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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도 ‘슈퍼엔저 쇼크’, 확장 재정이 무너뜨린 통화 신뢰

금리 인상에도 ‘슈퍼엔저 쇼크’, 확장 재정이 무너뜨린 통화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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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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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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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최고’ 금리 인상에도 엔화 약세 계속
"투기적 엔저, 단호한 조치", 日재무상 개입 가능성 시사
팽창 재정이 초래한 엔화 매도, 금리 아닌 경제구조 문제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추가 금리인상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며 엔화가치를 끌어내렸고,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적극적 재정 운용으로 재정적자가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겹쳐 엔화의 추가 약세 기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을 막론하고 과도한 재정 지출이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공통적인 리스크로 부상한 모습이다.

日 금융당국, 환율 개입 강력 시사

22일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엔저에 대해 “한 방향으로 급격한 움직임이 보여 우려하고 있다”며 “지나친 움직임에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올렸지만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7엔을 넘어서자(엔화 가치 하락)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낸 것이다.

일본 재무상도 구두 경고에 나섰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2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엔화 약세 흐름을 "명백히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투기적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특히 투기 세력을 겨냥해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있어 사실상 무제한의 재량권(Free Hand)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발표 직후 달러당 157.72엔까지 치솟은 엔·달러 환율은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 이후 157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시장에선 일본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인상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어 달러당 160엔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비등하다. 지난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을 넘나들자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한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단기간 달러당 160엔을 넘어서면 급격한 변동으로 간주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엔화 약세가 누적된 상황에서 급격한 포지션 조정이 일어나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촉발돼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이 과정에서 글로벌 자산 시장이 동반 투매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리 인상, 통화 강세 신호 아닌 경고로 해석

엔화가 거꾸로 움직이는 첫 번째 이유로는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이 지목된다. 앞서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예상보다 금융 긴축에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지 않았다고 판단해 엔을 매도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9일 지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얘기하지 않고, 앞으로 “경제·물가·금융상황에 따라 계속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놨는데 여기에 시장이 실망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은행이 계속 공격적으로 긴축할 것이라는 베팅이 약해지면서 금리 인상 직후에도 엔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유지됐다”며 “이게 엔화 약세 압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정책금리 수준을 거품 경제 붕괴 직전 수준까지 어렵게 높인 만큼, 시장이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도 있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틀을 깨는 금리 정책을 단행할 경우, 경제 주체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관찰 시간을 가진다”며 “일본은행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상당 기간 기준금리가 지금의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대를 깨려면 일본은행 총재가 더욱 강한 매파적 메시지를 보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으로 미국發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다르면 11월 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집계 방식 논란에도 시장 예상치인 3.1%를 크게 밑도는 2.7%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외환 거래업체 오안다(Oanda)의 크리슈토프 카민스키 연구원은 "미국의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둔화 압력에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확대됐고, 전통적인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대신에 미국 주식이나 달러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됐다"고 짚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시장에 선반영(Priced-in)된 것도 엔화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익일물 금리스와프시장(OIS)에 따르면 일본은행 금리 결정 전에 시장은 이미 100% 가까운 확률로 금리 인하를 점쳤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금리 결정이었으나, 시장에서는 놀라운 일이 전혀 아니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고전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했고, 엔화 강세 포지션을 구축했던 투자자들은 일본은행 발표 직후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서며 엔화 매도 압력을 키웠다.

문제는 확장 재정, 건전성 훼손 경계심 자극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다. 이달 16일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18조3,034억 엔(약 172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31%나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추경 예산 재원을 세수 증가분과 국채 추가 발행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의 2026회계연도 본예산안 편성도 진행 중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20조 엔(약 1,1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고압 경제’ 대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출과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와 공격적 임금 인상 유도 등을 통해 경기를 의도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책 기조라는 뜻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확장 정책은 국채 발행 확대에 대한 경계감을 키우며 채권 매도를 촉진했다.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3.43%)가 한국 국채 30년물 금리(3.24%)를 웃돌았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를 돌파한 이후 2.1%까지 올라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비례 관계다.

이와 관련해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은 “최근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은 빠른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재정 악화와 일본 국채 흡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금리 상승이 엔화 강세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최근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미국의 달러 약세 상황과 유사하다. 달러 역시 대규모 재정 적자와 국가부채 누적으로 인해 구조적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통화 가치가 금리보다 재정 지속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 무역수지 개선, 실질부채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달러 약세를 일정 수준 용인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더해지며, 달러 패권의 균열 가능성도 재차 거론된다. 미국 채권 수요가 줄고 금리가 급등한 배경도 이와 맞물려 있다. 달러가 과거처럼 확고부동한 기축통화 지위를 누릴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했고 이런 위험에 대한 우려를 시장 참여자들이 반영한 것이다. 먼 미래 달러 가치를 확신할 수 없는 만큼 그에 따른 위험 비용이 더해진 셈이다.

한국 역시 재정·통화 정책과 제반 여건 등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달러를 비롯한 기축통화가 약세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80원을 웃돌고 있다.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국가 재정을 쌈짓돈처럼 써온 데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유례없는 수준의 확장 재정을 편 결과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한국 역시 재정적자 확대 → 국채 금리 급등 → 이자 부담 증가 → 재정 압박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처럼 비기축통화국에서 재정적자 누적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은 통화 가치에 더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동한다. 국채 금리 상승이 재정의 이자 비용을 확대하고,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발행 확대가 다시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흐름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순환 누적으로 인해 원화 실질 가치도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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