 상승률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과거 급등기에 형성된 가격 부담을 흡수하는 조정 국면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은 공격적인 공급 확대보다 재무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국면에 놓여 있다"며 "이는 주택 공급의 회복 지연으로 이어져 시장 전체의 활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