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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엔비디아 칩 中에 불법 유출됐다" 본격 수사 나선 美, 대중 반도체 규제는 오히려 느슨

[중국 반도체] "엔비디아 칩 中에 불법 유출됐다" 본격 수사 나선 美, 대중 반도체 규제는 오히려 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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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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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첨단 엔비디아 칩 대중국 우회 수출 여부 수사 착수
네오클라우드 통한 제재 회피부터 직접 밀반입까지, 유입 경로 다양
대중 수출 규제·관세 장벽은 오히려 완화, 대중 전략 혼선 부각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제재 우회 행보에 칼을 빼 들었다. 다수의 중국 기업이 ‘네오클라우드(Neo Cloud)’ 방식으로 엔비디아 최첨단 칩에 접근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르면서 수사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미국이 단속을 강화함과 동시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 및 관세 정책을 완화하는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이 모순적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싱가포르 메가스피드 조사 나서

2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 상무부와 사법당국이 싱가포르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메가스피드 인터내셔널(Megaspeed International Pte.)을 상대로 엔비디아 칩의 대중국 불법 유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설립된 메가스피드는 짧은 기간 내에 동남아시아 내에서 엔비디아 칩을 가장 많이 사들인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가 수입한 엔비디아 하드웨어 규모는 최소 46억 달러(약 6조8,200억원)이며,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개수만 13만6,000개가 넘는다. 

문제는 해당 물량의 절반 이상이 엔비디아의 최신형 칩인 '블랙웰(Blackwell)'이며, 상당수의 실제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최근 메가스피드의 데이터센터를 직접 점검했을 당시 현장에서 확인된 블랙웰은 수천 개 수준에 그쳤다. 엔비디아 측은 별도 창고에서 물량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확인된 물량의 구체적인 수량과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메가스피드와 중국 기업 간 연결 고리도 수사 대상이다. 메가스피드는 중국 게임사 7로드에서 분사된 회사로, 창립자 황러는 최근 싱가포르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용 자료에 등장하는 ‘특정 지역’의 데이터센터 조감도가 중국 상하이 인근 창장삼각주 프로젝트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가 참여하고 있으며, 황러가 소유했던 지주회사가 자금을 댄 흔적도 포착됐다.

업계는 메가스피드가 네오클라우드 방식으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의 허점을 노렸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네오클라우드는 인공지능(AI) 연산용 고성능 서버를 임대하는 사업 모델이다. 실제로 메가스피드는 동남아 데이터센터에서 중국 알리바바그룹에 엔비디아 칩을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향후 메가스피드의 소유 구조를 정밀 분석하는 한편, 해당 칩이 물리적으로 중국 국경을 넘었는지 추적할 예정이다.

中의 반도체 규제 우회 전례

중국이 규제를 우회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텐센트가 일본 데이터센터 기업 데이터섹션을 통해 블랙웰 GPU B200 1만5,000장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계약 규모는 3년간 12억 달러(약 1조7,800억원)에 달하며, 데이터센터 가용 물량의 상당 부분이 텐센트에 할당된 것으로 파악된다. 데이터섹션은 이 장기 계약을 발판 삼아 클러스터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 2억7,200만 달러(약 4,000억원)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FT 소식통은 텐센트뿐만 아니라 여타 중국 빅테크들도 해외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훈련하고, 잉여 컴퓨팅 파워를 재판매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수의 중국 기업이 네오클라우드 방식으로 엔비디아 첨단 칩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결정적 원인으로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꼽힌다. 당초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AI 확산 규칙(AI Diffusion Rule)’을 도입해 중국의 클라우드 우회로를 차단하려 했으나,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규칙을 철회하면서 규제 공백이 발생했다. 현재 미국 법령상 중국 기업이 해외에 설치된 엔비디아 칩을 원격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 대상이 아니며, 군사적 용도 활용 등 예외 상황을 제외하면 문제가 없는 소위 '회색지대'다.

물리적인 밀반입 시도도 곳곳에서 관측되는 중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10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 중국 딥시크가 블랙웰을 적용한 GPU 수천 개를 확보해 새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년간 구매가 허용된 국가를 경유하는 우회 수입로를 통해 딥시크에 엔비디아 칩이 유입돼 왔다는 전언이다.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동남아에 있는 비(非)중국계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공식 판매처를 통해 엔비디아 칩을 조달했다. 칩과 서버가 해당 데이터센터에 설치되면 엔비디아·델·슈퍼마이크로 등은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장비를 점검하고, 수출 규정을 준수했는지 확인하게 된다. 딥시크는 이 검사가 완료된 뒤 서버를 다시 분해해 부품 단위로 중국에 밀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품은 허위신고를 통해 중국 세관을 통과한 다음 재조립을 거쳐 중국 데이터센터에 설치됐다.

지난달에는 미국 연방당국이 엔비디아 GPU를 중국으로 밀수출한 혐의로 남성 4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출발한 칩을 말레이시아·태국을 경유해 최종적으로 중국에 전달하는 정교한 암시장 밀수 네트워크를 구축, 수백만 달러 규모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실제로 수출에 성공한 사례는 2건으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엔비디아 A100 GPU 총 400개가 중국으로 반출됐다. 세 번째, 네 번째 선적은 사법 당국 개입으로 무산됐으나, 밀수품에는 엔비디아 H100 GPU를 대량 탑재한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슈퍼컴퓨터 10대와 엔비디아 H200 GPU 50개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관세 없다" 통상 기조는 완화

시장은 미국이 반도체 밀반입에 칼을 빼 든 것과는 반대로 대중국 반도체 무역 장벽을 점차 낮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이 강력한 국가 안보를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조건하에 엔비디아가 H200 제품을 중국 및 기타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선적하는 것을 허용할 것임을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 H200 칩은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AI 추론 성능 등이 중국 수출용 제품인 H20의 6배에 달하며, 블랙웰 대비 고급 추론 능력은 떨어지지만 대형언어모델(LLM)과 과학 컴퓨팅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의미다.

23일에는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보류되기도 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중국산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포함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추가로 부과할 관세율은 0%로 설정했다”고 관보에 게재했다. USTR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23일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 인상 시점은 18개월 뒤인 2027년 6월 23일로 예고됐으며, 구체적 관세율은 관세 부과 최소 30일 전에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한동안 현재의 50%로 유지된다.

USTR은 조사 결과 “중국이 갈수록 공격적이며 광범위한 비(非)시장 정책과 관행을 동원해 미국 기업과 노동자, 미국 경제를 심각하게 불리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 외국 기업 기술의 강제 이전, 지식재산권(IP) 탈취, 불투명한 규제, 임금 억제, 시장 원리를 무시한 국가 주도 계획 등을 문제로 짚었다. 그러나 관세 부과 시점을 보류한 것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고 양국 정상 간 합의를 확고히 하려고 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을 낮추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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